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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23.4 베트남 하노이

2023.9.28. (22) 평생의 궁금증, 드디어 맛본 '진짜 대동강맥주'와 '진짜 평양냉면'! 하노이 고려식당 / 3년만의 재도전, 인생 첫 베트남 하노이(2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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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재도전, 인생 첫 베트남 하노이(2023.4)

(22) 평생의 궁금증, 드디어 맛본 '진짜 대동강맥주'와 '진짜 평양냉면'! 하노이 고려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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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3년 전에 갔어야 할 베트남 여행.

그 때 지금 같이하는 이 친구와 베트남 가면 꼭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이 좀 많이 특이한 것이어서(...) 사실 베트남을 가야만 할 수 있는 베트남 관광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음.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때 야심차게 계획하던 베트남 여행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3년을 기다린 끝에 이렇게 다시 베트남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방식은 약간 바뀌었지만

우리는 이제 그 때 세웠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시 움직이게 되었다.

 

...사실 이건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나나 이 친구나.

 

 

탕롱황성에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5.5km.

일본, 혹은 타이완이었다면 구글 지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대중교통 수단을 찾았을텐데 여긴 베트남이다.

베트남 하노이 시내를 달리는 '하노이 메트로' 라고 하는 지하철도 있긴 하지만 커버를 하는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고

베트남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직은 좀 어려움이 있는 상태, 우리는 그냥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함.

 

정말 의외로 베트남에서 카카오택시를 쓸 수 있다.

정확히 어떻게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가 카카오택시 이용해서 택시를 호출했음. 그래서 택시 타고 바로 이동.

베트남에서의 사용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택시 호출해서 잡히면 번호판 보고 타면 되고 요금도 앱에서 바로 지불.

베트남의 주요 교통 수단 중 하나인 그랩(grab) 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대한민국 택시에 비해선 훨씬 저렴한 편이라

베트남 내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싶더라.

 

 

여행 기간 동안 올드 쿼터가 있는 하노이 동쪽에만 계속 머물러 있었는데 처음으로 서쪽 구역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동쪽보다 서쪽이 훨씬 더 발전했다는 걸 느꼈던게 올드 쿼터 지역엔 없었던 왕복 8차선의 큰 대로라든가

높은 빌딩,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보도블록의 상태도 이 쪽이 훨씬 깔끔했다.

비가 온 영향도 있겠지만 동쪽의 올드 쿼터 부근은 진흙탕이 너무 많아 하노이 시내가 다 이런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리고 이 거리 한복판에 굉장히 신경쓰일 정도로 눈에 띄는 붉은 한글간판 하나가 보인다.

'고려 식당(nhà hàng KORYO)'

어, 한글 간판이니까 당연히 한식당이겠지. 자, 그럼 우리는 한식을 먹으러 택시 타고 여기까지 온 걸까?

 

 

친절한 봉사와 예술공연도 해 주는 한식집이네... 요즘 외국의 한식집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는데...

그런데 어째 저 한글 글씨체와 말투에서 엄청난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렇다. 여기는 대한민국 한식당이 아닌

북한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북한 식당' 이다.

 

'북한 식당(北韓食堂 - North Korean Restaurants)' 은 북한의 충성자금모으기 운동(이라고 쓰고 착취라고 말하는)

수단의 일종으로 북한의 몇 안 되는 외화벌이 사업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는 주요 수단이다.

 

북한 식당은 현재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공산권 국가 혹은 북한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국가 위주로 진출해 있으며

평양냉면을 비롯한 한식요리 위주를 판매하고 있다. 당연히 북한도 뿌리는 우리와 같으니 우리에게 익숙한 한식도 많고

북한 술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 것이 특징. 한국인이 해외에서 '진짜 대동강 맥주' 를 마실 수 있는 루트이기도 하다.

 

 

(출처 : 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 북한식당 '평양관' 폐업)

 

원래 하노이에는 두 곳의 북한식당이 있었다. '평양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고려식당' 이었는데

우리가 원래 가려 했던 곳은 '평양관' 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베트남 여행이 좌절되고 그 사이 평양관도

코로나19 + 대북제재 등의 영향으로 인해 폐업하게 되어 많이 좌절하고 있던 찰나, 고려식당은 여전히 남아 영업중이란

이야기를 들어 '그래, 다행이다... 고려식당을 가야겠다!' 하여 친구와 함께 합의, 이 곳을 찾게 된 것이다.

 

다만 딱 하나 변수가 있다면 '파탄난 남북관계'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어 마치 곧 자유로운 왕래도 가능할 것처럼 분위기가 매우 좋았으나

문재인 정부 말기에 관계가 서서히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현 윤석열 정부로 바뀌며 그 관계는 거의 파탄에 다다른 상태라

중국을 비롯한 일부 해외 북한식당에서 대한민국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소식이 여행 직전 들려오기 시작한 것.

