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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2.1 논산,대전

2022.3.23. (3)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먹었던 짜장면과 탕수육, 육군훈련소 앞 신촌반점(논산 연무읍) / 17년만의 재회, 논산 육군훈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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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의 재회, 논산 육군훈련소

(3)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먹었던 짜장면과 탕수육, 육군훈련소 앞 신촌반점(논산 연무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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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던 여러분들께 하는 질문.

입대 전 마지막 식사로 뭐 먹었어요?

 

사실 입대하기 전엔...ㅋㅋㅋㅋ 어떤 산해진미를 먹더라도 그 맛을 제대로 느끼는 건 불가능하다.

고든렘지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줘도, 심지어 미슐랭 3스타 음식을 먹더라도 다 똑같이 맛없음.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렇게 맛없게 먹은 입대 전 마지막 식사 있잖아...

그거 입대하고 첫 날, 입소대대에서 잘 때, 혹은 입대 후 첫 저녁식사 할 때 엄청 생각난다?

그리고 그게 훈련소에서 훈련 받는 기간동안 사무치도록 그리울 거고 사람에 따라 평생 맛을 못 잊을 수도 있어.

 

내가 그랬거든...ㅡㅡ

 

. . . . . .

 

부모님이랑 같이 입소대대 앞에 와서 마지막으로 점심식사를 하긴 해야겠고

입소대대 앞 식당을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도무지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이 안 났다. 뭔가 먹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데 왠지 그 때, 다른 화려한 음식보다도 그냥 짜장면에 탕수육이 갑자기 먹고 싶었던 것임.

그래서 부모님한테 짜장면이랑 탕수육 먹고 싶다고 해서 근처에 가장 가까운 중화요릿집을 찾아 거기서 식사를 했음.

지방의 작은 중화요릿집답게 내부는 좀 낡았고 약간 을씨년스런 분위기.

그러니까 입소대대 앞에 다른 식당들은 입대 앞둔 군인가족들도 많았는데 여긴 그런 분위기조차 느낄 수 없는

그냥 조용한 시골 동네 중화요릿집 분위기였다. 어쨌든 그 어두운 분위기에서 나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마지막으로 먹음.

여름이지만 날씨도 엄청 우중충하게 흐린 날이었던지라 마지막 식사를 할 때도 분위기가 꽤 어두웠고

어쨌든 그렇게 식사를 마친 뒤 입소대대로 들어가 부모님과 헤어져 나는 드디어 입대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 날, 마지막으로 짜장면과 탕수육 먹었던 곳이 입소대대 앞에 있는 '신촌반점' 이란 중화요릿집이고

그 당시 다른 건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의 맛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전역하고 난 뒤 언제 한 번 거기 가서 그 음식을 다시 맛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늘 해 왔는데

이번에 진짜 그냥 무작정 육군훈련소로 내려왔잖아? 그리고 찾아보니 그 식당이 계속 영업을 하고 있대.

2005년에 마지막으로 밥 먹었던 식당이 2022년! 17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임.

 

와......;;;

사실 논산 일부러 찾아간 가장 큰 이유가 이것 때문임.

육군훈련소야 어떻게 되든 별 상관 없는데 전역하고 난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여기서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생각났음.

그래서 더 늦게 전에 꼭 한 번 가서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과 똑같은 걸 먹어보자... 라고 결심하게 되었고

이렇게 가게 앞까지 오게 된 것. 다행히 가게는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식당은 오래 된 역사를 반증하듯 도끼다시(자갈갈이) 바닥에 낡은 목조 테이블로 이루어져 있다.

출입문 왼편에 커다란 거울이 하나 달려있고 전체적으로 오랜 세월의 연식이 느껴지는 낡은 분위기.

지저분하다기보다는 그냥 세월이 만들어낸 낡음이라고 보면 될까?

 

 

홀 중앙엔 연통난로 하나가 있고, 그 위에서 주전자물이 끓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매장 안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놀란 게 있었는데... 17년 전이랑 하나도 안 변했음.

