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4.3 일본 오사카+도쿄 >
(Season.2-14) 하코네 명물요리, 소바를 접해보다. 아시노호의 신쇼소바(深生そ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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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엄청 험한 산길로 들어왔다. 목적지에 거의 다 가까워졌다는 뜻.
이니셜D의 이로하고개같은 험하고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첫 번째 목적지, '아시노 호수(芦ノ湖)' 에 도착.
그런데 날씨가 영... 좋지 않다. 아니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꾸물꾸물 흐린 날씨가 도착하니 비로 완전히 바뀌어버린 비극적 상황.
아... 후지산 가는 날 비라니, 이거 일진 안 좋은데...;;

일단 날씨는 날씨고, 점심시간대가 되어 밥 먹기 위해 근처 가게 물색.
관광지니만큼 규동집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보다는 지역 음식 파는 향토식당들이 많았고, 그 중 우리가 선택한 가게는
'신쇼소바(深生そば)' 라고 하는 한 음식점이었다. 사실 다른 거 없이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 선택.

가게 앞에 음식 모형들이 놓여 있다. 그런데 지금 이거 볼 상황은 아닐 정도로 비가 많이 와 일단 무작정 들어가기로 함.

비 내리는 것 + 산속이라 굉장히 밖이 쌀쌀했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세상 몸이 다 녹아드는 기분.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고 조명도 그렇고 되게 아늑한 느낌.

일단 사진에 보이는 4인 테이블에 자리를 바로 잡았다.

우리가 차를 대 놓은 아시노 호수 근처에 '하코네 신사' 가 있어, 이 쪽으로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이 찾아오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식당에서도 이렇게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영어 메뉴판이 따로 존재했다. 한국어 메뉴판은 없었지만...

메뉴판 배경 그림도 후지산.

앞면만 있는 게 아니라 뒷면에도 메뉴판이 있는데, 아무래도 관광지라 시내에 비해서 음식 가격은 살짝 비싼 편.
우리 넷 다 상당히 허기진 상태였던지라 꽤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고 뭐 먹을까 고민하다
앞면의 '카츠동과 소바 정식(1,800엔)' 을 인당 하나씩 시킨 뒤, 따끈한 국물로 '오리고기 온소바(1,480엔)' 를 더하기로 했다.
카츠동 소바정식 넷, 그리고 오리고기 온소바 하나.

일본의 관광지를 가면 이렇게 소바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들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디를 가나 우동, 그리고 소바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식사 메뉴.

일회용 물티슈와 함께 나무젓가락 준비.

찬물 대신 따뜻한 녹차가 나오는데, 비 때문에 날이 추워 그런지 몸 따뜻하게 녹이기에 되게 좋았다.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각종 양념통.
일본 식당을 보면 우리나라 식당에 비해 기호에 따라 넣어먹으라고 양념통이 꽤 많이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카츠동와 소바 정식(1,800엔) 도착!
나무 쟁반에 인당 하나씩 음식이 담겨 제공된다. 그리고 이거 생각보다 양이 많은 편, 그래 우리가 진정 원하던 거였어...!!

따끈한 국물로 된장국(미소시루)이 하나 나오고...

오늘 아침, 토요코인 미사토츄오점에서 조식으로 먹은 반찬 츠케모노 3종(오이, 당근, 무)이 여기서도 똑같이 나옴.
우리나라에서 김치, 혹은 단무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밑반찬이 있냐 없냐의 차이가 음식 먹을 때 꽤 크게 다가온다.
특히 밥 먹을 때 반찬 많이 챙겨먹는 나로서는 더더욱...

소바 쯔유(국물)에 넣어먹는 채썬 파와 와사비.

찬합 안에 차게 식힌 냉소바가 들어있는데, 세트메뉴에 나오는 거라 해서 양이 결코 적지 않다.
일반적인 냉소바 1인분은 충분히 됨직한 양이 담겨있는데, 우리가 생각나는 짙은색의 소바와 달리 이 쪽은 새하얀 면이 특징.

소바를 쯔유에 찍지 않고 그냥 살짝 먹어봤는데, 당연히 간은 되어있지 않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향이 나쁘지 않다 싶더라.
뭐 그런데 이렇게 쯔유 없이 그냥 면만 건져먹을 건 아니라 그냥 맛만 가볍게 보고...

