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진행되기 전, 비교적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분위기가 지속되었던 지난 7월.
고덕역 근처 주양명가돈까스(ryunan9903.tistory.com/427)를 방문하고 차 한잔 하기 위해 찾았던 카페입니다.
고덕경희대병원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수요일' 이라는 카페로 전통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라는 정보를 들었고,
프랜차이즈 매장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았던지라 그럼 한 번 여길 가볼까? 라며 들어가보게 되었습니다.
카페 수요일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한동안 고덕동 쪽을 찾아올 일이 거의 없어 이런 매장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네요.
매장 출입문 앞에 걸려있는 '수요일' 의 작은 간판.
2층의 가게 입구엔 화분 몇 개를 갖다 놓고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요새 이렇게 매장 앞에 화분 갖다놓고 가꾸는 집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지난 여름휴가 때 다녀온 여수의 게스트하우스, '백 패커스 인 여수' 에서도 느꼈던 감정.
매장 내부가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확연히 다를 정도로 굉장히... 인테리어가 독창적인데요,
차분한 벽돌 외벽에 테이블부터 의자까지 소품들 하나하나가 바로 탄성 나올 정도로 굉장히 클래식한 느낌.
주문 카운터 앞에는 빵이 진열되어 있는 매대가 따로 있습니다.
음료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매장에서 직접 빵도 구워 판매하는 것 같습니다.
콩가루를 듬뿍 뿌린 '참새방앗간(6,000원)' 이라는 빵은 어른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이 생겼습니다.
그 밖에도 전문 빵집만큼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빵들이 꽤 많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음료 주문시 빵을 함께 주문해서 같이 먹을 수 있고 포장해가는 것도 가능.
매장 곳곳에 갖다놓은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가
안 어울리거나 혹은 조악하다는 느낌 없이 매장 전체적인 분위기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는 느낌.
도자기로 만든 각종 찻잔이 담겨 있는 찬장.
그리고 그 위엔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시계 하나가 실제 시각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찬장 위에 진열되어 있는 각종 스노우볼.
책장 위에는 케이스에 집어넣은 레고 블럭와 함께 레고 인형들이 한가득.
최후의 만찬을 레고 블럭으로 재현한 모형까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천장이 상당히 높은 매장은 복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따로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윗층은 다락방같은 공간으로 이 곳에도 차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네요.
다음에 혹시 또 여길 다시 찾아온다면 이 숨겨진 듯한 공간을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겠구나 싶었습니다.
다락층에서 내려다본 카페 내부 전경.
뭐랄까 그냥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여긴 내 취향이다' 라는 느낌을 상당히 강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테이블 바로 옆에 설치된 불을 밝힌 가로등 조명.
다락방 바로 아랫쪽엔 단체 손님을 위한 큰 테이블이 있습니다.
여럿이 찾아 온 팀은 저 다락방 바로 아래에 있는 테이블을 이용하면 될 듯.
이 소파와 원형 테이블은 매장 정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뭐랄까... 존재감이 상당히 압도적이군요(...!!) 가운데 위치한 1인 소파는 상석 같아 보이는 느낌.
테이블 옆 창가에서 키우고 있는 식물 화분.
댕강나무는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산토끼꽃목 인동과의 낙엽활엽 관목으로
관상용으로 많이 활용하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주로 평안남도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식물이라고 하는군요.
자리를 찾아 앉은 뒤 메뉴판을 한 컷.
커피도 있긴 하지만 커피보다는 전통차의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종류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는 편.
그리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차나 음료는 전부 수제로 직접 제조한 걸 판매한다는군요. 십전대보탕이 있다는 게 재미있네요ㅋㅋ
생과일 쥬스와 함께 케이크, 토스트 등의 먹거리, 그리고 빙수류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빙수류의 가격이 생각보다 꽤 저렴한 편. 음료 가격이 다른 카페에 비해 대체적으로 조금 높은 편이긴 해도
음료에 비례하여 빙수 가격이 세지 않아 오, 여기 가격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빙수는 1인 기준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수정과 홍시빙수, 오미자빙수, 복분자빙수 같은 한국적이면서 독특한 메뉴들이 있어 기대감이 꽤 큽니다.
일행이 주문한 피자두 쥬스(7,000원).
