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여름휴가를 다녀왔는데요, 휴가 복귀 전전날에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날은 집에서 하루 쉬었습니다.
저는 업무 특성상 연차가 없는 블랙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평일에 쉴 수 있는 건 1년에 딱 한 번, 여름휴가밖에 없는데
휴가의 마지막 날, 뭔가 의미 있는(?) 혼자만의 편안한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어디를 찾아갈까 한참 고민하던 차
얼마 전 알차게(?) 모아놓은 도도포인트 적립금이 8월 말에 소멸된다는 알림이 온 게 떠올랐고 그 포인트를 소진하러
수인분당선 미금역에 있는 '갓파스시 미금점' 을 오래간만에 찾게 되었습니다. 물론 평일 점심이라 저 혼자 방문.
그래도 특별한 휴가 때 혼자 먹는 밥이라면 뭔가 더 좋은 걸 먹어도 되었을테지만, 저한텐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사실 비싼 밥을 먹는 것보다는 남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나 혼자만을 위한 느긋한 시간이 더 중요했거든요.
8월 이벤트로 세 종류의 초밥을 한 접시 1,8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 + 생맥주 한 잔 500원 이벤트가 있습니다.
조합하면 초밥 세 점과 생맥주 한 잔을 2,300원에 먹을 수 있는 셈인데, 와 이거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이벤트군요.
제가 방문한 시간은 평일 점심도 아니고 점심 밥 때를 좀 지난 느즈막한 오후.
이 시간대엔 매장 분위기가 정말 한산한데요, 넓은 매장에 온 손님은 한 세 팀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늦게 일어나 오전에 게임센터 가서 게임 좀 하고, 극장가서 영화 한 편 보고 밥 먹으러 온 건데 이런 여유가 참 좋네요.
평일 점심 가격은 18,800원.
지난 마지막 방문때와 몇 가지 차이점이 생겼는데, 제한메뉴 선택이 2개에서 1개로 줄고
기존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했던 탄산음료 디스펜서가 사라진 대신 캔음료를 따로 주문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예전에 비해 많이 너프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이라 딱히 아쉽진 않네요.
단 한 가지만 선택 가능한 정액제 제한상품 안내. 이 정액제 제한상품으론 디저트를 먹기로 결심.
그나저나 생맥주 한 잔 500원이면 진짜 매력적인 가격인데, 맥주 좋아하시는 분들은 잔뜩 마셔도 부담이 없겠네요.
블로그를 통해 예전에도 여러 번 소개했지만, 테이블에 위치한 터치패드를 이용해 주문을 하면 됩니다.
다른 회전초밥집처럼 레일 위에 초밥이 계속 돌아가는 게 아니라 주문한 초밥만 오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 비대면 주문방식으로는 꽤 괜찮은 시스템입니다. 제한 상품 제외한 1,800~2,800원 메뉴 중 자유 선택 가능.
예전에 셀프로 가져오던 초생강과 락교, 된장국도 터치패드를 이용해 주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셀프 바에는 이제 녹차가루와 정수기만 있어 녹차, 물만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론 초생강과 락교, 된장국은 요금을 따로 매기지 않기 때문에 그냥 주문을 하느냐 직접 가져오느냐의 차이가 전부.
따끈한 녹차와 함께 된장국, 그리고 초생강과 락교, 와사비를 넣은 간장을 세팅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
평일 점심에 한 번 갓파스시에 '혼자' 와서 남 눈치 안 보고 내 먹고싶은 대로 막 먹고싶단 생각을 늘 했었는데
이렇게 일년에 단 하루 뿐인 귀중한 여름휴가의 휴일에 이 즐거움을 누려보게 되었네요.
광어, 참치, 적미새우, 볼락.
기본적으로 모든 초밥에는 와사비가 따로 들어가지 않아 와사비는 직접 넣어야 합니다.
그냥 와사비 듬뿍 풀어넣은 간장에 찍어먹으면 딱 괜찮아요.
마음만큼은 지난 5월에 다녀온 공덕 '스시소라(https://ryunan9903.tistory.com/907)' 의 아카미 생각을 하면서...ㅋㅋ
엔가와.
따뜻한 계란구이.
