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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2.1 논산,대전

2022.3.22. (2) 17년만에 다시 떠오른 훈련소의 기억, 17년만에 겨우 실행한 동기들과의 약속 / 17년만의 재회, 논산 육군훈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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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의 재회, 논산 육군훈련소

(2) 17년만에 다시 떠오른 훈련소의 기억, 17년만에 겨우 실행한 동기들과의 약속

 

. . . . . .

 

 

느긋하게 천천히 풍경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육군훈련소 입소대대까지 1.2km밖에 남지 않았다.

 

. . . . . .

 

그나저나 진짜 여기 왜 왔냐고? 이 나이에 다시 입대하고 싶어서?!

좀 사연이 있긴 함. 사실 엄청 거창하고 비장한 이야기같은 건 전혀 아니고 사실 되게 쓸데없는 것임.

그러니까 이 사연에 비장하고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 따윈 전혀 없으니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편하게 읽어주기를 바람.

아, 밖에 나와서 군대얘기 하는 거 사실 되게 싫은데...ㅋㅋㅋ

 

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정확히 2년동안 육군으로 만기 병장 전역을 했고 육군훈련소(논산) 출신임.

2005년 8월 1일에 육군훈련소로 입대를 했는데 거기서 6주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았음.

아쉽게도 그 때 같은 생활관 쓰던 동기들 중 지금 연락되는 동기는 한 명도 안 남았고 이름도 지금은 가물가물함.

근데 신기한 건 이름은 가물가물해도 얼굴만큼은 지금도 진짜 생생하게 기억나는 거 있지... 여튼 뭐 그런 상황임...ㅋㅋ

물론 17년 전 이야기라 지금 만약 다시 그 동기를 만난다 하더라도 얼굴은 많이 변해있겠지만...

 

여튼 8월... 태풍땜에 비도 엄청나게 쏟아지고 더울 땐 또 디지게 덥고, 얼마나 훈련하기 X같겠음.

배탈나는 거 방지한다고 물은 차가운 물 안 주고 그 더울 때 끓인 물 식혀서 주고... 근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니

식히는 데도 한계가 있어서 나중엔 막 뜨거운 물을 그냥 마셔야 했단 말임.

태어나서 처음 마셔본 맛스타 음료(요즘은 안 나온다고 함)가 창고 상온에서 펄펄 끓은 따끈한 맛스타 오렌지였으니...

그래서 진짜 X같은 상황에서 훈련 받으면서 동기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

진짜 원초적인 본능대로 뭐 먹고싶다, 뭐 하고싶다 막 그런 얘기들... 근데 그런 얘기들 서로 하면 진짜 재밌긴 함.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32번 훈련병이었던 내 옆에옆에 형이 말한

'휴가 나가면 제일 먼저 슈퍼 가서 칠성사이다 1.5리터짜리 사서 그거 벌컥벌컥 마시면서 집에 갈 거야' 라는 말과

'전역하면 나중에 여기 입소대대 다시 와서 그 때 입대하는 애들 가리키면서 맘껏 비웃어줄거야' 라는 말.

그리고 초코파이 먹으면서 막 '쫀나 맛있다!' 라고 흥분하면서 기뻐하는 검은테 안경 낀 다른 형도 기억남.

 

그래, 그랬었음.

우리 생활관 동기들 다 모여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전역해서 민간인 되면 여기 꼭 다시 와서 입대하는 애들 보며 깔깔대며 비웃어주겠다'

라고......

 

그렇게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우리는 전부 뿔뿔이 흩어졌고

평생동안 함께 갈 것 같았던 훈련소 동기들은 처음엔 싸이월드로 어떻게 연락이 되어 어디 부대로 갔는지

어떻게 군 생활을 하는지 근황 정도는 알 수 있었으나,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서서히 기억에서 멀어지며

지금은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고 대신 얼굴만 생생하게 떠오르고...

 

. . . . . .

 

2005년 입대, 2007년 전역.

그리고 지금은 2022년.

 

그로부터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났음...