 

(단독 : 북 식당 "한국인 출입금지" 너희 정부에 물어보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FTCdBKdJHgY)

...그래서 우리가 가는 하노이 고려식당도 혹시 우리를 안 받는 것 아닐까?

우리는 대동강 맥주를 마셔보기 위해 엄청 기대하고 가는 건데 혹시 문전박대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진짜 많이 하고

혹시라도 문전박대 당했을 상황을 대비하여 어떤 플랜을 짜야 하는가... 하며 친구랑 머리를 엄청나게 굴렸었다(...)

'문전박대' 라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플랜B(다른 밥집을 가는) 것까지 다 짜놓은 상태에서 조심스레 방문했는데...

 

'어서오십시오, 식사하러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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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네네 밥 먹으러 왔습니다;; 들어가자!

 

 

와, 드디어 들어온다. 고려식당!

계산대 바로 대각선 맞은편의 자리에 안내를 받아 앉을 수 있었다.

 

참고로 이 곳에서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전부 젊은 여성들이다. 주방엔 다른 조리사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홀 쪽으로 나오지 않았고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 돌아다니며 주문 및 서빙, 계산을 맡고 있다.

(개중에 총 책임자, 혹은 실장처럼 보이는 여성이 한 분 있었는데 혼자만 30대 정도 되어보이긴 했었음)

 

 

매장 내부를 유일하게 남길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계산 카운터.

별 거 아닌것처럼 보일 수 있는 이 카운터가 너무 인상에 깊게 남았던 건 다른 거 말고 바로 저 위에 전시되어 있는

북한 국기인 '인공기', 그리고 그 바로 아래 있는 '코니 인형' 때문이다.

 

북한 인공기와 대한민국에서 만든 대표 캐릭터인 코니가 한 공간에 공존한다니... 이건 누가 봐도 너무 이상하잖아...;;

아니 그 전에 저들에게 있어 코니는 '남조선 괴뢰정부가 만든 자본주의의 캐릭터' 일텐데 저거, 진열해도 괜찮은건가?!?!

 

...그 외에 매장 뒷쪽에 벽걸이 TV가 하나 있었고 거기엔 노래방 형식으로 계속 북한의 민중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게 나오는 노래는 노래방 반주기의 연주만 나오기 때문에 가사 없이 멜로디만 계속 나오는 형태.

화면에 노래방 가사처럼 가사가 나오긴 하는데 막 거기에 '김일성 수령님, 김정일 장군님' 이라는 가사가 출력되던데

그게 실제 육성으로 나왔더라면 조금 어질어질했을지도...;;

 

 

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면 가끔 북한의 국영방송인 '조선중앙텔레비죤' 보도 방송이 나올 때도 있더고 하더라.

조선중앙텔레비죤이라 하면... 리춘히를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건가 싶은데, 아마 녹화방송으로 나왔겠지...

 

 

기본 식기 준비. 앞접시와 수저, 물과 물티슈가 제공.

아 참고로 물은 500ml 생수를 따라주는데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돈 받는다. 계산할 때 보면 생수 가격이 기본 포함되어 있다.

 

생수 500ml 가격은 20,000동(약 1,100원).

이게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그냥 가져와서 바로 병을 따고 따라주기 때문에 일종의 자릿세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될 듯.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니 굳이 거절하지 말고 그냥 물 편하게 마시고 돈 내는 게 맘 편할 것 같다.

 

 

북한 특유의 글씨체로 선명하게 인쇄된 '고려식당' 로고가 박힌 물티슈.

아래 쯔꾸옥응으(베트남 문자)로 주소 등도 함께 표기되어 있는데, 이거 하나만 더 달라해서 기념품으로 챙김(...)

 

 

북한도 음식 문화의 뿌리는 대한민국과 같이 때문에 밥 먹을 때 밑반찬 제공해주는 것도 대한민국 한식집과 동일하다.

세 종류의 기본찬이 깔리는데, 두부부침, 숙주나물, 그리고 톳과 비슷하게 생긴 해초무침 세 가지가 제공된다.

 

아, 그리고 메뉴판 보면 진짜 음식이 다양한데 메뉴판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다.

다른 식당도 아니고 조금 민감할 수 있는 북한 식당이니만큼 그건 안 하는 게 좋을 듯. 하도 여기서 찍는 사람이 많아선지

우리가 관광객이라는 걸 바로 알고 메뉴판 주면서 '메뉴판은 사진을 찍으면 안 됩니다' 라고 안내를 해 주더라.