2005년 입대 전, 마지막으로 밥 먹으러 갈 때 봤던 실내랑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벽에 걸려있는 거울까지...!

와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옛 모습 그대로일 수가 있지? 솔직히 말해 좀 소름... 아니 전율이 돋았음;;

 

 

메뉴판.

모든 게 17년 전과 똑같았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당연 가격.

현재 짜장면 한 그릇은 4,500원. 그리고 탕수육은 소, 중, 대가 있는데 작은 사이즈가 16,000원이다.

특별히 비싸다고도, 그렇다고 싼 것도 아닌 그냥 무난무난한 가격이라고 보면 될까?

 

물론 17년 전 마지막으로 밥 먹었을 때 짜장면 한 그릇이 얼마였는진 기억나지 않음. 대충 뭐 3천 얼마 했겠지...

 

 

어쨌든 창가 쪽에 자리잡고 짜장면이랑 탕수육 작은 걸 하나 주문했다.

혼자 먹기 좀 많을까 싶기도 한데, 여길 누구랑 같이 와야 할 이유도 없고... 어떻게 먹을 순 있겠지.

젊은 여성분이 서빙하시던데 가족인지 아니면 직원인진 모르겠음. 여튼 친절했음.

 

테이블에 놓여 있는 양념통은 고춧가루, 간장, 식초.

 

 

기본 식기 세팅.

젓가락도 진짜... 뭔가 여튼 오래 된 분위기ㅋㅋ

 

 

기본찬으로는 보통 동네 중화요릿집답게 단무지왕 생양파, 그리고 춘장 약간이 나온다.

탕수육 시켰다고 종지 하나가 나왔는데 여기 간장이랑 고춧가루 살짝 부어서 간장도 만들어놓음.

 

그리고 음식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

밥 시간대가 되어 그런지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는데 음식 나오는 데 오래 걸릴 수 있는데 괜찮겠냐 물어보더라.

아마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사람이 한 명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음. 뭐 크게 기다려도 상관은 없다.

어짜피 기다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음식 먹을 수 있는게 중요한 거니까.

 

 

탕수육이랑 짜장면이 도착했다.

와... 17년만에 이걸 다시 먹어보게 되네...ㅋㅋㅋ 차이점이라면 그 땐 가족들이랑, 그리고 지금은 나 혼자.

그리고 또 하나 큰 차이점이라면

그 땐 군대를 두려워했던 '미필', 그리고 지금은 세상을 두려워하는 '민방위'.

 

 

'탕수육(소 : 16,000원)'

 

 

탕수육은 기본이 부먹으로 나온다.

튀김 위에 소스를 부어서 내오는데 소스에 케찹을 넣고 끓였는지 전체적으로 붉은빛을 내는 게 특징.

그리고 당근, 양파, 목이버섯, 오이 등을 소스와 함께 볶은 뒤 마지막에 참깨를 뿌려 마무리한

뭐랄까... 옛날 중화요리 스타일의 탕수육으로 나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기억하던 맛이랑 정말 똑같은 걸까? 호기심을 안고 한 입 먹었봤는데... 와앗!!! 똑같아!!!

 

와, 진짜 똑같음. 기억하고 있었던 그 맛이랑 완전히 똑같아!!!

여기 탕수육 소스가 케찹으로 소스를 내어 전체적으로 약간 새콤함이 감돌면서 뒷맛이 꽤 달게 남는 특징이 있고

튀김은 뭐랄까... 씹다보면 살짝 비계라고 해야 하나, 살코기과 함께 비계가 함께 씹히는 듯한 부드러움이 있거든.

근데 소스 맛은 말할 것도 없고 튀김에서 느껴지는 그 맛까지 옛날에 먹었던 것과 너무 똑같은 거야.

 

그냥 어느정도 추억보정이 있을지도 모르지... 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이건 진짜 충격이었음;;;

다른 건 몰라도 입대 전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 맛을 잊을 리가 있나.

