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NS를 통해 알게 된 천호동의 '대성반점(대성원)' 이라는 중화요리 전문점을 다녀왔습니다.
여기 간짜장이 그렇게 옛날 방식의 맛있는 간짜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간판에서 보면 알겠지만 이 자리에서 굉장히 오래 장사했다는 걸 반증하듯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막 엄청 유명하고 화려한 집이 아닌 그냥 모르면 지나치기 쉬운 오래 된 동네 중화요리 전문점 분위기.
먹고갈 수 있는 실내 홀.
식당 공간과 생활 살림살이들이 한데 섞인 오랜 세월의 연식이 만들어낸 조금은 정리 안 된 듯한 분위기.
아주머니 한 분께서 맞이해 주셨는데 연세에 비해 굉장히 살갑고 친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먹는 내내 손님들이 오가는데 손님들 역시 거의 대부분 오랫동안 다녔던 단골손님들 같은 느낌이었고요.
메뉴판을 한 컷.
요리 메뉴는 딱 네 가지만 존재해요. 상당히 심플한 구성. 그리고 지금 안 건데 특이하게도 여긴 군만두가 없네요.
여튼 이 집은 간짜장이 유명하다고 하여 간짜장, 그리고 볶음밥과 탕수육 작은 걸 주문했습니다. 2인 기준.
테이블에 놓여 있는 기본 양념통. 간장, 고춧가루, 식초.
작은 플라스틱 앞접시가 하나 나왔습니다.
가게 간판은 '대성반점' 이라 써 있는데 이 접시엔 '대성원' 이라 써 있네요. 일단 상호명은 대성반점이라 등록되어 있어요.
기본 식기 준비. 저 수저 감싼 종이는 진짜 오래간만에 보네요.
기본찬은 단무지와 양파, 춘장만 제공됩니다. 그리고 테이블에 있는 간장과 고춧가루 풀어서 종지 하나 만들어놓고...
'탕수육(소-15,000원)' 등장.
소 사이즈답게 양은 둘이서 식사 각자 하나씩 시켜놓고 나눠먹기 좋은 양. 사실 가격에 비해 좀 적은감이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위에 올라간 야채 고명을 보니... 진짜 여기 옛날 탕수육 느낌 잘 살아있다는 게 전해지더라고요. 저 완두콩이라니...
맛은 케첩 계열이 아닌 달짝지근한 소스가 너무 끈적거리지 않는 진짜 옛날 중화요리 탕수육의 맛.
고기튀김도 바삭바삭함보다는 약간 폭신폭신함인데 소스를 금방 머금어 굉장히 촉촉하게 씹힙니다. 맛이 좋긴 한데
조금 더 자극적이고 쫄깃바삭한 요새 스타일의 찹쌀탕수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약간 심심할 수도 있겠습니다.
딱 옛날 중화요리 전문점의 탕수육이 그립고 익숙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맛. 저는 맛있게 잘 먹었어요.
함께 간 친구의 '볶음밥(8,000원)'. 계란후라이 하나 얹어 내어주는 걸 보니 이건 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ㅋㅋ
짜장 소스도 같이 담겨나왔습니다. 친구 말로는 꽤 괜찮았다고 하던... 제가 먹어보지 않아 판단하긴 좀 어렵습니다.
'간짜장(7,500원)' 도 도착했는데요, 완두콩을 몇 알 얹어 마무리한 면은 일반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나오는 면보다
훨씬 가늘고 곧게 뽑아져 있습니다. 되게 다소곳하게 그릇에 면이 얹어져 있어요.
따로 담겨나온 간짜장 소스는 살짝 물기가 있는 편. 재료를 아주 잘게 썰어 볶아낸 것이 특징.
재료를 일부러 큼직큼직하게 썰어 비주얼적인 화려함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긴 한데 여긴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면 위에 짜장 소스를 얹어서...
간짜장 소스에 물기가 다소 있는 편이라 잘 상당히 쉽게 잘 비벼집니다. 면이 가늘어 그런것도 있는 듯 해요.
처음에 양이 그럭저럭... 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소스 뿌려 비벼놓고 나니 기본임에도 양이 꽤 많은게 느껴지더군요.
단맛이 적고 춘장 고유의 고소한 맛을 최대한 끌어올린 전형적인 옛날식 간짜장의 맛.
달짝지근하고 자극적인 지금의 짜장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맛인데 이 고소함이
또다른 매력이라 먹어도 질리거나 위가 부담스럽지 않고 후루룩 계속 넘어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맛있는 짜장면입니다.
면을 가늘게 뽑아 더 먹기 편한 것도 있어요. 재료를 잘게 썰긴 했는데 야채, 고기 등의 재료의 질감도 잘 살아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좀 짜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는 간짜장 소스 양을 좀 조절하면 됩니다. 저는 특별히 짜다고 못 느꼈습니다.
아마 단맛이 거의 없이 순수하게 고소한 춘장의 맛을 살려낸 거라 짜게 느끼는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의 달콤하고 자극적인 짜장면, 탕수육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맛이겠지만
고소한 춘장 본연의 맛을 살린 달지 않은 짜장, 거기에 소스가 듬뿍 배어들어 폭신한 식감의 탕수육을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굉장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리였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저지만 이것만큼은 꽤 마음에 들었어요.
어쩌면 이런 중화요리는 이렇게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중한 유산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요.
이 맛을 계속 유지하면서 앞으로도 언제든지 즐길 수 있게 쭉 이어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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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반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8호선 암사역 2번출구 하차, 서울 강동구 천중로15길 37(천호동 312-15)
2024. 6. 2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