음식 보면 생선회부터 시작해서 불고기 등의 구이류, 냉면, 신선로, 그 외에 한식 요리에서 팔만한 건 다 팔고 있었다.

생전 태어나서 그렇게 내용물 많고 두꺼운 메뉴판은 처음 볼 정도. 대림동의 중국요리점 메뉴판도 그거보단 얇을 정도.

 

 

이 밑반찬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북한 사람이 만든 북한 음식' 이 될 것이다.

뭐 대한민국에서도 탈북자가 하는 식당이라든가, 혹은 북한의 조리법을 따라 만든 음식들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지만

실제 북한 사람이 직접 만든 반찬, 요리를 먹어보는 건 이게 진짜 처음. 북한 사람이 만든 북한 밑반찬은 무슨 맛일까...!!

 

...는 우리나라 음식이랑 똑같아. 두부부침은 그냥 담백한 두부부침, 그리고 해초무침은 살짝 비릿함이 감돌면서

꼬들꼬들하고 달짝지근하게 씹히는 식감이 은근 괜찮고 숙주나물은 우리 부모님이 만들어주는 것과 완전 동일한 맛이다.

다른 건 그렇다쳐도 숙주나물은 그냥 너무 대한민국의 숙주나물이잖아...ㅋㅋ 아니 양념이랑 간 하는 것까지 다 똑같음.

 

 

그리고 요리가 나오기 전, 주문한 '맥주' 가 먼저 나왔는데... '대동강 맥주' 다.

그래, 한국의 양조장에서 만든 '대X강 페일에일' 같은 가짜 대동강이 아닌

진짜 북한, 평양의 그 '대동강 맥주' 다...!!!

 

이번 베트남 여행의 고려식당 방문의 첫 번째 목적이 이거였음. '대동강 맥주' 를 직접 마셔보는 것...!!

 

 

후면의 라벨을 보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는 대동강 맥주공장, 생산지 '조선 평양시 사동구역'

다만 중국어가 함께 인쇄되어 있는걸 보아 평양 내부에서 소비하는 게 아닌 해외 수출용으로 제조된 맥주인 듯 하다.

하지만 알콜 도수라든가 주원료 등을 보면 짭이 아닌 진짜 대동강 맥주가 맞다!

 

대동강 맥주는 흔히 한 가지 종류만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이 제품은 맛에 따라 총 7가지 제품으로 나뉘어져 있다.

맥주 명칭은 같으면서 그 아래 '1~7' 의 숫자 중 하나를 인쇄하여 구분을 짓고 있는데

우리가 마신 2번 맥주는 쌀을 30% 첨가하여 연하고 깔끔하며 거품이 잘 나는 가장 기본적인 라거 맥주라고 한다.

1번에서 5번으로 갈수록 쌀 비율이 0, 30, 50, 70, 100으로 높아지며 5번 맥주의 경우 100% 쌀만을 이용하여 제조했다고.

그리고 6번과 7번은 흑맥주 라인인데 6번 맥주의 경우 커피의 풍미, 7번 맥주는 초콜릿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대동강 맥주에 대한 설명은 나무위키 쪽에 꽤 설명이 잘 되어 있는 편. 이 쪽 참고하면 좋을 듯. (대동강맥주)

 

대동강맥주 - 나무위키

알콜도수는 5%부터 다양하며 1번부터 시작해서 여러 번호의 맥주가 있다. 번호마다 다른 도수와 맛을 가지고 있고 부가물 등의 구성이 다르게 되어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에 넘버링

namu.wiki

 

 

맥주 사진을 찍은 뒤 잔 두 개를 가져와서 직원이 직접 맥주를 따라주는데, 한 병에 이렇게 두 잔이 나오더라.

 

그리고 이 맥주... 가격 진짜 살벌하다...

한 병 가격이 무려 350,000동(약 19,000원).

 

다른 요리 가격과 비교해도 유달리 의아할 정도로 비싼데 아마 이렇게 비싼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대충 추정.

 

1. 북한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거에다 대북제재,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운반비가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

2. 어짜피 이거 시키는 사람들은 맛이 궁금해 온 대한민국 관광객이 대부분, 가격이 어떻든 시킬테니 비싸게 받자.

 

...사실 1번보다 2번의 이유가 더 크고, 이 가격에 사는 것은 대놓고 눈탱이(...)가 맞다고 생각하긴 하지만(어디까지나 추정)

크게 개의치 않은게 어짜피 우리는 이걸 목적으로 온 게 크고 사전에 미리 가격을 알았기 때문에 '바가지 쓰는 것' 보다

그걸 겪더라도 여기서 직접 경험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 - 라고 합의를 봤기 때문. 여기선 절대 돈 아끼지 말자.

 

자, 그럼 중요한 맥주의 맛은...?

