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시대, 다시 시작하는 해외여행, 타이완(TAIWAN)
(17) 센과 치히로 배경은 아니어도 느긋하게 차 마시기 좋은 이 곳, 아메이차루(阿妹茶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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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 올드 스트리트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가 어디냐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저 꼽는 곳, '아메이차루(阿妹茶樓)'
아메이차루는 수많은 홍등이 설치되어 있는 3층 규모의 찻집으로 한때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소문으로 익히 잘 알려진 곳이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이 공식으로 아니라고 부정했기 때문에
여기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믿는 중.
뭐 거기의 배경이 되었든 안 되었든 간에 굉장히 멋진 건물, 그리고 탁 트인 지우펀의 산 아래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느긋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라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음료 가격이 다른 타이완의 가게들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지만, 그것도 한국 물가와 비교해보면 딱히 엄청난 것도 아니고...
지난 2019년 여행 때 이 곳을 친구들과 처음 찾았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다시 한 번 찾게 되었다.
어찌보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지우펀을 가장 그리워했던 이유가 여기서 보냈던 시간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해.
(2019년 아메이차루 방문 : https://ryunan9903.tistory.com/136)
매장 입구에 걸려 있는 거대 가면.
왠지 이 가면들은 중국 풍의 가면이라기보단 일본 배경으로 나올 법한 것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3년만에 다시 찾은 아메이차루 내부.
예전에 비해 손님이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손님들이 있었고 내부 분위기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실제 변화가 생긴건지 모르겠지만
딱 하나 변화가 있다면 매장이 조금 확장되었다는 것? 원래 두 개 층을 사용했던 것 같은데 공간 하나가 더 생겼더라.
다만 그 공간은 뭔가 비닐로 창문 쪽이 덮여있고 풍경이 그리 좋지 않아 딱히 가고 싶단 생각이 들진 않았다.
중화권 국가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각종 소품들.
다행히 3년 전 방문했던 발코니 쪽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어 그 때 앉았던 그 자리 그대로 다시 앉을 수 있었다.
와, 여기를 코로나19라는 거지같은(진심으로) 시간을 뚫고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네;;
다만 딱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3년 전엔 발코니 쪽이 뻥 뚫려있어 따뜻한 바깥공기를 맞으며 차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 날은 꽤 추워서 투명 비닐로 창문이 가려져 있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그거 없었다면 추워서 차 못 마셨을 테니까...;;
풍경을 살짝 포기했지만 그래도 그 덕에 추위 벌벌 떨며 차를 마시지 않아도 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메이차루의 대표 음료는 네 종류의 다과와 함께 '열차(熱茶 - 뜨거운 차)' 를 즐길 수 있는 세트.
3년 전 이 곳을 처음 왔을 때 마셨던 메뉴로 가격은 300NT$(약 13,000원).
다행이랄까, 가격이 오르지 않고 3년 전 가격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이 메뉴 외에도 일반 음료 및 디저트 등을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가격대는 타이완의 다른 카페, 찻집 등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지만 관광지 자릿값이라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
거기다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한국 물가와 비교해보면 그렇게 비싼 게 아니기도 하고...
'열차(熱茶) 세트' 도착.
가게 대표 메뉴답게 미리 준비가 되어있는지 주문하자마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차와 다과가 세팅된다.
항공샷으로도 한 컷.
말린 찻잎과 차 내리는 도구, 그리고 네 종류의 다과가 함께 제공되는 세트 메뉴.
오른쪽의 빈 그릇은 차를 내리고 난 이후의 사용된 찻잎을 버리는 그릇이다.
모든 테이블 바닥에 이렇게 주전자가 하나씩 놓여있는데
주전자 아래 화로가 있어 펄펄 끓는 상태의 물이 가득 담겨 있다. 차 우리는 데 사용하는 물.
차 우리는 도구.
말린 찻잎은 이렇게 보면 양이 얼마 되지 않아보이지만, 저게 말린거라 그렇지 실제론 상당한 양이다.
그 말린 미역을 물에 불리면 몇 배로 늘어나는 것처럼 이 찻잎도 뜨거운 물에 우리면 엄청나게 부풀어 오르거든...
저걸로 누구 코에 붙여...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정도 양이면 둘이서 물배로 가득 찰 만큼 실컷 차를 마실 수 있다.
차 우리는 미니 찻주전자.
특이하게도 이 주전자는 도자기로 만든 주전자가 아닌 나무로 만든 찻주전자더라고... 되게 신기했던 부분.
먼저 직원이 차 우리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첫 번째 차를 내려준다.
직원이 보여주는 걸 잘 기억하고 있다 나중에 차 우릴 때 우리도 동일한 방법으로 차를 내려마시면 된다.
현지 언어나 영어가 되지 않더라도 그냥 동작만 보면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쉽기 때문에 너무 겁내지 않아도 되고.
먼저 주전자에 적당량의 찻잎 말린 것을 옮겨담은 뒤...
(양은 처음 직원이 내리는 걸 잘 본뒤 이후 직접 내릴 때 비슷한 양을 적당히 담으면 된다.)
그 주전자 안에 뜨거운 물을 부은 뒤 뚜껑을 닫고 약간 기다린다.
몇 초 정도 기다리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정확히 얼만큼이었는진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음.
주전자 안에서 충분히 우러난 찻잎.
찻잎이 담긴 주전자 안의 차를 마실 잔 안에 뒤집혀 있는 길쭉한 잔에 먼저 가득 담은 뒤
두 잔을 서로 붙여놓은 상태로 그대로 뒤집어 내가 마실 잔으로 옮겨담는다. 길쭉한 잔을 서서히 들면 안의 음료가 옮겨감.
