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신당역의 50년 노포 순대국 전문점 '할머니 순대국'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의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가게로
되게 궁금하던 차, 얼마 전 주말 일부러 시간을 내어 마침내 방문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업 시간이 꽤 빨리 끝나는지라 평일 퇴근하고 찾아가는 건 불가능, 저는 토요일밖에 기회가 없네요.
보다시피 가게 분위기가 되게 허름해요.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들껜 추천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메뉴판... 이긴 한데, 음식 가격이 쌉니다.
그냥 저렴한 정도가 아니라 보고 '이게 뭐지...?' 란 생각이 들 정도의 말도 안 되는 가격.
가게에서 가장 비싼 고기안주도 대 사이즈가 5,000원이고 소주나 막걸리는 2,000원.
가격이 저렴하면 '와 좋다' 라는 반응이 나오는데, 너무 가격이 싸니 '대체 뭐야?' 라며 살짝 긴장하게 되는...
직접 끓여 냉장고에 넣어놓은 보리차.
물은 냉장고에서 직접 꺼내가면 됩니다.
기본 식기 세팅.
가게 테이블이 좀 다닥다닥 붙어있고 다소 허름해서 깔끔한 분위기는 아니에요.
수저 올려놓을 땐 가급적 티슈 하나 깔고 올려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음식 주문하면 기본찬이 먼저 깔립니다.
배추김치와 새우젓, 된장, 그리고 생양파와 풋고추 썬 것이 약간 제공.
배추김치는 아주 취향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순대국이랑 같이 먹기 괜찮았습니다.
보기와 달리 의외로 물이 많고 조금 슴슴한 맛.
순대국과 함께 대체 뭘까 궁금해서 시켜본 '고기안주(소 사이즈 3,000원)'
접시에 돼지의 머릿고기 부위가 투박하게 숭덩숭덩 썰어 담겨 나왔습니다.
아무리 싼 머릿고기 부위라 하더라도 이 정도 담겨나오는게 3,000원이면 좀 쩌는데(...)
순대국집에서 음식 나오는 거 보고 대단하다고 느낀 건, 몇 년 전 광주 여행 때 찾았던
나주식당(ryunan9903.egloos.com/4427833)이후 처음입니다. 나주식당은 양 때문에, 여긴 가격 때문에...
머릿고기는 쌈장 혹은 새우젓을 찍어서 적당히 술안주 같은 느낌으로 즐기면 되는데요,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하니만큼 비계 비율이 높고 돼지냄새도 약간 나긴 합니다만
그래도 가격 생각하면 모든것이 다 용서되는 수준. 소주나 막걸리 안주로는 그야말로 최상이군요.
살코기 부위는 좀 더 먹기 편했습니다. 퍽퍽하지 않고 촉촉해서 좋더군요.
저는 둘이 갔기 때문에 순대국 둘에 고기안주 소 사이즈 시켜먹은 거긴 한데,
서넛이 가면 대 사이즈 시켜도 좋을 듯. 큰 사이즈로 시키면 양이 얼마나 많이 나올지 궁금하긴 해요.
한창 먹고 있는데, 서빙하시는 할머니께서
간 삶은 걸 숭덩숭덩 썰어 불쑥 접시에 몇 점 얹어놓고 가시던...;;
원래 간이 모듬고기안주에 포함되어 있는건지 아니면 우리가 워낙 잘 먹길래
지나가면서 이것도 한 번 먹어봐라 하며 서비스로 넣어준건지 모르겠습니다.
분식집 순대에 함께 나오는 간보다 조금 덜 퍽퍽하고(촉촉하고) 막 삶아서인지 따끈따끈하니 좋았습니다.
순대국 나오기 전, 김치 한 접시를 다 먹어 김치도 한 번 추가.
추가 김치는 그릇 바닥에 있는 걸 건져내서인지 국물이 좀 더 많은 편이군요.
'순대국(3,500원)' 도착.
들깨가루는 뿌리지 않고 양념장(다대기)과 후추 약간, 그리고 부추를 살짝 올려 나왔습니다.
밥은 기본적으로 토렴이 된 상태로(말아져) 제공되는데요, 따로국밥 옵션은 없는 듯.
양념장과 후추를 국물에 적당히 풀어 잘 말아먹으면 됩니다. 양념장이 싫으면 걷어내도 좋은데
양념장 다 풀어도 국물이 매워지진 않으니 참고하시면 될 듯. 간은 함께 나온 새우젓으로 맞추면 됩니다.
순대국이라고 하지만 순대보다는 머릿고기나 특수부위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안에 들어간 고기의 양은 결코 아쉽지 않을 정도. 건더기도 큼직한 편이고요.
국물은 딱 만족할만한 뜨끈하고 진한 국물이네요.
극상의 맛, 최고의 진국까진 아니어도 이 가격에 이 국물이면 완전 고맙지!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다만 돼지고기는 살코기보다 내장을 비롯한 특수부위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통 순대국집 가서 내장 섞어 나오는 거 안 먹고 '순대만' 시키는 분들은 드시기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순대국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시켜도 5,500원밖에 안 하는데,
주당들에게는 정말 이 곳이 천국과도 같을듯. 저는 저녁식사 땜에 술을 시키지 않았지만
실제 제가 앉은 테이블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테이블이 전부 반주를 곁들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둘이서 순대국 두 그릇에 모듬 고기안주 하나 시켜서 나온 금액은 깔끔하게 만원.
나갈 때 할머니에게 '뭐뭐 먹었어요' 말하면 바로 가격 얘기해주는데, 지불하고 나오면 됩니다.
그리고 워낙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이라 저희가 나가자마자 바로 다음 손님이 또 들어오고
이래저래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활기참이 느껴졌던 곳. 다음에 재방문할 땐 반주도 간단히 곁들이고 싶습니다.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젊은 층보다는 노년층 손님 비중이 높고 대부분이 식사를 겸하는 술 손님입니다.
방문 계획이 있거나 호기심이 드는 분들은 이 점은 참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술 안 시키고 그냥 식사만 하고 간다고 해서 따로 눈치주거나 하는 건 전혀 없습니다.
※ 할머니순대국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 6호선 신당역 2번출구 하차, 황학아크로타워 진입 전 출입구 맞은편 위치
2021. 5. 2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