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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0.04~05 경상

2020.6.7. (21) 언젠간 사라지겠지만, 있는 동안만큼은 절대 잃고싶지 않은 감성, 달라스햄버거(경북 의성) / 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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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21) 언젠간 사라지겠지만, 있는 동안만큼은 절대 잃고싶지 않은 감성, 달라스햄버거(경북 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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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에 가면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가게가 있었습니다. 바로 '달라스 햄버거'

 

의성 시내에 있는 '햄버거 샵 - 달라스 햄버거' 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 초까지 대한민국에 있던 햄버거 체인으로

웬디스나 하디스 같은 해외에서 들어온 브랜드가 아닌 순수 우리 브랜드 체인입니다.

당시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등의 패스트푸드가 구석구석 들어오지 않았단 지방을 중심으로 퍼졌던 패스트푸드 햄버거 체인이었지요.

 

그러나 대형 패스트푸드의 지방 진출로 인해 달라스 햄버거는 경쟁력을 조금씩 잃어버리기 시작하면서

본사는 체인 사업을 접게 되고, 그나마 남은 가게들은 체인이 아닌 '달라스' 란 이름만 남긴 개인 가게로 영업을 하다 하나둘 폐업.

지금은 전국에 단 다섯 군데의 매장만 남아있습니다. (이천, 단양, 보령, 의성, 봉화)

 

그 중 가장 유명한 매장은 바로 이 경북 의성군에 위치한 '달라스 햄버거 의성점!'

사실 말이 의성점이지 이미 예저녁에 체인 사업은 공중분해된 지 오래라 지금은 달라스란 이름을 달고 있는 개인 매장입니다.

다만 예전 체인상버을 하던 시절의 '달라스' 로고, 그리고 간판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

 

 

매장 입구 또한 햄버거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허름한데요,

시골의 백반집 출입문을 보는 듯한 느낌.

 

 

'영업중(OPEN)' 이라는 푯말이 아주 반갑게 느껴지는 출입문.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사태로 '당분간 포장만 합니다' 라는 안내 문구가 영업 푯말 오른쪽에 손글씨로 붙어 있습니다.

매장 들어올 땐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들어와달라는 당부도 적혀 있네요.

 

 

매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달라스 햄버거는 마스크를 낀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창 달라스 브랜드가 잘 나가던 시절인 8~90년도에는 주인 할머니도 훨씬 젊은 분이셨겠지요.

 

다만 지금이 전성기의 인기를 전부 잃어버린 쇠락한 가게냐고 물으면 절대 NO.

오래 전 추억의 햄버거 '달라스' 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레트로 햄버거집이라는 소문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전국에서 이 햄버거를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지금은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매장 내부는 참...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면 낡고 너저분하게밖에 안 보이겠지만,

옛날 90년대 동네 햄버거집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무도 그리운 모습.

 

 

아마 음식 재료들이 보관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스크림 냉장고와 함께

소년챔프 잡지가 꽂힌 책장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만화는 대다수 웹툰으로 보고 극소수 매니아만 단행본으로 구매해 보겠지만, 8~90년대만 해도

매주 한 권씩 나오는 아이큐점프라든가 소년챔프 등의 만화잡지를 1,500원~2,000원 주고 사서 친구랑 돌려보던 시절이었습니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 취급하는 메뉴는 햄버거, 그리고 식사 메뉴로 돈까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이드 메뉴로는 포테이토(감자튀김), 그리고 음료로는 쥬스와 우유, 그리고 콜라, 사이다가 있습니다.

따로 세트 메뉴가 존재하진 않고 그냥 햄버거에 포테이토, 콜라를 더하면 세트 메뉴가 만들어지는 셈.

 

여기 돈까스가 다른 분 블로그에서 봤을 때 엄청 비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쉽게도 이미 식사를 하고 온 터라...^^;;

 

 

거울로 만들어진 테이블 벽에 붙어있는 달라스 캐릭터.

옛날 연예인 브로마이드라든가 스티커사진 등이 붙어있는 모습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색이 바래있는 이 캐릭터는 얼마나 오랜 시간 이 곳에 붙어 있던 것일련지...

 

 

아무래도 할머니 혼자 하시는 곳이다보니 음식을 먹는 모든 과정은 전부 셀프 서비스입니다.

셀프서비스 뒤에 명조체로 써 있는 '금연' 이라는 문구가 좀 인상적이네요.

