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재미있는 가게를 한 번 다녀왔습니다.
여긴 블로그 후기 같은 것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적어도 제가 찾아봤을 땐 후기가 진짜 몇 개 없더군요) 가게인데,
바로 수색역 근방(경의중앙선 수색역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백두산 한중식뷔페' 라는 이름의 중화요리 전문 뷔페입니다.
일단 건물이 엄청 낡았어요. 딱 봐도 최소 40년 정도는 되어 보이는 낡은 건물에 '매직스테이션 PC방' 간판까지...
뭔가 시간이 90년대 말에서 완전히 멈추어버린 듯한 분위기를 지닌 이 건물 2층에 '백두산 한중식뷔페' 가 있습니다.
계단 입구의 '백두산 한중식뷔페' 간판.
엄청 낡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되긴 하는데요, 이 건물 진짜 괜찮은 건가... 싶은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밥집 전경. 규모가 생각보다 꽤 넓은 편이고 주방과 홀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거의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밥 먹으면서 주방을 전부 볼 수 있어요. 또한 중국 식품을 판매하는 매대가 출입문 근처에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매장 내 쌀포대라든가 밀가루 포대가 어지럽게 쌓여 있어 좀 정리가 안 되었다는 분위기(...)
이런 분위기 별로 안 좋아한다면 방문하는 걸 크게 추천하진 않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운영하시는데, 중국 분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어가 꽤 유창하고 또 상당히 손님 친화적인 분이였습니다.
우리 가게 일부러 찾아오는 거 쉽지 않은데 어떻게 찾아오셨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음식은 일반 한식뷔페처럼 준비되어 있어 접시 이용해서 이것저것 담아왔습니다.
참고로 뷔페 이용 가격은 1인 8,000원. 일반 한식뷔페 먹는 것처럼 먹고 싶은 걸 자유롭게 담아오면 됩니다.
오늘의 국은 계란국.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나오는 그 계란국인데, 녹말을 풀었나 살짝 걸쭉한 것이 특징.
가운데 밥을 중심으로 구절판처럼 이것저것 반찬들을 담아왔습니다.
반찬은 다른 한식뷔페와 마찬가지로 매일 조금씩 바뀐다고 하는데, 대부분 중국식 고기요리, 그리고 밑반찬류입니다.
절임반찬들의 경우 한식 같으면서도 막상 맛을 보면 한식이 아닌 특이한 것들이 좀 있어요.
오늘의 밑반찬으로 준비된 짜사이, 그리고 가지무침.
그리고 메인 반찬은 막 삶았다고 하는 돼지고기 머릿고기 삶은 요리입니다.
머릿고기는 밥반찬의 느낌으로 간이 좀 센 편인데, 비계 비중이 좀 높아서 이런 비계 좋아하는 사람은 꽤 만족할 듯.
물론 살코기로 몰려 있는 부위도 있어 살코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 쪽이 좀 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밥반찬 느낌으로 간간하게 간이 되어있긴 합니다만 반찬이 아닌 술안주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부추계란볶음.
잘게 다진 부추와 계란을 넣고 볶아낸 요리로 이건 밥 위에 얹어 덮밥으로 먹으면 꽤 잘 어울릴 듯.
양배추와 돼지고기를 넣고 고추기름에 매콤하게 볶은 요리인데 보기엔 마치 제육볶음 같이 생기긴 했습니다만
실제 제육볶음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맛입니다. 그보다 약간 더 짜고 고추장 특유의 감칠맛은 좀 약한 편.
고기 좋아하는 저로서는 뭐 무난하게 먹긴 했지만 이건 호불호가 확실히 있을 것 같군요. 다만 향신료맛은 별로 없지만요.
가지무침은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엔 안 맞을 듯.
일단 가지를 삶아 무친 음식 자체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고수를 함께 넣고 무쳐 고수향이 강한 편이며
일반 나물이 아닌 장아찌 식으로 담가 발효시킨 것이라 간이 세고 장아찌 특유의 시큼한 맛이 꽤 강한 편입니다.
고수가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건 확실히 저한테는 안 맞았어요. 못 만들었다기보단 그냥 취향의 차이일 듯.
갓김치가 함께 있는데 갓김치는 꽤 맛있게 잘 익었더군요. 갓김치 좋아한다면 괜찮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다른 한식 반찬이 몇 있었습니다만 그건 따로 담아오진 않았어요.
기왕 먹는 거 여기서 맛볼 수 있는 중화풍의 반찬이라든가 요리 위주로만 제가 담아왔기 때문.
머릿고기를 조금 더 담아왔습니다. 이 쪽은 살코기 비중이 높아 먹는 데 문제 없었습니다만...
이후 아주머니께서 방금 또 삶았다며 한 접시를 서비스로 더 내어주시더군요. 세상 사람 좋은 얼굴로 말이지요.
다만 이쪽은 비계 비중이 너무 높아 저로서는 먹기 좀 힘들었습니다...;;
약간... 이 아니라 저는 대놓고 삼겹살 같은 걸 제외한다면 비계보다 살코기파라...
쫀득쫀득한 느낌이 나쁘진 않지만 먹다 보니 좀, 아니 많이 느끼해져서... 과유불급은 좋지 않다는 걸 몸소 느꼈던 체험.
디저트로는 약간 찹쌀경단 같이 생긴 뜨거운 물에 담겨있는 떡이 있었는데, 이 떡의 이름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만
중국식 딤섬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안에는 달콤하게 삶은 깨가 들어있더군요. 말캉말캉하고 달콤한 맛.
일반 경단에 비해 단맛은 좀 적은 편인데 그 뭐냐... 단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심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어느정도 이해될 듯.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짜장면, 짬뽕' 류의 중화요리, 혹은 '양꼬치, 마파두부' 류의 중화요리 계열이 아닌
실제로 가서 확인해본 적은 없지만 '중국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밥반찬으로 먹는 중화요리' 느낌이 강했던 음식 위주라
좀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겠다는 인상이 동시에 들었던 '백두산 한중식뷔페' 였습니다.
가성비는 상당히 좋고 주인 아주머니도 매우 친절하긴 했습니다만,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그리고 양념이 생소한 편이라
진입 장벽은 생각보다 꽤 높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신 분은 한 번 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저는 왠지 한 번 정도 더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냐... 고 물으면 살짝 망설일 것 같습니다...^^;;
. . . . . .
※ 백두산 한중식 뷔페 찾아가는 길 : 경의중앙선 수색역 1번출구 하차, 수색역 삼거리에서 길 건너 바로 맞은편에 위치
2023. 3. 2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