정말 기대했던 맥주의 맛은...?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조차 '남조선 맥주는 맛없다' 라고 혹평할 정도로 다들 그렇게 맛있다고 칭송하는

대동강 맥주는 무슨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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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맛이구나...ㅋㅋㅋ

 

일단 확실한 건 이 맥주,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마시면 100% 실망할 수밖에 없다. 뭐 이런 건 뭐든 다 그래.

막 기절초풍하게 맛있을거야 라는 너무 큰 기대를 걸진 마시고 그냥 마음을 비우고 마시면 딱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될 거임.

 

'오홍, 그럴싸한데?'

 

일단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건 대한민국 카스 류의 맥주에 비해 탄산감은 약하고 진한 맛은 살짝 더 느껴지는 편.

그렇다고 이 맥주가 막 독일 맥주처럼 엄청 진한 건 아니고 굳이 비슷한 걸 고르자면 '칭다오' 에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칭다오와 비슷한 정도의 농도와 청량함, 그리고 뒤끝에 살짝 미묘하게 '찝찌름하네' 라는 감이 약하게 남는데

그 뒤끝의 풍미가 다른 맥주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거라 그 점이 좀 특이하다... 라는 것 외엔 칭다오 맛과 상당히 유사했다.

 

뭐 일단 다른 것보다도 대동강 맥주... 진짜 대동강 맥주의 맛을 알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목표는 달성.

이제 다음 목표, 이 곳을 일부러 찾아온 두 번째 이유가 되는 다음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이후 먹은 음식들은 대동강 맥주만큼은 아니어도 베트남 현지 물가 기준으로는 눈 돌아갈 정도로 비싼 것들이고

대한민국 물가와 비교해도 좀 비싸다고 느낄만한 것들이 많음. 그건 어느 정도 감안하고 보시길 바람.

 

 

이제부터 슬슬 시킨 음식들이 나오는데, 첫 번째 요리는 '김치만두(300,000동 - 16,500원)'

중국식 샤오롱바오가 담겨나올 법한 찜기에 큼직하게 빚어 찐 김치만두 네 알이 담겨나온다.

 

 

만두피가 육안으로 봐도 얇진 않을텐데, 그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붉은 것이 특징.

그리고 굉장히 잘 쪘더라. 만두를 들어올렸는데 젓가락에서 만두피의 촉촉함과 쫄깃한 질감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

 

 

일단 만두가 엄청 크다. 이건 한 입에 절대 못 넣을 정도로 진짜 큰데, 우리나라 칼국수, 냉면집에서 사이드로 시키는

왕만두의 두 개는 족히 합쳤을 법한 우람한(...) 크기가 특징. 절대 한 입에 못 넣으니 나눠서 먹을 것.

 

 

두꺼운 만두피 속엔 다진 돼지고기와 파, 김치 등을 가득 채워넣은 소가 가득 들어있다.

당면이라든가 두부 같은 건 들어있지 않고 순수하게 김치, 고기로만 꽉 채웠는데, 솔직히 여기서 소신발언 좀 하면...

 

여태껏 먹었던 김치만두 중 원탑. 인생 김치만두.

 

...이건 진짜 부정 못 하겠다. 진짜 '어떻게 이런 김치만두가 있지?' 의아할 정도로 감탄스런 맛이었다.

아니 속이 진짜 알차게 꽉 차있음. 그리고 김치의 매콤함이 돼지고기의 기름지고 꽉 찬 맛과 절묘하게 조화되어서

진짜 맛있게 볶은 돼지고기 김치볶음 있잖아, 그걸 먹는 맛인데 과하지 않게 달짝지근한 게 입에 쩍쩍 달라붙는 맛임.

거기다 접시 아래 흥건히 고여있는 것처럼 육즙은 또 얼마나 많은지... 전혀 퍽퍽하지 않고 입 안 가득 육즙 터지면서

만두피는 직접 밀가루반죽을 해서 빚었는지 엄청 쫄깃하면서 또 찰기가 넘친다.

 

와, 진짜 이런 김치만두가 다 있구나... 가격이 굉장히 비싸긴 했는데, 그 비싼 가격이 납득... 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뭐가 이렇게 비싸' 라는 불평을 한 번에 잠재우고도 남을만한 맛이었다. 진짜 이 정도면 인생 김치만두 맞다...!!

 

 

두 번째 요리는 '강냉이 지짐(210,000동 - 약 11,500원)'

'강냉이' 는 대한민국과 뜻이 조금 다르게 활용되는 북한의 문화어로 '옥수수' 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옥수수를 튀겨 튀밥처럼 만든 과자만을 '강냉이' 라고 부르는데, 북한에선 옥수수를 강냉이라고 부른다 한다.

