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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23.4 베트남 하노이

2023.9.21. (8) 비리지 않고 크리미한 달콤함, 테라스에 앉아 즐기는 커피 낭(Coffee Nắng)의 에그커피 / 3년만의 재도전, 인생 첫 베트남 하노이(2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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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재도전, 인생 첫 베트남 하노이(2023.4)

(8) 비리지 않고 크리미한 달콤함, 테라스에 앉아 즐기는 커피 낭(Coffee Nắng)의 에그커피

 

. . . . . .

 

 

동쑤언 시장 근방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커피 낭(Coffee Nắng)'

여기도 사전에 계획하고 찾아간 곳은 아니고 지나가던 도중 발견한 찻집으로 2층 테라스 분위기가 괜찮을 것 같아

'그럼 여기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갈 까?' 라는 이야기를 하며 선택한 곳이다.

 

카페는 2층에 위치해 있고 1층은 그냥 평범한 상가인데, 뭐 2층으로 연결된 건물 계단이 따로 있겠지... 라고 생각했건만

아무리 찾아봐도 2층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매대 사이에 있는 검은 통로가 2층 올라가는 계단이거든(...)

야잌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식으로 숨겨놓으면 외지인들은 당연히 올라가는 계단 못 찾지...!!

 

 

그나마 계단 뒷쪽으로 '카페 낭' 이라는 작은 간판이 보이는데, 이게 올라가는 입구라는 걸 안내해주고 있다.

와... 진짜 이 정도면 길찾기 난이도 상급이라 해도 할 말 없는건데...

 

 

그런데 또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네온사인 간판까지 밝혀놓으며 찾아가는 길을 엄청 잘 표시해놓았음...

 

 

건물 내부 통로는 마감이 하나도 안 되어 이렇게 시멘트벽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데

처음 오는 사람들은 '여기가 맞나?' 하며 내가 제대로 찾아가는 게 맞는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복도는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엄청 어두침침하고 지저분하고 또 습기까지 차 있으니...

 

제대로 찾아가는 거 맞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타이완에서도 이렇게 시멘트벽을 페인트칠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 건물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게 열대지방 특유의 기후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음. 페인트칠을 해도 금방 벗겨지기 때문에 안 하는 거라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발견.

 

 

그래도 옛날엔 페인트칠을 했던 흔적이 조금 남아있긴 하다.

꽤 오래 된 연식의 건물인데, 대한민국이었다면 이 정도 연식의 건물은 즉시 허물고 새 건물을 그 자리에 지었겠지...?

이런 특유의 분위기가 결코 싫은 게 아니라 계단 올라오면서 '안전성의 문제만 괜찮다면 이런 오래 된 건물도

무리해서 철거하지 않고 그냥 보존시키는 것도 방법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2층으로 무사히 올라왔다.

이제 저기 보이는 '저기로 들어가도 정말 괜찮은건가?' 라는 불길함이 드는 복도를 따라 걸어야 커피집이 나온다.

 

 

네온사인으로 만들어진 '낭 커피(Nắng Coffee)' 의 간판.

 

 

긴 복도를 따라 매장 안으로 입장.

여기도 약간 정리 안 된 어수선한 분위기가 세련된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개인 찻집같은 느낌이 강하게 듬.

나이 지긋한... 까진 아니고 4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이게 관광객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경험해 본 베트남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되게 친절했다.

일본식의 극진한 오모테나시라든가, 타이완식 쿨한 친절과는 거리가 좀 있는데 뭐랄까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사근사근한 그런 친절? 받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느껴져서 첫 날 받은 인상이 꽤 좋았다.

 

 

매장 안에서 베트남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노래의 정체는 이것.

우리나라로 따지면 유튜브 뮤직 같은 걸 계속 틀어놓은 것과 동일하다고 보면 되려나.

 

 

어짜피 안쪽에는 좀 어둡고 앉기 편한 자리가 마땅치 않아 바로 발코니 쪽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발코니 쪽에 일렬로 쭉 이어진 바 테이블과 함께 의자가 쭉 놓여있던데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앉으면 된다.

 

 

자리에 앉아 발코니 너머로 바라본 동쑤언 시장과 하노이 야시장, '올드 타운' 의 풍경.

오토바이와 사람, 그리고 차량이 한데 섞여 각자의 바쁜 길을 재촉하는 시내의 모습.

