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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23.11 타이완 전국일주

2024.10.2 (114) 안선생님, 저... 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요.. 궈좌궈(鍋加鍋-과가과) 뤄둥점 / 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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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114) 안선생님, 저... 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요.. 궈좌궈(鍋加鍋-과가과) 뤄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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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이 넘는 장기 여행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보는데, 확실히 여유롭게 다닌다 해도 누적되는 체력 소모는 어쩔 수 없나보다.

이제 여행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긴 했으나 진이 빠지기 시작하고 몸도 여기저기 삐그덕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날 더운데 계속 여기저기 돌아다녀 체력에 한계가 생긴건지 카발란 증류소를 갔다 호텔로 돌아오니... 체력 완전히 바닥.

 

얼마나 지쳐 떨어져나간건지 점심도 안 먹고 돌아다녔는데 그 좋아하는 타이완 음식을 먹고 싶단 생각이 전혀 안 들더라.

딱 그런 느낌. 배는 고픈데 타이완 음식은 먹고싶지 않음. 그런데 뭔가 먹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음.

이 상태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아... 김치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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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해외여행 하면서 김치라든가 한국음식 먹고 싶다는 생각을 절대 안 할 줄 알았다.

특히 타이완 음식은 정말 하나하나 모든게 다 맛있었으며 내가 타이완이라는 국가에 빠진 가장 큰 이유가 음식 때문이기도 해서

그렇게 좋아하는 여기 로컬음식 먹는 데 바빠 한국 음식따윈 하나도 그립지 않고 생각도 안 날 거라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될 줄 몰랐지...

진짜 여행 온 지 10일 되니 매콤한 김치가 정말 간절해지더라...

 

어떻게든 김치를 먹어야 한다... 아니 김치가 없으면 최소한 한식이라도 좋아... 하면서

호텔에서 제대로 안 움직이는 몸 억지로 이끌어 구글지도를 켠 뒤 근처에 혹시라도 한식 파는 곳이 있나...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호텔 바로 맞은편에... 식당 하나가 보이더라.

 

 

 

식당 이름은 '궈좌궈(鍋加鍋-과가과)'

중화풍 1인 냄비요리를 파는 식당으로 일종의 1인 훠궈 전문점이라고 보면 된다. 진짜 호텔 바로 길 건너편에 있었다.

 

 

 

훠궈 메뉴가 꽤 다양한데... 내가 이 곳을 선택하여 들어간 이유는... 아래에 쭉 이어지는 사진을 보면 알 것이다.

 

 

 

식당은 로컬 가게 치고 꽤 깔끔한 분위기.

뭣보다 냄비요리 전문점이라 자칫 더울 수 있는데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와 이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코팅이 된 메뉴판을 가져다 주는데 여기에 색연필로 체크를 해서 직원에게 건네주면 된다.

메뉴 바로 옆에 가격이 써 있고 또 사진과 함께 영어 표기도 함께 있어 주문 자체는 상당히 쉬운 편.

 

 

 

'한국 김치!!'

 

 

 

게다가 '한국 불고기...!!!'

 

한국식 김치전골에 불고기라니...!! 이건 먹어야 돼... 무조건 먹어야 돼!

내가 이 가게를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 여기서 '한국식 김치전골' 을 팔기 때문이었다. 두말할 것 없이 이 두 개를 바로 주문.

 

 

 

어떤 식으로 금액 계산이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식 1인 김치전골과 소불고기를 주문했고

가격은 209NT$가 나왔다. 우리 돈으로 약 8,700원 정도. 두 가지 메뉴를 한 번에 먹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금액이다.

 

 

 

음식 주문한 뒤 천천히 매장을 둘러보았는데 셀프 바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여기도 다른 식당과 마찬가지로 물이 나오진 않았는데 대신 두 종류의 음료를 가져다마실 수 있게끔 디스펜서가 비치되어 있었음.

녹차, 그리고 홍차 이렇게 두 가지가 제공된다.

 

 

 

다섯 종류의 양념 소스. 중화권 국가에서는 이렇게 소스에 진심이 담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밥솥, 그리고 무언가가 담긴 냄비가 있는데 쌀밥, 그리고 타이완식 돼지고기조림인 루로우판이 들어있었다.

 

 

 

홍차는 설탕을 넣어 단맛이 나는 음료, 그리고 녹차는 달지 않은 그냥 녹차.

 

 

 

소스는 실제 음식 먹을 때 필요할지 잘 모르겠으나 일단 두 종류만 조금씩 담아와 보았다.

 

 

 

메인 음식 도착.

오 이렇게 한상차림으로 세팅해놓으니 뭔가 그럴싸한데...ㅋㅋ

 

 

 

셀프 바에서 담아온 흰쌀밥과 루로우판.

타이완 사람들에게 있어 루로우판은 진짜 국민음식 아닐까 싶다. 정말 어딜 가나 이건 다 있네...

 

 

 

루로우판을 먹을 때의 규칙이랄까, 팁이 있다면 돼지고기 욕심이 많다고 넘칠 정도로 가득 담아오면 안 된다는 것.

기본적으로 다진 고기에 비계의 비중이 높고 간이 센 편이라 욕심 부려 잔뜩 담아오면 밸런스가 붕괴되고 느끼해지기만 한다.

