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재도전, 인생 첫 베트남 하노이(2023.4)
(17) 단돈 천원의 행복, 갓 구운 따끈한 스트리트 푸드 바인미(Bánh m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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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셉 대성당을 나와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도중, 지글지글 뭔가 튀기는 기분 좋은 냄새와 함께
사람들이 몇 모여있는 바인미(Bánh mì) 집을 하나 발견했다. 이 소리와 사람들이 내 발걸음을 잠깐 멈추게 하더라.
위에 걸려있는 간판만 봐도 여기가 '바인미' 를 파는 노점이라는 걸 한 번에 알 수 있겠다.
52라는 숫자가 유독 눈에 띄는데 아마 주소 번지를 이야기하는 것일테고 그냥 '52번지 바인미' 라고 해도 되겠지?
이 곳은 성 요셉 대성당 근처에 있는 작은 가게로 꼭 여기 뿐 아니라 이런 분위기의 가게가 시내에 정말 많다.
바인미용 바게트빵, 그리고 각종 속재료가 쌓여 있는 매대.
저 안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바인미를 열심히 만들고 있고 밖에서 바인미 만들어지는 걸 기다리는 사람들이 좀 있음.
전부 다 어린 학생들이었는데, 아이들이 기다리면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바인미집이라면 일단 믿어도 되겠지...ㅋㅋ
첫날 바인미를 먹었던 가게는 번듯한 점포에 편하게 앉아 먹을 수 있는 곳이라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었는데
길거리에서 이렇게 테이크아웃으로 파는 바인미는 가격이 점포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가장 저렴한 소시지 바인미가 단돈 15,000동... 우리돈으로 천원이 채 안 되는 금액, 800원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이게 베트남 물가라는 거구나.
수북하게 쌓여있는 바인미 전용 바게트빵.
그 앞에 QR코드가 있는데 베트남은행 글씨가 있는 걸로 보아 우리나라로 따지면 계좌이체 같은 안내라고 봐도 되려나.
그 아래 육류 재료를 비롯하여 각종 야채, 치즈, 소스 등의 재료가 다소 난잡하게 비치되어 있는데
저 뒤에서 재료를 썰고 튀기고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았다.
후라이드 치킨 바인미를 주문하니 닭고기를 꺼내 잘게 썰더니 바로 뒤에 있는 기름 담긴 후라이팬에 붓더라.
지글지글 기름 끓는 소리와 함께 닭고기가 익고 있는데, 아까 지나갈 때 느껴졌던 냄새가 바로 이 냄새였음.
뭔가 길거리에서 되게 투박하고 거친 방식으로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느낌인데, 그래도 가스 대신 인덕션을 쓰긴 쓰네...
인덕션 옆에는 각종 바인미용 식재료들이 다소 어지럽고... 빈말로도 위생적이라고는 할 수 없게 널려 있는데
위생에 진짜 별 생각 없는(정확힌 중요하다 생각하지만 비위생적인 길거리음식도 탈 안나고 막 집어먹는) 나로서는
'아 그렇구나' 하고 대충 넘어갈 수 있지만, 위생에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은 조금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이런 분들은 조금 금액을 더 내더라도 번듯한 가게에서 먹을 수 있는 좀 어 깨끗한 음식을 찾는 것이 좋을듯...
바인미 가격, 20,000동을 준비. 우리 돈으로 1,100원 정도다.
종이 손잡이용 봉투에 투박하게 담아 내어준 '후라이드 치킨 바인미(20,000동)'
호떡 같은 길거리 음식 먹는 것처럼 그냥 종이 봉투째 들고 먹으면 된다.
특이한 점이라면 바게트빵을 꾹 눌러서 납작하게 만들어 샌드위치나 토스트처럼 베어먹기 좋게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바게트빵이 딱딱할 것 같지만 어제 먹었던 바인미처럼 굉장히 부드러워 그냥 씹어먹는 데 지장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 빵집에서 파는 겉이 딱딱한 바게트빵과 제조 방식이 다른듯, 막 크림빵만큼은 아니어도 질감이 되게 폭신폭신.
그 안에는 각종 야채와 함께 튀긴 닭고기(튀김옷을 입혀 튀긴 게 아닌 그냥 닭고기살만 기름에 튀긴 것) 잘게 썬 것이
가득 들어있어 닭고기의 기름진 맛과 야채의 아삭아삭함이 잘 어우러지는 되게 부담없이 먹기 좋은 바인미였다.
특출난 맛을 담고 있는 엄청난 퀄리티의 바인미라기보단 '아, 현지 사람들은 이런 바인미를 주식처럼 먹는구나' 라는
인상이 느껴졌던 무난무난한 바인미라 부담도 적고 맛도 좋아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자주 사먹을 것 같은 느낌의 음식.
대단하진 않지만 언제든 어디서든 부담 없는 가격으로 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로컬 음식.
요새는 유명한 맛집 찾아가서 먹는 것도 좋지만 이런 현지인들의 길거리, 혹은 로컬 식당을 가는 즐거움이 더 큰 것 같다.
바인미 가게 바로 옆집은 튀김만두를 파는 가게인듯.
거대한 기름솥 안에 큼직한 튀김만두가 튀겨지고 있는데, 저거 몽골요릿집에서 본 호쇼르와 꽤 비슷하게 생겼다.
와, 근데 지금 보니 저것도 맛있게 생겼네... 같이 간 친구는 나는 저런 거 못 먹겠다며 손사래치긴 했지만...
시내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인력거꾼.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다소 어지럽게 놓여 있어 그 사이를 알아서 뚫고 지나가야 하는 올드 쿼터의 하노이 구시가지.
길거리 바닥에서 이렇게 대놓고 고기를 잘라 파는 노점도 볼 수 있었는데, 나는 이런 게 현지 느낌이 나서
나름 독특한 분위기라 생각하고 좋아하는 편인데 싫어하는 사람은 기겁할 수도 있겠지...
결국 이것도 사람들이 사서 조리해먹는다는 걸 생각하면 다 사람 먹고 살자고 하는 거고 먹을 수 있는 거니 팔겠다 싶더라.
베트남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국가니만큼 대도시 곳곳에 사설 환전소를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여긴 북한 원도 환전을 해 주는 것 같은데... 저기 대한민국 태극기 모양 틀렸어요(...)
한 커피전문점 앞 보도블록에서 커피 시켜놓고 앉아있는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
'aha cafe' 는 베트남의 로컬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내가 하노이 여행 중 가장 많은 지점을 봤던 커피전문점이다.
콩 카페가 의외로 베트남 시내에서 찾기 힘들다고 했는데, 다른 도시는 몰라도 하노이에서는 이 아하 카페가
점유율면에서 1위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점포가 정말 많았는데, 여기도 이번 여행 중 한 번 정도는 이용해봐야겠다 싶더라.
= Continue =
2023. 9. 25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