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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외식)/중식

2020.7.30. 태화각(인천 만수동) / 11,000원에 탕수육에 곱배기 짜장면까지! 시간이 멈춘듯한 분위기의 숨겨진 중화요리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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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로도 접근이 좀 어려운 인천 만수동.

그나마 인천 2호선 만수역이 가장 가깝다지만, 그 가까운 만수역에서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이 곳에

동네 사람들이라면 아주 잘 아는 낡은 중화요리 전문점 하나가 있다고 합니다. 중화요릿집 이름은 '태화각' 이라고 하고요.

 

8~90년대 시골 읍내에 있을법한 낡은 분위기의 이 중화요릿집이 나름 사람들에게 유명해진 이유는

'탕수육을 주문하면 짜장면을 한 그릇 서비스로 주는' 것때문인데요,

평소 여기를 꼭 가 보고 싶다고 귀에 환청이 생길 정도로 노래를 불렀던 모 애기아버지(...)와 함께 작정하고 가 보자! 약속하여

주말에 차 타고 무작정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대중교통으론 도저히 답 안 나오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요.

 

사람들 이야기로 가게 셔터는 항상 1/3씩 내려가 있다는데,

셔터 앞에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으면 정상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토바이가 없으면 영업이 끝났다는 뜻.

대략 오후 여섯시쯤 도착해서 좀 불안했지만, 다행히 세이프. 하지만 가려면 좀 더 일찍 가시길. 저희가 마지막 손님이었으니까요.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홀이 펼쳐져 있는 게 아니라 시골 창고같은 공간이 먼저 나옵니다.

오래 된 낡은 중화요릿집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공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지라 조금 당황.

 

 

밀가루와 고구마전분, 그리고 설탕 포대가 쌓여있는 선반.

 

 

그리고 그 아래는 양파 자루를 보관하는 창고인 듯 합니다.

보통 이런 식재료 창고는 매장 안쪽에 있는 법인데, 이 가게는 특이하게도 홀로 들어가기 전에 창고가 있네요.

 

 

오른쪽 창문 안쪽이 주방. 주방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계신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밖으로 나오지 않아 얼굴을 보지 못했고 할아버지 한 분이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래 된 브라운관 TV와 에어컨 없는 낡은 홀, 그리고 그 중앙에 선풍기 한 대.

 

 

주방 오른편엔 뭔가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용하는 잡동사니들도 적당히 쌓여있고

아무리 좋게 말해도 위생적이거나 깔끔한 분위기는 절대 아닙니다. 혹여라도 그런 것에 민감하다면 방문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고 이런 오래 된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 방문하셔도 문제는 되지 않을 듯 해요.

 

뭐랄까... 진짜 몇십 년 된 식당을 보는 느낌이군요. 2020년대에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성이랄까...ㅋㅋ

 

 

벽에 붙어있는 굉장히 낡은 메뉴판.

식사류도 다양하고 요리도 나름 여러 가지를 취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판매하는 메뉴는 가격이 표기되어 있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 탕수육 - 네 가지가 전부입니다.

 

옛날엔 판매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 모든 요리를 다 하지 못하고 저것만 판매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

그런데 가격이 정말 저렴해요. 짜장면 3,000원, 짬뽕 4,000원, 볶음밥 5,000원, 거기에 탕수육은 11,000원입니다.

 

 

반신반의(?) 하며 탕수육을 하나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반찬이라든가 식기류, 물 등은 전부 셀프 서비스로 직접 가져다 놓아야 합니다.

 

종이컵에 담긴 물, 그리고 앞접시와 젓가락. 젓가락도 막 가져오니 또 짝짝이...^^;;

 

 

고춧가루를 살짝 뿌린 간장, 그리고 단무지와 춘장.

춘장과 단무지를 왜 이렇게 못나게 담았냐하면, 같이 간 아기 아버지가 담아왔기 때문입니다(고자질).

 

단무지같은 경우는 더운 여름에 상온에 놓아서 차갑지 않은데, 그래서인지 쉽게 젓가락이 가진 않더라고요.

 

 

조금 기다리다보니 음식이 나왔습니다.

주방에서 주인 할아버지가 느릿느릿 먼저 탕수육을 갖다주고, 그 다음에 짜장면, 그리고 짬뽕 국물을 순으로 갖다 주셨어요.

그러니까 음... 이게 탕수육 단품(11,000원) 하나 주문했을 때 함께 나오는 세트입니다.

 

 

왼쪽의 탕수육을 주문하면 오른쪽의 짜장면 한 그릇이 서비스로 나옵니다.

보통 세 명이나 네 명 정도가 방문할 땐 탕수육 단품 하나 시켜서 볶음밥을 추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는군요.

저는 이번에 갔을 때 따로 시키지 못했지만, 볶음밥을 주문했을 때 나오는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참고로 이 날은 애초에 볶음밥 주문이 불가능했습니다. 밥이 다 떨어져 탕수육과 짜장면만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지요.

 

 

탕수육은 부먹이라든가 찍먹이 아닌 '볶아서' 나온 탕수육으로 제공되는데요, 양이 상당하군요.

사진이 좀 적어보이게(...) 찍혔긴 합니다만, 일반 중화요리 전문점의 중에서 대 사이즈에 필적할 정도의 꽤 많은 양.

거기다 소스를 붓거나 따로 내는 게 아닌 볶아서 내 온 거라 탕수육 튀김에 소스가 잘 스며들었습니다.