다랑어 스테이크와 연어 스테이크.
간장 가다랑어.
연어 파인애플 치즈아부리와 구운 게장.
게장을 불에 구워 밥 위에 얹어내었는데, 살짝 비릿한 게장과 밥의 조화가 취향에 꽤 잘 맞았습니다.
사람에 따라 조금 비리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정말 맛있게 먹었던 초밥.
이건 뭔가 창의적인 시도를 하려는 건 좋았으나, 연어와 파인애플의 조화는 생각보다 꽤 별로였던 걸로(...)
파인애플은 그냥 과일로만 먹거나 피자에 올리는 정도로만 만족합시다...
큰 붕장어 양념구이.
명란마요 군함, 회무침 군함, 게장 군함, 빨간 날치알 군함까지 - 군함말이 4종.
갓파스시에서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장 계열 초밥.
게장 군함말이도 방문하게 되면 빼먹지 않고 한 번씩은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리비 갈릭마요 아부리, 구운 보리멸 명란마요.
보리멸 위에 불에 구운 명란을 올렸는데, 명란이 생각보다 짜지 않아 괜찮았습니다.
보리멸은 조금 뻣뻣하긴 했지만 그래도 위에 올린 명란이 좋아서 딱히 불만은 없었고요.
간장 생새우.
연어 스테이크를 한 번 더.
붕장어.
유일한 등푸른 생선인 초고등어.
조금 비리긴 하지만 다행히 허용범위 내, 비린맛 뒤에 이어지는 고소한 맛 때문에 좋아하는 듯.
청양고추를 올린 매운 삼겹살.
매콤한 마요네즈 소스와 파를 올린 스파이시 한치.
마요네즈 소스와 어울릴까 싶었는데, 의외로 쫀득한 한치와 매운 마요네즈의 조화가 괜찮았던...
여기서부터는 튀김요리로 첫 번째는 고구마 치즈스틱.
튀김은 바로 튀겨져 나오기 때문에 따끈하고 바삭해서 어떤 의미론 초밥보다 퀄이 더 괜찮은 편.
타르타르 소스를 뿌린 새우 후라이.
순살 후라이드 치킨.
다진 새우살이 들어간 통살 새우너겟.
피자치즈와 소스가 들어간 찹쌀 피자볼.
쫀득쫀득한 찹쌀도너츠 맛인데, 안에 피자호빵에 들어가는 피자소스가 들어있습니다.
피자호빵 특유의 향이 느껴지는 건 좋긴 하지만, 사실 찹쌀도너츠의 쫄깃함과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마무리로는 제한상품 리스트에 있는 디저트를 선택했습니다.
녹차 아이스크림와 초콜릿 브라우니. 따끈하게 데운 브라우니와 차가운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기분 좋게 마무리.
. . . . . .
절대적인 퀄리티로만 놓고 보면 갓파스시는 사실 퀄리티 좋은 초밥 전문점도 아니고 생선 재료도 그리 다양하진 않아요.
그래도 뭐랄까... 이렇게 혼자, 아니면 편한 사람들끼리 가서 맘 놓고 부담없이 편하게 먹기엔 또 이만한 게 없거든요.
어쩌면 이 부담없는 편안함 때문에 가끔 한 번 생각날 때 찾아갈 정도로 이 곳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귀중한 여름 휴가 마지막 날, 남들 다 일하는 평일 오후에 즐기는 느즈막한 혼자만의 점심. 아주 만족했습니다.
PS : 쉬는 날이긴 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이 날은 일하는 날 못지않게 바쁘게 돌아다녔던 하루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게임센터 가서 밀린 비마니 게임 해금 진행하고, 자주 가는 만화 총판 가서 만화책 사고,
롯데시네마에서 예매한 모가디슈 영화 보고(아주 재밌었음), 마지막으로 갓파스시에서 늦은 점심 먹고 집으로 귀환.
어떻게든 평일 하루를 최대한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바쁘게 다닌 것 같은데, 그래도 꽤 만족했던 하루였어요.
※ 갓파스시 미금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수인분당선, 신분당선 미금역 1,2번출구 하차, 출구 바로 앞 상가 건물 2층
2021. 8. 24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