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예전에 지방에서 손님이 올라오셨을 때 함께 방문한 잠실새내역(구 신천역)의 '로만(ろまん)' 이라는 이자카야입니다.
야키토리(닭꼬치)로 꽤 유명한 곳이라고 꼭 한 번 가 보고 싶다고 하여 저도 한 번 방문해 보게 되었어요.
유흥가가 몰려있는 거리에서 한 골목 떨어진 살짝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이런 가게가 있는줄도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야키토리 로만의 출입문. 정갈한 목조 외벽과 한글 현판이 인상적.
실내는 바 테이블과 함께 일반 테이블이 혼재되어 있는 형태.
오픈 주방을 통해 닭꼬치를 굽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조금 이른 시각에 예약 방문하여 처음엔 한산한 분위기였으나
이내 테이블이 사람들로 꽉 차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까지 생기는 걸 보니 정말 장사 잘 되는 집인가봐요.
아니 천장에 돼지가...ㅋㅋ
그냥 무의식적으로 천장 한 번 바라봤다가 돼지가 내려다있는 거 보고 살짝 뿜었어요.
이 가게는 '야키토리 오마카세' 라는 코스 메뉴로 운영되고 있는 가게입니다.
3코스와 5코스, 그리고 7코스 세 종류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격은 단품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조금 더 저렴합니다.
방문시 코스 중 하나는 필수로 주문한 뒤 이후 추가 꼬치를 주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더군요.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꼬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격은 2천~4천원 선.
기본적으로 닭고기 위주의 구성이긴 하지만 대파라든가 새우삼겹 등 닭고기가 아닌 메뉴도 있습니다.
사이드 메뉴 중엔 식사 메뉴도 따로 준비되어 있고요.
주류와 음료는 이 정도.
가게 분위기를 보면 주류 가격이 상당히 높을 것 같은데, 다행인지(?) 주류는 생각보다 그리 높진 않네요.
정규 메뉴판과는 별개로 운영하는 추천 메뉴가 따로 있었습니다.
만난 친구들이 다들 술을 잘 하는 친구들이라(저는 못 하지마는) 이걸 하나씩 나눠주더군요.
처음 먹어보는데 액상 시럽인 줄 알았더니 쫀득쫀득한 식감의 젤리라 생각보다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물수건과 함께 기본 식기 준비 완료.
반찬 개념의 약간의 양배추 절임과 함께 나무 도마가 깔리는데, 구워져 나온 꼬치 올리는 도마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물요리를 시킬 때 덜어먹는 접시와 앞수저.
평소라면 맥주였겠지만, 이 날은 일단 시작을 로만 하이볼(탄산수 - 7,500원)로 시작했어요.
아마 전부 하이볼 시켜서 그냥 통일하려고 한 듯. 시나몬 베이스의 향긋함이 느껴지는 맛.
이후부터는 직원이 갓 구운 닭꼬치를 가져와 하나씩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설명하는 식으로 코스 요리가 진행됩니다.
첫 번째 꼬치 : 츠쿠네(つくね)
다진 닭고기를 경단처럼 뭉쳐 구워낸 것으로 닭고기 버전의 떡갈비? 동그랑땡?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될 듯.
표면을 살짝 찔깃할 정도로 바짝 구웠는데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매우 쥬시하고 촉촉하게 씹혀서 아주 맛있습니다.
이건 아이들도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먹기 딱일 것 같단 생각이 드는 메뉴였습니다.
두 번째 꼬치 : 새우삼겹말이.
통새우를 꼬치에 꿴 뒤 새우 표면을 얇게 썬 삼겹살로 돌돌 말아 구워낸 꼬치.
겉은 쫄깃한 삼겹살인데 그 속에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새우살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이게 맛 없을 리 없지요.
탱탱하고 육즙 가득하게 씹히는 새우살을 마음껏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세 번째 꼬치 : 닭 안심.
닭고기 안심을 불에 구운 뒤 표면에 살짝 와사비를 발라 마무리.
톡톡 쏘는 와사비의 향긋한 향과 함께 안심의 입안 가득 꽉 차는 맛이 일품. 퍽퍽하지 않고 육질도 꽤 부드러운 편입니다.
네 번째 꼬치 : 염통.
마치 비엔나 소시지 같은 크기의 닭 염통 네 개를 한데 이어붙여 구워냈는데, 되게 쫄깃쫄깃하더군요.
