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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외식)/중식

2025.2.8. 중화루(中華樓-인천 중앙동) / 1918년 대불호텔에서 이어지는 100년의 역사, 제일 오래 된 진짜 노포 중화요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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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 쪽은 아니고 거기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 중화요리 전문점을 하나 눈여겨보고 있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중화루' 라고 하는 곳인데요, 꽤 고풍스런 붉은 벽돌의 오래 된 건물에 들어서있는 이 가게, 지나가면서 몇 번 봤던 곳인데

사실 엄청 오래 된 역사를 갖고 있는 노포 중화요리점이더라고요.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100년도 더 전으로 올라갑니다.

 

1887년, 대한민국(조선) 최초의 호텔로 개장한 대불호텔이 1918년 경영난으로 페업했을 때

그 건물을 인수하여 중화요리 전문점으로 재개업한 가게가 있는데 거기가 바로 이 '중화루' 입니다.

이후 중화루는 1978년까지 운영하다 경영난으로 한 번 폐업, 그 이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여 다시 개업 후 이어져오고 있다 해요.

과거 중화루로 사용되고 있는 대불호텔 건물은 한 번 철거되었으나 문화재청이 대불호텔 터를 발견하여 보존을 추진,

지난 2018년 옛 모습을 재현한 건물이 완공되어 지금은 대불호텔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예전에 방문했던 미광이라든가 혜빈장 등 인천에 있는 진짜 오래 된 노포 중화요리집은 차이나타운 관광특구 내

위치해있지 않고 전부 차이나타운 바깥에 있다는 점인데요, 그리 멀리 떨어져있진 않지만 이런 건 또 신기하더군요.

 

매장 입구에 놀라운 토요일, 수요미식회 등의 방송에 나온 걸 알리는 조금 빛바랜 현수막이 걸려있네요.

 

 

 

매장 입구엔 햇빛을 받아 빛바랜 사진 몇 개와 몇몇 유명인들의 사인이 붙어있습니다.

 

 

 

매장에 붙은 각종 출연 간판 중 빛바램 없이 가장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는 간판은 수요미식회 출연 간판.

 

 

 

이 날은 혼자 방문했는데요, 일단 혼자 왔다고 말한 뒤 직원 안내를 받아 1층 홀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2층에도 매장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식사시간대를 살짝 비껴갔음에도 불구 실내엔 손님이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테이블마다 태블릿PC가 설치되어 있어 이걸로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노포 중화요리집임에도 불구 이런 건 또 최신식이네요.

 

 

 

여기 '황두면' 이라고 하는 면요리가 시그니처라고 하여 일단 이거 하나 선택하고...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면 하나만 먹고 가긴 너무 아쉬우니 탕수육도 하나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데 오면 고기튀김 시키는 게 국룰일 것 같은데 가격차이가 있는 걸 보니 저건 양이 좀 많을 것 같아 그냥 얌전히 탕수육으로...

 

 

 

테이블엔 간장, 식초, 고춧가루 세 종의 조미료와 함께 티슈통, 그리고 젓가락통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찬물 대신 여기도 따뜻한 차를 내어주네요. 이 날 바람 많이 불고 꽤 추웠는데 몸 녹이기 딱 좋았지요.

찬물(생수)은 따로 달라 요청하면 내어줍니다.

 

 

 

기본 식기와 함께 앞접시, 그리고 가위를 하나 내어주는데, 탕수육 잘라먹으란 건가 면 잘라먹으란 건가 잘 모르겠네요.

 

 

 

기본찬은 단무지와 생양파, 그리고 춘장이 약간 나옵니다. 평범한 중화요릿집의 구성과 동일.

 

 

 

음식이 전부 도착하여 한 상 차려놓고 전체샷.

혼밥하러 온 것 맞습니다... 진짜로요.

 

 

 

'탕수육(18,000원)'

 

넓은 그릇에 고기튀김을 담은 뒤 탕수육 소스는 별도의 그릇에 따로 담아 숟가락을 하나 꽂아 내어줍니다.

취향에 따라 찍먹을 하든 부먹을 하든 알아서 즐기라는 뜻 같아요.

 

탕수육이 18,000원이니 양이 적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양 많습니다. 2~3명이서 식사 하나에 이거 하나 시킨 뒤

같이 나눠먹으면 딱 맞을 것 같은 양이에요. 4명이서 하나 시켜 나눠먹기엔 좀 적고요.

 

 

 

소스가 진짜 마음에 들었는데, 케첩 넣은 빨간 소스가 아닌 걸쭉한 전형적인 옛날 탕수육 스타일의 소스.

소스 안에 양파, 오이 등 야채를 큼직하게 썰어넣어 건더기가 매우 많이 보이는 것도 상당히 볼륨감있어보기도 좋습니다.

 

 

 

저는 일단 탕수육은 같이 먹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가지만, 혼자 먹을 경우 부먹을 더 즐기기 때문에 이번에도 부먹으로 먹을 예정.

다만 소스를 붓기 전, 그냥 고기튀김으로만 한 번 즐겨보고 싶어 고춧가루 간장을 살짝 준비하고...

 

 

 

간장만 찍어 살짝 맛봤는데 오... 엄청난 고소함...!!

쫄깃쫄깃한 찹쌀탕수육이 아닌 투박한 옛날 탕수육 스타일인데요, 잘 튀긴 시장통닭 후라이드 먹을 때 느껴지는 것처럼

튀김옷이 굉장히 고소하고 또 폭신하게 씹혀 그냥 이 자체만으로도 맛있었습니다. 바삭바삭보다는 살짝 폭신폭신하다는 느낌.

