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4.9 일본 시코쿠(四国) >
(16) 소금빵의 역사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세계 최초의 소금빵" 팡메종(パン·メゾン) 야와타하마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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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 에히메현 남서부에 위치한 해안도시 '야와타하마시(八幡浜市)'
마츠야마에서 약 70km 정도 떨어진 인구 29,000명의 이 작은 도시는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에서
주인공 스즈메과 소타 둘이 큐슈 미야자키에서 페리를 타고 처음 시코쿠에 내리게 된 도시기도 하다.
그래서 이 도시엔 해당 여객터미널 근처로 스즈메의 문단속 성지순례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적게나마 있는 편.
그러나 사실 여긴 애니메이션보다 더 유명한 어떤 빵집 하나가 있다.
가게 이름은 '팡 메종(Pain Maison - パンメゾン)'

지금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빵으로 자리잡은 '소금빵'
그 소금빵이 처음 만들어진 곳이 일본이다. 그럼 언제 어느 빵집에서 소금빵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게 된 걸까?
그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22년 전, 바로 이 곳 에히메현 야와타하마시에서 시작된다.
팡 메종은 소금빵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낸 빵집으로 프랑스에서 소금을 뿌린 빵이 유행한다는 아들의 조언에 따라
이를 응용하여 소금빵이라는 새로운 빵을 개발하였고, 이게 유명해지면서 하나의 새로운 빵 장르로 자리잡아 이어져오고 있다.
'소금빵' 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빵집, '팡 메종'
그리고 그 가게의 본점이 바로 이 곳이다.

처음 소금빵이 시작된 빵집 치고 빵집 내부는 비교적 수수한 분위기.
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고 그냥 동네 약간 큰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전문점 정도 크기랄까...
내가 평일 오전에 방문하여 그런가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다만 꾸준하게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더라.
여기 접근성이 별로 안 좋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철도역이 JR 시코쿠의 '야와타하마' 역이긴 한데, 거기서도 도보로 약 2km 정도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으로 오긴 좀 많이 곤란하고 렌터카, 자차로 오는 걸 추천. 단독 건물에 꽤 넓은 주차장이 확보되어 있다.

빵은 기본적으로 포장되어 있지 않은 채 진열되어 있어 쟁반에 하나씩 집게로 담아야 한다.
부분부분 비워져있는 게 많은데 그만큼 나가는 속도가 빨라 그런 듯. 그래도 빠르게 보충이 되는 편.

빵 매대 너머로 큰 유리창이 있고 자연 채광이 들어온다.

이 가게의 간판메뉴는 단연 '소금빵(塩パン)'
가격은 개당 95엔... 가만 95엔?!

우리나라에서 소금빵 하나 먹으려면 최소 3,000원은 줘야 하고 좀 유명한 집 가면 4,000원도 넘게 부르는 게 소금빵인데
그 소금빵 한 개 가격이 1,000원이 안 된다고?! 대체 이거 뭐지...??
더 어처구니없는 건 이 소금빵, 그나마 최근에 가격이 많이 오른거지 원래 가격은 76엔인가 했다고 한다. 800원도 안 되는 꼴.

문제는 소금빵만 가격이 저렴한 게 아니었다.
다른 빵들도 가격이 다 저렴함.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빵집을 가 보면 가장 가격이 싼 빵이 개당 2,000원대 초반에 형성되어 있는데
여긴 웬만한 빵 가격이 200엔대 중반을 넘어가는 게 거의 없다. 거의 대부분의 빵들이 100엔대 중반, 혹은 비싸도 200엔대 초반.

그렇다고 단팥빵, 소보루빵처럼 기본 빵만 있는 게 아니라 소시지, 계란, 베이컨 등 들어간 재료도 많다.

기본 단팥빵의 가격은 138엔. 약 1,400원 정도.

일본은 소보루빵이 없는 대신 '메론빵' 이라는 빵이 있는데, 이게 맛은 좀 달라도 우리나라의 소보루빵 포지션.
미니 메론빵의 가격은 77엔, 일반 메론빵 가격은 138엔.

파니니라든가 샌드위치 등도 판매하고 있고 오른쪽을 보면 우유, 커피 등의 음료도 공산품으로 팔고 있다.
사진은 소금빵이 소개된 잡지 본문을 발췌하여 액자로 만든 것.

그리고 이 가게의 가장 압도적인 장점. '드립 커피가 무료!'

빵 구매 후 매장 내에서 먹고 갈 경우 드립 커피를 서비스로 준다. 그것도 셀프로 가져다 마실 수 있어!
결제 카운터 왼쪽에 저렇게 드립 커피 머신이 설치되어 있어 빵 구매 후 별도 음료를 사지 않아도 커피를 마시는 것이 가능!
미쳤네 여기...

매장 안엔 아주 작게 어린이 놀이방도 설치되어 있음.

