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4.9 일본 시코쿠(四国) >
(13) 환상의 구운 시메사바와 단돈 2,000원짜리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산다이메 토리메로(三代目鳥メ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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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지만 여행을 같이 간 친구는 술을 굉장히 좋아한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밤에 밖에 나와 술을 마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최근 몇 번의 여행을 통해 토리기조쿠를 포함
일본의 이자카야나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는 것이 굉장히 즐거운 일이라는 걸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이번 여행에서도 저녁에는 게임센터 대신 근처의 술집을 가서 가볍게 맥주 마시며 일본에서의 첫날밤을 보내려고 했다.
원래는 토리키조쿠, 혹은 신지다이 같은 지난 3월 여행에서도 갔던 가게를 찾아보려 했는데, 시코쿠에는 그 가게가 없더라고.
대신 오카이도 상점가 입구에 꽤 흥미로운 이자카야가 하나 보였다. 생맥주 199엔?!

가게 이름은 '산다이메 토리메로(三代目鳥メロ)'
몰랐는데 이거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있는 일본 프랜차이즈더라고. 심지어 토리키조쿠 진출하기도 전부터 있었던 매장.
생맥주 가격 보고 여기 괜찮겠다 싶다는 느낌이 와서 바로 들어가보았다.

내부는 술집답게 꽤 시끌벅적한 분위기. 다만 토리키조쿠, 혹은 신지다이에서 느꼈던 저세상급의 시끄러움은 아니었다.
다행히 대기가 없어 바로 자리 안내를 받아 앉을 수 있었음.

여기도 여러가지 요리를 취급하는 이자카야인데 토리키조쿠처럼 꼬치구이가 간판 메뉴인 것 같다.

테이블에는 앞그릇과 각종 양념통, 그리고 태블릿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음.

태블릿 모니터를 통해 주문을 하면 되는데... 언어가 안 되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짜잔~ 한국어 메뉴 깔끔하게 지원.
아빠 사와, 할아버지 소주와리라는 것이 뭘까... 싶긴 한데, 한국어 번역이 생각보다 매끄럽게 잘 되어있었다.

꼬치구이도 이렇게 종류별로 단품 주문이 가능. 주문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테이블에는 한국어 전용 메뉴판이 따로 존재. 앞면은 요리 및 안주 메뉴.

그리고 뒷면에는 주류 및 음료 메뉴가 나와있다.
아까 전 니시키 이와모토 도미라멘집에서의 외국인 이중가격 때문에 '혹시 여기도...?' 하는 불안감이 살짝 생겨
기본 비치되어 있는 일본어 메뉴판과 동시에 펼쳐놓고 교차검증을 해 봤는데, 다행히 이 가게는 이중가격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다만 메뉴판에 표시되어 있는 가격은 전부 세금 포함 가격이라는 것 정도의 차이만 있었음.
그래서 입구에 붙어있는 생맥주 199엔도 실제 가격은 소비세 10%가 추가로 붙어 218엔이다.
그런데 이 생맥주가 무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임.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생맥주 한 잔이 218엔...? 이건 마셔야지!

테이블에서 굽는 시메사바, 고등어...? 와 이것도 먹어보자.

대한민국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닭고기 육회, 이것도 친구의 강한 주장으로 함께 주문.

앞접시와 물티슈, 그리고 젓가락 세팅.

첫 번째 맥주는 일단 메가 사이즈의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548엔)
토리키조쿠의 메가 사이즈 잔과 거의 비슷하거나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큰 잔에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가 담겨나옴.

이 가게의 기본 오토시(안주)는 소금에 절인 다시마 말린 것(昆布 - 콘부)을 올린 양배추.
자릿세 개념인 오토시가 따로 존재하는데 인당 300엔씩. 대신 이 양배추와 말린 다시마를 주고 '무한 리필' 이 가능하다고 한다.

첫 날 여행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자축하며 건배.

소스를 뿌린 양배추야 뭐 그냥 양배추맛이긴 한데, 저 소금에 절인 다시마가 진짜 맛있었다.
살짝 말려 짭조름하고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것이 술안주로 조금씩 오물오물 집어먹어도 좋고 밥반찬으로 먹어도 좋을 정도.
양배추도 사실 대한민국의 양배추에 비해 훨씬 더 단단하고 단맛이 강해 상당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음.

