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과 붙어있는 '인천근대개항거리' 쪽을 가면 항상 가는 카페가 있는데
바로 건물 자체가 근대문화재로 지정된 '카페 팟알' 이란 곳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카페 대신
카페 팟알 건물 바로 오른편에 붙어있는 '관동오리진' 이라는 카페를 찾게 되었습니다.
윗 사진을 보면 왼쪽에 작게 '카페 팟알' 간판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관동오리진은 바로 옆에 붙어있습니다.
이 곳도 꽤 분위기가 좋은 카페라는 평이 있어 이번엔 한 번 여기를 들어가보기로 했어요.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한 군데만 계속 찾아가기는 좀 그러니, 여기저기 새로운 곳도 뚫어봐야지요.
가게 입구에 작게 화단을 조성해놓고 각종 나무와 꽃이 잔뜩 심어져있는데, 이런 분위기 정말 좋아합니다.
카페 '관동오리진(官洞五里珍)' 의 간판. 오리진이 한자어였군요(...!)
실내 규모가 생각보다 꽤 넓은 카페입니다.
목조 건물로 지어져 있고 실내 인테리어 역시 전부 목조.
근대 개화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런 분위기가 꽤 인상적인 카페.
바로 옆에 붙어있는 카페 팟알이 좀 더 정갈하고 차분한 분위기라면 이 곳의 인테리어는 꽤 화려한 편.
매장 한 쪽에는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실제 사용하진 못하는 것 같지만...
은은한 조명을 내고 있는 홀 중앙의 단아한 샹들리에.
테이블마다 놓여져 있는 의자가 제각각이라 조금 통일성없어보이긴 하지만
이 나름대로 꽤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져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마루 또한 목조 마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벽에 붙어있는 근대 개화기 시절의 인천 풍경, 그리고 옛날 신문기사, 광고 등의 자료를 담은 액자들.
사실 개화기라고 하면 이런 고풍스런 분위기의 낭만도 느낄 수 있다지만, 역사적 사실을 보면
일제 강점기로 이어지는 시절이기 때문에 마냥 낭만스럽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조금 복잡한 느낌입니다.
오래 된 목조 책장에 꽂혀있는 각종 도서들.
관동오리진의 메뉴판.
영업시간 및 촬영을 위한 대관 안내 문구도 적혀 있습니다.
또한 목조 건물이기 때문에 화재에 상당히 취약한 곳이므로 실내에서는 무조건 금연.
주전부리로 매장에서 직접 떡도 만들어 판매하는 것 같습니다.
떡 메뉴가 정해진 건 아니고 그날그날 조금씩 만들어내는 것 같은데, 가격이 적혀있지 않은 걸 보니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떡에 따라 가격은 조금씩 다른 게 아닐까 싶네요.
커피와 음료 메뉴. 가장 기본 음료인 아메리카노 가격은 4,000원부터.
관동오리진에서만 마실 수 있는 특선 차가 있는데, 이 쪽은 주로 전통차 위주입니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 대추차, 생강차, 그리고 유자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가격은 7~8천원대.
팥빙수와 무알콜 뱅쇼도 판매하고 있네요.
이 곳의 팥빙수는 떡 대신 호두정과를 고명으로 올린다고 하는데, 담에 오면 한 번 먹어봐야 할 듯.
그 밖에 매장에서 직접 만든 과일 음료도 몇 가지 있습니다.
과일 음료와 에이드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청을 사용하여 만든다고 하는데, 그래서 커피보다 조금 비싼 편.
카페 팟알과 마찬가지로 관동오리진 카페도 매장 뒷편에 작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대나무와 함께 자갈이 깔려 있는 작은 정원 전경.
작은 돌 어항으로 물도 졸졸 흐르고 있는데, 심지어 새까지 들어와 있음...ㅋㅋ
실내 정원이 아닌 야외 정원이기 때문에 새도 가끔씩 들어오는 것 같네요.
정원 쪽 툇마루에도 테이블과 방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 앉아서 차 즐기는 것도 좋아보이네요.
한적한 카페에서 차 마시면서 느긋하게 정원 바라보는 시간을 즐기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장미꽃이 담겨 있는 물그릇.
실내 테이블은 전부 입식 테이블이지만, 딱 한 테이블만 다다미가 깔린 좌식 테이블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이 좌식 다다미 테이블은 인기가 꽤 좋아 항상 사람들로 차 있다고 하네요.
마침 이용하던 사람이 나가고 빈 자리가 짧게나마 난지라 그 모습을 잠깐 찍어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바깥 도로와 맞닿아있는 창가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음료를 주문한 뒤 받은 진동벨.
창가 테이블에 놓여 있는 고풍스런 느낌의 전등.
드라마 각시탈에 나오는 배경으로 시간여행을 한 듯한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햇빛 들어오는 맑은 날의 낮에 이렇게 창가 쪽 앉아 바깥 풍경 바라보며 즐기는 차가 좋지요.
저 같은 경우 평일에는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고, 주말에나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여유.
주문한 음료가 도착했습니다.
저는 수제 생강차, 그리고 같이 간 친구는 수제 오미자 에이드를 주문.
'수제 생강차(7,000원)' 는 일회용 컵에 담겨나온 오미자 에이드와 달리
뚜껑이 있는 도자기 찻잔에 찻잔받침까지 세트로 정갈하게 담겨 나왔습니다.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좋네요.
찻잔 안에는 따끈하게 끓인 생강차가 있어요.
이 날, 날이 좀 더워서 처음엔 차가운 음료를 마실까 했는데, 역시 가게만의 시그니처가 좋겠다 싶어 선택.
잣을 조금 띄운 짙은 갈색빛을 띠는 생강차는 약간 색이 탁한 편.
전북 완주 봉동의 무농약 생강과 유기농 도라지를 오랫동안 뭉근히 직접 고아 만든 생강고를 사용한 뜨거운 차.
생강 특유의 풍미와 향이 훅 올라오는 상당히 맵고 강렬한 향을 지닌 차입니다.
은은함보다는 진한 매운향과 함께 그 뒤에 남는 단맛이 꽤 인상적인, 그리고 저로선 아주 맘에 들었던 차.
조금 은은하고 가벼운 느낌의 차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많이 진하다고 느낄 수 있을 듯.
날이 더울 때 마시는 것보다는 추운 겨울에 마시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튼 꽤 맛이 좋았고
생강차를 마셔보니 대추차라든가 유자차 같은 다른 차 음료도 꽤 퀄리티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인생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지마는, 그래도 이 곳에 머무르는 시간만큼은 행복하니 좋았네요.
인천 근대개항거리의 개화기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목조 카페 '관동오리진(官洞五里珍)'
느긋하게 와서 맛있는 차 즐기며 앉아있기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늘 카페 팟알만 고집하곤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차이나타운에 오게 되면 근처에 있는 다른 괜찮은 카페들도 하나둘씩 발굴해봐야겠네요.
한때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이 곳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며 예전 분위기를 회복하는 중입니다.
그래도 아직 완전한 일상으로 복귀하기에 갈 길은 멀었지만요.
※ 관동오리진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1호선, 수인선 인천역 하차, 인천 중구청 옆 근대개항거리 내 위치
https://blog.naver.com/cafe_origin
2021. 6. 2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