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3호선 교대역 근방에 위치한 이자카야 '주호(酒豪)'
정말 오래간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났고 추천을 받아 함께 방문했던 가게입니다.
생선회를 필두로 하여 여러 가지 요리를 판매하는 주점인데
다른 것보다 '고등어초회(시메사바)' 를 잘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매장 입구에 '주호의 고등어초회가 맛있는 이유' 라는 간판이 따로 붙어있을 정도니 자신감이 상당한 듯.
매장 내부는 생각보다 꽤 넓은 이자카야 분위기.
퇴근 후 평일 저녁 시간대라 손님도 적당히 있는 편이었습니다.
주방과 붙어있는 바 테이블도 있는데 바 테이블은 따로 사용하진 않는 듯?
메뉴판을 한 컷.
이것 말고도 메뉴는 꽤 다양한 편인데, 대체적으로 음식의 가격이 이자카야답게(?) 약간 높아
1차로 식사를 위해 온다기보단 1차 식사를 마친 뒤 한 잔 즐기기 위한 2차로 오는 게 적합합니다.
대표메뉴인 고등어초회는 세 가지 사이즈로 가격이 매겨져 있네요.
테이블에 자리 안내를 받아 앉은 뒤 기본 식기 세팅.
간장 종지 왼편의 저건 손잡이라 생각했는데, 손잡이 겸 젓가락 받침이 되는군요.
되게 괜찮은 아이디어 상품.
기본 안주로 소스를 뿌린 생 양배추가 한 접시 제공됩니다.
위에 뿌린 소스는 간장은 아니고 직접 만든 소스인데
짭짤하면서도 적당히 달짝지근한 맛이 아삭거리는 양배추랑 꽤 잘 어울리네요.
메인 요리 나오기 전까지 술 홀짝이며 아작아작 씹어먹기 좋은 기본 안주.
오늘의 술은 청하가 함께 합니다.
그나저나 여긴 주류 가격도 강남답게 조금 센 편. 청하 한 병 7,000원(^^;;)
메인 요리, '고등어초회(시메사바 しめさば - 대 사이즈 40,000원)' 도착.
식사를 하고 난 이후 방문한 거라 굳이 큰 사이즈 시켜도 되겠느냐 했는데
먼저 방문한 친구가 그래도 둘이 대 사이즈는 먹어야한다 - 라고 말해서 믿고 시켰습니다.
고등어초회는 생 고등어를 반으로 가른 뒤 소금과 식초로 간을 하여 낸 고등어회입니다.
보통 구이나 조림으로 많이 먹는 우리나라에선 약간 생소한 메뉴 중 하나지만
등푸른 생선도 회로 많이 즐겨먹는 일본에서는 이자카야 등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라고 하네요.
고등어초회와 함께하는 각종 야채들도 큰 접시에 가득.
락교, 생강 채썬 것, 달짝지근한 양념이 된 초생강, 매실절임, 단풍잎은 먹는게 아닌 장식용.
굉장히 신선해보이는 고등어회가 무채 위에 가지런히 얹어져 나왔습니다.
세상에 이거 가시 바르고 하나하나 썰어서 접시에 담는데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까...!
고등어회 한 점마다 저렇게 가로 방향으로 칼집이 하나씩 들어가 있습니다.
저 칼집 사이로 살을 벌린 뒤 그 안에 무순, 생강 등의 야채를 넣어먹으면 된다고 하네요.
붉은살 생선을 회로 먹는 건 저도 많이 접해보진 않았던 건데
등푸른 생선에서 나는 특유의 비린내 없이 초절임에서 나오는 약간의 산미와 함께
고등어살의 기름진 감칠맛이 입 안에 퍼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게 구이나 조림으로 먹는 그 고등어 맞나 싶을 정도로 비린맛 없이 기름지고 맛있어요.
중간에 칼집이 나 있는 부분을 젓가락으로 벌리면
저렇게 입술 모양으로 봉긋하게 벌어지면서 주머니처럼 살 안에 공간이 나옵니다.
그 안에 이런 식으로 취향에 따라 무채, 무순, 와사비, 생강 등을 끼워넣은 뒤
간장에 살짝 찍어먹으면 야채의 아삭아삭함이 더해져 한결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생강은 단맛이 있는 붉은 색 초생강보다 매운맛만 있는 채썬 흰 생강이 더 잘 어울리는 편.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차조기잎도 데코레이션으로 올라가 있는데
몇 년 전 처음 먹었을 때 생소했으나 지금은 그 향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은근히 깻잎과 비슷하게 생겼으면서 깻잎과는 다른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지요.
둘이 가더라도 큰 거 시키는 게 좋다는 친구 말이 맞았어...ㅋㅋ
한 조각 한 조각 접시에 고등어가 사라지는 모습을 아쉬워하며(?)
아주 맛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간판 메뉴로 내놓을 정도의 자신감만큼이나 맛있게 즐겼던
서초동 주호의 고등어초회. 다음에 월급 받으면 또 와서 즐겨보고 싶은 곳.
특히 이 날, 업무적으로 사고를 많이 쳐서 굉장히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자괴감에 많이 젖어있었던 기분 안 좋은 날이었는데
아늑한 분위기, 거기에 맛있는 음식과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 덕에
가라앉아 있던 기분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본 친구에게 좋은 모습 보여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미안했지만
그걸 다 받아들이고 직장생활이 다 그렇다면서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웠고요.
서초동 이자카야 '주호(酒豪)'
맛있는 고등어초회를 느긋하게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
분위기도 조용히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기 좋았던 곳이었습니다.
※ 주호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14번출구 하차, 서초아크빌아파트 맞은편에 위치
2021. 4. 1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