테이블은 많지 않지만 손님들 대부분이 빵을 먹고 간다기보단 포장해가는 손님 위주라 편하게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포장 손님이 많다는 건 대부분 손님들이 지역 주민들이란 얘긴데, 다소 외진 작은 마을에 있어 그런 것일지도...
엄청나게 유명한 빵집인데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몰린다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 그냥 동네 빵집 분위기다.

빵은 그냥 쟁반째 가져와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나름 셀프 바 비슷한 게 준비되어 있어 거기서 커피, 티슈 등을 챙겨올 수 있음.

커피는 UCC 드립커피. 일본 커피 브랜드 중 가장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대중적인 커피.
맛이야 뭐... 그냥 드립커피맛. 내가 알기론 토요코인의 아침 드립커피도 이와 같은 커피라고 한다.

기본 소금빵.

바게트 스타일의 단단한 빵이 아닌 모닝롤 스타일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
일반적인 소금빵에 비해 좀 더 길고 약간 날렵하게 생겼다. 크기는 단팥빵 같은 것에 비해 살짝 작은 편.

오 맛있어...!!
버터의 풍미과 쫄깃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 거기에 씹을수록 나오는 소금의 짭짤한 뒷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전혀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모범적인 소금빵이라는 인상.
물리지 않고 먹을 때 부담이 적어 앉은 자리에서 10개도 금방 해치울 것 같은 맛이랄까. 커피랑 함께하니 정말 맛있는 거 있지...

일본의 빵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카레빵'
이 카레빵 역시 카레라이스 + 돈까스를 한데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일본이 최초 개발한 빵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선 고로케에 밀려 파는 곳이 많지 않지만 일본에선 빵집 가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빵.

튀긴 빵 안에 양파를 듬뿍 넣고 꾸덕하게 끓인 일본식 카레가 듬뿍 들어있다.
진한 카레향과 은은한 양파의 단맛이 튀긴 빵과 든든하게 어우러지는 기분 좋은 식사용 빵. 이 찐한 느낌이 정말 좋달까,
만들어진 지 좀 되어 식었음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걸 보면 갓 구운 뜨거운 걸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건 무슨 빵인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까르보나라 계열의 크림 소스를 다진 브로컬리와 버무린 빵이다.
얼핏 피자빵이라든가 샐러드빵 같으면서도 그와 다르게 상당히 맛있어보여 호기심에 집어든 것.

역시 위에 얹어진 건 크림 소스.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먹을 때 나오는 그 크림 소스와 거의 동일한 맛이라고 보면 된다.
고소한 크림 소스에 보드라운 빵이 더해졌다? 이건 뭐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브로컬리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 빵을 좋아하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 무엇보다 바닥에 있는 빵 부분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다음은 통 베이컨과 연근을 올린 뒤 치즈를 뿌려 구운 빵.
연근을 넣은 빵이라니, 무슨 맛일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기도 하거니와 비주얼이 매우 특이해서 호기심에 집어든 것.

진짜 빵 재료로 별게 다 들어가네...

우와, 이것도 엄청나게 맛있어!
베이컨 위에 마요네즈를 한 겹 뿌리고 그 위에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연근, 그리고 구운 치즈가 올라가 엄청나게 고소하다.
마요네즈와 치즈의 고소함에 베이컨의 기름짐, 그 느끼함을 아삭한 연근이 잡아주니 조합 또한 굉장히 훌륭한 편.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이와 비슷한 빵을 먹을 수 없는, 진짜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빵이라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달까...
일단 여기서 점심 겸으로 이렇게 빵 네 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커피에 빵이 무려 네 개... 이 정도면 충분히 든든한 점심이 될 법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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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참지 못하고 빵 네 개 더 주문.
나 점심으로 빵 여덟 개 먹은 사람이 되어버림(...)

엄청 유명한 빵집에 왔는데 단팥빵을 안 먹을 수가 없어 집어든 단팥빵.
일본의 단팥빵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표면이 기름지고 반질반질한 대한민국 단팥빵과 달리 여긴 표면이 살짝 거친 편.
일본에서는 단팥빵을 '앙팡' 이라 부른다고 한다.

곱게 간 단팥이 진짜 빈틈없이 듬뿍 들어있다. 빵 부분은 겉이 약간 바삭하고 단단한 질감이 있긴 한데
안에 들어있는 단팥이 워낙 부드럽고 또 들어있는 양 또한 아주 많아 음료 없이 그냥 먹어도 매우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나는 커피와 함께 먹긴 하지만 이건 우유와 함께하면 그야말로 최고의 궁합을 자랑할 것 같은 맛.