그렇다고 북에서 옥수수라는 명칭을 안 쓰는 건 아니기 때문에 옥수수, 강냉이 둘 다 사용하는 듯.

 

쉽게 얘기하면 옥수수 부침개라고 보면 된다. 강원도식 감자전처럼 옥수수를 곱게 갈아 전분과 섞어 동그랗게 부쳐낸 것.

 

 

와, 근데 이것도 전혀 예상못한 맛. 일단 옥수수향이 굉장히 진한 것은 기본인데 질감이 엄청 폭신폭신하다.

굉장히 폭신하고 부드러운 팬케이크를 먹는 듯한 질감인데, 거기에 옥수수의 달콤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면서

진짜 사르르 녹는 느낌이 뭔지 제대로 알 것 같더라. 이건 간장 같은 것 찍어먹으면 안되고 그냥 먹어야 훨씬 맛있다.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느낌의 부침개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비슷한 것 떠오르는 게 전혀 없음.

질감은 아주 폭신하고 보드라운 팬케이크, 거기에 옥수수의 단맛, 살짝 기름짐이 더해진 맛이라고 보면 되고

약간 그... 어린아이들과 함께 매장을 방문하면 이건 아이들용으로 꼭 시켜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

 

 

그리고 대망의 메인 식사가 나올 때가 되었고...

우리가 쓰는 것과 별개의 젓가락과 함께 가위, 그리고 식초와 겨자가 담긴 양념 통이 나온다.

 

 

대동강 맥주와 더불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평양냉면(250,000동 - 약 14,000원)' 도착.

 

 

그리고 비슷한 평양냉면 중 하나인 '소적쇠 냉면(300,000동 - 16,500원)' 도 함께 도착.

 

기본적으로 평양냉면은 쟁반냉면 형태로 제공되며 일반 평양냉면과 소적쇠냉면의 차이는 위에 올라가는 고기 고명의

차이라고 한다. 그냥 평양냉면은 편육과 닭고기, 그리고 소적쇠냉면은 불에 구워 양념이 된 편육이 올라간다고 하더라.

 

일단 비주얼상으론 우리가 생각하는 '평양냉면' 의 이미지와 거리가 상당히 먼 음식이다.

고기 고명이 듬뿍 올라가고 가운데 양념장까지 얹어져 있는데다 면의 색은 메밀의 흰색이 아닌 칡냉면에 가까울 정도로

굉장히 새까만 것이 특징. 직원에게 살짝 물어보니 고구마 전분을 넣어 만든 면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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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나온 옥류관의 평양냉면이라 하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적어도 비주얼상으로 가짜를 먹는 건 확실히 아닌 것 같았음.

 

 

사진을 찍은 뒤 직원이 직접 가위와 양념장을 이용하여 면을 비벼주는데, 진짜 남북정상회담 당시 화제가 된 것처럼

면에다가 겨자는 물론 식초를 거의 '들이붓는다' 고 느낄 정도로 엄청나게 때려붓더라.

산미가 강하지 않는 부드러운 식초라서 이렇게 많이 넣어도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 주는데...

 

왜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냉면 먹는 문화가 대한민국에 그대로 알려지면서 엄청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지 않나...

대한민국의 평양냉면 매니아들은 슴슴한 국물에서 올라오는 육향을 느껴야 한다, 이 국물에 겨자, 식초는 죄악이다.

심할 경우 쇠젓가락으로 평양냉면을 먹으면 쇠맛이 국물을 망친다(...) 라는 평양냉면 힙스터까지 나올 정도였는데(...)

실제 북한에서는 걍 쇠젓가락으로 냉면 슥슥 비벼먹고 냉면 위에 붉은 양념장 듬뿍듬뿍 올리는 건 물론, 죄악이라 할 만한

겨자, 그리고 식초는 톡톡도 아니고 아예 면을 들고 들이붓는 수준으로 잔뜩 뿌려대는 모습까지!!!!

 

...아마 그 때 남북정상회담 만찬을 본 정통 평양냉면 매니아들 다수가 뒷목을 잡고 쓰려졌을 거고

그런 평양냉면에 대한 부심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꼴 좋구나!' 하면서 엄청 통쾌해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럼 이 중요한 이렇게 양념장 듬뿍 넣고 식초, 겨자 왕창 쳐서 먹는 평양냉면의 맛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우리나라에서 파는 정통 평양냉면집,

그리고 슴슴할수록 좋다고 찬양하는 사람들, 다 사짜야 사짜!!

이게 진짜 평양냉면이다...ㅋㅋㅋ 무슨 평양냉면이 담백한 맛이야!

