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78) 도시의 역사를 기록하다, 가오슝 시립 역사박물관(高雄市立歷史博物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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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마치고 소화 겸 근방을 한 번 다녀와보기로 했다.
그냥 호텔 근처를 가볍게 돌아보는 정도... 가 아니라 살짝 무리를 하기로 했는데, 어제 갔던 시즈완역 근처까지 걸어보기로...
다행히 길은 잘 되어있어 걷는데 큰 문제는 없고 날도 살짝 습하긴 했지만 아침이라 아직까진 그렇게 덥진 않았다.
오늘은 좀 흐리네... 멀리 가오슝85대루의 실루엣이 보이는데 흐려서 그런지 더 폐건물 같은 음산함이 가득함.
시내를 유유히 흐르는 강이 하나 있는데, 이 강의 이름이 꽤 재미있다.
원래 이름은 아이허 강, 하지만 사람들은 이 강을 '사랑의 강(愛河)' 이라고 부른다.
어째서 이 이름이 붙었냐면 이 강 곳곳에 사랑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이 강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는 물론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명소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강을 돌아보는 유람선도 있다고 하는데, 유람선의 이름은 '愛河愛之船(사랑의 강, 사랑의 배)' 라고 한다고...
사랑의 강을 건너면 다소 고풍스러워 보이는 건물 하나를 만나게 된다.
딱 봐도 상당히 연식있어 보이는 이 건물의 정체는?
'가오슝 시립 역사박물관(高雄市立歷史博物館)'
시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과거 가오슝 시청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지금은 시립 역사박물관으로 개조,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건 주차요금 정산기.
입장료는 무료. 다만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해주고 있는데 80NT$의 금액으로 빌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아주 크게 관심이 가는 것까진 아니라(...^^;;) 그냥 들어가 가볍게 둘러보고 나오기로 한다.
전시장은 크게 세 개 층으로 구분되어 있다.
박물관 안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위로 오르는 계단. 계단 중앙의 갈라지는 부분에 큰 시계가 걸려 있다.
어쩐지 과거 이 곳이 시청 청사였을 때부터 걸려 있었을 법한 시계.
아치형의 복도.
각 방마다 전시 시설이 있어 복도를 중심으로 방을 옮겨다니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기념 메달을 만드는 자판기도 설치되어 있음. 한 번 이용하는 요금은 50NT$.
타이완 제 2의 도시, '가오슝(高雄)' 이라는 곳의 역사.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보여주며 파노라마 영상이 빔프로젝더를 통해 펼쳐지는 상영관.
현재 가오슝의 도시 모습을 3D 조감도로 간략히 재현한 모습.
터치형 스크린을 이용하여 건물을 체크하면 그 건물이 어떤 건물인지에 대한 설명이 중국어, 영어로 함께 표시되어 나온다.
모든 건물이 다 소개되는 건 아니고 가오슝85대루를 포함한 대표적인 건물들에 대한 소개만 되어 있다.
수십 개의 팻말을 들추면 그 뒤에 문장이 써 있는 구조. 여러 개의 팻말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가오슝의 강.
과거 강을 중심으로 한 가오슝의 역사에 대한 안내가 오디오 음성과 함께 사진으로 함께 전시되어 있어
직접 음성을 재생하여 듣는 것도 가능.
경극 인형의 모형도 한 번 봐 주고...
중화권 국가 특유의 화려함이 담겨 있는 수묵화도 한 번 감상해준다.
'평안(平安)' 이라는 글씨가 담긴 빨간 깃발을 들고 서 있는 경극 인형 모형. 얼굴은 별로 평안해보이진 않지만...^^;;
박물관 내에서 운영하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커피와 차, 그리고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대는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편.
너무 이른 시각에 방문해 그런가, 다른 손님 없이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묵묵히 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장에 걸려 있는 연등.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윗층으로 올라왔는데, 이렇게 불이 꺼져있고 곳곳이 막혀있는 다소 당혹스런 풍경을 목격.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조차 저렇게 막아놓은 걸 보면 지금은 관광객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 같다.
아, 이러면 엘리베이터도 못 올라오게 해 놔야지 엘리베이터는 또 개방해놓은 게 살짝... 의아하긴 하지만 어쨌든 다시 내려갔다.
박물관 곳곳은 예전 시청 청사였던 건물의 모습을 최대한 본 모습 그대로 유지시키려 노력했다는 흔적이 보인다.
이건 무슨 특별 전시회일까...?
11월 16일부터 지난 3월 10일까지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여행기를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선 이미 과거의 이야기.
타이완의 반정부 봉기 및 국민정부의 시민 학살극의 역사인 '2.28 사건(二二八事件)' 에 대한 기록 전시.
정부가 비무장 반정부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대한민국의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닮은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 본다. 여러모로 현대 타이완의 역사에서 가장 큰 아픔으로 기억되고 있는 사건이라고 한다.
2.28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는 특별 전시에선 당시의 신문 기사, 사진 등의 자료들이 남아있어
후대의 사람들이 그 당시 사건에 대한 개요를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꽤 꼼꼼하게 전시가 준비되어 있었다.
외국인의 입장으로서 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그래도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조금은 알 수 있겠지.
작은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는 과거 가오슝 시청 청사의 모습.
청사 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아 이 앞에서도 2.28 사건 당시 정부에 의해 학살당한 시민들이 꽤 있던 모양이다.
쿤위안 홍(洪稇源 - 홍곤원)에 대한 기획 전시.
쿤위안 홍은 1912년, 가오슝에 와서 식료품 사업, 원주민과의 무역 등을 행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에 대한 특별 전시가 또 따로 기획되어 있었다.
그 당시의 광고들로 추정되는 것들.
어쩄든 이런 기획 전시 몇을 가볍게 둘러보면서... 전시장 밖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건물 1층 주출입구 옆에는 작게 기념품점이 마련되어 있는데, 열쇠고리 등 가볍게 살 만한 것들도 있어 나름 나쁘진 않은 편.
다만 내 기준으로 크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꽂히는 제품은 없었기에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문 너머로 뭔가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아, 단체 관광 왔네...
저 버스에서 아이들을 비롯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내려 박물관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여행은 아닐 거고 어느 학교 또는 기관에서 온 단체 견학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침 일찍부터 다들 부지런해.
= Continue =
2024. 9. 15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