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 구사거리에서 고분다리(이 동네 사람들이라면 거의 다 어떤 위치인지 아는) 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예전부터 냉면집이 몇 곳 몰려있는 유명한 지역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그 냉면집이 다 사라지고 딱 하나만 남은 것 같은데
여튼 이 자리에서 꽤 오랫동안 장사를 해 왔고 나름 동네에서 잘 알려졌지만 저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송월냉면' 을 다녀왔습니다.
송월냉면은 1988년에 천호시장 쪽에서 처음 영업을 시작, 중간에 가게를 한 번 옮겨 현 위치에 자리잡았다고 하는데요,
30년을 넘어 4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꽤 오래 된 유서 깊은 냉면집입니다.
메뉴는 딱 세 가지, 물냉면과 비빔냉면, 그리고 열무냉면 뿐이며 가격은 2024년 치고 상당히 저렴한 가격인 단돈 7,000원!
요즘 평양냉면 한 그릇 가격이 15,000원을 호가하는 시대인데, 비록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어도 그 반값 수준에
냉면을 먹을 수 있다니, 정말 괜찮은 가격이죠. 곱배기도 1,000원만 추가하면 되니 진짜 축복같은 가게가 아닐 수 없어요.
메뉴판 옆엔 가게 이용 및 음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함께 붙어있으니 참고하시면 될 듯 합니다.
테이블에는 식초, 설탕과 함께 양념장(다대기)가 기본 비치되어 있어 취향껏 냉면에 넣어먹으면 됩니다.
얼음이 담긴 시원한 보리차. 보리차는 매장 중앙에 있는 냉장고에서 직접 떠다 마시면 됩니다.
가게의 간판메뉴, '열무냉면(7,000원)' 도착.
곱배기를 주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냉면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접이 넘칠 정도로 육수와 면을 듬뿍 담아주더라고요.
구성은 단순. 냉면육수 치고 꽤 뽀얀 색을 띠는 육수 안에 면, 그리고 얇게 썬 무절임과 열무김치를 듬뿍 고명으로 올리고
삶은 계란 반 개, 그리고 참깨를 듬뿍 뿌려 마무리했습니다. 다른 냉면집에서 보기 힘든 꽤 독특한 조합이에요.
아, 그리고 열무김치 안에 양념장이 좀 들어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기 냉면이 꽤 매콤한 맛이라고 하던...
내용물을 잘 비비면 열무 안에 들어있는 양념장이 국물과 섞이면서 빨간 국물로 바뀝니다.
흡사 열무물김치에 면 넣고 말아먹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국물만 많은 게 아니라 면 자체가 상당히 많습니다.
사진의 양은 곱배기가 아니라 일반 양인데, 곱배기는 얼마나 많은 양이 담겨나올지 가늠이 가지 않네요.
여기 냉면, 보기보다 꽤 자극적이네요. 담백하고 은은한 육향을 느낄 수 있는 평양냉면 스타일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느낌입니다.
상당히 개성있고 비유가 옳을지 모르겠지만 터프한(?) 맛이에요. 설명한대로 국물이 매콤하면서 또 거기에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고
또 새콤한 맛까지 함께 녹아들어있어 진짜 입맛 돌게 만드는, 젓가락이 계속 가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아삭아삭 씹히는 열무까지 있으니 이건 뭐 게임 끝(?)이죠. 새콤달콤하면서도 먹고 나면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맵습니다.
중간에 설탕을 한 번 추가해 봤어요. 이 자극적인 국물은 단맛이 좀 더해지면 훨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 같아서요.
역시 정답이었다...ㅋㅋ 조금 희미하던 단맛이 설탕을 넣음으로서 확실한 본연의 주장을 펼치며 매콤새콤함과 조화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가 꽤 무더운 여름밤이었는데 진짜 더위를 완전히 날려버릴만한 입맛 돌게 만드는 맛이던...
계란 반 개도 함께 먹어주고 국물도 남김없이 드링킹.
아, 원래는 열무 리필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제가 갔을 땐 열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일시적으로 리필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뭐 올해 이상기후로 야채 가격이 워낙 비싸졌으니 충분히 이해가는 부분. 더구나 냉면 가격이 워낙 싼 것도 있고요.
왜 이 가게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서야 가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송월냉면'
아주 고급스런 냉면은 아니지만, 매콤달콤하면서 새콤한 맛이 오감을 원초적으로 자극하는지라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맛입니다.
다음에 또 냉면 먹을 일 있을 때 한 번 가 보려고 해요.
. . . . . .
※ 송월냉면 찾아가는 길 : 서울특별시 강동구 천중로18길 57 1층(천호동 398-10)
2024. 11. 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