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74) 로컬 가게에서 우육면을 먹어야 하는 이유, 가오슝수공외생면 - 화영로(高雄手工外省麵 - 華榮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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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츠탄 호수를 나와 자연스럽게 호수 아랫쪽에 있는 번화가 '루이펑 야시장(瑞豐夜市)' 쪽으로 이동했다.
호수는 물론 쭤잉역 근처에도 건물이 그리 많지 않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어 좀 휑~ 한 느낌이었는데 이제 좀 북적이는 분위기.
호수를 한 바퀴 도느라 너무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바람에 배가 살짝 고파졌다. 그래서 뭔가 좀 먹고 가기로 했다.
이번에도 구글지도 켜서 근처에 뭐 먹을만한 곳 없나 찾던 중 우육면 파는 가게 하나를 발견.
'가오슝수공외생면 - 화영로(高雄手工外省麵 - 華榮路)' 라고 하는 낡은 간판의 로컬 우육면 전문점이다.
매장 입구에 메뉴판과 함께 음식 가격이 적혀있는데 우육면 한 그릇 가격이 겨우 '90NT$(약 3,750원)'
보통 관광지에서 파는 우육면 한 그릇 가격이 200NT$ 전후인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싼 가격인데 뭐지? 싶어 일단 들어가봄.
여기도 다른 가게와 마찬가지로 건물 내부는 홀, 그리고 바깥 통로에 음식 만드는 주방이 있다.
사람들이 줄 서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이건 포장 줄인듯. 매장에서 먹고 갈 경우 입구에서 주문을 한 뒤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사실 이런 외국어 없는 로컬 가게에 오면 처음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조금 머뭇거리게 되는데
그럴 때 직원이 와서 어떻게 손짓 발짓을 통해 조금 도와주면 그만큼 고마운 게 없다.
관광객들 많이 오는 유명 식당이야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가 잘 되어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이런 건 어떻게든 감수해야만 한다.
중국어가 잘 통하면 먹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든 부딫혀 봐야지...ㅋㅋ
여기서는 입구에 이렇게 메뉴 주문서가 있어 색연필로 표시한 뒤 직원에게 건네주고 계산을 마치면 음식을 가져다주는 방식인 듯.
우육면과 우육탕을 함께 팔고 있는데 메뉴 제일 위에 있는 게 우육면.
큰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 두 가지가 있고 가격은 각 100NT$, 90NT$. 그 아래 우육탕면은 고기 없는 우육면을 말하는 것 같다.
우육면 옆에 '탕(湯)', 그리고 '건(乾)' 이렇게 두 개의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데 탕은 일반적인 국물 있는 우육면,
그리고 건은 국물 없는 우육면을 말한다. 국물 없는 우육면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데 비빔면 같은 스타일일까 싶은 생각이 들어...
안으로 들어와 앉은 자리 바로 뒷편에 보이는 양념통과 그릇. 셀프로 가져다 이용하면 될 듯.
식당 내부 전경 사진은 따로 없지만 손님이 꽤 많았고 앉아있는 손님들은 전부 현지인들이었다. 관광객은 오로지 나 하나.
현지인들 사이 외국인이 한 명 껴 있는 약간의 뻘쭘한... 상황이기도 하나 뭐 어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일단 쓰든 안 쓰든 앞그릇 하나 가져다놓고 식기 세팅.
여기도 당연히 물을 주지 않기 때문에 마실 건 바깥에서 사 갖고 들어와야 한다.
좀 전에 마트에서 샀던 타이완 국민탄산음료인 루트 비어, '헤이송사스(黑松沙士)'
이거 캔은 350ml짜리 뚱캔만 파는 걸 봤는데 250ml 작은 캔으로 파는 건 처음 본다. 양이 적어 그런지 가격도 엄청 저렴한 편.
셀프 바에 양념 말고도 밑반찬으로 집어먹을 만한 짜사이가 있길래 두반장 양념을 살짝 뿌려 가져와 보았다.
이게 반찬으로 먹으라는 건지 아니면 우육면 위에 얹어먹는건지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반찬으로 먹어야 될 것 같아.
소스에 잘 비벼서 우육면 나오기 전 살짝 맛, 음... 적당히 매콤한 게 반찬으로 집어먹으면 딱 좋을 듯.
오히려 간이 센 편이라 우육면에 넣으면 더 안 어울릴 것 같아 밑반찬으로 먹어야 더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
가게의 대표메뉴, '우육면 소 사이즈(牛肉麵 - 90NT$, 약 3,750원)' 도착.
진한 간장색의 탁한 국물 위에 채썬 파, 그리고 네 덩어리의 큼직한 쇠고기 덩어리가 통째로 올라간 아주 기본적인 구성.
국물은 예상한대로 매운 국물이 아닌 적당히 짭짤하고 개운한 국물.
거무튀튀한 색과 달리 꽤 맑은 맛이라 부담없이 먹을 수 있겠다 싶더라. 적어도 한국인에게 거부감가는 향이나 맛은 전혀 없음.
면은 납작한 칼국수면을 사용하는데 '이게 소 사이즈라고?' 싶을 정도로 양이 꽤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우육면집 가서 우육면 기본 사이즈 시키면 거의 다 이만하게 나올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꽤 넉넉한 양.
면의 식감은 칼국수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진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칼국수 그 자체야.
이게 맑고 개운하긴 하지만 농도만큼은 결코 옅지 않은 국물과 어우러져 꽤 매력적인 맛을 낸단 말임. 우육면이 가진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인 살코기.
4,000원이 채 안 되는 우육면인데 이렇게 큼직하고 두툼한 쇠고기가 네 덩어리나 들어있다니, 로컬에서만 가능한 구성이다.
쇠고기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이렇게 짜사이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더라.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어 각자의 방식대로...
여튼 우육면의 면과 국물이야 뭐 익히 잘 아는 익숙한 맛이었지만 이 쇠고기가 정말 좋았다. 볼륨감도 최고였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가격은 가벼웠지만 우육면 한 그릇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어요.
이 근처에서는 꽤 인기 있는 가게인 듯, 내점은 물론 포장하는 손님도 끊이지 않고 계속 몰려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싼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 막상 장사를 해도 그렇게 많이 남을 것 같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뭐 이런 식으로 근근히 장사해가며 돈을 버는 거겠지. 덕택에 이런 로컬 가게를 찾아가 즐기는 매력이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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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오슝수공외생면-화영로(高雄手工外省麵-華榮路)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1zH4chkpW51TSk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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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9. 14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