그 왜 요리만화 같은 것 보면 '어릴 적 먹었던 그 음식 맛을 다시 먹어보고 싶네...' 라는 중년 혹은 노년 신사가 나오고

주인공이 고군분투 끝에 음식을 만들어주면 '오오, 이 맛이야... 어릴 적 먹었던 그 맛!' 하며 놀라는 거 있잖음.

난 그게 그냥 만화적인 과장이고 뻥카치는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 가능한 거였음. 내가 딱 그 기분이었던 거...ㅋㅋㅋㅋ

 

탕수육 되게, 진짜 너무 만족스러움.

맛이 있고없고의 문제를 떠나 내가 내심 기대하고 있던 그 기대치를 맥스치로 충족한 완벽한 탕수육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여기 탕수육은 약간 옛날탕수육 스타일임.

쫀득쫀득하고 새콤한 맛 없는 볶먹식 찹쌀탕수육이 아닌 조금 투박하고 케찹단맛 나는 탕수육.

사람에 따라 취향이 갈릴 수 있겠지만, 이런 탕수육도 한 번 먹어볼 만한 가치는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짜장면(4,500원)'

면이 다른 중화요릿집 짜장면에 비해 색이 하얀 것이 특징. 첨가제 같은 걸 사용하지 않는 건가 싶다.

 

 

맛있게 비벼서~

근데 어째 기본만 시켰는데도 양이 꽤 많다는 느낌이네.

 

 

여기 짜장면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미료가 좀 적게 들어가는 듯.

짜장면 특유의 짠맛 강하면서 입에 짝짝 달라붙는 느낌은 좀 덜하다. 그것도 옛날 먹었던 것과 거의 동일한 맛.

군 입대 하기 전에는 짜장면이 뭔가 입맛에 안 맞아서 '시골 짜장면은 원래 이런가...' 하며 별로라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먹어보면서 생각해보니 그냥 여기 짜장면 스타일이 타 배달중화요릿집과 다른 거였음.

면에 첨가제를 넣지 않아 약간은 잘 섞이지 않는듯한, 그러나 춘장 고소한 맛이 강하며 덜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면...

 

 

결과를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엄청 만족했다.

예전에 먹었던 맛 그대로 남아있던 것도 만족했고 군 입대 이후, 17년동안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목표를

이제 와서야 겨우 이루게 되었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어떻게든 다시 오게 되어 정말 다행이야...

물론 지금도 장사는 잘 하고 있지만, 좀 더 늦게 가면 다시는 먹지 못했을 수도 있잖아.

이렇게 가서 예전에 먹었던 것 그대로, 그 때 먹었던 맛 그대로 다시 느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먹고 나서 화장실 가려고 매장 뒷쪽으로 나와봤는데, 바로 앞에 개천 있고 그 체험문화공원이 있더라.

다만 중간에 개천이 가로막혀 바로 건너갈 순 없다.

 

 

일부러 차비 들여, 시간 들여 논산까지 내려온 가장 큰 이유였던 연무대 '신촌반점'

점심시간 되니 동네 주민들도 꽤 많이 오고 또 군복 입은 간부들도 들어와 음식 주문하고 식사하는 걸 보니

여긴 입대 장병들을 위한 일회성 식당이 아닌 그냥 오랜 시간 장사하는 동네 밥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이 곳을 다시 찾을 일이 앞으로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기억 속에만 간직하고 있었던 맛을 한 번 확인했기 때문에 이대로 다시 못 오더라도 아쉬움은 이제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탕수육은 한 번 더 먹어보고 싶음.

그리고 그 땐 혼자 오는 것보다는 그냥 친구 하나 데려와보고 싶네.

 

= Continue =

 

. . . . . .

 

 

※ 신촌반점 찾아가는 길 : 충남 논산시 연무읍 득안대로 473(입소대대 앞에서 신연무대역 방면으로 큰길따라 쭉 직진)

http://naver.me/5bR75i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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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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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23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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