첫 번째 요리는 친구의 강력 주장으로 주문한 '닭고기 육회(548엔)'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쇠고기로 육회를 먹지 못한다고 하지만 대신 닭고기회를 먹는 건 가능한가 보다.
그리고 이 닭고기 육회는 일반적인 음식은 아니긴 해도 대한민국 전남 지역에서 취급하는 가게가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닭고기로 육회를...? 무슨 맛일까 싶어 반신반의하며 집어들었는데...

와, 이거 맛있어!
쇠고기 육회나 사시미와는 다른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닭고기살이 전혀 비리지 않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가득해.
거기에 와사비와 김 다진 것을 살짝 올려먹으니 알싸하면서 절묘하게 잘 맞는 간이 처음 경험하는 것 치고 상당히 만족감이 높았다.
와, 닭고기로 육회를 만들어 먹는 게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두 번째 요리는 테이블에서 직접 구운 '시메사바(고등어 초절임 회)'
초에 절인 생 고등어회를 접시에 담아 테이블에 가져온 뒤 눈 앞에서 토치로 겉을 그슬려 구워주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토치불로 겉이 살짝 그슬려진 고등어초회를 함께 나온 겨자에 살짝 찍어 한 점씩 먹으면 된다.
와 그런데 고등어 진짜 먹음직스럽게 구워졌음. 고등어구이와는 또 결이 다르게 속살은 회를 유지하고 껍질한 노릇하게 익었다.

이렇게 껍질만 보면 구운 고등어 같지만...

속살은 영락없는 고등어 초회.
진짜 신선한 고등어는 비린내 없이 고등어 특유의 기름지고 진한 감칠맛만 남는다는데, 이게 그런 것 아닐까 싶다.
전혀 비리지 않고 살짝 초 특유의 톡 쏘는 맛과 함께 입안 가득 기름진 감칠맛이 짭짤하게 퍼진다. 겨자 찍어먹으면 더 맛있고!
이렇게 맛있는 고등어가 단돈 548엔밖에 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 좋은 거 있지...

나는 매실 사와 한 잔 추가.

다음 요리는 '오마카세 구운 닭고기 꼬치 5종 모듬(658엔)'
간, 염통, 연골, 꼬리살, 가슴살의 부위가 각각 한 꼬치씩 구워져 나와 다양한 종류의 꼬치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꼬치를 전부 분해한 뒤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먹으면 더 좋다.

이것도 겨자에 살짝 찍어서 쏘옥.
불에 구워낸 닭고기 꼬치가 맛이 없을 리 없지. 술이 술술 들어가게 만들고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맛.

단돈 88엔짜리 닭껍질 꼬치도 하나 추가. 여기는 꼬치를 낱개로 추가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신지다이(新時代)의 50엔(실제론 55엔)짜리 껍질꼬치(쿠시)에 비해 가격은 좀 더 높지만 크기도 훨씬 크고
바삭하게 과자처럼 튀긴 그 가게의 꼬치와 달리 이 쪽은 불에 구워 불향이 남아있으면서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식감이 매력적.
애주가라면 이 안주 하나만으로도 맥주 한 잔 정도는 거뜬히 비울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 맥주는 다시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이번엔 큰 잔 대신 일반적인 작은 잔으로 주문했는데 이 잔 하나 가격이 단돈 218엔이다. 정확힌 199엔에서 세금 붙어 218이지만.

원래 이렇게 술을 잘 못 마시는데(체질상 술을 못 받음) 오늘은 뭔 바람이 들었는지 술이 계속 들어가더라.
여행을 와서 기분이 좋아 그런걸까, 아니면 앞에 앉은 친구가 술 잘 마시는 놈이라 함께 따라가다보니 나도 분위기를 탄 걸까?

시오콘부를 얹은 양배추 한 번 리필.
리필 양배추도 양배추만 내어주는 게 아닌 소금에 절여 말린 다시마를 넉넉히 담아 내어주었다.
오토시 1인 300엔 받긴 해도 음식이나 술 가격 저렴하고 기본 오토시를 이렇게 리필해주면 이건 완전히 땡큐지.
비슷한 컨셉의 또다른 일본 술집 토리키조쿠의 경우 오토시가 없긴 하지만 이렇게 리필해주는 양배추는 따로 주문을 해야 한다.

계속 안주만 먹다 보니 식사용 메뉴, 그러니까 탄수화물이 필요할 것 같아 마지막으로 주문한 '간장 불고기 볶음면(658엔)'

나가사키의 사라우동 같이 튀긴 면 위에 전분과 각종 야채, 그리고 돼지고기를 넣고 볶아낸 볶음면 스타일.
고명이 상당히 크고 투박하게 올라가 있는데, 엄청나게 큰 녹색 덩어리의 정체는 피망, 그리고 얇게 썬 돼지고기와 채썬 당근,
메추리알, 숙주, 양배추 등의 재료를 넉넉히 넣고 꽤 기름지고 찐득하게 볶아내었다.