그 사이 대통령이 세 번 바뀌었고 현재 네 번째 대통령이 바뀔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훈련소에서 했던 약속이라든가 맹세같은 건 다 현실에 치여 살면서 잊어버린 지 오래였지.

그런데... 자꾸 훈련소 동기들이 했던 그 약속이 요새 자꾸 떠오르는 거야.

'전역하고 민간인이 되어 여길 다시 찾겠다' 라는 약속.

 

이게 가는 게 옳을까?

남들은 이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을 거라는데, 굳이 여길 왜 가려 하는 걸까?

의미 있나?

막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내가 뭐 하러 한가하게 연고도 없는 여길 찾아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

 

그래서... 무작정 평일에 하루 나온 휴가 이용해서 연무대 가는 버스를 탔고

지금 나는 육군훈련소 입소대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왜 그랬냐고? 솔직히 말할께. 나도 잘 몰라. 그냥 기분 닿는 대로 갔어. 그게 다임.

 

 

입소대대 가는 길목에 세워진 국토수호충성탑.

 

 

지금은 논산 육군훈련소 가는 길에 전시용으로 남아 있는 M47전차.

입소대대 가는 길목에 작게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육군훈련소 앞 아니랄까봐, 이런 전시물들이 세워져 있다.

 

 

육군훈련소, 그리고 입소대대 앞엔 입소 장병들과 장병 가족들을 위한 상점가가 작게 형성되어 있다.

사진관부터 식당, 카페, 그리고 입영준비에 필요한 물품들을 판매하는 군장점까지 가게들이 꽤 많은 편인데

솔직히 난 17년 전, 여기 근처 분위기가 확실하게 기억나진 않음. 그냥 단편적인 것들만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몇 가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게 있는데, 입소대대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먹었던 점심 식사다.

이 이야기에 대해선 다음 편에서 다시 한 번 자세히 쓸 예정.

 

 

오랜 시간 군인들 상대로 각종 물건들을 판매했을 '군인백화점'

우리는 이걸 '군장점' 이라고 불렀지. 우리 부대엔 2주에 한번꼴로 군장점 버스가 부대 안으로 들어왔었다.

 

 

보통 대부분 입소 전엔 다들 머리를 미리 깎고 들어오긴 하지만

머리를 아직 깎고 오지 않은 사람들은 입소하기 전, 입소대대 근처의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을 수 있다.

옛날에 나 입대할 떈 머리 다들 엄청 짧게, 거의 빡빡이 수준으로 밀었는데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네...

 

 

입소대대 근처엔 펜션도 있음.

그러고보니 요새는 기초군사훈련 끝나면 바로 가족 면회 시켜준다며.

난 그런 것 없이 바로 후반기교육 넘어가서 거기서 후반기교육 마친 이후 자대 가서야 첫 면회를 할 수 있었는데...ㅜㅜ

 

 

나 입대했을 땐 라이트펜이라든가 깔창같은 거 갖고 들어간 것도 다 압수했었는데

(사전에 압수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하나도 안 사갖고 들어감) 요즘은 어떻게 하는지 진짜 모르겠음.

이미 나는 얼룩무늬 군복 입던 옛 시절의 사람이기 때문에 내 기준으로 군대를 생각하면 안 됨.

그나저나 라이트펜은 그 와중에도 몰래 반입한 애들이 몇 있어서 훈련소에서 몰래몰래 썼던 기억이 있음.

라이트펜을 못 쓸 땐 전자시계까진 반입 가능이라 시계 조명 도움삼아 밤에 몰래 편지 쓰고 성서 읽고 했던 적이 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위풍당당한 정예신병 육성~!!

이 육교 건넜어... 입소대대 나와서 육군훈련소로 이동할 때 단체로 걸어서 이동했던 기억 남...ㅋㅋㅋ

흔히들 알고 있는 입소대대는 육군훈련소가 아님. 육군훈련소는 입소대대서 큰길 맞은편에 좀 멀리 떨어져있다.

 

 

군인이 아닌 사람의 군복 착용은 불법이라고 함.