바로 쯔유에 담가 호로록~
맛은 우리가 익히 생각하기 쉬운 그 소바의 맛. 면발이 가늘고 쫄깃함보다는 툭툭 끊어지는 식감이 좀 더 강한 편인데
가볍고 부담없이 호로록 먹기 좋은 맛이랄까... 지금은 비록 추웠지만 입맛 없는 여름철에 가볍게 먹기엔 정말 좋을 듯한 맛이다.
...허나 이것만 먹으면 먹은 지 1시간도 안 되어 배가 꺼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게... 있다ㅋㅋ

결국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 것도 튀긴 고기면 더 좋지.
세트로 함께 나온 일본식 돈까스 덮밥, 카츠동.
이것도 1인분 분량에 맞춰 꽤 큰 그릇에 담겨나왔고 계란, 파드득나물, 볶은양파 등 재료가 구색 맞춰 꽤 알차게 들어있다.

밥 위에 얹은 돈까스 덩어리가 꽤 큼직...

와, 이거... 그냥 관광지 밥집 수준이 아닌데...??
카츠동의 나라, 일본에서 이 정도 카츠동이면 어느 정도 수준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같은 맛이면 충분히 상위권...!!
일단 안에 들어있는 돼지고기가 엄청 두꺼운데다 지방 비중도 꽤 높아 굉장히 부드럽고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
거기에 촉촉하게 스며든 계란옷과 양념의 은은한 단맛과 짠맛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자칫 메밀소바 하나만으로 심심한 입 안을
다소 자극적인 맛으로 꽉 채워주며 보완해주는 기분이 든다.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고 먹은거라 어느 정도 보정이 붙었을지 모르나
여기서 먹었던 카츠동, 진짜 기대 이상으로 엄청나게 맛있었다.

그래도 따끈한 국물이 필요할 것 같아 별도로 주문한 '오리고기 온소바(1,480엔)'
이건 인당 하나씩 주문한 건 아니고 하나 주문해서 나눠먹기 위한 것.
처음 주문할 때 사람이 넷인데 메뉴 다섯 개를 말해 직원이 살짝 어리둥절...했는데 나눠먹을 거라 이야기하니 바로 납득.
따끈한 국물 안에 소바, 그리고 그 위에 고명으로 얇게 썬 오리고기가 꽤 넉넉하게 올라간 국물요리다.

앞그릇이 따로 나오진 않아 된장국 담은 그릇 뚜껑을 앞그릇 대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국물과 면, 그리고 오리고기 한 점을 나물과 함께 담아 호로록~

국물에 기름이 많아 좀 기름질 것 같았지만, 느끼하거나 첨예한 기름기는 느껴지지 않는 굉장히 깔끔한 국물맛.
깔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진한 오리고기 국물에 면, 그리고 쫄깃한 오리고기가 씹히니 카츠동과 다른 든든함이 느껴진다.
역시 날이 추워 그런 것도 있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으니 식사할 때 따끈한 국물이 중요해지긴 하는구나...

좀 전까지만 해도 배고프고 춥고, 여튼 영 좋지 않았는데 따뜻한 데 앉아서 밥 먹으니 기분이 너무 좋아짐.
설거지할 때 아주 편하게 할 정도로 바닥 보이게 싹싹 긁어먹고 나왔다.

가게 앞에 귤 담긴 망이 쌓여있는데, 하나씩 가져가라... 는 아니고 당연히 돈 받고 파는 것.
그런데 가격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꽤 쌌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뭔가 우리나라 귤보다 훨씬 더 쌌던 것 같음.

하코네신사 근처의 식당, '신쇼소바(深生そば)'
그냥 관광지에 붙어있는 평범한 식당인 줄 알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맛있는 음식이 있었던 곳.
이 지역 관광왔을 때 식사할 곳이 필요하다면 여길 들어가보는 것도 꽤 좋은 선택이 될 거다. 식당도 아늑하고 아주머니들도 친절.
(신쇼소바(深生そば)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6EaGdv9zeKSDsCCE8)
Shinshō Soba · 6-17 Motohakone, 箱根町 足柄下郡 Ashigarashimo District, Kanagawa 250-0522 일본
★★★★☆ · 소바 전문점
www.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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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우리 식사하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한국인 아주머니 관광객들이 들어왔다.
아마 근처에서 패키지 관광을 와서 식사하러 자유시간 주어졌을 때 일행들끼리 들어왔던 것 같은데, 우리 식사하면서 이야기하는 거
듣고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는 우리에게 '지금 드시는 거 뭐 시킨 거에요?' 라고 한국어로 물어보시더라...ㅋㅋ
일단 그래서 잘 알려드리긴 했는데, 그 분들 제대로 시켜서 잘 드시고 갔을지 모르겠네...
= Continue =
2025. 3. 5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