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4.9 일본 시코쿠(四国) >
(3) 상큼한 귤맥주와 풍미가득 명물 도미밥, 마츠야마 타이메시 아키요시 본점(松山 鯛めし 秋嘉 本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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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마츠야마 시내에 도착한 시각이 한참 점심 때였다.
호텔에 체크인을 한 뒤(아직 방으로 들어가진 못하고 짐만 맡긴뒤) 밖으로 나와 이동한 밥집은 한 번 가보려 점찍어놨던 곳,
'마츠야마 타이메시 아키요시 본점(松山 鯛めし 秋嘉 本店)' 이라는 곳이다. 이치방쵸 아케이드 거리에서 바로 길 건너 위치,
마츠야마 성으로 가는 길, 관광객들이 많이 오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건물 벽에 붙어있는 마츠야마의 도미 그림.
에히메현의 특산물은 귤(미캉)이라고 하는데, 특히 마츠야마는 귤과 더불어 도미로 만든 지역 향토 요리가 유명하다고 한다.
10년 전 마츠야마에 처음 왔을 땐 이 도미요리를 먹어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줄이 꽤 김.
재미있는 건 여기 줄 서 있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고(...) 아까 우리와 같이 무료 셔틀버스 탔던 사람들이었다.
로컬 맛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아주아주 잘 알려진 가게라 한국인 비중이 매우 높은 곳이니
이런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기 좀 어려울지도. 하지만 사람들 평도 좋고 음식도 좋아보여서 가 보려고...
마츠야마 시내가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마냥 크지 않고 시내 중심가, 관광 코스도 극히 한정적이라
외국인 관광객이 오면 어디어디를 순서대로 돌아다닐지 동선이 꽤 뻔한 편이다. 나름 합리적으로 동선을 짜서 이동한다 하지만
내가 짠 동선과 완전히 빼다박은 동일한 동선을 다른 관광객들이 짜서 관광지마다 아까 봤던 사람을 또 만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밥집도 마찬가지. 여기 내가 찾아낸 맛집이라 자신하지 말라,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안 찾아봤을까...ㅋㅋ

가게 밖에 살짝 빛이 바랜 메뉴판이 있는데, 일본어, 그리고 영어 두 가지 언어가 함께 적혀있다.
한국인이 엄청 많이 찾는 가게임에도 불구, 한국어 메뉴판은 따로 존재하지 않음.

저 '도미소면' 이 마츠야마의 대표 요리라고 하는데, 면 먹을까 밥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 그래도 첫 식사인데 밥 먹기로 함.
같이 간 친구도 나와 같은 메뉴로 통일.

매장 안으로 들어왔는데, 출입문 뒤로 쭉 복도가 이어져 있고 왼편에 테이블, 반층 위에 주방이 있다.
주방 쪽으로 반층 올라간 뒤 왼편으로 꺾으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이어지는데, 그 쪽으로 올라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2층 입장.
독립된 벽이 있는 상당히 넓은 테이블에 안내를 받았는데, 우리 둘이 식사를 하러 왔는데 6인 테이블로 안내를 해 주더라.

이 정도로 넓었음...
덕택에 엄청나게 넓고 프라이빗한, 마치 별도로 사전 예약한 별실에서 식사하는 듯한 호화로움을 잠깐 느낄 수 있었다.

테이블에는 물병, 뜨거운 차가 담긴 보온 주전자, 밥에 넣어먹는 고명이 담긴 통과 젓가락 등이 기본 비치되어 있다.
오른쪽 동그란 것의 정체는 직원 부르는 호출벨.

메뉴판을 다시 한 컷. 식사 메뉴는 왼쪽의 세 개.
우리는 도미를 넣고 지은 솥밥과 회, 튀김 등의 다양한 요리가 정식으로 나오는 제일 위 마츠야마 타이메시 세트(2,350엔) 선택.
그 외에 오른쪽에 별도로 추가할 수 있는 사이드 메뉴들이 있다.

