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특히 삿포로에서 맛볼 수 있는 양고기 구이요리 '징기스칸'
저는 2년 전 여름휴가 당시 홋카이도 여행 때 삿포로 시내에서 한 번 먹어본 게 전부였는데요,
(삿포로 징기스칸 전문점 히츠지엔 : ryunan9903.egloos.com/4433165)
서울 합정역 근방에도 그 곳과 비슷한 컨셉의 징기스칸을 판매하는 전문점이 있어 한 번 찾아가 보았습니다.
가게 이름은 공교롭게 삿포로에서 갔던 곳과 이름이 비슷한 '히츠지야' 로 상수역 - 합정역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찾아가려면 합정역에서 내리는 게 접근성이 훨씬 더 좋아요.
실제 히츠지야는 일본에 있는 징기스칸 브랜드로 한국에 정식으로 매장을 내고 영업하는 것이라는군요.
간판에 작게 '한국본점' 이라는 글씨가 있는데, 이 곳 말고 연남동에도 지점이 한 군데 있다고...
홋카이도 세트나 징기스칸 세트, 히츠지야 세트 같이 단품으로 나오는 세트 메뉴도 있지만
이 곳은 인당 35,000원에 양고기와 우삼겹 전골을 무제한으로 제공해주는 '무한리필 코스' 가 가장 유명합니다.
이 날 방문한 것도 일행들과 함께 무한리필 코스를 즐기기 위한 목적이었고요. 무한리필... 음... 오래간만.
'훗훗훗훗훗훗훗! 훗카이도 세트~!'
'홋카이도 세트' 는 양갈비와 등심, 어깨살, 그리고 우삼겹 전골이 무제한 제공되는 코스로
음식 제공 제한시간은 90분. 그 동안 원하는 만큼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코스입니다.
또한 주류나 음료도 무제한 주문 가능 옵션이 있는데요,
인당 17,000원에 주류와 음료(일부 제외)를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는 '노미호다이' 코스가 있습니다.
즉 양고기 무한+주류 무한 선택시 52,000원에 90분동안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는 것.
매장 입구에 붙어 있는 가게의 대표 양고기 메뉴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이 메뉴들은 무제한 코스 이외에 단품으로도 주문 가능하니 무한리필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단품으로 주문하여 느긋하게 즐겨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의외로 단품 가격이 생각만큼 비싸진 않습니다.
히츠지야의 나무 현판. 그 앞에는 비에 젖은 양고기 징기스칸과 각종 야채의 모형.
이 날, 봄비가 꽤 많이 내리는 날이었거든요.
매장은 반 층 정도 지하로 내려가는 반지하에 위치해 있는데,
입구로 들어가는 길이 주류 박스라든가 이런저런 소품들로 인해 좀 복작복작합니다.
일본 신사에서 볼 법한 풍경을 여기서도 볼 수 있네요.
소원을 적어 점괘 종이를 묶듯 저 끈에 묶으면 추첨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와인을 증정한다고 합니다.
숯불이 들어간 화로까지, 손님이 바로 앉아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세팅된 테이블.
실내 규모가 조금 어둡고 다소 협소한 편입니다. 그러니까 약간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같은 분위기.
다만 심야식당처럼 조용하진 않고 직원들도 기합 들어간 우렁찬 목소리로 응대, 되게 왁자지껄한 곳입니다.
이 가게 방문할 땐 짐을 많이 갖고가거나 혹은 옷을 두껍게 입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직원이 따로 보관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좀 협소해서 불편할 수 있습니다.
히츠지야의 양고기 무한리필 및 주류 무한리필 코스.
주류나 음료는 모든 메뉴를 다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라 리스트에 적힌 것만 주문 가능합니다.
사와라든가 칵테일 등의 주류는 논알콜 에이드로 변경 가능하니 미성년자라 할지라도
논알콜 에이드로만 선택 주문하면 노미호다이를 맘껏 즐길 수 있겠지요.
세트 메뉴와 단품 메뉴.
양고기 부위 150g 13,000~15,000원 정도면 국내산 삼겹살 먹는 것과 얼추 비슷한 가격.
아주 싸다고 할 순 없어도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단품으로 먹어도 큰 부담은 덜할 듯 합니다.