 

 

크리스마스 장식에서 볼 법한 미니 전구가 달려있는 조명. 홍등도 일정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벽쪽 창문엔 얼핏 우리나라의 탈과 비슷하게 생긴 듯한 가면들이 진열되어 있더라.

대나무 소쿠리에 우스꽝스런 얼굴을 그려 진열해놓고 있던데, 이 가면은 기념품 상점에서 파는 것도 봤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좀 더 현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달까...

 

 

커피 낭의 음료 메뉴.

커피와 음료 가격은 30,000동에서 50,000동 사이에 형성되어 있고 영어 메뉴도 있어 메뉴 확인이 그리 어렵진 않다.

맥주라든가 탄산음료, 그리고 육포, 해바라기씨 등의 가볍게 집어먹기 좋은 안주도 판매 중.

 

반대쪽 페이지에 커피 메뉴가 있는데 실수로 커피 쪽 페이지는 찍지 못했음.

우리가 시킨 '에그 커피' 의 가격은 40,000동으로 한화 약 2,250원 정도.

가게 주인 아주머니에게 가장 유명한 커피가 뭐냐 물어보니(이미 에그커피를 시키려 했지만) 바로 에그 커피를 짚더라...

 

 

베트남의 대표 커피, '에그 커피(Cafe trứng - 40,000동)'

 

 

에그 커피는 계란 노른자를 사용하여 만든 코코넛 커피와 더불어 베트남을 대표하는 커피 중 하나라고 한다.

하노이의 한 카페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 맞는데, 지금은 그 유명세를 타고 여기저기 퍼져 베트남 곳곳에서 어렵지않게

맛볼 수 있는 커피가 되었다고 하더라. 어느 카페가 최초로 시작한 원조인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커피와 함께 시원한 허브티 한 잔이 제공되었는데, 이거 청량감있고 되게 맛있었음.

 

 

나는 날계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계란후라이나 삶은 계란도 항상 완숙으로 완전히 익혀먹곤 한다.

그래서 에그 커피라고 하여 계란 노른자 들어간 커피는 자칫 비리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을 하긴 했으나

실제론 전혀 비린맛이 없었다. 굉장히 고소하고 진한 아인슈패너 크림을 떠먹는 느낌이었음. 아 이런 맛으로 먹는구나...

 

바닥에는 블랙 커피, 그리고 위에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크림의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로 섞어먹으면 안 되고

같이 나온 수저로 위의 계란 크림을 건져먹은 뒤 마지막엔 아랫층의 블랙 커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면 된다.

 

 

밥도 배부르게 잘 먹고 커피도 맛있게 잘 마시며 마무리.

커피 마시고 바로 일어설 수도 있겠으나 그냥 창 밖의 풍경 바라보는 게 너무 좋아 잠깐 더 앉아있다 가기로 했다.

카페에 손님이 없어 좀 더 느긋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것도 있었고 날이 더운데 여기선 선선한 바람 불어오는 것도 좋더라.

 

 

베트남 여행을 하며 가장 신기했던 건, 수많은 오토바이와 차량, 걷는 사람들이 뒤엉키며

누가 봐도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이런 무질서한 상황임에도 불구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질서가 확실히 지켜진단 점이다.

곳곳에서 빵빵거리는 오토바이의 경적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오긴 하지만 그럼에도 사고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게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무언의 질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 이 풍경이 너무 귀해 영상으로도 한 번 찍어보았음 : https://youtu.be/-SR3t6aQDWw?si=q8qsLYGndW1lPAtX

5일간의 베트남 여행 동안 오토바이 사고가 난 걸 딱 한 번 목격했는데, 그나마도 추돌 사고가 아닌 혼자 넘어진 거였고

큰 사고가 아닌 그냥 자전거 넘어진 수준의 가벼운 사고라 운전자가 크게 다친 것도 아니었다.

이 복잡하고 누군가에겐 혼란스러움조차 느껴질 수 있는 거리에서도 사고 한 번 나지 않는다는 건 진짜 대단한 거야...!

 

 

어느덧 해가 서서히 지고 있고... 카페에 걸어놓은 홍등의 불빛이 더욱 강해지면서...

 

 

베트남에서의 첫날 밤이 시작되고 있다.

 

= Continue =

 

2023. 9. 21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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