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70) 가오슝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한 끼, 젠바오도시락(珍飽便當-진포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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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오 영국영사관을 다녀오기 위해 산 정상을 오르내리다보니 허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 올라오기 전 코메다에서 모닝을 즐기고 또 새우탕면도 하나 먹었지만 점심대가 아닌 오전 시간에 먹은거라 배는 이미 꺼졌고
숙소 들어가기 전, 뭔가 하나 더 먹고 가야할 것 같아 그냥 근방에 있는 적당한 아무 가게나 찾아보기로 했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는 분홍색 간판의 가게 하나 발견, 가게 이름은 '젠바오도시락(珍飽便當-진포편당)' 이라고 한다.
도시락 전문점인가보네... 그런데 보면 매장에 먹고갈 수 있는 테이블도 있어 어쩐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입장.
사전 아무 정보도 없을 때 가게를 찾는 기준은 '구글 맵스' 를 이용하는 것인데
아무리 나라도 그거의 도움조차 없이 막 들어갈 순 없는 노릇이라 구글 맵스를 통해 뭘 파는 곳인지 정도는 확인하게 된다.
여기는 도시락 전문점으로 밥과 함께 이런저런 반찬들을 넣어 파는 곳 같은데 일단 후기도 괜찮은 편이라 들어가보기로 한 것.
전형적인 시골 로컬 식당답게 인테리어는 거의 없고 벽에 무심한 듯 메뉴판 하나 붙어있으며 잡동사니가 늘어진 게 특징.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몇 분이 운영하고 있는 작은 식당이었다.
음식 가격은 제일 비싼 것도 90NT$(3,700원)을 넘지 않는다. 와, 확실히 로컬 식당이 싸긴 싸구나...
이 중 가장 왼쪽에 있고 저렴한 '소금 닭다리 도시락(滷雞腿飯)' 을 선택했는데 가격은 70NT$(2,900원)
테이블에는 기본적으로 양념통과 함께 젓가락, 그리고 티슈통이 놓여져 있다.
'소금 닭다리 도시락(滷雞腿飯)' 도착.
접시 하나에 밥과 함께 각종 반찬들이 한데 담겨 덮밥, 아니 뷔페 접시에 음식 담은 것처럼 담겨 나온다.
이 한 접시가 고작 70NT$... 라고?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3,000원이 채 안 된단 말이지...??
순간 음식 받아들고 내가 뭘 잘못 시켰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대한민국에 비해 음식 가격 저렴한 타이완이란 걸 감안하고서라도 이건 뭔가 많이 말도 안 되는 금액인데...;;
달짝지근하게 조린 장아찌 같은 느낌의 볶음 반찬.
이거 얼핏 보면 되게 간이 세고 짤 것처럼 보이지만 간도 적당하고 거부감없이 맛있더라.
얇게 썬 두부는 말 그대로 두부맛. 부추와 함께 넣고 볶아내어 보들보들하고 간간한 것이 밥과 꽤 잘 어울린다.
베이터우 온천 갔을 때 거기서 먹었던 두부와 거의 동일한 맛.
밥이 묘하게 술술 들어가네.
위에 얹어진 치킨은 뼈 있는 치킨인데 보기보다 덩어리가 꽤 큰 편.
우리나라의 크리스피 치킨이 아닌 약간 지파이 같은 느낌의 입자 고운 튀김가루를 넣어 바삭하게 튀겨낸 치킨.
오, 이거 치킨 맛있는데...? 크게 기대 안 하고 베어물었는데 소금간이 짭짤하고 절묘하게 잘 되어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닭고기도 촉촉해서 꽤 맛있는 카라아게를 먹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와, 이렇게 큼직하고 맛있는 닭고기 올라가는 밥이
고작 3,000원 언저리 정도밖에 안 한다니... 아무리 관광객 안 가는 지방 로컬 식당이라 해도 이렇게 팔아도 되는걸까...??
우리가 관광으로 가는 도시에서 먹는 음식이 아닌 로컬 가게들을 가면 이런 것들을 여기 말고도 더 만나볼 수 있는 것일까?
깔끔하게 먹어치우는 게 음식에 대한 예의.
별도의 출입문이나 창 없이 바깥과 가게 내부가 하나로 연결되어있다보니 가능한 것이기도 한데
식사하는 도중에 갑자기 오토바이 소리가 나기에 뒤돌아보니 요구르트 배달로 보이는 오토바이 한 대가 매장 안으로 들어오더라.
심지어 밖에서 멈춘 뒤 끌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저 앞까지 직접 운전해서 들어오고 있었음(...) 이게 타이완의 기상인가 싶던...
이번 여행에서는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로컬 식당의 새로운 발견을 많이 하는 중이고 그 때마다 계속 놀라곤 한다.
이 가게, 이번 여행에서 맛봤던 음식 중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언젠가 또 가 보고 싶은 곳.
※ 젠바오도시락(珍飽便當-진포편당)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UqtBmkXNcExhfRNQ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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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9. 14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