 

 

유리판을 끼운 테이블에 수많은 사람들의 방문 인증 증 소감이 적힌 메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래 된 메모도 있지만 2020년에 방문한, 붙은 지 얼마 안 된 메모들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이 왜 '추억의 햄버거집' 으로 사람들에게 유명해지면서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가게인지 알 수 있는 부분.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면서 입가에 웃음이 잔잔히 번지는 후기로군요.

그냥 방문한 손님이 읽어도 좋은데, 몇십 년간 매장 운영하는 할머니는 이런 거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얼마나 흐뭇하실지.

 

 

매장에서 먹고갈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포장해가서 먹으면 되니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햄버거를 주문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냉동되어 있는 패티를 불판 위에 올려놓고 굽기 시작합니다.

주문을 받으면 그 때부터 패티를 굽기 시작하니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 느긋하게 실내 구경하면서 기다리면 됩니다.

 

 

다 만들어진 햄버거는 볼펜으로 포장에 제품명을 써서 손님에게 제공됩니다.

왼쪽은 '에그 햄버거', 그리고 오른쪽은 '불고기 햄버거'

 

 

바로 먹을 수 없었기에 햄버거는 종일 들고 다니다가(^^;;) 결국 호텔 돌아온 뒤에야 꺼낼 수 있었습니다.

봉지에서 꺼낸 '아메리칸 스타일' 이라 프린팅된 전용 포장지에 들은 '에그 햄버거(3,000원)' 와 같이 넣어준 티슈.

 

할머니께서 연세가 있으셔서 조금 깜빡깜빡하실 때가 있는 듯. 주문 미스가 살짝 발생했는데요,

제가 처음에 주문한 건 3,500원짜리 '에그 치즈 햄버거' 였는데, 포장이 되어 나온 건 3,000원짜리 '에그 햄버거' 였네요.

혹시 계산이 잘못되었나 보니 계산은 또 3,000원짜리 에그 햄버거로 계산된 것을 보니

그냥 에그 치즈를 주문했는데 에그 햄버거로 잘못 알아들으신 듯 합니다. 다른 것들과 함께 모아 계산하다보니 저도 발견못한 부분.

 

뭐,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ㅋㅋ 헷갈릴 수도 있는 거니까요.

 

 

장미꽃 그림과 함께 '감사합니다' 라는 글씨가 새겨진 스탬프... 아 이거 너무 좋네요 ㅋㅋㅋ

티슈는 그냥 평범한 식당 비치용 티슈인데, 티슈 하나하나에 직접 손으로 스탬프를 찍으시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선명하게 '에그' 라고 써 있는 햄버거.

모든 포장지는 동일한 포장지를 쓰기 때문에 볼펜 글씨로 제품을 구분합니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들고 다니던 제품이다보니 안에 들은 햄버거 모양이 좀 흐트러졌습니다.

사실 매장에서 바로 먹으면서 갓 만들어진 햄버거의 온전한 모양을 남기고 싶었는데, 이 점은 조금 아쉽네요...^^;;

 

 

햄버거 번(빵) 사이에 고기 패티와 계란후라이 - 계란후라이도 예쁜 모양이 아닌 투박하게 부친 계란부침 감성.

그리고 그 위에 마요네즈에 버무린 양배추 샐러드와 어슷하게 썰은 오이, 케찹을 뿌려 마무리한

정말 지금의 트렌드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딱 8~90년대 햄버거 전문점, 혹은 제과점 햄버거 감성의 그리운 외형입니다.

 

 

옛날 우리나라 햄버거 특징이라면 오이피클 대신 저렇게 어슷하게 썬 생 오이가 통째로 들어간다는 점인데요,

오이를 잘 먹지 못하는 분들께는 다소 죄송한 이야기입니다만, 이게 옛날 햄버거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케첩과 마요네즈가 주 소스를 이루고 있는 새콤하면서도 고소하고 담백한 계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알찬 햄버거!

지금이야 햄버거 전문점이 많아지고 또 퀄리티좋은 수제버거를 파는 집도 늘어나 그에 비하면 보잘것없이 보일수밖에 없지만

추억의 감성을 듬뿍 머금은 - 주말에 부모님이 집에서 만들어준 듯한 정성이 들어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 햄버거는

맛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귀중한 이 시대의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맛.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는데 접근성이 너무 나빠 망설이던 집이었는데,

이렇게 소원을 풀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 달라스햄버거 의성점 찾아가는 길 : 의성역 하차 후 역전 사거리에서 1시방향 군청길로 쭉 이동, 농협 맞은편 위치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5571569

 

달라스햄버거 : 네이버

리뷰 93 · 매일 12:30 - 19:30

st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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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2020. 6. 7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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