명란구이, 스프커리, 우삼겹전골 같은 술안주와 밥반찬이 되는 단품 메뉴도 판매 중.
'오차즈케' 라 하는 일본식 차밥도 세 가지 종류가 있어 원하는 걸 선택 가능합니다.
무제한 코스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단품으로 주문 가능한 에비스 생맥주, 은하고원 생맥주 등도 구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될 것 같은 메론소다, 그리고 크림 메론소다가 있네요.
그러고보니 전반적인 메뉴 구성이 현재는 폐업한 이 근방에 있던 '신주쿠호루몬' 과 꽤 닮았어요.
(신주쿠호루몬 : ryunan9903.tistory.com/114)
나중에 알고 보니 신주쿠호루몬과 히츠지야,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매장이라고... 음 같은 곳이었군;;
일단 자리에 앉아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며 숨 좀 돌리고...
인원수대로 맞춰 세팅된 즈란이 들어간 소금, 그리고 와사비.
양고기를 찍어먹는 특제 소스가 담긴 그릇 왼편의 작은 종지엔
불판에 바르는 양고기 기름이 담겨 있습니다.
부추, 숙주, 양파, 파 - 네 가지 구이용 야채.
일본에서 먹었던 징기스칸집에서도 불판 위에 숙주, 양파를 듬뿍 올려놓고 구워내던...
하얀 숯이 가득 들어간 묵직한 화로.
그 화로 위에 징기스칸용 불판이 깔렸습니다.
이 양고기 요리가 '징기스칸' 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불판이 몽골군 투구 모양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징기스칸은 몽골을 건국한 초대 시조의 이름으로 그 이름을 따서 만든 양고기 구이요리.
첫 번째 양고기는 직원이 직접 전담하여 구워줍니다.
주방에서 뼈가 붙어있는 큼직한 양갈비 두 대를 갖고 나온 뒤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에 바로 올렸습니다.
흔히 '만화고기' 라고도 불리는 뼈 붙은 큼직한 살코기.
그러고보니 예전에 갔던 신주쿠호루몬에서도 첫 시작은 이 고기였어요. 살짝 느껴졌던 데자부.
아쉽게도 이 고기는 무제한 리필이 가능한 부위는 아니고 처음 시작할 때만 맛볼 수 있습니다.
뼈 붙어있는 양갈비 외에도 길쭉한 접시에 세 종류의 양고기가 담겨 나옵니다.
등심, 텐더로인, 그리고 어깨살 부위로 이 세 가지 부위는 90분간 무제한 주문 가능합니다.
주류 무제한 선택의 첫 시작은 깔라만시 사와.
얼음이 담겨 있는 큼직한 컵에 서빙.
고기 굽는 불판 왼쪽에 가스렌지와 함께 전골요리 하나가 서빙되었는데요,
이 요리는 양고기와 함께 90분간 무제한 추가 주문할 수 있는 '우삼겹 전골' 입니다.
첫 번째 우삼겹 전골은 조리가 다 된 상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약불에 올려놓고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배추, 당면 등의 속재료와 얇게 썬 우삼겹이 함께 들어있는 따끈한 국물.
인당 하나식 제공되는 밥공기 크기의 그릇에 국자로 덜어먹으면 됩니다.
와, 이거 신주쿠호루몬에서 먹었던 우삼겹 전골 맛이랑 완전히 똑같은데요...ㅋㅋ
그 일본 규동전문점에서 먹는 규동 국물 양념 맛 있잖아요. 그 맛을 정말 잘 재현했습니다.
신주쿠호루몬 갔을 때 고기보다도 이 우삼겹전골이 정말 좋은 인상으로 남았는데
가게가 없어져서 이제 못 먹나 싶었더지만, 여기, 히츠지야에서 동일한 걸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어 다행.
약간 달달한 맛도 있으면서 짭조롬한 국물은 일본 규동을 겪어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맛입니다.
한편 뼈 붙은 큼직한 양갈비도 어느 정도 익었고, 직원이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썰어주었습니다.
불판 가운데를 비운 뒤 양 사이드로 적당히 자른 고기를 능숙하게 세팅.