엄청 자극적이고 매콤한 이게 진짜임ㅋㅋㅋㅋㅋㅋ

 

...은 약간 도발적인 문구긴 한데, 진짜 첫 인상이 이랬던 건 사실.

사실 따지고 보면 북한 본토 평양냉면의 뿌리도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평양냉면과 비슷했을 거라 생각한다.

즉 분단 이전의 평양냉면은 양념장이라든가 각종 조미료의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당시의 심심하고 깔끔한 맛이

진짜 맞았을거고 그 때 남북이 분단되면서 당시 평양냉면의 맛을 기억하고 있는 실향민들에게 있어선 현재 대한민국에서

평양냉면이라 파는 심심한 국물맛의 면 요리가 진짜 평양냉면의 맛이 맞다고 여겨지는 것이고, 분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북한에서는 그 뿌리가 같은 심심한 평양냉면이 대중 입맛에 맞춰 개조되면서 현재의 맛으로 바뀐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이 날, 고려식당에서 먹은 평양냉면의 맛과 가장 유사한 대한민국 냉면집을 꼽자면

...좀 충격을 크게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육쌈냉면' 과 비슷했다. 정확힌 육쌈냉면 물냉에 비빔장을 함께 더해 비빈 맛(...)

그 정도로 내가 경험한 2023년 현재 북한의 평양냉면은 새콤한 식초의 풍미와 함께 살짝 입이 얼얼한 정도의

매콤한 양념장의 맛이 진했고 면은 굉장히 쫄깃하고 (거의 당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질감이 아주 매끌매끌했으며

굉장히 자극적인 맛이었다. 물냉면이 아닌 '물비빔냉면' 에 가까울 정도의 진한 국물맛 또한 인상적이었고...

 

다만 '식초를 들이붓는다' 는 건 대한민국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여기의 식초와 우리나라의 식초가 다르다.

이 곳의 냉면에 식초를 들이붓는 게 가능한 이유는 여기 식초가 신맛이 덜하고 감칠맛이 강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어도

괜찮은 거지, 대한민국 냉면집에서 파는 산미 강한 식초를 여기처럼 들이부었다간 무슨 참사가 발생할 지 모른다(...)

실제 이 식초는 이렇게 들이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초 싫어하는 나도 괜찮을 정도로 산미가 강하지 않아 되게 좋았다.

 

 

면의 질감 또한 되게 재미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평양냉면 하면 메밀의 함량이 높아 면의 색이 하얀 것은 물론

'순메밀면' 같이 완전히 하얀 면에 쫄깃함 없이 툭툭 끊어질수록 고급 평양냉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고려식당의 평양냉면은 그런 메밀면과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엄청 쫄깃하고 또 미끌미끌한 질감의 면이었다.

 

...사실 평양냉면의 국물맛이나 양념장 쳐서 먹는 것 이외에 이 면 질감만 놓고 비교해도 평양냉면 매니아들 뒷목잡을듯...

 

 

소적쇠냉면에 올라가는 구운 쇠고기 편육은 정말 맛있더라. 그냥 밥에 싸먹어도 좋을 정도로 아주 맛있었다.

다만 좀 더 다채로운 고명을 즐기고 싶다면 쇠고기와 함께 닭고기도 나오는 일반 평양냉면 쪽이 더 좋을 듯.

 

 

진짜 이런 기회 없다, 조금이라도 남기면 안 되겠다 싶어 정말 깔끔하게 박박 긁어먹음.

쟁반냉면이라 하여 양이 엄청 많아보이나 실제론 1인분 정도로 딱 먹기좋은 양이라 이렇게 먹는 데 부담이 크게 없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정상적인 식사가 끝났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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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라면 하나룰 추가로 주문. '라면(150,000동 - 약 8,000원)'

우리나라 백반집에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담겨나올 법한 손잡이 있는 뚝배기에 라면이 펄펄 끓여 제공된다.

이것만 놓고 보면 여기가 대한민국 백반집인지 그게 아니면 북한 식당인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

 

 

여기서 라면을 시킨 이유는 다른 것 없음.

원래는 디저트 음료 시키려고 메뉴판을 보고 있었는데 문득 라면이 보여 '혹시...?' 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

 

'이거... 북한 라면 아닐까?'

 

그래서 직원에게 '혹시 이 라면 무슨 라면 쓰나요?' 라고 물어보니 거기서 돌아온 답은...

 

'대동강 라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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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와, 그러니까 이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이건 무조건 각이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이런 걸 먹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미 배가 꽉 찬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라면을 추가 주문.

 

 

라면은 그냥 면과 스프만 넣고 끓인 게 아니라 계란도 풀고 파도 송송 썰어넣은데다 김치까지 넣어

마치 뚝배기 전골처럼 되게 알차게 끓여내었다. 이렇게 보면 그냥 잘 끓인 라면 그 자체.