꽤 크고 독특하게 생긴 컵에 살얼음이 낀 쥬스가 한 컵 가득.
저는 빙수를 주문했는데요, 제가 주문한 빙수는 베스트 메뉴라고 하는 '수정과 홍시빙수(6,500원)' 입니다.
음료를 비롯한 모든 메뉴는 나무로 만든 1인 쟁반 위에 정갈하게 얹어져 제공됩니다.
빙수 비주얼이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1인 기준 빙수라 양이 많은 편은 아닌데, 금색 놋그릇에 담겨져 나온 모양새가 상당히 정갈해 보입니다.
놋그릇 안에 수정과를 얼린 얼음, 그리고 한 입 크기로 먹기좋게 자른 냉동 연시를 고명으로 얹은 뒤 호두로 마무리.
수정과와 연시, 호두를 이용한 수정과 홍시빙수는
다른 빙수 전문점에서는 볼 수 없는 굉장히 정갈하고 한국적인 비주얼이라 일단 시각적으로 한 번 감탄.
뭐랄까 모범적인 퓨전 한국식 디저트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산자(한과) 세 개가 나오는데, 산자는 빙수에 딸려오는 서비스 메뉴가 아닌
음료를 주문했을 때 함께 나오는 서비스입니다. 빙수류를 제외한 모든 음료 주문시 인당 세 개씩 산자가 제공됩니다.
또 흥미로운 건 빙수 떠먹는 숟가락이 일반 숟가락이 아닌 놋수저가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빙수는 이해했는데, 숟가락까지 놋수저로 제공되는 것이 좀 놀라웠습니다.
이런 디테일에도 신경 썼구나 하는 감탄 반, 그리고 이런 거 몰래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반.
단단하게 언 아이스 홍시는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잘라져 있고 실온에 서서히 녹으면서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이
흡사 홍시맛 셔벗을 먹는 듯한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묘미로 홍시를 얼려 먹는 거니까요.
홍시 아래엔 수정과 얼음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계피를 듬뿍 뿌려 수정과 특유의 은은한 단맛, 그리고 진한 계피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존 우유빙수, 눈꽃빙수와는 확연히 다른 컨셉의 상당히 신선했던 맛. 이건 나이 드신 분들이 꽤 좋아하실 것 같더군요.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수정과 얼음의 녹는 속도가 꽤 빠르기 때문에 조금 빨리 먹어야 한다는 것 정도?
같이 간 친구가 시킨 '오미자 빙수(7,000원)'는 분홍빛을 띠는 오미자를 갈아넣은 얼음과 함께
그 위에 망고, 블루베리, 그리고 정말 특이하게 말린 대추를 얹어 마무리한 과일 빙수입니다.
이 쪽은 달콤한 계열보다는 새콤한 계열의 맛이라 새콤한 오미자 특유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어 이것도 꽤 좋았어요.
다만 달콤한 빙수보다는 새콤달콤한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과일 빙수를 즐겨먹는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정갈하게(?) 먹고 난 빈 빙수 그릇.
놋수저와 함께 빈 그릇을 놓으니 빙수를 먹은 게 아니라 뭔가 국밥을 먹고 난 그릇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양이 1인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어 1인 1빙을 부담없이 즐기기 딱 좋은 사이즈였습니다.
일행들과 뭔가 모자라다 싶어(?) 빙수를 하나 더 주문했습니다.
이번에 주문한 빙수는 '클래식 설빙수(6,500원)'. 우리가 가장 쉽게 생각하기 쉬운 우유 들어간 눈꽃빙수입니다.
빙수와 함께 사이드로 모나카, 양갱(각 개당 600원)을 따로 주문했습니다.
각각 하나씩 주문했는데 먹기 좋게끔 반으로 썰어 접시에 정갈하게 담아 내어줬습니다.
이건 꼭 빙수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음료나 차 시킬 때 같이 먹을 푸드로 괜찮겠습니다. 특히 차 종류에 잘 어울릴 듯.
우유를 부어 만든 얼음 위에 단팥, 그리고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 네 덩어리가 얹어져 있습니다.
우유얼음, 팥, 떡으로만 구성된 가장 기본적이고 심플한 빙수.
우유얼음 부분만 살짝 떠서 맛봤는데, 진짜 순수하게 우유맛만 느껴지는 얼음.
