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꽤 오래 전부터 신라면을 제돈주고 사 먹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아주 적습니다.
신라면을 맛,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싫어한다거나 하는 건 일단 전혀 아니고 밖에서 사먹는 라면에 신라면이 있으면
특별한 불편함이나 호불호 없이 아주 잘 먹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제 돈 주고 사먹는 일은 거의 없단 말이지요.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신라면을 안 사먹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라면에 비해 가격대가 높아서, 혹은
뭐 아무 라면이나 먹어도 호불호 없이 잘 먹을 정도로 특정 브랜드의 라면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아서... 정도인 듯 해요.
가령 예를 들어 대형마트에서 신라면 5번들이 4,000원인데 그 옆에 진라면이 3,000원에 팔고 있다면 그걸 집는 식...
특히 신라면은 진라면, 삼양라면에 비해 별다른 특가 행사를 하는 제품도 아니라 더 손이 안 갔던 것도 있는 듯 싶습니다.
뭐 어쨌든 오래간만에, 진짜 오래간만에 '신라면' 을 먹어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몇년만인지 모르겠어요.
오늘 소개할 상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고 또 가장 인지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대표라면 '신라면' 되시겠습니다.
가격은 편의점 기준 950원... 이라고 하는데 워... 안 먹은 사이 가격이 진짜 많이 오르긴 했네요.
한때 손흥민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표지에 크게 손흥민 얼굴이 그려진 제품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기간이 끝났는지
그냥 평범하고 익숙한 패키지로 돌아왔습니다. 한때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 이 신라면을 대표하는 문구였는데
시대가 변하며 그 문구는 '인생을 울리는 농심 신라면' 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마 성평등의 이슈가 반영된 것이라 생각 중.
제품 포장 후면에는 제품의 원재료 및 함량, 영양성분표 등의 정보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한 봉지당 열량은 500kcal.
원재료 및 함량 부분을 좀 더 확대시켜 보았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봉지 안에는 둥근 모양의 면, 그리고 분말스프와 건조 야채 후레이크가 들어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
건조야채 후레이크에는 건조고기와 건조표고버섯, 그리고 파, 고추, 청경채 등의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건고추는 그렇다쳐도 건조표고버섯은 신라면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건조고기보다 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물이 끓으면 면과 분말스프, 그리고 후레이크를 넣고 약 4분 30초간 더 끓입니다.
면이 다 익으면 그릇에 옮겨담은 뒤 맛있게 즐기면 됩니다.
좀 더 꼬들한 면을 선호한다면 조리방법에 써 있는 시간보다 짧게 끓이면 되고 취향에 따라 계란 등의 재료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해요. 저는 그냥 기본으로 먹어보기 위해 다른 재료를 일절 넣지 않았습니다.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매운라면답게 아주 모범적인 얼큰한 국물맛이 특징. 얼큰한 쇠고깃국물맛이 신라면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인데 시대가 바뀌면서 신라면이 맛없어졌다 어떻다 하는 이야기가 많이 돌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인들이 가장 호불호 없이 선호할 만한 얼큰한 국물맛이 좋습니다. 특히 큼직한 표고버섯 건더기가 꽤 들어있어
이 건더기에서 나오는 특유의 버섯향이 매운 국물과 아주 잘 어울리는데요, 이것만큼은 정말 신라면이 아닌 다른 라면이
표현할 수 없는 신라면맛의 독창적인 맛인 것 같아요.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다른 라면에서는 맛볼 수 없습니다.
꽤 오래간만에 먹은 신라면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남은 국물에 밥 말아먹어도 맛있고 계란 풀어먹어도 좋고
어떻게든 한국 사람들 좋아하는 '얼큰함' 을 가장 모범적으로 살려낸 라면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 한 번 정도는 이렇게 근본으로 돌아가 신라면을 먹어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함께 들었습니다.
2024. 8. 5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