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동탄을 방문한 최대 목적 중 하나는 여길 한 번 가 보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여긴 동탄신도시 쪽은 아니고 병점역에서 서쪽에 위치한 화성시 보통리라는 한적한 외곽에 위치한 카페로
'혜경궁 베이커리' 라고 하는 곳입니다. 엄청 큰 기와집으로 지은 건물이라 하는데 실제로 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던...
그리고 카페 규모보다도 더 저를 경악(?)하게 했던 건 그 앞에 세워져 있는 엄청난 넓이의 주차장과 거길 가득 메운 차량.
아무리 주말이라는 걸 감안해도 차가 많습니다... 그것도 그냥 많은 게 아니라 무슨 유원지 주차장마냥 많습니다.
저 지금껏 사람 많이 몰리는 식당도 가 보고 그랬는데 여기처럼 차 많이 주차되어 있는 곳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군요...;;
워낙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주말에는 2시간만 무료 주차를 시행한다는군요.
다만 평일에는 아마 주말처럼 붐비진 않을 거라 전일 주차가 가능한 듯.
그리고 카페에 이렇게 근방 안내도를 부착해놓은 것도 처음 보고요.
매장 입구에 작은 녹지와 함께 초가집 모형을 만들어놓았는데요, 일종의 포토 존 역할을 하고 있는 듯.
이 앞에 서서 기념사진 찍는 가족들 많더라고요. 일부러 기념사진 찍으라고 벤치도 설치해놓은 걸 보면...
그리고 디딤돌을 녹지 안에 만들어놓은 걸 보니 초가집 바로 앞까지 가서 사진 찍는 것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매장 앞에 심어놓은 소나무까지... 정말 스케일이 다른 큰 카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라는 것에 감탄하는 중.
단아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한옥이라기보다는 엄청난 존재감, 그리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한옥입니다.
혜경궁 베이커리의 1층 본관 입구.
가운데 열려 있는 출입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줄이 없지만 막 도착했을 때만 해도 내부에 사람이 너무 많아 밖에서 사람들이 입장줄을 서는 진풍경을 봤어요.
아니 무슨 매장이 이렇게 큰데 그나마도 자리가 꽉 차서 밖에서 줄을 서는거지...ㅋㅋㅋ
매장 안에 붙어있는 이용 안내.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는 건 가능하긴 하지만 실내 매장이 아닌 가급적 건물 뒷편 야외매장을 이용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음료 가격이 상당히 센 편입니다. 뭐 자릿세 개념으로 생각해야지요.
영업시간은 오픈 10시, 그리고 마감은 저녁 9시.
'혜경궁 베이커리' 라는 이름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오해하실 분이 분명 계실 것 같은데(...)
혜경궁의 어원은 당연히 그 정치적인 이유로 거론되는 혜경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 근처에 사도세자의 무덤인 '융릉', 그리고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조선 정조대왕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무덤이
함께 있어 거기서 '혜경궁' 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것이라고 해요. 그리고 옆엔 정조 무덤인 건릉도 함께 있다고 하는군요.
다만 이 카페에서 아주 가까운 건 아니고 도보로도 약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걸으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혜경궁 베이커리의 마스코트인 것으로 보이는 '호궁이'
1층 매장으로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각종 도자기 진열품들.
그 뒤로 음료 주문하는 매대가 있어 여기서 음료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동선이 일단 1층의 빵매대를 돌아다니며 매장에서 먹을 빵을 고른 뒤 마지막으로 음료를 주문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더군요.
1층 빵 매대 전경. 왼쪽으로 들어가 한 바퀴를 빙 돌아 오른쪽으로 나오는 방식.
매장에서 진열되는 각종 빵과 케이크류는 음료만큼이나 가격대가 꽤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잘 나갑니다.
보통 이런 곳에 일부러 차 타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분위기와 여가를 즐기기 위한 것이지 가격이 말도 안 되는 것만 아니면
크게 신경쓰는 편은 아니니까... 마지막에 있는 토끼 모양의 케이크와 샌드위치는 어린이날 기념으로 한정 판매하는
어린이용 도시락 세트라고 합니다. 평상시엔 판매하지 않고 이 때만 수량 한정으로 판매하는 거라 하는군요.
음료 주문하는 매대.
여기서 쟁반에 담은 빵과 함께 음료를 주문한 뒤 왼편의 계단 & 엘리베이터를 타고 홀로 올라가면 됩니다.