약간 호불호 갈리는 향이나 식감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전혀 갈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신선했어요.
이쯤해서 클라우드 생맥주 한 잔 추가.
다섯 번째 꼬치 : 닭날개.
양념을 한 겹 바른 닭날개를 직화로 구워내어 불맛이 제대로 전해지면서 달짝지근한 양념 맛이 어울립니다.
구운 요리, 튀긴 요리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양념은 약간 나고야의 명물 음식인 테바사키가 생각나게 되더라고요.
한 사람당 두 개의 닭날개가 담겨 나와 비교적 넉넉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
여섯 번째 꼬치 : 엉덩이살.
이 부위는 한때 모 패스트푸드 치킨버거에서도 엄청 쫄깃한 맛을 강조하며 '엉덩이살' 을 썼다고 홍보했던 적 있었는데요,
사진으로만 봐도 어느 정도 전해질 정도로 굉장히 육즙이 많고 모양은 좀 불규칙하지만 식감이 되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엄청 쫄깃하고 육즙 가득하니 좋습니다. 중간중간 오돌뼈가 숨어있어 뼈 씹히는 질감이 있는데
뼈가 아주 단단하지 않고 적당히 오톨도톨하게 씹히기 때문에 먹는데 큰 무리는 없는 정도.
오돌뼈를 씹을 때마다 입 안에서 퍼지는 기름기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맛을 더 강화시켜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곱 번째 꼬치 : 목살.
돼지고기만 목살이 있는 게 아니라 닭고기도 목살이 있더군요.
얼핏 안심과 비슷해 보이지만 쫄깃쫄깃하고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까지 총 7가지로 제공되는 야키토리 오마카세는 끝.
여기까지 즐긴 후 바로 끝내고 괜찮고 다른 종류를 더 먹고 싶으면 추가로 단품을 더 주문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일행이 주문한 대파와 다리살을 교차로 넣고 구워낸 '네기마(ネギマ)'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닭꼬치의 전형적인 모습. 다리살을 넣고 구웠으니 맛은 보장되었고 향긋한 파와도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제가 선택한 추가 메뉴는 '후리소데(어깨살)'
표면이 꽤 바싹 구워져서 단단하고 실제 식감도 부드럽고 쥬시하게 씹히는 다른 꼬치에 비해 전체적으로 단단한 편.
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그 안에서 터져나오는 육즙이 매우 일품입니다.
역시 다른 일행이 추가한 '대동맥' - 이건 제가 먹지 않은 거라 패스.
이후 식사로 주문한 '고등어솥밥(10,900원)'
여기를 예전에 와 본 일행이 있었는데, 이 솥밥은 꼭 먹어야 한다고 극찬에 극찬을 하더라고요.
작은 화로 위에 나무 뚜껑으로 덮은 냄비가 나왔습니다.
냄비 안에는 구운 고등어가 들어있어요.
솥 안에 양념이 된 밥과 함께 두 덩어리의 고등어가 얹어져 있는데, 흡사 장어덮밥을 보는 듯한 비주얼.
장어덮밥에서 장어 대신 고등어로 대체된 셈인데 신기할 정도로 비린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더군요.
고등어는 뼈가 다 발라져 있어 그냥 주걱으로 잘게 부순 뒤 밥과 적당히 섞으면 되고
이후엔 주걱으로 먹을 만큼 앞접시에 떠서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비린맛은 하나도 없고 고등어 특유의 기름진 감칠맛만 느껴지는 굉장히 맛있는 고등어솥밥이었는데요,
이건 진짜 꼬치 시키지 않고 그냥 이 단품 식사로만 점심특선 같은걸로 내 놔도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어요.
그냥 여기 와서 꼬치 없이 이것만 먹고가면 안 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평소에 갈 일이 크게 없었던 이런 가게를 또 다른 사람들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네요.
늘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튼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던 잠실새내의
야키토리 오마카세 전문점 '야키토리 로만(ろまん)' 이었습니다.
. . . . . .
PS : 잠실새내 맥도날드 근처에 있는 길동우동 메뉴판의 '지옥우동'
이거 왠지 다음에 한 번 먹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당하고도 나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군.
. . . . . .
※ 야키토리 로만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4번출구 하차, 맥도날드 앞 골목에서 좌회전 후 첫 골목 우회전
2023. 7. 11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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