메뉴판 뒷면에 도미밥 먹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있음.
재미있는게 이 도미밥 먹는 방법, 나고야의 민물장어 요리인 '히츠마부시' 즐기는 방법과 거의 99% 똑같아...!
먹는 방법에 대해선 아래에서 사진과 함께 다시 한 번 설명.
오른편엔 주류를 포함한 음료 메뉴가 있는데, 제일 위 맥주 메뉴에 눈에 띄는 것 하나, '미깡비루(みかんビール)...?'
우리말로 하면 '귤 맥주' - 이름 그대로 귤을 넣은 맥주.

일단 물 떠놓고 젓가락, 그리고 물수건 준비.
여기도 삶아 쓰는 물수건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선 이제 일회용 물티슈에 밀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

미캉비루(귤맥주) 마셔봐야겠지... 가격은 650엔.
오와, 근데 이거 맛있어...! 탄산이 강하진 않지만 벌컥벌컥 시원하게 넘어가는 생맥주에 귤의 상큼함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더해져
되게 청량하고 기분좋은 단맛이 난다. 막 농후하지 않고 은은하게 입안 가득 퍼지는 향과 단맛이 진짜 너무 맛있더라.
안주 없이 음료처럼 벌컥벌컥 마셔도 좋을 정도였음. 일반 맥주와 가격도 50엔밖에 차이 안 나는데, 그럼 무조건 이거 시켜야 한다.

'마츠야마 타이메시 세트(2,350엔)' 도착.
1인 쟁반에 밥공기와 함께 국물, 그 외에 반찬과 몇몇 요리들이 함께 담겨 정갈하게 나온다. 밥은 별도의 솥에 따로 나옴.

타이메시 먹을 때 밥 위에 얹어먹는 야채와 양념장들.
오른쪽 위의 저건 흡사 보리쌀처럼 생겼는데, 실제 보리쌀이 맞는 듯. '모로미' 라고 불리는 일본된장에 무친 보리쌀이라 한다.

일본식 맑은 국물인 '스이모노(吸物)' 가 미소시루(된장국) 대신 나온다.

밑반찬으로는 소금에 절인 일본식 오이절임(츠케모노).

그리고 이건 무슨 요리였더라...

실곤약과 비슷해보이는 이 요리는 약간 해파리냉채 같은 느낌. 물론 그것처럼 톡 쏘는 느낌보다는 짠맛과 단맛이 있는
일본식 간으로 조리한 무침 요리. 뭔가 청주 등과 함께 가볍게 먹어야 좋을듯한 맛.

두 점의 도미회가 간장, 와사비와 함께 담겨나온다. 회가 담긴 조그마한 접시도 도미 모양.

일본은 활어회 대신 숙성을 과정을 거친 선어회를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여기 회도 선어회로 나옴.

그런데 회 진짜 맛있더라. 선어회 특유의 쫀득쫀득한 식감은 물론 생선살에서 은은한 단맛이 입 안 가득 퍼지는데
이게 쫀득한 식감과 만나니 진짜 극상으로 행복해지는 기분. 간장 살짝 찍어 씹을 때의 쫄깃함은 정말 최고였다.

양은 많지 않지만 가볍게 맛볼 수 있는 튀김도 함께 나온다. 튀김은 총 세 가지.

우리나라에선 파프리카에 밀려 쉽게 찾아보기 좀 어려워졌지만, 일본에서는 쉽게 먹을 수 있는 대표 야채인 '피망'
매운맛 없이 바삭한 튀김옷을 만나 신선하게 씹히는 맛.

언제 어디서나 먹어도 절대 배신하지 않는 새우튀김.

그리고 와사비를 살짝 찍어먹는 포실포실한 가지튀김까지.

오늘 식사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도미솥밥(鯛めし)'
2인분의 밥이 냄비 하나에 담겨나와 반을 갈라 함께 나눠먹으면 된다. 밥을 바로 짓는듯 나오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음.

