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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외식)/패스트푸드

2023.8.24. 간판없는 햄버거집(서울 등촌동) / 2023년에 서울 한복판에서 이 가격이 가능하다고?! 진짜 레트로 햄버거와 팥빙수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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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레스토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제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게 하나가 또 있습니다.

사실 아주 가까운 건 아니고 약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긴 하지만 밥도 먹었겠다 이 정도 걷는 건 뭐 일도 아니지요.

 

 

바로 이 가게인데요, 일단 간판이 없어요. 그래서 밖에서 얼핏 보면 뭐 파는 가게인지도 모르게 생겼음.

이 가게 이름을 정확히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여길 '간판없는 햄버거집' 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 밖에 햄버거 포스터와 함께 팥빙수, 냉커피, 등의 메뉴 이름이 적혀 있더라고요.

 

 

와, 이 햄버거 포스터 진짜 오래간만이다...;;

어렸을 때 심심치않게 봤던 포스터인데 한참 잊어버리고 있다 이 이미지를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바로 떠오르더군요.

 

 

영업 시간은 일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라 되어 있고 매주 일요일은 휴무라고 합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그렇게 알려져 있는거지 실제 영업시간은 알려진 것과 약간의 차이는 있을 거라 생각되어요.

 

바깥 쇼윈도에 햄버거, 커피, 아이스크림, 토스트, 팥빙수, 카레라이스, 돈까스 등의 다양한 메뉴가 붙어있긴 하지만

현재는 햄버거와 팥빙수, 그리고 차 음료 일부만 판매하는 곳입니다.

 

 

매장은 되게 아담한 편. 테이블도 다섯 개 정도가 전부더라고요.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입니다. 저 정수기와 선풍기 뒤로 가면 주방과 바로 연결되고요.

 

 

판매하는 메뉴는 햄버거와 팥빙수, 그리고 일부 차가 전부.

그런데 가격이... 가격이 좀 많이... 이상해요. 치즈버거와 '애(...!!)' 그버거 가격이 단돈 2,000원.

그리고 치즈와 계란이 들어가는 치즈 애그버거 가격이 2,500원...?? 화분에 가려졌지만 팥빙수 가격도 2,500원...;;

게다가 차 종류는 냉커피를 제외하고 전부 균일가 1,000원입니다. 이 가게 대체 뭐지? 이게 말이 되는 가격인가?!

 

아니 과자 하나, 심지어 편의점 아이스크림도 이제 3,000원을 넘어가는 제품이 나올 정도로 물가가 엄청 올랐는데

주문 받으면 직접 만드는 햄버거 한 개 가격이 2,000~2,500원밖에 안 한다니,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

 

 

매장 위 천장을 바라보니 십자가 하나가 걸려 있더라고요.

왜 일요일날 쉬는지 어느 정도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주인 할머니께서 크리스트, 아니면 가톨릭이 아니실까 생각 중.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 집에 가면 베란다를 비롯하여 집안 곳곳에 화분을 많이 심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이 드신 분들은 화초 가꾸는 걸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도 그래요.

좀 전에 갔던 다원 레스토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실내에 상당한 양의 화분이 있었고 화초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햄버거 먹는 테이블에도 이렇게 화초 화분이 여러 개 올라와 있을 정도였어요. 창가에 놔서 햇빛 받게 하려 했던듯.

 

 

테이블마다 시판 물티슈, 그리고 냅킨 통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별도의 식기 통은 따로 없어요. 햄버거야 뭐 들고 먹는거고 빙수는 주문하면 주방에서 숟가락만 같이 나오면 되니까.

 

 

'치즈 에그버거(2,500원)'

말 그래도 체다 슬라이스 치즈와 계란후라이가 올라가는 가게에서 제일 비싼(?) 스페셜 햄버거입니다.

주문을 받으면 주방에서 바로 빵 데우고 패티 구워 저렇게 쌓아올린 뒤 접시에 키친타올 한 장 깐 채 내어주더라고요.

