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68) 공관 발코니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 클래식 장미 정원(古典玫瑰園 - Classical Rose Garden)의 티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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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오 영국영사관 2층 기념품점 안쪽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클래식 장미 정원(古典玫瑰園)이라는 이름의 이 홀은 빅토리아 홀, 그리고 조지5세 홀이라는 이름이 붙은 실내 공간,
혹은 바다 전망을 끼고 있는 발코니에서 정통 영국식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19세기 영사관 시절의 분위기,
그리고 그 당시의 영국인이 된 분위기를 차와 함께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실내 홀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
이렇게 문을 전부 열어놓아 바깥 발코니와도 전부 연결되게 탁 트여 있는 분위기.
엄청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꾸며놓았다기보다는 최대한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꽤 소박한 느낌이다.
매장 곳곳에 사진 액자가 걸려있는데, 다이애나 비의 생전 사진도 발견.
1987년 타이완에 방문했을 때(맞나?) 찍은 사진이 아닐까 생각.
기온이 꽤 높았지만 바깥 바닷바람이 꽤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어 에어컨 나오는 실내 대신 일부러 발코니 쪽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이렇게 한가한 분위기지만 여기도 주말 되면 엄청 붐비겠구나... 싶더라.
뭐 한가한 시간대에 와서 한가하게 즐기다 갈 수 있으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지... 더구나 오늘은 날씨도 정말 좋고.
자리에 앉으니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케이크와 스콘 등의 먹을거리가 차와 함께 나오는 애프터눈 티 세트.
총 3개 층으로 구성된 애프터눈 티 세트는 아무래도... 혼자 먹기엔 좀 궁상맞을 것 같아 패스하고...(^^;;)
근데 한 세 명 이상 같이 오면 이 메뉴 한 번 시켜봐도 좋겠다 싶은 생각은 들더라. 혼자 꾸역꾸역 먹는 건 좀 그럴 것 같아...;;
스테이크 같은 꽤 고급스런 식사류도 판매하고 있다.
그 다음 페이지부터 꽤 본격적인 애프터눈 티 메뉴.
가격은 170~180NT$선. 우리 돈으로 약 7,000~7,500원 정도.
아까 전 봤던 정원 쪽의 테이크아웃 전문점과 달리 여기는 커피도 판매하고 있다.
앉아서 마시고 갈 수 있는 것 때문인지 가격대는 거기보다 좀 더 비싼 편. 그래도 대한민국 물가 생각하면 꽤 괜찮은 가격인 듯.
차 종류가 워낙 많아 어떤 걸 마실까 고민될 수 있는데, 의외로 한글 번역도 꽤 충실하게 되어 있어 도움이 크게 된다.
'청춘을 돌려다오' 라는 이름의 차라니... 이거 되게 재밌는 네이밍이야...ㅋㅋ
아주 클래식한 로얄 밀크티도 준비되어 있다.
나는 뭐 마실까 좀 고민한 뒤 '로즈하우스 후르츠 티' 를 선택. 가격은 180NT$(약 7,500원)
라임을 얹은 찬물 한 잔.
내가 주문한 '로즈하우스 후르츠 티(Rosehouse Fruits Tea)' 뜨거운 것.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찻주전자과 함께 장미 문양의 찻잔이 함께 제공된다.
그냥 찻잔에 차 한 잔만 나오는 게 아니라 주전자에 가득 담겨져 나와 여러 잔 나누어 천천히 즐길 수 있다.
천천히 차를 따라서...
난간 쪽에 걸쳐놓은 뒤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분위기도 한 번 내어주고...ㅋㅋ
화려한 장미 문양의 찻잔과 찻받침을 보며 괜히 영국 귀족이 된 기분도 간접적으로 한 번 느껴주면서...ㅋㅋ
느긋한 마음으로 바닷가를 바라보며 차를 음미하며 잠시동안의 한적한 여유에 빠져본다.
복합적인 과일향이 입 안 가득 싱그럽게 들어오는 부담없이 마시기 좋은 차. 이 산뜻함이 바닷바람과 굉장히 잘 어울리더라.
묵직하고 고소한 커피와는 다른 차에서 느낄 수 있는 달콤한 풍미가 나른한 오후에 포인트를 주는 기분 좋은 맛이었다.
바로 앞은 이렇게 망망대해가 펼쳐진 바다.
거기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테라스에 앉아 천천히 즐기는 차. 하, 이게 영국 귀족의 삶이지(아님)
찻주전자에 담긴 차는 대략 세 잔 정도의 분량이 나왔다.
이 정도면 둘이 하나 시켜서 나눠마셔도 될 것 같다는 느낌. 뭐 일단 일행이 없기 때문에 혼자 느긋하게 즐기며 전부 마셔버렸지만.
문득 집에 이런 다기 세트가 있다면 분위기 내기 참 좋을 것 같단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혹은 손님 초대할 때 차 대접하는 용도로 써도 꽤 괜찮을 듯 하여 한국에 돌아가면 한 세트 구비해볼까? 하는 유혹이 잠깐 들더라.
하늘은 쨍하지만 바닷바람 덕에 그렇게까지 덥지 않았던 가오슝에서의 느긋한 오후.
잠시동안 모든 생각을 잊고 바람과 햇살에 몸을 맡기며 망중한을 만끽할 수 있었다. 혼자 하는 여행도 이렇게 좋구만...
= Continue =
2024. 9. 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