뚜껑을 열면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이 도미 육수로 지은 밥 위에 뼈를 발라 구운 도미가 고명으로 얹어져 콕 박혀있고
마무리로 파드득나물이 살짝 올라가 있다. 일본사람이 즐겨먹는 파드득나물은 우리나라의 참나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같은 품종은 아니고 잎의 모양 등이 참나물과는 좀 다르다고 한다. 향이 강하지 않아 거부감없이 먹기 좋은 잎채소.

함께 나온 주걱으로 밥을 앞그릇에 담아먹으면 된다.
이제부터는 도미밥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마츠야마의 도미밥은 총 세 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먼저 내 몫의 밥을 삼등분으로 나눈 뒤...

첫 번째 밥은 뼈를 발라 구운 도미와 도미육수로 지은 밥을 그 자체만으로 즐기기.

간은 약간 심심하게 되어있는데 비린맛 없이 진한 생선살의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지는 맛.
도미 육수로 간을 하여 지은 밥은 생선살 없이 그냥 밥만 먹어도 맛있을 정도로 은은하게 고소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진다.

무엇보다 이 도미가 정말 맛있음. 이 도미만큼은 절대 호불호 갈릴 일 없이 한국인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도 우리지만 나이 많은 어르신들 모시고 와도 분명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맛이었다.

두 번째 도미밥은 도미밥 위에 보리된장 등의 각종 재료를 얹어 젓가락으로 잘 섞어준 다음 비빔밥처럼 즐기기.
뭐 정확히는 비빔밥이 아니라 그냥 덮밥처럼 먹는 게 맞겠지만, 한국인은 일단 비비고 봐야 하니까...

구수하지만 살짝 심심하게 느껴졌던 밥이 보리된장을 만나 완성된 간이 되었다는 느낌. 이 방법 또한 매우 훌륭하다.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두 개의 통에 들어있는 음식의 정체는 튀긴 쌀(아라레), 그리고 김가루.
이건 세 번째 방법으로 도미밥을 즐길 때 사용하면 된다.
테이블에는 찬물 말고도 뜨거운 차가 담겨있는 보온 주전자가 함께 준비되어 있는데...

나머지 밥을 그릇에 전부 담은 뒤 튀긴 쌀과 김가루, 그리고 약간 남은 파드득나물을 밥 위에 듬뿍 얹은 뒤...

보온 주전자에 있는 찻물을 밥 위에 뿌려 '오차즈케(お茶漬け)' 를 만들어 먹는다.
즐기는 방식이 히츠마부시와 너무나도 동일. 다만 히츠마부시가 밥을 4등분하여 3단계 오차즈케까지 즐기고 마지막 4단계는
앞의 세 가지 방식 중 자신이 가장 맘에 들었던 방식을 즐기는 거라면 여기는 그냥 3등분하여 이 순서대로 먹으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사 후 누룽지에 뜨거운 물 부어 숭늉을 먹듯, 여기서는 오차즈케를 먹으면 속도 따뜻해지고
물 말은 밥처럼 밥이 술술 넘어가 마무리로 먹기 딱 좋다. 따끈한 찻물을 머금은 밥의 또다른 풍미를 느끼기에 이만한 게 없다.

반찬 하나 남김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마츠야마에서의 첫 식사로 이걸 선택한 건 완벽했다는 걸 체감한 훌륭한 점심식사였다.

나갈 땐 테이블에 있는 영수증을 갖고 1층으로 내려가 계산을 마치면 된다.
카드 결제 가능, 인원대로 나눠 분할 결제 가능하니 어떠한 결제수단이 됐든 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 마츠야마 타이메시 아키요시(秋嘉) 본점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4kw6dqVaWLMnWBNB9)
Matsuyama Taimeshi Akiyoshi Honten · 3 Chome-5-1 Okaido, Matsuyama, Ehime 790-0004 일본
★★★★☆ · 일본 지역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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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15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