소금빵을 하나 더 집어들었는데, 좀 전의 소금빵과는 약간 다르다.
여기 소금빵이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하나는 아까 먹었던 모닝빵 스타일의 보드라운 소금빵,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게트빵처럼 표면이 건조하고 약간 딱딱한 빵이다. 이 빵은 후자.
가격은 둘 다 동일한데 서로 다른 바구니에 담겨있으니 구분하고 집으면 좋다. 딱 외관만 봐도 종류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지만.

표면은 바게트처럼 바삭하고 단단한 질감이지만 빵 바닥쪽은 보드랍고 다소 기름진 편.

오, 이것도 맛있어!
두 종류의 소금빵 중 어떤 게 더 맛있냐고 물으면 사실 둘 다 맛있다. 질감은 취향의 영역이라 각자 취향대로 즐기면 되겠다.
가장 좋은 건 역시 두 가지를 전부 먹어보면서 맛과 식감 등을 비교해보는 것일 듯. 두 개 먹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으니까...

아까 정말 맛있어보이길래 집어든 베이컨과 계란을 통째로 넣은 빵.

보드라운 빵 위에 베이컨, 그리고 계란 한 개를 통째로 올려 그대로 구워내었는데, 껍질을 깬 날계란이 빵 반죽을 그릇삼아
오븐에 구워지면서 스팀에 찐 것 같은 찐계란으로 바뀌어 있었다. 바닥에 깔려있는 베이컨은 소금간이 세게 되어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덜 짜고 위에 올라간 촉촉한 계란노른자의 담백함과 정말 잘 어울렸다. 이거 진짜 맛있네...

단돈 77엔짜리 미니 메론빵.
그 모양이 메론과 비슷하다고 하여 메론빵이지 이 빵엔 실제 멜론 과즙이나 과육이 들어가진 않았다.
간혹 진짜 멜론과즙 혹은 과육을 넣어 메론빵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일단 여긴 아님.

빵 위의 쿠키생지는 바삭, 그리고 표면에 붙은 설탕반죽이 만들어낸 달콤함이 디저트, 간식용 빵으로 매우 훌륭한 맛.
사실 한국인 입맛에는 메론빵보다 고소한 소보루빵이 좀 더 취향일 수 있지만, 메론빵은 메론빵대로의 매력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이렇게 빵을 여덟 개나 먹고 드립커피까지 마셨는데도 나온 금액이 우리돈 1만원을 살짝 넘긴 정도.
진짜 빵 가격 비싼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가격이다.
계산한 뒤 영수증 다시 확인했을 때도 이게 맞나 싶어 영수증을 재차 확인해봤는데 겨우 1만원 좀 넘게 나온 게 진짜로 맞아.
...내가 여행 중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구나.
이제 대한민국 가서 3,000원 주고 소금빵 어떻게 먹나...

카페 코너 한 곳에 설치된 셀프 바와 쓰레기통.
시럽 등의 커피 넣는 소스, 그리고 종이컵을 저기서 가져오면 되고 다 먹은 뒤엔 오른쪽 쓰레기통, 분리수거통에 넣으면 된다.

분명 줄을 서진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손님 들어오는 모습이 정말 잘 나가는 빵집이란 걸 알 수 있게 해 준다.
굉장히 저렴한 가격, 그리고 그 가격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훌륭한 맛. 모든 게 다 완벽한, 정말 우리동네에 그대로 갖고오고 싶은
환상의 빵집이었다. 진짜 딱 이 가격 유지하면서 동네에 있으면 다른 빵집 안 가지, 마트에서 양산빵 절대 안 사먹지.

'팡 메종' 을 가 보고 싶으나 너무 접근성이 안 좋아 찾아가기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
이 가게는 도쿄 긴자에 직영 지점이 있다. 바로 '팡 메종 긴자점' 으로 도쿄지하철 히가시긴자역 A7번 출구에서 300m 거리에 있다.
다만 나는 거길 가본 적 없지만 여기 본점과 달리 먹고갈 수 있는 공간이 없고(포장만 가능) 대기가 엄청 많기 때문에
거기서 빵을 사려면 무조건 줄을 서야 한다고 함. 그리고 빵 가격도 본점에 비해 살짝 비싼 편이라고 한다(기본 소금빵 120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가성비가 좋고 맛은 말할 것도 없기 때문에 최초로 개발된 소금빵을 한 번 맛보고 싶은데
에히메현까지 찾아오는 게 힘들다면 도쿄에 있는 팡 메종 긴자점을 찾아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일단 나도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도쿄를 가게 되면 긴자점은 꼭 찾아가 볼 예정.
하지만 만약 여유가 된다면... 꼭 야와타하마의 본점을 와 봤으면 한다. 진짜 여기서 느꼈던 감동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 팡 메종 야와타하마 본점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ujnAf62vEdshpTrK9)
팡 메종 본점 · 1 Chome-8-15 Kitahama, Yawatahama, Ehime 796-0048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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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2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