단맛 없이 우유 특유의 고소한 맛만 심플하게 느껴지는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조금씩 팥과 섞어먹으면 맛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빙수는 떡이 가장 베스트였는데요, 일반 빙수에 들어가는 빙수용 떡이 아니라
진짜 콩고물 듬뿍 묻힌 쫄깃한 인절미가 통째로 들어가 굉장히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이 빙수와 잘 어울립니다.
다른 곳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빙수긴 한데, 여기에 인절미를 더해 한국적 빙수의 묘미를 잘 살린 느낌.
모나카와 양갱 말고도 카운터에선 약과도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이 600원으로 저렴한 대신 모나카나 양갱은 직접 만든 게 아닌 시판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단팥이 듬뿍 들어간 모나카라든가 달콤하고 탱탱한 식감의 양갱은 음료와 함께 즐기기 좋은 달달한 디저트.
가격대가 높지 않아 부담이 적으니만큼 음료 시킬 때 사이드로 함께 시켜 즐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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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는 첫 번째 방문이었고요, 이후 이 카페를 한 번 더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엔 지난 방문 때 먹어보지 못한 '허니 진저 빙수(생강 빙수)'를 한 번 주문해 보았습니다.
'허니 진저 빙수(7,000원)' 는 말 그대로 생강을 고명으로 얹어 내 오는 빙수로
우유얼음 베이스에 해바라기씨, 호박씨,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듬뿍 얹고, 그 위에 생강청을 얹어 마무리하였습니다.
놋그릇이 아닌 일반 도자기그릇에 담겨나오는 대신 다른 빙수에 비해 양이 꽤 넉넉한 것이 특징.
지난 우유빙수도 그렇고 우유얼음 베이스의 빙수는 놋그릇 대신 도자기그릇에 담아주는 것 같더군요.
설빙의 연유처럼 여긴 생강청을 따로 종지에 담아주는데, 저 청을 빙수 위에 더 뿌리면 됩니다.
살짝 맛을 봤는데, 생강 특유의 매운향이 엄청 강하면서 또 진한 단맛이 남는 상당히 강렬한 맛.
생강의 매운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조금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마는 이게 또 이 나름대로 엄청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냥 이 청에다 뜨거운 물을 타면 바로 생강차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갓 구운 토스트 위에 발라먹어도 의외로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고요.
우유얼음과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생강청의 매운맛을 어느정도 중화시켜주는데요,
이것도 앞서 먹은 수정과 홍시 빙수처럼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굉장히 독특한 빙수라 아주 만족했습니다.
생강 특유의 알싸하게 매운 맛을 빙수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되게 신기하고 또 의외로 조합이 괜찮네요.
이 빙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후 여기 방문하게 되면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빙수들을 한 번 종류별로 먹어보아야겠어요.
같이 간 일행이 시킨 모과차 안엔 큼직한 모과청이 통째로 들어있습니다.
굉장히 진한 모과향이 느껴지는 진국이라고 하는데, 이제 가을에 접어들고 좀 지나면 추워질테니 그 땐 이게 정말 맛있을 듯.
스탠드의 은은한 조명 아래 차와 전통 디저트를 즐기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아늑한 공간.
정말 우연히 발견했던 카페가 이렇게 개인 취향에 완전히 들어맞는 곳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강한 임팩트가 있었던 카페는 일전 진주에 갔을 때 찾은 킹덤(ryunan9903.tistory.com/276)이후 처음.
다만 킹덤이 좀 컬트적인 느낌으로 임팩트가 있었다면, 여긴 너무 개인 취향에 맞는 가게라 인상이 강하게 남게 되는군요.
집에서 그리 멀지 않고 또 인상이 좋았던 곳이라 이후 근처에서 약속 있으면 종종 찾게될 듯 합니다.
전통차 뿐 아니라 각종 디저트를 한국식으로 해석하여 멋들어지게 선보이는 고덕역의 카페 수요일.
근처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한 번 오셔서 빙수와 함께 다양한 음료를 즐겨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다음 방문을 하게 되면 그 땐 2층의 좌식 다락방을 한 번 이용해봐야겠습니다.
※ 카페 수요일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고덕역 4번출구 하차, 이마트앞 사거리에서 우회전, 현대델리안 오피스텔 2층
2020. 9. 1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