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15) 칙칙폭폭~ 기차가 배달해주는 맛있는 카레 한 그릇, 에끼카레(えきカーレ 대연동 못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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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 식사를 하러 대연역의 못골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번에 꽤 재미있는 가게를 갔어요.
못골시장 입구 근방에 위치한 가게 이름은 '에끼카레' 로 카레 전문점입니다.
간판에 작게 '재패니즈 커리' 라 써 있는 걸 보니 일본식 카레 전문점인 듯 합니다.
가게 출입구에 세워져 있는 배너. 대표 메뉴 사진과 함께 가격이 적혀 있습니다.
가격은 5,500원부터 8,500원까지. 카레 전문점 치고 나쁘지 않은 가격.
뭐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카레집입니다. 아비꼬 체인을 비롯하여 이런 컨셉의 카레집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거니까요.
문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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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현관에 철도건널목 신호등...??
....왜 여기 경의선 통일호 행선판이??
지금 저 임진강 - 서울 구간은 완전히 전철화되어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에 편입되었지요. 그러니까 엄청 오래된 행선판.
...게다가 이건 서울-나주 무궁화호 행선판? 대체 여기 뭐 하는 데지?!
1층의 철도신호등부터 열차 행선판까지...
수많은 물음표를 가진 채 2층으로 올라오면 '에끼카레' 입구가 나옵니다.
2층까지 올라올 때 가졌던 물음표보다 더 많은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매장 내부.
어... 저 안이 주방인 건 맞는 것 같은데, 주방 앞에 저 선로랑 열차는 뭐옄ㅋㅋㅋㅋ
테이블 바로 옆에 붙어있는 뭔가 이상한 것의 정체는 바로 '철도 모형' 입니다.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장식으로 갖다놓은 게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철도 모형이에요...ㅋㅋㅋ
이 열차 모형과 선로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에 대해선 포스팅 중반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ㅋㅋㅋ
매장 안쪽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 및 에끼카레에 대한 소개.
'진지한 궁서체' 로 '주인장, 에끼카레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라는 문구에서 카레에 엄청 신경쓴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레는 기본 에끼카레(5,500원)을 시작으로 위에 어떤 토핑이 올라가느냐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있는데요,
당연하겠지만 기본 카레 고른 뒤 토핑을 따로 추가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토핑이 있는 카레를 주문하는 게 가격이 조금 더 쌉니다.
매장 한 쪽에 셀프 바가 있어 반찬이라든가 샐러드, 우동국물 등을 직접 가져다먹을 수 있습니다.
정수기도 설치되어 있어요. 물은 셀프 서비스.
창가 쪽, 중앙 쪽, 그리고 매장 내부 벽 쪽에 총 세 개의 선로가 놓여져 있는데요,
세 개의 선로 옆엔 마치 역사 승강장처럼 테이블이 붙어있고 선로는 전부 매장 중앙의 주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테이블마다 붙어있는 번호도 무궁화호 객차에서 떼어낸 것...ㅋㅋㅋ
대체 이런 건 어디서 구한거여...
게다가 모든 테이블에는 테이블마다 우리나라의 각 도시 지명이 적혀 있습니다.
저희가 앉은 테이블은 '신의주' 테이블이네요. 물컵은 각 테이블마다 일정 수량씩 기본 비치되어 있습니다.
제 바로 뒷 테이블은 '개성'
음... 이 쪽은 경의선(북한 기준 평부선) 선로를 재현한 건가... 아니 이렇게 해석하는 건 너무 나간건가.
창가 쪽에 붙어있는 '에끼카레' 상호가 새겨진 블라인드.
아무래도 여기서 말하는 '에끼' 는 일본어의 '역(驛)' 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기차역, 전철역 할 때의 그 역 말이죠.
기본 식기를 세팅했습니다.
셀프 바에서 직접 가져온 채썬 파와 초생강.
파는 국물 혹은 카레에 넣어먹는 용도로 가져왔습니다.
반찬으로는 배추김치, 그리고 고춧가루에 버무린 단무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채썬 양배추가 있어 이것도 샐러드볼에 조금 담아왔습니다.
셀프 서비스이기 때문에 양배추 좋아하시는 분들은 꽤 괜찮을 듯.
튀김가루와 파를 담은 우동국물.
우동국물은 온수통에 비치되어 있고 전용 그릇이 있어 담아오면 됩니다.