 

 

바로 주방에서 조리되어 나온 거라 뜨거운 것은 덤.

소스에 들어간 야채로는 당근, 양파, 대파 등이 있군요. 아무래도 가격이 높지 않으니 들어간 재료는 심플한 편.

 

 

새콤한 케첩 소스 베이스에 달짝지근한 맛이 꽤 강한 탕수육입니다. 옛날 탕수육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

새콤달콤하고 찐득한 양념 맛이 꽤 강해서 조금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듯.

가격이 싸니까 뭐 대충 싸구려겠지... 라고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아서 '어라...?' 하고 좀 놀랐습니다.

 

다만 어느 음식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시간이 지나 식으면 맛이 좀 급격하게 떨어지며 눅눅해지는 것이 있고

전체적으로 소스의 단맛이 꽤 강한 편이라 이 점에서 호불호는 확실히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좋은 쪽이었지만요.

 

 

서비스로 짬뽕 국물이 함께 나오는데요, 짬뽕 국물이라기보다는 뭔가... 김치국 같은 비주얼.

안에 들어간 재료도 양파와 양배추, 그리고 오징어 조금이 전부입니다.

 

 

국물도 좀 일반적인 짬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맛인데,

그냥 탕수육 먹을 때 국물을 같이 먹을 수 있다... 정도 생각하시면 될 듯.

아쉽게도 짬뽕 국물은 제 취향에 맞는 국물은 아니라 굳이 짬뽕은 안 시켜도 괜찮을 것 같다 -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서비스로 나온 '짜장면' 인데요,

양이 일반 중화요릿집 곱배기에 필적할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대략적인 양의 가늠을 위해 옆에 종이컵을 세워놓고 그릇을 측면에서 찍어 보았어요.

짜장면 그릇의 높이가 종이컵의 높이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느 정도 양인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을듯.

 

 

짜장 소스를 살짝 들어내면 그 안에 면이 들어있는데, 넘치지 않게 조심조심 비벼줍니다.

 

 

비벼놓고 나니 진짜 많네(...)

탕수육에 짜장면이 이 정도면 두 명이 함께 나눠먹기도 좀 버거울 것 같습니다.

처음 이 가게 올 때 볶음밥도 한 번 시켜볼까 했는데, 짜장면 나온 거 보고 '볶음밥 안 시키길 잘 했어...' 라며 가슴 쓸어내리는 중.

다른 시간대 방문해도 짜장면이 이 정도 나온다면, 여기에 볶음밥 추가할 경우 네 명이서 나눠먹어야 합니다.

 

 

면을 수타로 뽑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기계로 뽑은 면과 달리 조금 굵고 불규칙한 것이 특징입니다.

 

 

딱 무난한 중화요릿집의 짜장면 맛이에요. 저가형 즉석짜장 전문점의 어딘가 살짝 모자란 맛도 아닌

배달 중화요리에서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입에 짝짝 달라붙은 달짝지근하고 익숙한 짜장면의 맛이라 맛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원래 짜장면이 다 그렇다곤 하지만, 이 짜장면도 기름기가 꽤 많은 편입니다.

갓 나온 뜨거운 상태에서 먹으면 좋지만 식으면 기름기 때문에 급격하게 느끼해지기 때문에 뜨거울 때 빨리 먹어치우는 걸 추천.

 

짜장면도 그렇고 탕수육도 그렇고, 적은 인원이 가서 천천히 먹는 것보다

가능하면 많은 인원이 가서 갓 나온 걸 식기 전에 재빠르게 먹어치우는 게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둘 다 잘 먹는 식성 하면 한때 한끗발 날렸던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탕수육 하나 시켜서 짜장면과 함께 나눠먹었는데, 너무 배불러서 마지막엔 다 먹기 좀 힘들었습니다.

여긴 정말 두 명이서 가는 것도 양이 많아 힘들고 최소 세명, 그게 아니면 네 명이서 가야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곳.

 

태화각은 2020년대 중화요리 전문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싸고 푸짐한 양이 매력적인 가게였습니다.

가게 분위기에서 느껴지겠지만, 깔끔하지도 않고, 세련된 분위기 또한 결코 아닌데다 음식 또한 다소 투박한 편이었지만,

그런 투박한 분위기조차 기묘한 매력으로 다가올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짜장면과 탕수육이 기억에 남는군요.

불친절... 은 아니지만 어딘가 쿨시크하셨던 할아버지 또한 기억에 남고요.

 

 

왠지 여기는 다음에 다른 사람들로 구성해서 한 번 더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만 워낙에 위치가 구려서(...) 쉽게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저희집에서 편도로 두 시간이 넘게 걸리니...

 

방문팁 : 음식 결제는 현금만 가능합니다. 방문하실 분은 현금 준비해가세요.

그리고 영업 끝나는 시각이 빠른 편이니 가급적이면 저녁은 피하고 점심대 방문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휴무일도 정확하지 않아 가급적 허탕치지 않으시려면 일요일 방문은 피하시는 게 좋을지도요.

 

 

※ 태화각 찾아가는 길 : 인천광역시 남동구 만수동 만수태화복합상가아파트, 한국공영아파트 앞 위치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6487826

 

태화각 : 네이버

리뷰 169 · 탕수육 주문하면 짜장면까지 나오는 중국집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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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30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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