그러니까 그... 시위하러 나오는 사람들 중 군복 입고 나오는 분들 있잖음... 제발 그러지 마세요. 쫌...

 

 

와, 입소대대 도착했다!

여길 얼마만에 온 거야... 진짜 17년만이네 와...ㅋㅋㅋㅋㅋㅋ

놀라운 건 단편적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머릿 속 기억이 이 앞에 서니 갑자기 생생하게 기억나더라는 것...;;;;;;

 

 

요즘은 입영시 휴대폰 소지가 가능하구나...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19시기니까 백신접종 확인도 해야 하고...

 

 

길 건너에서 바라본 입영심사대 전경.

'입소대대' 라고 불리는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 앞은 이런 모습이었다. 바로 옆에 식당 크게 있었고... 맞아 그랬지.

 

 

그리고 논산 출신 수많은 예비군, 민방위 아저씨들의

PTSD를 불러일으키는 사진...ㅋㅋㅋ 하핫 다들 죽어랏!!!

꼭 예비군, 민방위가 아니더라도 아직 군대 안 간 어린 친구들에도... 함께 죽어라!!!

 

아치형 '호국요람'은 논산 육군훈련소, 아니 그를 넘어 대한민국의 '입대' 문화를 상징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입소대대 앞에서 횡단보도 건너면서 찍은 육교 모습.

반대편엔 '젊음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육군훈련소' 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래, 새로운 시작은 맞긴 맞지.

참고로 저 육교가 있는 도로 방향이 논산 시내로 가는 방향.

 

 

입소대대 길 건너 저 멀리 뭔가 십자가 같은 게 보인다.

예전엔 없었던 건데 저게 뭐지...?

 

 

아(...) 저게 새로 지은 육군훈련소 연무대 군인교회.

옛날 나 복무할 때 있었던 육군훈련소 내 교회가 단일 규모로 전국에서 가장 큰 교회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사이 그 교회를 허물고 새 건물로 신축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음. 근데 그게 저 건물이었구나.

건물 앞에 저렇게 크게 십자가 만들어놓은 걸 보니 새 건물도 엄청 크게 짓긴 했나보다.

 

참고로 난 그 때 종교행사가 아닌 다른 훈련일정으로 옛 육군훈련소 교회에 딱 한 번 가본 적 있었고

(아마 정신교육 같은 것이었을듯) 6주 훈련 기간 동안엔 계속 천주교 성당을 다녔었다.

성당 가면 그 때 인당 초코파이 2개랑 더위사냥 아이스크림 하나씩 줬었음. 단 거 귀한 훈련소에서 정말 귀했던 것.

그... 진짜 훈련소에서는 단 게... 귀합니다. 괜히 군인들이 초코파이에 환장하는 거 아니에요.

 

 

입소대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두 식당, '한국회관' '지정회관'

참고로 지정회관은 입소대대 길 건너편에 있고 한국회관은 입소대대 바로 왼편에 있어 거기가 제일 가까움.

한우불고기, 등심, 불낙새, 갈비 같은 거 파는 고깃집임.

 

뭐 지금 와서 모르는 사람 거의 없겠지만, 둘 다 가면 안 되는 식당임.

입소대대 바로 앞에 있는 밥집은 절대 가면 안 됨. 부모님이 괜찮으니 가겠다고 해도 말려야 함.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입영가족 쉼터.

나 갔을 때도 이런 게 있었나?

 

 

지금 보니 입소대대랑 육군훈련소 근처에 밥집 되게 많네.

옛날엔 이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건가 아니면 그 사이에 많이 생긴 건가...

아니 진짜 나 입대할 땐 '먹을 데가 이렇게 없나...' 라고 생각했었음. 근데 뭔가 되게 많음...;;

물론 저 중 정말 괜찮은 밥집이 얼마나 있을지 난 모르겠음.

 

 

입소대대 근처엔 중화요릿집이 두 곳 있음.

하나는 '진흥반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신촌반점' 이라는 곳인데 이 외엔 다 한식 파는 집이라고 보면 될 듯.