직원에게 물어보니 기본 베이스는 대동강라면이지만 우리가 직접 양념장을 좀 더 첨가하여 좀 더 맛나게 개조하였다고...

...사실 이 부분이 약간 아쉽긴 했는데, 맛이 있든 없든 순정 상태의 대동강 인스턴트 라면을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

 

 

재밌는 건 라면을 시키니 앞그릇을 두 개 가져와 직원이 굉장히 예쁘게 라면을 각자 그릇에 담아줬다.

그냥 대한민국이었다면 각자 알아서 담아먹었을텐데 면의 양도 공평하게, 국물까지도 직접 담아 예쁘게 세팅해주더라.

 

여기 보면 약간 대한민국 기준으로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음식 서빙 서비스를 세심하게 해 주는데

어쩌면 이 비싼 가격에 이런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궁극의 북한 대동강 라면은... 어, 이거 진짜 맛있는데?

일단 면발이 대한민국 라면과 그리 큰 차이 없을 정도로 꽤 탱탱하고 쫄깃쫄깃한 편.

흔히 북한 라면의 면발이 되게 형편없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래도 이건 좀 신경을 썼는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그리고 국물은 아쉽게도 순정 상태의 국물이 아니긴 하지만 양념장을 정말 절묘하게 잘 넣었는지 적당히 얼큰하면서도

진한 고깃국물 맛이 '완전 해장용으로 최고' 라 할 만한 아주 잘 끓인 라면맛이더라. 진짜 이건 해장용이란 느낌이 확 옴.

 

다른 것 없이 전날 과음하고 숙취 있는 상태에서 여기 와서 이 라면 하나만 시켜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맛있는 라면이었다. 남은 국물에 밥도 말고 싶었는데 이미 배가 차서 밥을 말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정도.

 

 

이렇게 라면도 바닥이 보일 정도로 아주 잘 먹었고...

 

 

마지막 마무리 디저트로 '들쭉단물(100,000동 - 6,500원)' 이라는 것이 있어 주문.

단물은 북한 문화어로 '탄산음료' 라고 한다.

 

메뉴판 보면서 친구한테 '단물이 여기 언어로 탄산음료 말하는 거' 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걸 옆에서 들은 직원이 나한테 '우리말을 아주 잘 아십니다' 하면서 칭찬을 해 주었음. 아니 이거 칭찬이 맞나...;;;

 

 

그리고 친구는 '짜잉...' 어쩌고 하는 패션후르츠 비슷하게 생긴 열대과일이 들어간 주스 주문. 이것도 100,000동.

이렇게 디저트 음료까지 푸지게 마시면서 베트남 고려식당에서의 만찬은 끝이 났다.

 

 

식당엔 털이 엄청 많은 퉁퉁한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는데, 고양이 이름은 '키티' 라고 한다.

북한 직원들도 엄청 귀여워하는 녀석인데 낯가림은 별로 없어뵈지만 어째 정면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자꾸 외면해서

결국 건진 사진은 매장 안을 걸어다니는 이 사진 한장 뿐. 그래도 다른 사람들 여행기 보면 사진 나와있으니

그거 검색해서 보면 될 듯. 도도하지는 않은 개냥이 느낌에 가까운 귀여운 아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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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음식을 먹고 받은 영수증.

혹시 나중에 필요할 것 같아 영수증을 하나 달라 요청하였는데 수기 영수증을 직접 써 주더라.

 

대동강 맥주를 무려 5병이나 샀다는 내역이 있는데 이거 1병은 매장에서 밥 먹으면서 같이 마신거고

나머지 4병은 대한민국에 가지고 가는 기념으로 구매한 것. 친구 2병, 그리고 내가 2병을 따로 구매했다.

혹시 '맥주 기념으로 사 가게 따로 판매할 수 있냐' 라고 물어보니 흔쾌히 '포장해드리겠다' 하면서 따로 챙겨주시더라.

 

금액이 무려 3,180,000동(약 17만 6천원) 이나 나왔다...!!!

와, 이건 어느 정도 돈 쓸 거라는 것 감안하더라도 조금 충격이 큰 지출인데...ㅋㅋㅋㅋ

 

다만 이 중 여기서 먹지 않은 맥주 4병 가격인 1,400,000동(약 78,000원)을 제외하면

둘이서 이 식당에서 먹고 마시는 데 나온 금액은 약 98,000원 정도. 인당 49,000원어치를 먹은 것이다. 이렇게 보니 또

나름 납득이 가기도 하고 그러네... 진짜 북한의 평양냉면과 대동강맥주를 맛보는 비용이 이 정도면 싸게 먹힌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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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한 사람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게 돈 주고 했던(...) 가장 큰 경험.