길쭉한 잔에 남아있는 우린 차향이 날아가기 전 한 번 맡아보며 향을 먼저 즐긴 뒤...
깨끗하게 우려낸 차를 마시면 된다.
찻잔은 그리 크지 않다. 소주잔보다 약간 큰 정도라고 보면 될까?
우리나라 백세주잔 정도 크기라고 보면 되려나? 마음만 먹으면 한 모금에 가볍게 꼴깍 할 정도의 양이긴 하지만
천천히 맛과 향을 온전히 음미하면서 마시기엔 이만한 양이 제일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굉장히 부드러운 향을 지닌 녹차의 맛. 막 엄청 대단한 맛을 기대하면 안 되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매력이 있다.
너무 강렬하거나 특색이 강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몸 안에 녹아드는 향과 맛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한 번 우려낸 뒤 주전자에 남은 찻잎은...
빈 그릇에 옮겨담아 버리면 된다.
차 한 번 우릴 때 말린 찻잎을 얼마 집어넣지 않은 것 같은데, 그 한 주전자에서 이렇게 엄청난 양의 찻잎이 나온다.
그러니까 양이 적은 게 아님. 진짜 말린 미역 불렸을 때 부풀어오르는 것마냥 찻잎도 엄청나게 부풀어오름;;
처음에 주전자에 찻잎 말린 것 넣을 때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된다. 그러면 무슨 참사가 일어날지 모르니까...
한 번 우리고 버리는 게 아깝다고 사용한 찻잎을 재활용하는 건 절대 비추.
일단 성분이 다 빠져나와 우려봤자 제대로 우려지지도 않을 뿐더러 억지로 우린다한들 떫은맛밖에 나지 않을 것이다.
왼쪽의 말린 차와 함께 제공된 네 종류의 다과.
인당 하나씩 먹을 수 있게 양은 그리 많지 않은 편. 리필이 따로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주전부리를 더 먹으려면 추가로 디저트를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한다. 혹시나해서 물어봤는데 추가메뉴를 알려주더라.
콩가루에 버무린 쑥떡.
우리나라 인절미와 너무나도 비슷한, 아니 거의 똑같은 맛.
꽃 모양의 녹차다식.
슈가파우더가 뿌려진 말린 매실.
안에 씨가 들어있어 함부로 와작 씹었다가 치아 나갈 수 있으니 이거 먹을 때 진짜 조심할 것.
...아니 내 이빨이 날아갔더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런 사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심하라고...
얇은 두께의 깨강정은 흰 깨와 검은깨 두 종류로 나왔다. 딱 예상 가는 고소한 달콤함이 감도는 맛.
녹차다식은 안에 단팥이 샌드되어 있고 보이는 것보다 훨씬 부드러워서
이쑤시개로 찍어먹으려고 하면 저렇게 잘 부스러지니 그냥 손으로 집어먹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다식이라고 해서 되게 퍽퍽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퍽퍽하지 않고 굉장히 부드러운 식감이라 차와 정말 잘 어울린다.
추위 때문에 투명 비닐로 가려놓은 게 좀 아쉽지만, 어떻게든 창 밖 풍경을 볼 수 있긴 하다(...^^;;)
같이 온 친구는 바뀌었지만, 3년 전에 왔던 그 자리 그대로 여기 다시 앉아 이 차를 즐기게 될 줄은 몰랐지.
...아 물론 3년 전 같이 왔던 친구들은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이번 여행에선 함께 하는 친구가 달라진 것 뿐.
따끈하게 갓 내린 차와 함께 잠시동안 이 분위기를 즐기며
다시 찾게 되어 다행이라는 기분을 한껏 만끽한다.
주전자 안에 가득 들어있는 뜨거운 물은 작은 찻주전자를 씻거나 컵을 씻는 용도로 사용해도 괜찮다.
저 나무판 위에 찻잔과 찻주전자를 올려놓고 씻으면 판 아래로 물이 빠지기 때문에 꽤 편리하기도 하고...
설마 이렇게 동글동글하고 조그만 게 불어봤자 얼마나 많아지겠어... 라고 생각했던 찻잎은
빈 그릇에 담기 버거울(?) 정도로 양이 엄청나게 불어났다.
모든 찻잎을 다 우리고 난 뒤의 빈 그릇들.
차를 다 마셨다는 건 이제 이 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가격대가 타이완 물가 치고 다소 높은 편이긴 하지만, 충분히 올 만한 가치가 차고 넘치는 곳, '아메이차루(阿妹茶樓)'
비록 이 곳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티브가 된 무대는 아니라 그걸 기대하고 왔다간 김이 샐 수도 있겠지만
꼭 그 작품의 배경이 아니더라도 매우 훌륭한 지우펀의 배경과 함께 느긋하게 앉아 차 마시기 정말 괜찮은 찻집이다.
그리고 수많은 홍등이 불을 밝힌 밤에 이 곳을 찾아오면 어떤 분위기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역시 지우펀을 다시 찾는다면 그 땐 일부러라도 밤에 찾는 게 옳을까나... 어떻게든 밤 풍경을 보고 싶긴 하다.
나갈 때 계산을 마치면 기념품이라며 아메리차루의 홍등을 밝힌 야경이 담긴 엽서를 하나씩 주는데
3년 전 방문했을 때 받은 엽서와 동일한 것이라 집에 두 장을 갖고 있는 중. 언젠간 이게 세 장이 되는 날이 또 오겠지.
지우펀의 기억을 아련하면서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 가장 큰 존재 이유였던 '아메이차루(阿妹茶樓)'
코로나19의 긴 암흑을 뚫고 다시 만날 수 있어 정말 다행.
(아메이차루 구글 지도 링크 : https://goo.gl/maps/S9Qz34qCb13GPF8n6?coh=178572&entry=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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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1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