 

 

체다 슬라이스 치즈는 계란 후라이의 열기에 살짝 녹아내려 딱 먹기 좋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의외로 토핑이 상당히 충실한데, 바닥에 소스와 양파를 깔고 그 위에 고기 패티 한 장,

양상추 대신 잘게 채썬 양배추를 올린 뒤 갓 부친 계란후라이, 그리고 치즈 한 장을 올려 마무리한 구성.

버거 딱 집어들었을 때 '이걸 2,500원 받는 게 진짜 맞나...?' 싶을 정도로 내용물의 알참과 볼륨감이 정말 상당했습니다.

 

 

맛은 딱 예상 가는 맛. 패스트푸드 햄버거 전문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런 분식집 즉석햄버거 특유 감성이 있어요.

사실 양배추와 양상추 정도의 차이 빼고는 거의 대부분이 비슷한 재료를 사용했을 터인데 어떻게 이런 맛 차이가 나는지

매번 즉석 햄버거를 먹을 때마다 그 차이가 신기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고기 패티가 아주 두꺼운 건 아니긴 합니다만

그래도 존재감있는 육즙과 식감이 담겨있고 그 위에 치즈와 계란, 풍성한 양배추까지, 한때 햄버거가 정크푸드처럼 뵈지만

실제론 완전식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완전식품에 가까운 햄버거의 표준 모델이 이런 것 아닐까 싶어요.

 

결론은 맛있습니다. 2,500원이라는 가격에 이런 걸 먹어도 되나 황송할 정도로 아주 맛있어요.

 

. . . . . .

 

 

원래 햄버거와 함께 탄산음료 하나 시켜 같이 먹을까 하다 팥빙수도 함께 파는 걸 보고 대신 선택한 '팥빙수'

가격은 2,500원으로 치즈 에그버거와 동일한데, 이렇게 그릇에 담겨 숟가락와 함께 제공됩니다.

양은 그리 많지 않고 딱 1인 1빙수하기 좋은 양. 혼자 빙수 먹는다면 딱 이 정도가 기분 좋게 먹기 좋은 양일 것 같습니다.

 

 

물론 양이 좀 더 많다곤 해도 카페나 빙수전문점에서 파는 빙수 하나 가격이 1만원을 가볍게 호가하는 요즘...

딱 1인 먹기 좋은 양으로 나온 빙수가 2,500원이라니... 이것도 역시 이 돈 내고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황송한 가격.

물론 저렴한 빙수니만큼 우유로 만든 눈꽃얼음이 올라간다거나 하는 고급스러운 구성은 아닙니다.

물얼음 간 것을 그릇에 담고 그 위에 후르츠칵테일 통조림과 빙수팥통조림, 마무리로 우유를 부은 구성입니다.

빙수젤리라든가 빙수떡 등이 들어가면 좀 더 고급스런 옛날 빙수에 가까웠겠지만 후르츠칵테일 들어간 것만 해도 어디...

 

 

역시 예상 가는 맛. 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맛이라 이 맛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빙수는 기본적으로 팥이 들어가야 근본이라 생각하는 팥빙수파인데, 넉넉하게 들어간 팥과 우유 조합이 참 좋아요.

그래, 빙수는 모름지기 이래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아주 맛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큼직한 햄버거, 그리고 빙수까지 한꺼번에 즐겼는데 나온 금액은 단돈 5,000원.

편의점 도시락 한 개 가격이 될까말까한 수준에 직접 만든 햄버거와 빙수까지 배부르게 즐길 수 있어 좀 얼떨떨한 기분.

바로 직전 포스팅에 소개한 다원 레스토랑과 함께 이 가게도 근처 방문하면 꼭 한 번 가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가게들 진짜 오래오래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요...

 

현금결제만 가능합니다. 매장 입구에도 '현금결제' 라는 문구가 있고 카드 안 되니 혹여 가실 분은 꼭 현금 챙겨가세요.

 

. . . . . .

 

 

※ 간판없는 햄버거집 찾아가는 길 : 지하철 9호선 등촌역 1번출구 하차 후 이동, 강서구 공항대로53가길 15(등촌동 652-1)

https://naver.me/xag3P4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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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24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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