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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1.8 구미,부산

2022.1.9. (3) 6,000원의 만찬(?), '보릿고개체험장' 의 막걸리 한 상 / 2021년 8월, 광복절 구미,부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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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광복절 구미,부산여행

(3) 6,000원의 만찬(?), '보릿고개체험장' 의 막걸리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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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및 기념관 내부엔 별도로 식사할 수 있는 식당 등의 편의시설은 따로 없지만

(생가를 나와 큰길을 하나 건너면 바로 주택가라 식당들이 많이 있긴 합니다)

가볍게 요기를 때우고 갈 수 있는 주점이 하나 있습니다. 생가 입구 근처에 독립 건물로 따로 떨어져 설치된 곳으로

이 가게의 이름은 '보릿고개 체험장' 이라고 합니다. 이름 그대로 과거 보릿고개를 체험할 수 있는 곳(...)

 

보릿고개는 대한민국의 과거 봄철 기근을 뜻하는 말로 쌀 추수 후 그 자리에 이모작으로 보리를 심었을 때

보리가 제대로 영글지 않아 수확할 수 없는데, 지난해 추수한 쌀까지 떨어져버리는 5~6월의 시기라고 합니다.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어려운 고개' 라는 의미로 '보릿고개' 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요,

이 시기는 주식으로 먹을 수 있는 쌀과 보리가 없어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각종 구황작물을 찾아먹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이미 조선시대에 다 사라졌을 것 같지만 의외로 1960년대까지 한국엔 보릿고개가 남아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아마 보릿고개 당시 구황작물을 먹어가며 버텼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한 일종의 체험 공간 역할도 하는 듯 합니다.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과 함께 건물 한 채가 들어와 있는데요, 오른편 건물이 음식 주문하는 곳,

그리고 뒤에 천막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음식을 먹고 갈 수 있는 야외 평상이 마련된 공간입니다.

 

 

출입문 앞에 세워진 보릿고개 체험장에 대한 안내.

일부러 당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끔 번듯한 실내 대신 마루와 야외 평상을 테이블로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음식 주문하는 곳.

문 열려있는 틈 사이로 직원에게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보릿고개 체험장' 의 현판.

 

 

건물 외부에 붙어있는 보릿고개 체험장의 메뉴판.

단품 메뉴도 있고 '만원상', '큰상', '작은상' 이라는 세트 메뉴도 있습니다. 음식 가격은 막걸리 제외 전부 천원으로 저렴.

참고로 세트 메뉴는 그냥 단품 메뉴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으로 세트라고 해서 따로 할인 혜택이 있는 건 아니니

그냥 단품 메뉴로 원하는 것들을 선택하여 나만의 세트를 구성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 이 막걸리작은상이겠지요.

막걸리 작은 거 한 주전자와 두부가 함께하는 세트로 제가 선택한 건 이 작은상 세트.

다만 여기에 보리콩죽과 보리개떡, 그리고 감주를 추가하여 총 6,000원짜리 나만의 보릿고개상을 만들었습니다.

 

 

여기도 실내 주택을 개조하여 보릿고개체험장으로 활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닌 영락없는 오래 된 마당 있는 주택의 모습. 실제 주거 공간이 함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당에는 평상과 함께 음식을 먹고 갈 수 있는 테이블이 설치된 원두막이 몇 동 설치되어 있습니다.

천막이 쳐 있긴 하지만 방수가 되는 게 아닌 햇빛을 막는 그늘막이라 비까지 막을 순 없어

젖어있는 평상에서 먹을 순 없었고 왼편의 지붕 있는 원두막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저희가 첫 번째 손님인 듯.

 

 

원두막 뒷편에 장독대가 있는데, 장독 위에 큼직한 호박이 열린 호박 넝쿨이 있습니다.

모형이 아니라 진짜 지붕 위에서 자라고 있는 늙은호박.

 

 

8월 중순, 무더운 한여름이긴 한데, 비가 와서 기온이 많이 내려가 되게 선선하니 좋았어요.

원두막에 앉아 빗소리 듣고 있으니 분위기 되게 괜찮던...ㅋㅋ 보릿고개체험장 직원 외에 사람도 하나 없었고요.

 

 

원두막 한 동에 두 개의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 먹고 나갈 때까지 한 사람의 손님도 오지 않아 먹는 동안 사실상 저희가 다 전세를 내긴 했지만요.

 

 

마침내 도착한 '나만의 보릿고개 상(6,000원)'

막걸리 작은 주전자 하나와 온두부, 보리콩죽, 보리개떡, 감주, 그리고 배추김치로 구성된 주안상(?)입니다.

아니 주안상이라기보다는 음식 구성을 보면 새참상 분위기에 좀 더 가깝겠네요.

 

 

저나 이 친구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므로 막걸리는 이 작은 것 하나 나눠먹는 걸로 충분.

작은 주전자라고 하지만 그래도 네 사발 정도는 나와 양이 결코 적다고 할 순 없습니다. 물론 제 기준이지만요.