이 곳의 모든 음식은 직원이 직접 서빙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차 모형이 배달을 해 줍니다.
음식이 나오면 주방에서 음악과 함께 열차가 서서히 움직이는데요, 기관차 바로 뒤에 카레 담긴 접시가 줄줄이 따라오는 모습.
ㅇㅇ
이런 식으로 음식이 서빙됩니다.
다들 카레접시 실은 열차가 테이블을 향해 달리는 것이 신기해서 동영상 촬영중...ㅋㅋㅋ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에 도착하면 열차가 서서히 멈추는데요,
열차가 테이블 앞에서 자동으로 멈추기 때문에 열차가 완전히 섰을 때 음식을 꺼내면 됩니다.
그리고 음식을 다 꺼낸 뒤 테이블 앞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다시 열차가 주방으로 되돌아갑니다.
다시 주방을 향해 되돌아가는 열차의 영상을 찍어 보았습니다.
우리가 먹을 카레를 실어날랐던 열차.
화물열차처럼 선두부에 발전차가 있고 그 뒤에 납작한 객차가 연결되어 있는데 최대 3그릇까지 실을 수 있습니다.
같이 간 일행이 시킨 고로케를 토핑으로 얹은 '야끼스페셜(9,500원)'
'구운 카레' 라는 의미의 야끼카레는 일본 키타큐슈의 모지코 지방에서 유명한 카레라고 합니다. 현지에서 먹어본 적 있었지요.
제가 주문한 카레는 '고로케 카레(6,500원)에 마늘 후레이크(500원) 추가'
카레와 함께 국물, 반찬, 샐러드를 전부 세팅한 뒤 전체샷을 한 컷.
마늘 후레이크와 대파 옵션은 아비꼬 카레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패턴.
마늘 후레이크는 별도 추가를 했고, 대파는 셀프 바에 있는걸 가져왔습니다. 고로케와 계란후라이는 기본 옵션.
계란후라이는 반숙으로 동그랗게 부쳐져 나옵니다. 계란 아래 깔린 밥은 강황 넣은 밥.
갓 튀긴 동글동글한 고로케 한 개.
저는 카레에는 흔히 많이 올리는 토핑인 돈까스보다 고로케가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
마늘 후레이크는 아비꼬 카레에서 쓰는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씨리얼처럼 바삭하게 튀겨져나오고 튀기는 과정에서 매운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과자처럼 집어먹어도 좋고요.
밥과 카레를 따로따로 먹는 것도 좋지만, 역시 저는 이렇게 한 번에 싹 비벼서 먹는 게 더 좋습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카레 양이 넉넉한 편이라 퍽퍽하게 느껴지지 않아 좋네요.
카레의 단맛이 꽤 강한 편인데요, 대체적으로 일본식 카레가 단맛이 강한 편이라고는 해도
다른 일본 카레에 비해 그 단맛의 정도가 더 셉니다.
다만 이 단맛이 인공적으로 설탕을 넣어 만든 단맛이 아닌 양파를 오랜 시간 끓이면서 만든 양파에서 나온 자연스런 단맛이라는데
양파만으로 단맛을 이 정도가지 끄집어낸다니, 얼마나 정성들여 끓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 카레도 상당히 진한 편입니다.
같이 나오는 고로케는 감자 고로케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포실포실하게 씹히는 식감이 만족.
사실 감자 으깨서 만든 고로케는 엥간해서는 거의 다 맛있는 법이니까요. 카레 소스를 살짝 끼얹어 함께 먹으면 좋습니다.
꽤 만족스럽게 먹었던 에끼카레의 고로케 카레.
열차로 음식을 서빙해주는 재미있는 컨셉도 좋았지만, 기본적인 맛도 충분히 받쳐주는 식당이었습니다.
꼭 재미있는 컨셉 때문이 아니라 그냥 카레에 대한 맛만 놓고 보더라도 가 볼만한 가치가 있었던 곳.
......같이 만난 동생에게 재미있는 인쇄물을 하나 받았네요.
어째서 JR동일본이며 아래의 서체는 양재샤넬체, 거기다가 코팅까지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넘어가고(...)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대연역 앞 사거리에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 에끼카레 찾아가는 길 : 부산 2호선 대연역 6번출구 하차 후 직진, 대연동지에닌주상복합아파트에서 우회전, 못골골목시장 내 위치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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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2020. 5. 29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