확실히 이것도 면은 면이라 식사가 된다는 느낌. 짭짤하니 간도 잘 배어있어 맛있네...

약간 그 한국인 특유의 고기나 다른 요리를 열심히 먹었지만 마지막엔 탄수화물을 먹어줘야 제대로 식사한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데 있어 이 요리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어째 배가 부르고 술이 취해도 묘하게 계속 들어가긴 함...;;

와, 진짜 힘들어... 이제 뭐든 뱃속에 우겨넣는 건 무리!
여기까지 먹고 나니 무슨 뷔페 와서 먹은 것처럼 배가 한계치까지 들어차 더 이상 뭔가를 더 시켜먹는 건 무리.
나는 나대로 요리를 엄청 먹었고 친구는 친구대로 술을 엄청나게 많이 들이켜 둘 다 굉장히 만족할 수 있었다.

배 터지게 먹고 나온 금액은 5,731엔.
요리도 요리지만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셨기 때문에 이 정도 금액이 나왔는데, 대한민국이었다면 아마 1.5배는 나오지 않았을까.
카드 결제는 물론 일본 교통카드, 그리고 라인페이(네이버페이) 결제도 가능하니 결제하기 편한 수단으로 결제하면 된다.
Cash Only 같은 것 없음.

그냥 우연히 보여 들어갔다 엄청나게 만족하고 나온 염가형 이자카야, '산다이메 토리메로(三代目鳥メロ)'
이거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꼭 여기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데, 다른 지역의 지점도 같은 가격과 같은 메뉴라면
술 마시고 즐기기 위해 한 번 찾아가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가성비 훌륭하고 무엇보다 요리들도 꽤 맛있었어.
마츠야마에 토리키조쿠나 신지다이가 없어도 이 가게가 있으니 괜찮아.
오카이도 근처에서 숙박하는데 저녁에 술 마시러 나오고 싶으면 꼭 한 번 가볼 것, 한국어 메뉴 있어 주문난이도도 낮다. 적극 추천!
(※ 산다이메 토리메로 마츠야마 다이카이도점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JrcEAofmujmhHyyaA)
토리메로 마츠야마 다이카이도 / 야키토리 이자카야 · 일본 〒790-0004 Ehime, Matsuyama, Okaido, 2 Chome−
★★★★☆ · 꼬치구이 전문식당
www.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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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마츠야마 오카이도 거리.
여기도 아케이드 거리가 쿠마모토 못지않게 상당히 넓은 편. 그래서인지 아케이드 거리 분위기는 은근 쿠마모토와 비슷해뵈기도.

일본 술집 주류메뉴에 이렇게 참이슬 올라와있는 거 보면 한국 소주가 진짜 일본에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물론 나는 지금도 참이슬 같은 화학식 소주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말이다.

오, 서울 잠실에서 가 봤던 마제소바집 '멘야하나비' 가 여기에도 있어!
멘야하나비 브랜드가 일본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 일본에서 운영하는 매장을 본 것은 처음이다.

오카이도 상점가 거리 내에 돈키호테가 있다.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규모가 상당히 커 보이고 24시간 영업이 기본이니 여행객들 쇼핑은 여기서 몰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온 계열의 마트가 근처에 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이온은 시내 중심가엔 없고 차 타고 좀 멀리 나가야 한다.
마츠야마가 다 좋은데 이온, 그리고 라운드 원 스타디움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게 좀 아쉽네...^^;;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호텔 돌아가는 길.

상점가에서 한 블럭 떨어진 이 곳, 어째 분위기가 상점가와는 좀 다르고 가게들도 살짝 이상한 것들이 많은데...
그렇다. 여기가 마츠야마의 환락가(...) 신주쿠로 따지면 카부키쵸, 후쿠오카로 따지면 나카스 거리 환락가 같은 곳인가보다.
호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 쪽 라인의 가게들이 다 그런 곳이었어...

토요코인으로 귀환.
오늘은 배불러, 술도 취했어, 새벽같이 일어나 일본 오느라 잠도 많이 못 잤어. 무조건 꿀잠각.
마츠야마에서의 1일차 끝.
내일부터는 이제 렌터카 여행이 시작된다. 이번엔 나 말고 함께 간 친구도 국제면허가 있으니 둘이 번갈아가면서 운전할 거야.
= Continue =
2025. 4. 19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