 

 

그냥 딱 예상가는 무난한 탁주의 맛이긴 하지만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이 날, 아침도 안 먹고 새벽에 공복 상태로 내려와 먹는 첫 음식이라 그런지 되게 잘 넘어가더군요ㅋㅋ

 

 

보리와 콩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보리콩죽(1,000원)'

함께 나온 간장을 살짝 넣어 간을 해도 좋겠지만, 간을 하지 않고 고소한 맛을 그대로 즐겨보았습니다.

 

 

맛은 당연히 쌀로 끓인 죽에 비해 식감이 훨씬 거칠고 색 또한 거무튀튀하긴 하지만,

되게 담백하면서도 또 씹다보면 고소한 맛이 느껴져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먹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건 입맛 없을 때, 혹은 몸 아플 때 환자식으로 먹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온두부(1,000원)는 따끈하게 데운 물에 담겨져 나옵니다.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썰어져 있고요.

 

 

두부와 함께 나온 배추김치.

단품 두부만 따로 시켜도 배추김치가 세트로 나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 김치 막걸리랑 잘 어울리더군요.

 

 

고춧가루를 넣은 간장.

간장은 보리콩죽에 살짝 넣어 간을 해 먹어도 좋고 두부 찍어먹어도 괜찮습니다. 취향껏 먹으면 됩니다.

 

 

아무런 조리를 거치지 않은 따끈한 모두부를 간장에 살짝 찍어먹는 걸 좋아합니다.

 

 

김치를 살짝 얹어 두부김치로 즐기는 것도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별미 중 하나.

화려한 안주 없이 이 두부김치만 하나 있어도 탁주와 함께하는 훌륭한 안주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음식들은 그래도 먹기 전부터 어느정도 맛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지만

보리개떡(1,000원)만큼은 무슨 맛일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보리개떡은 사진과 같이 개별 비닐 포장이 깔끔하게 되어있어 기념으로(?) 여러 개 사 가는 것도 가능할 것 같더군요.

 

 

떡 크기는 생각보다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그냥 편의점 양산빵 한 개보다 약간 작은 크기?

의외로 표면이 생긴것에 비해 꽤 맨들맨들하면서 색은 약간 팥색을 띠고 있고요.

 

 

오우, 이게 뭔 맛이지...ㅋㅋ

뭐랄까 되게 설명하기 어려운 맛인데요, 좋은 말을 빌려도 결코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런 맛인데...ㅋㅋ

약간 백설기 같으면서도 그것보다는 좀 더 딱딱하면서 찰기는 덜하고 그렇다고 완전 무맛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씹다보면 또 은은하게 단맛이 올라오는... 뭔가 떡이면서도 처음 보는 그런 묘한 식감과 맛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먹어본 적 없는 생소한 맛이라 그렇지 뭔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씹기에는 또 나쁘지 않은 맛이라

진짜 뭐랄까... 설명하기 힘든 참 오묘한 맛이네요. 맛은 없는데 어쩐지 지금 한 개 정도 더 먹어보고 싶은 그런 맛?

 

 

그냥 먹는 것보다 이렇게 간장 살짝 찍어먹는 게 더 낫습니다.

그런데 이거, 맛이 있고없고를 떠나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메리트는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막걸리나 두부같은 건 다른 지역에서 먹어볼 수 있는 흔한 음식이지만 이 보리개떡은 여기를 제외하면

달리 파는 곳도 없어 먹어보는 것도 어렵단 말이지요. 그 희소성으로 한 번 체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빈 속을 막걸리로 채워 살짝 알딸딸해진 상태에서 마무리로는 감주(1,000원)

매장에서 직접 담근듯한 감주는 작은 페트병 안에 담겨져 되게 시원한 상태로 제공되었습니다.

 

 

맛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식혜의 익숙한 단맛인데

그보다 약간 더 거칠면서 구수한 누룽지같은 풍미가 섞여있습니다. 더울 때 음료 대용으로 마셔도 괜찮을 듯.

막걸리와 함께 음식을 즐긴 뒤 마지막에 입가심 개념으로 한 잔 마시면 깔끔하게 마무리하기 좋습니다.

 

 

구성이 단촐하긴 하지만, 의외로 생각했던 것보다 꽤 괜찮았던 '보릿고개체험장의 막걸리상'

이 정도 양이면 둘이서 막걸리와 함께 나눠먹기 딱 좋은데요, 적당히 취기도 오르면서 기분좋게 즐길 수 있었어요.

꼭 보릿고개를 느끼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운치 좋은 평상에 앉아 가볍게 한 잔 즐기기 좋은 분위기로

꽤 만족하고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또 찾게 되면 다시 즐겨봐도 괜찮을 정도.

 

 

다 먹고 난 빈 그릇은 '빈그릇은 이곳에' 라고 써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면 됩니다.

공복 상태에서 배를 어느정도 채워서 기분이 꽤 좋군요. 이제 생가를 제외한 남은 관람 시설을 돌아볼 시간입니다.

= Continue =

 

2022. 1. 9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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