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12)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부산출장편! 맵지 않아도 맛있는 오륙도 낙지볶음(부산 대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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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후로 한일관계가 극도로 냉각되어 양국간의 사이가 매우 악화되었지만,
그 와중에도 소수의 문화 교류는 진행중이고, 냉각된 한일관계와 무관하게 지금도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컨텐츠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본에서 방영되어 8기까지 나온 만화 원작의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라는 작품인데요,
예전,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가 '한국 출장편' 을 방영하면서 서울 보광동의 종점숯불갈비와 전주의 토방이라는 식당을 방문하여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한국 출장편이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이번 고독한 미식가의 무대는 바로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오륙도 낙지볶음' 은 고독한 미식가 '한국 부산출장편' 에 소개된 식당으로
드라마 8기 '그믐 스페셜' 편에 등장했습니다.
매장 입구에 아예 '고독한 미식가 부산출장' 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네요 ㅋㅋ
주인 사장 내외와 이노카시라 고로를 연기한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 가 함께 찍은 사진이 세워져 있습니다.
시간대를 잘 맞춰 방문했는지 밥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엄청 줄 서서 들어가야 했던 보광동 종점숯불갈비와 달리 여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좋습니다.
메뉴판을 찍긴... 했는데, 이 쪽은 산낙지 전골이라 가격대가 꽤 높은 편.
일반 메뉴판에 있는 낙지볶음 가격은 7,000원부터 시작합니다. 저희가 선택한 건 낙곱새(낙지+곱창+새우) 볶음으로 1인 8,500원.
기본 식기 세팅. 이제 물수건은 필수.
낙곱새가 나오기 전, 기본 반찬이 먼저 깔렸습니다. 총 다섯 가지 반찬이 나오는군요.
부산에서 돼지국밥 먹을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부추무침(정구지 무침)
이게 아마 천사채 샐러드였나... 여튼 오래간만에 보는 반찬이군요.
삶은 콩나물이 나오는데, 이건 간이 거의 안 되어있어 그냥 먹으라는 게 아니라 낙지에 넣어먹으라는 뜻인듯.
젓갈이 많이 들어가 간이 좀 강하게 된 배추김치.
마지막으로 물김치가 같이 나왔습니다.
국물은 콩나물국이 나왔는데요, 간이 꽤 약하게 되어 그냥 '콩나물국이구나...' 싶은 느낌.
아쉽게도 딱히 반찬에서는 뭔가 대단하다는 감흥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매장 안에 계란후라이 셀프 코너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부분입니다.
가스 버너 두 개와 함께 후라이팬, 그리고 계란 판이 비치되어 있는데요,
마침 운 좋게(?) 계란이 딱 두 개만 남아있는 상태라 인원수에 맞춰 부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계란은 '무한리필' 서비스가 아닙니다. 꼭 인당 하나씩만 부쳐달라는 당부 문구가 적혀 있네요.
매장에서 부탁한 건 가급적 지키고 뒷사람을 위해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
계란 두 개를 한데 깨서 달궈진 후라이팬에 부치는 중.
노른자 한 개는 껍질 깨는 도중 깨져버렸네요.
계란을 부쳐왔습니다.
집에서는 그리 자주 먹는 게 아니라지만, 이런 데서 먹는 계란은 또 특별한 맛.
밥은 냉면 그릇에 담긴 대접밥으로 제공됩니다. 낙지볶음을 그릇에 넣고 함께 비벼먹으라는 용도.
뚜껑이 덮인 낙곱새 냄비가 도착했는데요, 냄비 아래 가스불을 켠 뒤 익히기 시작하면 됩니다.
낙곱새를 끓이기 전 살짝 뚜껑을 열어 한 컷. 사진의 양은 2인분(1인 8,500원)입니다.
어느 정도 조리가 된 상태로 나오는 게 아니라 아예 조리가 안 된 상태로 제공됩니다.
낙지는 바닥에 깔려있는 듯 하고 위에 곱창 몇 조각이 얹어진 게 보이는군요. 그리고 당면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냄비 뚜껑을 덮은 뒤 부글부글 끓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넘치는 걸 막기 위해서인지 뚜껑을 완전히 닫지 않고 살짝 열어놓더군요.
보글보글 끓으면서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국자로 건져먹으면 됩니다. 국물도 아주 맛있게 잘 졸아든 것 같군요.
은근히 서울 천호동에서 종종 먹는 쭈꾸미랑 비슷해보이긴 하지만, 그보다 국물이 좀 더 자작하고 건더기가 자잘한 편.