전용 양념장에 푹 찍어 와사비를 살짝 올려먹으면 와사비 특유의 톡 쏘는 향과 함께
누린내 전혀 없는 양고기의 쫄깃쫄깃하고 진한 육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양꼬치와는 다른 입 안 가득 푸짐한 매력, 양고기 먹어본 적 없는 사람도 부담가지 않는 맛.
이후 불판 위 다른 고기들도 적당히 다 익은 걸 봐서 야채와 함께 소스에 찍어먹으면 됩니다.
아삭한 숙주 또는 파와 함께 소스에 찍어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어요.
직원이 구워주는 첫 번째 양갈비를 먹고 난 이후론
무제한 제공되는 양고기를 불판 위에 올려 자유롭게 직접 구워먹으면 됩니다.
다만 불판 위에 고기를 많이 올리면 좋지 않다는 직원 조언이 있어 적당히 올리는 것을 추천해요.
(사진에 보이는 고기는 너무 많이 올라간 모습입니다. 저거보다 적게 올려서 구워드시는 게 좋아요.)
양고기 꽤 신선하고 맛있네요. 무제한 제공되는 것이라지만
단품으로 따로 주문하는 것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고기 많이 올리지 말라고 직원이 그렇게 말했건만, 말 절대 안 듣지요(...)
잘 먹는 사람이 네 명이고 제한 시간이 있다보니 욕심이 계속 앞서게 되네요.
우삼겹 전골 한 번 추가. 추가로 나오는 전골은 처음 나오는 것에 비해 양이 좀 줄고
조리가 안 된 상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가스렌지에 올려 팔팔 끓여먹으면 됩니다.
양고기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추가.
야채도 추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 먹었다 싶음 바로바로 더 달라 요청하면 됩니다.
그냥 고기만 먹는 것보다는 야채와 함께 구워먹어야 더 맛잇게,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요.
두 번째 술은 무제한 제공되는 주류 중 유일한 맥주인 맥스 생맥주. 500ml 큰 잔에 담겨 나옵니다.
그러고보니 음식은 단품으로 시키고 주류 무제한만 선택하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네요.
맥주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불판 위 열심히 고기 올려놓고 굽는 중.
다 구워진 고기는 바로바로 집어먹고, 먹고 난 후엔 다시 고기 올려놓고
이 단순한 동작을 정말 90분간 쉬지 않고 계속 반복했습니다. 쉴 틈이 어디 있어요...ㅋㅋ
세 번째 술은 체리 사와.
첫 양갈비를 구울 때 살점을 발라내고 남은 뼈는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다른 고기 올려 구워먹는 중에도 구석으로 몰아넣은 뒤 천천히 익히고 있습니다.
양고기도 다시 한 번 추가.
다 구워진 고기는 불판 가장자리로 밀어넣어 가운데 빈 공간을 만든 뒤
그 빈 자리에 새로 나온 고기를 올려 새로 굽는 식으로 반복.
뼈도 마침내 다 익어 한 덩어리 직접 손으로 들고 뜯었습니다.
살점이 많진 않지만 뼈에 붙어있는 고기 뜯어먹는 즐거움은 절대 포기 못하지요.
네 번째 주류는 카시스 오렌지.
그리고 여기서 우삼겹 전골 한 번 더 추가.
이 날 두 번 리필해 먹은 우삼겹 전골 중 약 4~50% 정도는 제가 혼자 먹었을 듯...;;
양고기도 양고기었지만 우삼겹전골 국물맛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혼자 원 없이 달렸던 것 같습니다.
90분이라는 시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지나가요.
어느덧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는 직원의 안내가 와서 마지막 야채와 고기 추가.
알콜도 꽤 많이 들어가 알콜 있는 건 힘들겠다 싶어 마지막 잔은 메론소다로 선택.
원래 메론소다는 무제한 드링크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메뉴지만,
테이블 인원 전부 무제한 양고기+드링크 옵션을 선택해서 특별서비스로 마실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예전에 비해 이제 메론소다 마실 수 있는 가게들이 늘고, 편의점에서도 어렵지않게 사 마실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 메론소다는 뭐랄까... 매장에 있으면 꼭 시키게 되는 희소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 고기와 야채를 불판 위에 전부 올려놓은 뒤
90분간의 양고기 파티를 마무리지을 준비.