참고로 음료는 1층에서 바로 받는 게 아니라 2층에 음료 받는 곳이 따로 있어요. 1층에서는 주문, 결제만 할 수 있습니다.
음료 주문하는 계산대와 제조하는 주방이 따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실내에 계단과 함께 엘리베이터도 비치되어 있어 다리 아픈 노인이라든가 장애인 등도 무리없이 이용 가능합니다.
각 층마다 포크, 나이프 등이 비치된 셀프 바가 있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합니다.
셀프 바에는 빨대, 포크, 나이프, 쟁반, 티슈, 물티슈와 함께 남은 빵 포장하는 비닐, 그리고 전자렌지와 정수기가 설치.
구매한 빵은 전자렌지에 넣고 데워 먹는 것도 가능합니다.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트레이는 다 먹고 간 쟁반 넣는 트레이.
1층에서 음료 주문 후 받은 진동벨.
사람이 워낙 많이 몰려와 주문이 급격히 밀린 상태라 음료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사실 빈 자리가 워낙 모자라 일단 자리부터 잡는 게 급선무라 급히 자리를 탐색했습니다.
내부는 대략 이런 분위기.
전통 가옥 형태의 높은 천장, 그리고 서양식 샹들리에와 각종 화분이 조화되어 있는 전통적이면서 앤티크한 느낌?
단아하고 소박한 느낌은 없긴 하지만 뭐랄까 인테리어 보고 제일 먼저 든 기분이 '어르신들 엄청 좋아하겠군...' 이란 인상.
진동벨이 울리면 2층의 '음료 받는 곳' 에서 음료를 받아오면 됩니다.
가장 인기가 좋은 2층의 테라스 좌석.
이 쪽엔 좌석이 그리 많지 않은데 그나마도 빈 자리가 나면 무서운 속도로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더군요.
혹시라도 자리가 날까 살짝 간을 보았습니다만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3층으로 이동했습니다.
3층은 2층에 비해 사람은 많지만 좀 더 차분한 분위기.
빈 자리는 나중에 나올 때 찍은 거라 빈 자리가 보이는 것이지만 처음 올라왔을 땐 빈 자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3층 가장 구석진 창가 쪽에 자리가 하나 나서 바로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요.
각 층을 이어주는 계단.
한쪽 벽을 통해 자연 채광이 들어오고 있어 되게 분위기가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햇빛 들어오는 것 좋아요.
참고로 저 창문 방향이 동향이라 아침 시간대가 되면 햇살 되게 잘 들어올 것 같단 생각이 드는군요.
3층 매장 한 쪽은 별도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베이커리 & 카페 매장과 별개로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합니다.
식당 이용하는 손님은 저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하는군요.
여튼 구석진 곳 창가에 자리를 잡고 음료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기다린 음료가 나와 쟁반 위에 올려놓고 빵과 함께 항공샷도 하나.
포크라든가 휴지 등의 물품은 셀프 바에 비치되어 있는 걸 필요한 만큼 직접 가져왔습니다.
음료는 밖으로 포장해 나가는 걸 고려하여 일회용 잔에 제공해 주었습니다만,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군요.
그런데 이렇게 매장 규모가 크고 음료 이용하는 사람 수요가 많다면 다회용기에 제공하는 건 좀 무리 아닐까 싶은 생각.
제가 주문한 것은 '카페 라떼(6,800원)'
그냥 솔직히 말하면 6,800원의 값어치를 할 만한 맛은 당연히 아닙니다...ㅋㅋ 너무 평범하고 흔한 카페라떼 맛이라...
게다가 이 가격에 일회용 컵에 제공된다는 것도 좀 그렇긴 하지... 그래도 공간을 이용하는 비용이라 생각하면 뭐...
빵은 제가 고른 '쑥떡쑥떡' 과 같이 간 일행이 선택한 '혜경궁 사과' 를 각각 한 개씩.
좀 전에 식사도 했고 1차로 동탄 제논54에서 빵도 먹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
(화성 동탄 제과기능장의 빵집, 제논54 : https://ryunan9903.tistory.com/1609)
혜경궁 베이커리를 대표하는 빵 중 하나인 '혜경궁 사과(7,000원)'
홍국쌀을 넣어 쫀득한 식감을 내는 생지 안에 사과잼과 크림치즈를 넣어 빨갛게 익은 사과 모양으로 만든 케익빵입니다.