다 익은 낙곱새는 한 국자 적당히 떠서 밥이 담겨있는 그릇에 담아먹으면 됩니다.
각종 야채와 함께 낙지, 그리고 곱창이 함께 건져올려지는군요.
밥 위에 다 익은 낙곱새를 눈대중으로 적당량 올려놓고...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김가루를 밥 위에 적당히 뿌린 뒤 취향에 따라 쓱쓱 비벼먹으면 됩니다.
김가루는 듬뿍 넣을수록 좋아요.
새우는 대하 등의 큰 새우가 아닌 칵테일 새우를 사용하는데요, 알갱이는 작지만 양은 넉넉하게 들어있습니다.
낙곱새의 세 가지 재료인 새우, 곱창, 낙지를 한 번에 집어 한 입.
상당히 매워 보이는 전골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맵지 않으면서도 얼큰한 양념과 듬뿍 넣은 양파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이 정도면 일본인인 마츠시게 유타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만한 매운맛!
낙지를 조금 맛본 후 이거다 싶어 바로 밥과 함께 쓱쓱 비벼 즉석 낙지비빔밥을 만들었습니다.
반찬으로 나온 부추도 적당량 덜어내어 함께 비비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매워 보이지만 아주 맵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즉석 낙곱새 비빔밥.
밥과 전골을 따로 먹는것보다 이렇게 한데 넣고 비벼먹는 게 몇 배는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꼭 이렇게 드시길 바랍니다.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쓱싹 비웠습니다. 진짜 맛있게 먹었어요.
하지만 아직 냄비에 낙곱새 전골이 좀 남아있고, 국물도 어느 정도 졸아들었는데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드라마에서도 나온 '고로의 선택!' - 우동사리(2,000원) 투입이 아직 남았기 때문입니다.
우동사리를 넣어먹기 위해 일부러 낙지를 조금 남겨놓았습니다.
보통 이런 전골을 먹고 나면 마지막으로 밥을 볶아먹는 게 일반적인 순서인데,
이미 대접에 낙곱새를 담아 아주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어먹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밥을 더 볶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는 우동면을 따로 넣은 뒤 볶음 우동을 만들어 마무리를 하면 좋은데요,
국물이 꽤 졸아들었기 때문에 우동 사리를 시키면 면을 넣어주면서 육수도 조금 더 넣어줍니다. 이 상태로 좀 더 끓이면 됩니다.
국물이 다시 졸아들면서 우동면이 약간 볶음에 가깝게끔 잘 익은 뒤 면을 건져먹으면 됩니다.
두 명 기준으로 우동은 하나만 시켜 나눠먹어도 양이 충분합니다.
비빔밥도 맛있지만 육수를 듬뿍 머금어 볶음우동처럼 조리된 면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꽤 괜찮네요.
비빔밥에 비해 간이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깔끔하게 식사를 마무리하는 데 제격이었습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이노카시라 고로가 아주 맛있게 먹는데, 어쩌면 라면이나 당면 같은 사리가 아닌 일본 사람에게도 친숙한
우동 사리를 넣어먹는 거라 더 맛있게 먹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먹은 건 어디까지나 드라마에 나온 코스를 따라간 것 뿐이지, 취향에 따라 라면이나 당면을 주문해 먹어도 충분히 좋습니다.
부산에 내려와서 낙지를 먹어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부산에서의 첫 낙지는 성공.
부산에는 원래 '조방낙지' 라는 낙지집이 유명하다고 하고, 이 가게 바로 옆에 그 조방낙지가 있습니다.
그 곳의 낙지를 먹어보지 않아 어떤 차이가 있다고 비교할 순 없지만, 여기 낙지볶음, 맵지 않으면서도 또 아주 맛있었어요.
계란후라이와 함께 전골을 먼저 즐기고, 비빔밥으로도 만들어 먹고 마지막으로 면사리까지 넣어 먹으면
아주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고, 또 술을 시켜서 반주로 즐기기에도 아주 훌륭한 안주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장 안에도 고독한 미식가 부산출장편 드라마 스크린샷...ㅋㅋㅋ
저 아저씨 보면 참 한국 음식도 정말 맛있게 드시고 또 한국에 대해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호감을 보이시던데
어쩌면 그 호감스런 모습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 가는 한일 관계 속에서도
고독한 미식가는 예외다, 이 분만큼은 건드리면 안 된다 - 라는 소위 '까방권' 을 획득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오륙도 낙지볶음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대연역 3번출구 하차 후 사거리에서 남쪽으로 직진, 마당쇠갈비 골목에서 좌회전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2968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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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2020. 5. 2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