입대 직전 마지막으로 짜장면과 중화요리 먹고 싶다면 이 두 곳 중 하나를 찾는 게 나을 것이다.

 

 

육군훈련소 입구.

6주 기초군사훈련 마치고 후반기 교육 받으러 신연무대역으로 이동할 때 이 쪽을 통해 나왔는지

아니면 다른 쪽문을 통해 나왔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실 입소대대는 기억에 나지만 난 육훈 입구는 머릿속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이거 봤을때도 좀 생소했거든.

 

 

그리고 육군훈련소 입구 맞은편에는 열차 선로와 함께 승강장 하나가 덜렁 놓여져 있는 걸 볼 수 있음.

이 곳이 바로 훈련 받은 장병들이 군 전세객차를 타는 '신연무대역' 이다.

 

강경선 연무대역은 원래 이 곳이 아닌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별개의 역이고 여긴 '신연무대' 라는 이름으로 불림.

일반인들은 역을 이용할 수 없고 훈련 마친 훈련병들이 후반기 교육을 받기 위해 떠날 때 열차를 타는 곳이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열차가 들어오지도 않고 오로지 군 전세객차만 들어오는 곳. 평소엔 이렇게 출입구도 막혀 있다.

 

 

당연하겠지만 역사 시설이라 할 만한 것도 없음.

역사 건물도 없고 그냥 승강장에 지붕만 덜렁 달려있는 것이 전부. 역명판 같은 것도 있을 리 만무하다.

 

난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 마친 뒤 더블백 메고 여기로 집합해서 무궁화호 전세객차 탄 뒤

바로 가평으로 이동했었음. 거기서 후반기 교육 하는 부대로 이동해서 후반기 교육을 따로 받았고.

가평으로 이동하는 도중 경부선, 그리고 지금의 경의중앙선을 거쳐 전철 다니기 전의 구 경춘선 순으로 이동했는데

중간에 서울 들어와서 경의중앙선 구간 지나는데 막 창 밖에 서울 풍경 보이고 그러니 진짜 사람 미쳐버리겠더라고...;;

당장에라도 내려서 전철 갈아타고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질 못하니 사람이 막 울 것 같고 돌아버리겠는거야.

내리면 바로 집에 갈 수 있는데... 내가 다녔던 익숙한 길들이 다 나왔는데... 왜 집에 가질 못하니...

 

 

신연무대역은 코레일 소속의 역사라 군인들 열차 탑승할 때가 아니면 사진 촬영이 자유롭다고 함.

다만 펜스로 막아놓아 일반인이 승강장 안을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고 밖에서 구경만 할 수 있음.

물론 따로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맘만 먹으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그러진 말아야겠지.

 

 

개천에 놓여진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또 작은 공원이 하나 나온다.

 

 

'육군훈련소 체험문화공원' 이라고 함.

물론 나 복무할 땐 이런 것 없었음. 내가 전역한 이후에 조성된 것 같다.

아마 입대를 위해 찾아온 가족들이나 연인들, 혹은 훈련 수료 후 면회 온 가족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겠지.

 

 

엌ㅋㅋ 뜬금없이 쿠우쿠우 회장이 여기 왴ㅋㅋㅋㅋㅋㅋㅋ

 

 

추억의 고무신.

지금도 그 말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남자가 입대한 뒤 연인이었던 여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 는 말이 있었다. 그 반대로 남자가 변심을 하게 되면 '군화 거꾸로 신는다' 라고 하고.

나 복무하던 시절, 고무신 거꾸로 신는 경우는 없어도 군화 거꾸로 신는 후임은 한 명 있었음.

별로 친하진 않았던 다른 생활관 후임이라 그닥 관심은 없지만...

 

 

난 누군가, 그리고 또 여긴 어딘가(...)

단순히 그냥 입소대대 풍경이 보고 싶어서 여길 온 거라면 25% 정도는 맞는 거고...

사실 진짜 이 곳을 찾아온 목적은 따로 있다. 그 목적은 다음 편에서...

 

= Continue =

 

2022. 3. 22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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