홍옥을 연상시키는 새빨간 색과 광택 때문에 매대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던 빵.
빵 안에는 이렇게 사과잼, 그리고 크림치즈가 샌드되어 있는 속이 들어있는데 빈 공간이 좀 많은 게 많이 아쉬웠지요.
다만 빵 굽는 과정에서 반죽이 부풀어오르며 안에 빈 공간이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지만 다 구운 후 나중에
밖에 구멍을 내어 크림치즈와 사과잼을 주입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은 약간 남습니다.
모양은 되게 예뻤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았던 빵.
사과잼이 꽤 많이 들어있긴 했지만 엄청 진하고 상큼한 사과향을 느끼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던 맛. 많이 심심했어요.
사과잼의 단맛과 향이 좀 더 강하길 바랬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진하지 않아 보기완 달리 심심한 맛이 아쉬웠습니다.
다만 빵 껍질의 쫄깃한 식감은 나쁘지 않더군요. 좀 더 사과잼을 달고 진하게 졸여 넣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던...
혜경궁 사과와 함께 구매한 '쑥떡쑥떡(6,000원)'
쑥과 찰떡을 함께 넣고 구운 뒤 위에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슈가파우더를 듬뿍 뿌려 마무리한 큼직한 빵입니다.
워낙 쑥 들어간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건 꼭 한 번 먹어봐야겠다 싶어 제가 고른 것.
빵이 꽤 크기 때문에 칼로 잘라먹어야 해요. 적당히 여섯 등분으로 자르니 먹기 딱 좋더군요.
그나저나 빵 한 개가 6,000원이니 저 덩어리 한 개가 1,000원꼴이 되겠군... 딱히 의도한 건 아니긴 했습니다만...
쑥을 넣고 반죽하여 구운 살짝 녹색빛을 띠는 빵 안엔 단팥이나 크림 대신 이렇게 쑥인절미가 샌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빵 반죽 아랫쪽에 잘게 부순 호두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호두, 아몬드 두 종의 견과가 들어있어요.
개인적으로 이 빵은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쑥떡 특유의 쫄깃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견과 들어간 빵의 조화가 잘 어울리며
쑥 특유의 진한 향도 훅 올라와 여러모로 만족도가 아주 높았거든요. 그리고 역시 어르신들이 꽤 좋아할 것 같은 맛.
이 빵은 커피 음료보다는 좀 고소한 맛 나는 미숫가루? 혹은 율무차 같은 따뜻한 차와 함께하면 최고의 궁합일 것 같군요.
좀 전의 혜경궁 사과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충분히 메워줄 만한 퀄리티였습니다.
음료는 뭐... 자리값...ㅋㅋ
창 밖 너머로 주차장을 봤는데, 맙소사 지금도 꾸역꾸역 들어오는 차가 어마어마하던...
게다가 사진에 보이는 주차 공간이 전부가 아니라 건물 반대편에도 주차장이 따로 있습니다. 거긴 따로 가 보지 않아
얼마나 큰 주차 공간이 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군요.
건물 뒷편에도 엄청 넓은 정원과 함께 야외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도 수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실내, 실외 규모를 전부 합하면 이 정도라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찻집이라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규모.
게다가 곳곳에 심어놓은 나무, 꽃 때문에 되게 신경쓰면서 가꾼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인공적으로 꾸민 정원이라 자연스러운 맛은 없지만, 그래도 꽃들이 많아 좋아하는 어르신들이 꽤 있을 것 같군요.
매장 이용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니 맙소사, 좀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습니다.
물론 평일엔 이런 분위기는 아니겠지만 주말엔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걸 어느 정도 각오하셔야 할 듯.
더구나 여기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외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인지도를 갖고 있는 곳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네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 굉장한 곳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경기도 화성의 초대형 빵집 겸 카페, '혜경궁 베이커리'
여러분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카페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거대한 규모의 카페에 어떤 사람들이 모이며
그 카페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 번 둘러보고 '찻집 나들이 자체를 목적으로' 오시는 거라면 한 번 찾아올 만한 곳입니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니 자차를 이용하거나, 혹은 차 있는 주변 분들과 함께 오시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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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경궁 베이커리 찾아가는 길 :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보통내길219번길 13-12
2022. 6. 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