진짜 딱 적당량만 담아와 덮밥 같은 느낌으로 적당히 밥 위에 올려놓고 먹어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아... 1인 김치전골... 진짜 너무 먹고 싶었어...

 

그런데 김치는 어디 있는 걸까...?

 

 

 

아, 배추 아래 깔려있다.

배추 아래에 두부, 새우 등과 함께 김치가 깔려있는데 강렬하다기보다는 약간 슴슴한 김치국 같은 냄새가 났다.

어쩄든 냄비 아래의 램프에 불을 붙이고 끓여내기 시작.

 

 

 

냄비요리와 함께 제공된 소불고기.

소불고기에 양배추가 들어간 부분이 살짝 의문을 자아내게 했지만 그 외에 양파 듬뿍 넣은 건 딱 한국식이라 마음에 들었다.

역시 가격이 가격이라 그런가 쇠고기의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고 양파와 거의 1:1 정도 수준인 것 같다.

 

 

 

냄비 안에 별게 다 들어있네... 그냥 두부, 김치 정도만 들은 줄 알았더니 버섯 비롯해서 각종 해산물도 가득하다.

 

 

 

소불고기는 조리가 완료된 상태로 나오긴 하지만 은은하게 열기를 유지하기 위해 여기에도 아래 램프가 깔려 있다.

 

 

 

음~

 

 

 

잘 볶은 소불고기 위에 루로우판을 살짝 곁들인 흰쌀밥... 이거지, 이거...!!

...라기에 소불고기는 사실 내가 생각했던 그 한국식 양념과는 살짝 달랐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이게 어디야 싶은 느낌.

 

한국식 소불고기라면 여기서 달달한 맛이 좀 더 강해야 하는데 단맛은 적고 약간 일본 규동 소스 느낌이 조금 더 강한 듯 하다.

외관은 영락없는 한국식 소불고기지만 소스의 맛은 일본 규동에 좀 더 가까운 그런 맛.

기대했던 것과는 살짝 다르긴 하지만 지금 나는 한식이 너무 먹고 싶었던 터라 이 정도쯤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치전골도 어느 정도 익었으니 이제 맛을 봐야 되겠다... 이제 김치를 먹을 수 있어...!!

 

 

 

일단 앞접시에 푸짐하게 담아놓고...

 

 

 

제일 먼저 김치부터 한 입 크게 집어 입에 넣어보았다. 아, 진짜 이 순간을 너무 기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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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게 무슨 김치냐...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말하면 이건 김치라 할 수 없음. 굳이 비유하자면 좀 멀겋게 콩나물 넣고 끓인 김치국에 가까운 맛.

내가 생각했던 양념 듬뿍 들어가 진한 맛 나는 그 김치랑 너무 거리가 멀어서 한 입 먹자마자 '재미있네...' 하고 헛웃음만 나왔는데

문제는... 지금 내 몸 상태는 완전히 맛이 가서 이런 멀건 김치국 같은 김치조차도 맛있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평소였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텐데 지금의 난 '이런 김치조차도 황송해' 라는 느낌.

처음에 한 번 헛웃음을 지은 뒤 '그래도 좋아' 하면서 열심히 건져먹었다. 김치와 거리가 있는 이것조차도 몸에 스며들 정도라면

내가 10일간 여행을 하면서 얼마나 김치라는 음식에 목매어왔는지 이해가 가실까 모르겠다.

나도 몰랐지... 나는 해외 가서 한국 음식 그립다는 감정을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는데, 몸 상태가 나빠지니 젤 먼저 가장 많이 먹고

가장 익숙했던 한국 음식부터 생각이 나더라. 적어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랬다.

 

 

 

그와 별개로 냄비 안에 들어간 내용물은 정말 충실했다. 뭐랄까 김치전골이라기보다는 그냥 훠궈나 마라탕에 가까운 건더기지만.

여튼 진짜 이 희미한 김치맛을 계속 되새기면서 열심히 먹을 수밖에 없었다.

 

 

 

매장 주방 쪽에 디저트 아이스크림을 가져다먹을 수 있는 코너도 있었음.

다른 양념장이나 차, 루로우판 있는 셀프 바와 정반대에 놓여있는 것이었는데 자칫 발견못하고 그냥 지나칠 뻔.

 

 

 

밥을 먹고 나니 어느정도 기운이 돌아 디저트로 아이스크림도 2단으로 가져와 깔끔하게 마무리해주고...

 

 

 

소불고기는 김치전골이든... 평소였다면 헛웃음 지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음식이 이 때만큼은 진짜 몸에 제대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진짜 신기할 정도로 이걸 먹고 나니 아까전만 해도 완전히 방전상태였던 몸이 조금은 회복되었다는 느낌.

 

만약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 이것조차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내 컨디션을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살짝 무섭기도 하고

이런 가게가 호텔 앞에 있었다는 것, 그걸 사전에 미리 예상하지 않았다는 것, 모든 게 다 행운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 궈좌궈(鍋加鍋-과가과) 뤄둥점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drEKEb79wZugQHWx9

 

鍋加鍋 羅東店 · No. 35號, Zhongzheng N Rd, Luodong Township, Yilan County, 대만 265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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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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