양고기 기름을 머금은 구운 숙주나물은 고기랑 같이 안 먹고 나물만 먹어도 맛있는데,
간이 되어있지 않아 양념장에 찍어먹거나 혹은 소금에만 살짝 찍어먹어도 좋습니다.
고기만 너무 먹어서 중간에 가벼운 전환이나 입가심이 필요할 때 먹기 좋아요.
불판과 화로를 뺀 뒤, 남은 고기와 야채는 작은 접시에 전부 옮겨담았습니다.
화로 크기가 워낙 커서 먹는 내내 테이블이 많이 좁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화로를 빼니 훨씬 넓어지던...
마지막 마무리로 제공된 양고기 함박 스테이크.
양고기 함박 스테이크도 무제한 제공인지 아니면 한 번만 제공되는 건지 확실히 모르겠는데,
화로를 뺀 뒤 나오는 걸 보니 아마 처음 나온 양갈비처럼 식사의 마무리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다진 양고기를 동그랗게 뭉쳐 구운 스테이크 위에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얹어져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하얀 덩어리가 전부 철판에 구워 녹아든 모짜렐라 치즈에요.
함박 스테이크를 한 점 떼어 모짜렐라 치즈에 둘둘 감은 뒤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공복 상태에서 먹으면 더 맛있었을텐데, 배가 가득 찬 포화상태에서 맛본 게 좀 아쉽긴 하네요.
따로 간을 하거나 소스를 찍어먹지 않아도 모짜렐라 치즈의 짭짤한 맛 때문에 간은 충분했습니다.
함박 스테이크 말고 철판에 노릇하게 구운 치즈 잘라먹는 것도 꽤 큰 즐거움. 쫄깃쫄깃하고 고소하니 맛있어요.
무제한 코스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식사 메뉴로 별도 주문 가능한 '오차즈케(3,000원)'
고양이밥, 김치밥, 명란밥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위 사진은 가다랭이포가 올라간 '고양이밥' 입니다.
아마 가다랭이포 올라간 밥을 만화 심야식당에서 '고양이 맘마' 라 이름 붙인 게 시초가 아닐까 싶어요.
차에 말은 밥 위에 가다랭이포와 후리카게 듬뿍, 그리고 따끈한 국물 안에 버터 한 조각이 들어있어
버터가 국물에 녹아들며 나는 풍미가 잘 어울립니다. 고기 먹은 뒤 마무리로 먹기 좋았던 이색적인 음식.
90분동안 정신없이 달렸던 히츠지야의 무제한 양고기+주류 코스.
생각했던 것보다 90분이라는 시간이 짧아 진짜 오래간만에 전투적으로(?) 식사를 즐긴 듯.
양고기의 질도 아주 괜찮았고, 익숙한 국물의 따끈한 우삼겹전골, 거기에 다양한 종류의 시원한 주류까지
전부 합하면 인당 5만원이 약간 넘는 높은 가격이지만, 그 금액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즐겼습니다.
다만 무제한 덕에 평소 먹던 양보다 과음, 과식을 하게된지라 끝날 땐 포만감+취기땜에 좀 괴롭던...
역시 과하게 먹는 건 먹기 전엔 좋지만 먹고 난 후엔 후회하게 되는 게 문제긴 문제.
말은 이렇게 해도 어짜피 시간이 지나면 또 이걸 망각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겠지만 말이지요(...)
다음에 혹여 가게를 다시 방문하게 되면 그 땐 단품 세트 메뉴로 느긋하게 한 번 즐겨봐야겠습니다.
히츠지야는 현재 굉장히 인기 많은 식당이라 오픈 시각에 맞춰가지 않으면 대기가 필수라고 합니다.
실내가 넓지 않아 한 번에 수용 가능한 인원이 많지 않으므로 줄이 있을 시 대기가 무한정 길어지니
혹여 방문 계획이 있는 분들은 가급적 저녁 오픈 시각보다 약 5~10분 정도 살짝 빨리 찾아가거나
아니면 아예 식사 시간대를 피해 늦은 시각대에 찾아가면 대기를 어느정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히츠지야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 6호선 합정역 6번출구 하차 후 상수역 방향 직진, NH농협은행 골목에서 좌회전
2021. 4. 28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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