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4.9 일본 시코쿠(四国) >
(10) 기대했던 고요함 대신 본 것은 시끌벅적함, 하지만 그 역엔 사랑과 낭만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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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모나다역으로 귀환.
여전히 역에 사람은 많았고 내가 기대했던 풍경과 달리 역사 주변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매우 시끌벅적했다.

좀 전의 공연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중.
해가 서서히 지면서 밴드의 뒤로 석양이 지는 수평선이 보이는데, 이 때만큼은 이 시끌벅적함도 낭만처럼 느껴지더라.

역 이용 및 관광시의 주의사항 이것저것.
입장료를 내야 승강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대한민국 동해선의 정동진역과 달리 이 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으니만큼
서로간의 피해, 혹은 열차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어느 정도 지킬 것을 지켜야 한다.

어쩌면 이런 공연이 있는 날에 이 역을 방문하게 된 것도 운이 좋은 것 아니었을까...
비록 사람은 많았지만 석양이 지는 시모나다역을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노랫소리는 듣는 것 만으로도 꽤 낭만적이었으니까...

해가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면서, 하늘은 조금씩 황금빛으로, 모든 풍경은 역광으로 비추기 시작했다.

무인역으로 운영되는 역이라지만 JR 시코쿠에서 파견 근무를 나온 직원이 이 곳에 상주한다.
항상 상주하지는 않는 것 같고 석양이 지는 관광객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오는 것 같은데 관광객들에게 이런저런 안내를 해 주며
역사 승강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도 주고, 사진도 직접 찍어주고 있다.

저 지붕 승강장 아래 앉아 해안을 바라보고 있거나, 혹은 저렇게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 건 필수.
그저 바다 말곤 아무것도 없는 역이지만 모두가 이 풍경에서 사진을 찍었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두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원했던 한적한 분위기 좀 없으면 어때?
북적이는 분위기에 왁자지껄하지만 모두가 기분이 좋고 다들 웃고 있어, 그걸로 된 거야.

그와 별개로 시모나다역이 왜 '비경역' 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충분히 납득.
시설이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시골역일 뿐인데, 석양이 지는 바다를 배경에 두고 있는 것 만으로도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이 곳이 일본의 기차 여행 티켓, 청춘18패스의 포스터 배경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도 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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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내려버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까?

특급 열차 한 대가 도착.
열차가 들어올 때마다 사람들은 모두 환호하며 이 앞에서 열차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다.
처음 역에서 내렸을 때 영상이긴 한데, 내가 타고 왔던 열차가 시모나다역을 떠나는 모습.

조금씩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황혼의 시간이 찾아온다.
시모나다역의 석양은 낭만적이면서도 아련한, 그리고 어쩐지 석양을 뒤로 하고 집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그리움이 느껴진다.

그와 함께 서서히 역으로 들어오는 열차.

17시 49분에 마츠야마역으로 돌아가는 JR시코쿠 키하54형 단량동차.

역에 머무르는 꽤 다수의 사람들이 이 열차를 타고 마츠야마 시내로 돌아갈 것이다.

열차를 타기 위해 줄 서는 사람들.
당연히 좀 전까지 역사 안내를 해 주던 JR 시코쿠 파견 역무원과 열차에서 내린 승무원은 사람들의 승, 하차를 돕는 중.

시모나다역은 승차권을 팔지 않는 무인역이기 때문에 승차권 없이 바로 열차를 타야 하는데
그 대신 내가 어느 역에서 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승차문에 있는 정리권을 뽑고 열차를 타야 한다.

정리권에는 탑승 날짜와 시각, 그리고 탑승한 역 표시가 함께 되어있는데
이걸 갖고 목적지까지 이동한 뒤, 목적지 개찰구의 역무원에게 보여주고 요금을 후불로 정산할 수 있다.
만약 목적지의 철도역도 역무원 없는 무인역일 경우 정산은 내릴 때 열차 내 차장을 통해 진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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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역을 떠나는 열차.
아직 역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이들 대부분은 차를 타고 오거나 혹은 공연을 보기 위해 온 현지 주민들 같음.
몇몇이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에서 난생 처음 가 본 곳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마츠야마로 돌아가는 열차도 사람이 너무 많아 서서 와야했음...ㅡㅜ
마츠야마역까지는 약 45분 정도를 이동해야 한다. 아주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은 거리도 아니라 서서 가기엔 좀 피곤.

마츠야마역에 도착하니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졌고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열차가 정차중인 승강장을 한 컷.

유인 개찰구 앞에서 직원에게 정리권을 보여줘 열차 요금을 정산한 뒤 역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깔린 JR 시코쿠 마츠야마역. 이제는 신 역사 개통으로 이 풍경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생각하니 살짝 기분이 묘해진다.
= Continue =
2025. 4. 1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