본토 음식과 맥주를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에서 북한 사람과 이렇게 스스럼없이 가벼운 농담도 해 가면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인가. 물론 이들도 내부에서 아주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은 피하려 하지만 그 외에 문제가 되지 않을만한 질문이라든가 이야기는 아주 편하게 잘 받아주었다.

 

몇 가지 이들과 이야기할 때 암묵적으로 해선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일단 서로의 국가를 부르는 호칭. 우리에게 '남조선' 은 금기어, 그리고 북에서 '북한' 이라는 명칭은 서로 금기어다.

그래서 서로의 국가를 부르는 가장 편한 호칭은 그냥 '북쪽', '남쪽' 이라고 하면 되고 굳이 우리가 우리 입으로

대한민국을 남조선이라 부를 필요도 없음. 그거 북한 직원들 배려해주는 것 절대 아니고 위험한 발언이니 절대 하지 말 것.

북한 사람들이 조국을 '공화국' 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말해도 좀 어색하니 걍 '북쪽' 이라 불러주자.

 

그리고 남한 드라마나 K-POP 등, 베트남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한국 문화컨텐츠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 것.

우리에게는 별 것 아닌 이야기일 수 있으나 실제 북한에서 남한 컨텐츠를 접하는 건 중범죄로 취급하고 있어

이들도 이야기하는 걸 극도로 꺼린다. (이건 내가 시도한 건 아니고 다른 사람 후기를 본 것)

북한 직원들의 신변에 위협이 갈 수도 있는 거니 K-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금지. 꺼내도 아마 본인들이 선을 그을 것.

 

뭐 정치적인 이야기는 거기서 꺼낼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개새끼 해 봐 같은...ㅋㅋ)

 

또 아무래도 젊은 여직원들이 많으니 성희롱이나 성적 농담 꺼내는 아저씨들 많을텐데 뭐 이런 건 당연히 하면 안 되고

(중장년 관광객 중 꽤 많다고 함), 어설프게 북한 말투 따라하다간 분위기만 싸해지니 그런 것도 가급적 하지 말 것.

그 사람들에게 실례가 된다기보단 그런 거 했다간 그냥 내가 뻘쭘해질거다. 여직원들이 친절하긴 한데 상당히 기가 세서

함부로 농담 던지면 본전도 못 건질듯한 분위기가 담겨있으니 아마 분위기파악 잘 되는 분들은 할 생각조차 않을 듯.

(의외겠지만 북한 사람들은 ~합네까? 입네다. 같은 말투 안 씀. 억양만 다를 뿐 우리와 동일한 언어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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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것저것 엄청 빡빡하게 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무겁고 강압적인 분위기 같은 건 전혀 없다.

그냥 위에는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쓴 거고 그냥 평소 하던대로 평소 식당 가서 주문하고 이야기하는대로만 하면 된다.

이들에게 있어 우리 관광객들은 엄연한 고객이고 중요한 돈벌이수단(이게 중요)기 때문에 깍듯하게 잘 대해주고

우리는 그냥 적당히 좋아하는 음식 시켜서 즐기고 맛있게 먹고 나오면 된다...ㅋㅋ

 

 

이번 하노이 여행의 가장 큰 목표였던 위시리스트를 달성해서 굉장히 기분좋은 상태로 퇴장.

남쪽의 평양냉면과 많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니

 

'남쪽은 평양냉면이 비싸지 않습니까? 여기는 평양에서 온 요리사들이

직접 조리한 진짜 평양냉면입니다, 우리 냉면 먹으러 또 오십시오'

 

라고 응대해줘서 정말 알겠다고 대답할 뻔(...ㅋㅋ)

 

...실제 여행 중 혼자서라도 한 번 더 냉면 먹으러 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행히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다만 이 식당이 숙소 근처에 있었더라면 진지하게 고민해봤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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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2023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시민이 해외에 가서

북한 식당을 이용하는 건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님.

 

유튜브를 봐도 대한민국 사람들이 북한 식당에 가서 북한 종업원과 대화 나누는 영상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고

실제 매장 방문했을 때도 방문 손님의 다수가 대한민국 관광객이었다. 근데 관광객의 종류가 진짜 다양하긴 하더라.

우리같은 친구끼리 온 관광객들도 있었고(우리 뒤에 남자 세 명은 대한민국에서 온 대학생들로 보였음)

연인,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부도 있었음. 직원이 아이들 보고 예쁘다고 이야기도 해 주던데 이런 모습을 보면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조차도 정치적 요소를 제외하면 일반 사람들 사는 건 다 똑같구나... 라는 게 느껴진다.

 

= Continue =

 

2023. 9. 28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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