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4.9 일본 시코쿠(四国) >
(18) 적막감보다 고요함에 좀 더 가까웠던 이요나다선의 무인역, 이요나가하마역(伊予長浜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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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찾은 곳은 JR 시코쿠의 어떤 철도역이다.
이 철도역이 목적지는 아니고, 그냥 목적지가 있는 곳 근처에 우연히(진짜 우연히...) 이 철도역이 위치해있는 것 뿐.
비교적 깔끔하고 번듯한 건물과 함께 자판기, 공중전화, 그리고 화장실에 주차장까지 완비되어 있는 이 역은 무슨 역일까?

JR 시코쿠 요산선 지선 이요나다선의 '이요나가하마역(伊予長浜駅)'
어제 찾은 시모나다역과 같은 노선상의 철도역으로 시모나다역에서 약 10.7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마침 시간도 남았겠다 역사 구경 한 번 해 보러 들어가 봄.

이요나가하마역은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무인역이다.
안으로 들어오면 어떠한 역무 시설 없이 다소 황량한 분위기의 대합실 하나가 있는 게 전부.

그래도 나름 관리는 하는지 대합실 의자에는 이렇게 방석과 쿠션도 비치되어 있더라.
방치 수준으로 놔둬서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게 아닌 나름 뽀송뽀송한 방석. 열차 기다릴 때 의자 바닥에 대고 앉으라는 건가?
다만 대합실 바닥은 청소를 자주 안 해서인지 조금 지저분하긴 했음.

열차시각표 및 운임표.
2025년 4월 현재 기준으로 저 열차 시각표는 개정되어 완전히 맞지 않으니 꼭 JR시코쿠 공식 홈페이지 참고하는 걸 추천.
요산선 지선 이요나다선은 열차가 1~2시간에 한 대 다닐 정도로 배차간격이 매우 넓은 노선이다.
그래도 상, 하행 각 9편, 총 18편 왕복으로 다른 지방의 아주 작은 오지 철도역에 비하면 그나마... 비교적 열차는 자주 다니는 편.
이 곳에서 마츠야마역까지의 요금은 일반열차 기준 850엔, 시모나다역까지는 330엔.

한때 역무원이 근무했던 곳이었는지, 역무 시설의 흔적이 남아있긴 하나 현재는 커튼이 쳐져 있다.

무인역이기 때문에 승강장에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
한땐 이 곳에서 검표도 했겠지만, 지금은 이 역에서 내릴 땐 차내에서 차장을 통해 요금을 지불한 뒤 내리면 된다.

'이요나가하마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광지라고 할 만한 요소가 크게 있는 역은 아닌데, 그냥 지역 이용객들을 위해 붙여놓은 것일까?

이요나가하마역 역명판. 역명판 색은 JR 시코쿠를 상징하는 하늘색.
역명판 아래 작게 표시되어 있는 괄호 안의 문구는 '에히메 현 오즈시(愛媛県大洲市)'. 역이 들어선 곳의 지명을 표시한 것이다.

승강장은 2면 3선식 승강장.
승강장 일부에만 지붕이 설치되어 있고 나머지는 지붕 없는 승강장이다.

보통 철도역에서 볼 수 있는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과선교(육교)가 여기엔 설치되어 있지 않아
반대편 승강장으로 넘어가려면 계단 따라 승강장 아래로 내려온 뒤 역 구내 설치된 철도건널목을 통해 넘어가야 한다.
어짜피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는 역이라 선로 쪽으로 내려왔다 해서 그렇게 위험하진 않음. 다만 건널목 밖으로 나가지는 말자.

이요이즈시 방면으로 뻗어있는 선로.

맞은편 2, 3번 승강장 쪽으로 이동.

이 역의 개통일은 1918년. 100년이 훌쩍 넘은 오래 된 역이다.
그래서인지 시멘트로 만든 승강장도, 지붕이 달린 목조 건물의 대합실도 모든 것이 다 매우 낡아 녹이 슬어있다.
일본의 지방 무인 철도역을 보면 이런 역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어 새삼 놀랍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깔끔하고 크게 지은 철도역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 곳에 와서 이런 허름한 분위기의 철도역을 보면 다소 놀라게 될 지도...

2번 승강장에서 바라본 1번 승강장의 모습. 맞은편에 서 있는 사람은 이번 여행에서 함께 다니는 친구.
승강장 바로 뒤로 마을이 이어져있는 모습. 굳이 역사 건물을 거치지 않고 승강장에서 바로 밖으로 나가도 될 정도.

열차는 오지 않고, 우리 외엔 사람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아주 한적한 분위기였으나
이상하게 이 역에서 적막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전해지지 않았다. 적막함보다는 시골 도시의 고요함이랄까...
오히려 그 고요함의 분위기가 역사에 머물러 있는 동안 묘한 안정과 함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대도시의 북적이는 철도역이 아닌 한적한 지방 무인역에서 느껴지는 조용함... 내가 사람에 지쳐 그런걸까, 이 분위기가 편했다.

열차 운행 횟수도 적고 그만큼 이용객도 적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
비록 규모는 작고 사람도 없지만 묵묵히 이 자리를 지키며 100년 넘게 지역 주민의 발 역할을 해 주었던 이요나가하마역.

역사 한 쪽에 세워져 있는 낡은 자전거.

역사 앞 공터는 이 곳에 원래 건물이 있었는지, 아니면 무언가 건물을 세우기 위해 나무가 있던 터를 닦아놓은 것인지
나뭇가지와 자갈이 굴러다니는 다소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공터에서 바라본 이요나가하마역 2, 3번 승강장 쪽의 지붕과 벤치.
오히려 어제 봤던 인파로 붐비던 시모나다역보다 이 역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시간이 완전히 멈춘 듯한 늦여름의 한적안 시골 철도역.
(이요나가하마역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tKCYC3QYvjYmgeMKA)
이요나가하마 역 · 일본 〒799-3401 에히메현 오즈시 나가하마
★★★★☆ · 기차역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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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타고 근처 가장 가까운 편의점, '로손' 으로 이동.

대도시가 아닌 지방의 편의점은 접근성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차를 타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이렇게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해놓고 있는 곳들이 많다. 편의점이 일종의 휴게소 역할도 함께 하고 있는 셈.
편의점 근처 주민들이야 걸어서 이 곳을 찾아올 수 있다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전거, 혹은 차를 타고 와야 하기 때문에...

'로손 나가하마 히토히사점(ローソン 長浜仁久店)'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C8d9aDRYADTgmdPY7)
Lawson Nagahama Nigyū Branch · 일본 〒799-3403 Ehime, Ozu, 仁久甲19−6
★★★★☆ · 편의점
www.google.com

이후 우리가 이동하게 될 장소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어 여기서 구매.

와, 이거 뭐지? 도박묵시록 카이지 콜라보레이션 라멘 오츠마미?
그냥 튀긴 라면스낵 과자일 뿐인데 카이지 그림이 들어간 것 만으로도 엄청나게 구매 욕구가 올라가고 있어!
캐릭터의 힘이라는 게 이래서 대단한가보다.
= Continue =
2025. 4. 2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