(눅눅하다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 왠지 여기 이런 느낌으로 밑간 된 고기튀김(덴뿌라) 먹으면 엄청 맛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그냥 한 조각만 소스 없이 먹어볼까 했는데, 넘 괜찮아서 몇 조각 더 먹은 뒤 소스를 부었습니다.

소스에 들어간 야채는 양파, 당근, 오이, 그리고 목이버섯.

 

 

 

탕수육 소스 좋은데요, 너무 자극적이거나 지나치게 새콤하지 않고 전분을 많이 넣은 특유의 끈적한 질감도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또 너무 농후한 단맛도 없는지라 정말 부담없이 먹기 좋고 또 고기튀김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네요.

 

 

 

딱 옛날 방식으로 조리하는 탕수육의 느낌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게 맛있는 쪽으로 유지된다는 느낌.

튀김옷도 적당히 두껍고 안에 돼지고기도 꽤 큼직하게 들어있는 편이라 뭐 흠 잡을 데 없습니다. 안 시켰으면 후회했을 뻔.

 

 

 

자, 그럼 '황두면' 이라는 것을 한 번 먹어볼까 하는데요...

간짜장처럼 황두면도 면과 소스가 따로 담겨나옵니다. 특이하게 면 위에 채썬 오이 대신 무순을 약간 얹어주네요.

 

 

 

다진 고추와 생마늘이 종지에 조금 담겨나오는데, 처음엔 그냥 소스만 넣어먹다 중간에 추가하면 좋다고 합니다.

그냥 소스만 넣고 비빈 것을 좀 즐기다 이걸 넣어서 매콤하고 알싸한 맛의 변화를 주라는 뜻인 듯.

 

 

 

황두면의 소스. 다진 고기를 듬뿍 넣은 국물 자작한 소스가 그릇에 가득 들어있습니다.

대충 식감은 알 것 같은데 그냥 이것만 봐서는 맛이 어떨지 전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면 위에 소스를 부으니 그 한국식 짜장면의 원형인 중화권의 '작장면(炸醬麵)' 과 꽤 비슷한 모습이 만들어졌습니다.

실제 황두면이 이 작장면을 재현한 요리라고 하더군요.

 

 

 

먹는 방법은 짜장면 먹는 것과 똑같아요. 소스와 면을 잘 섞이게끔 비벼주면 됩니다.

이게 젓가락으로만 비비면 잘 비벼지지 않을 수 있으니 숟가락 써서 중간중간 다진 고기를 면 위에 얹어주면서 비비면

좀 더 쉽게 잘 비벼지니 참고하시면 될 듯 합니다. 국물이 걸쭉한 편이 아니라 얼핏 잘 비벼진 게 맞는지 알아보기 쉽진 않네요.

 

 

 

오, 이거... 꽤 재밌다, 그리고 맛있다...!!

 

일단 일반적인 우리가 생각하는 짜장면과 동일한 맛이라고 보면 안 됩니다. 춘장의 풍미는 전혀 없고 달짝지근하지도 않아요.

단맛 대신 중국의 면장이라고 하는 장에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볶아낸 건데, 꽤 간간하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자극적인 풍미와 향은

상대적으로 덜하고 대신 고소한 맛, 그리고 고기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질감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일반적인 짜장의 단맛 어우러지는 짝 달라붙는 맛은 없어요. 하지만 이 고소함이 물리지 않고 계속 젓가락 가게 만드는 맛이네요.

아, 국물에 기름기가 꽤 많습니다. 그래서 첫 맛은 좋지만 먹다보면 사람에 따라 조금 느끼하다 인지할 수 있어요.

 

 

 

이 때! 다진 마늘과 고추를 넣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비벼주면 마늘의 알싸함, 고추의 매운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지요.

아예 처음 한 젓가락만 기본으로 맛본 뒤 처음부터 마늘과 고추 넣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다진 고기가 들어간 특성상 면을 다 건져먹고 나면 이렇게 고기 건더기가 꽤 많이 남거든요.

저야 탕수육을 따로 시켰기 때문에 더 들어갈 배가 없어 시도는 안 했지만 밥 하나 시켜서 남은 다진 고기소스에 밥 비벼먹으면

이것도 상당히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마치 마제소바 먹고 남은 소스에 밥 조금 넣어 비벼먹는 것처럼 말이지요.

 

다진 돼지고기 들어간 소스, 밥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만약 여기 방문하시는 분 있다면 꼭 한 번 시도해보세요.

 

 

 

황두면에 탕수육까지, 배가 찢어질 듯 부르지만 만족감 하나만큼은 매우 높았던 노포 중화요리집 '중화루' 에서의 혼밥.

여기 다음에 다른 사람들과도 한 번 더 와 봐야겠습니다. 한 네명 정도 와서 다른 요리나 식사메뉴도 시켜서 맛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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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 1호선, 경인선의 종점 인천역 전경.

제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보였던 그 사진.

 

 

 

익숙한 북성동 차이나타운도 다시 한 번 가볍게 둘러봐주고...

 

 

 

차이나타운 뒷편 옛 공장지대 건물들이 남아있는 인천아트플랫홈 앞도 한 번 지나가 보았습니다.

여기 느낌이 재작년 타이완 가오슝 여행 갔을 때 봤던 보얼예술특구와 분위기가 은근히 비슷하더라고요.

 

 

 

인천맥주 양조장.

생산만 하는 게 아니라 매장에서 직접 마실 수 있게 판매도 하나봐요. 옆에 피자 써 있는 거 보니 아예 펍도 따로 운영하는 듯.

여기도 기회가 되면 한 번 방문해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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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루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수인선 신포역 3번출구 하차, 인천광역시 중구 홍예문로 12(중앙동4가 7-1)

https://naver.me/I55hYK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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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2. 8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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