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전어 먹고 싶다!' 라는 친구 이야기에 힘입어 방문하게 된 상왕십리역의 '왕십리 전어마을'
제가 찾은 가게는 아니고 전어 먹고 싶어하는 친구가 '여기 괜찮지 않을까' 하며 찾게 된 곳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뭐 제 블로그 보신 분들은 익히 잘 아시겠지만... 평소 제가 찾아먹는 음식은 아니라
보통 이런 거 먹으러 갔다는 건 '제가 주도해서 간 게 아닌' 다른 친구들이 가는 것에 덤으로 따라갔다고 보면 됩니다.
가을 전어가 맛있다고 하는데 그에 맞춰 가을 전어 대축제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더라고요.
매장 앞 수족관에 살아있는 수많은 전어들. 진짜 정신없이 움직이더군요. 원래 전어가 이렇게 산만한(?) 생선이었나...
매장 규모가 크진 않고 주방, 그리고 홀이 분리된 것 없이 거의 하나로 이어져있습니다.
야외 테이블까지 손님으로 가득 차서 진짜 분주하게 움직이더군요.
메뉴판을 한 컷. 전어 외에도 다른 생선회라든가 찜, 무침 메뉴가 있습니다.
전어 가격이 꽤 센 편인데 국산 전어를 사용해서 그렇다더군요. 뭐 저는 이런 쪽 시세를 거의 모르기 때문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생선류는 국산만 사용한다고 합니다. 원산지 표시판이 따로 있네요.
물 담긴 종이컵, 그리고 빨아 쓰는 삶은 물수건.
일단 전어회, 그리고 전어구이를 하나씩 주문.
가벼운 반주로 함께할 참이슬 후레쉬.
요즘은 소주 한 병 5,000원이 기본 가격이 되어버렸네요. 뭐 자주 안 마시는 저로선 그냥 '좀 비싸졌네' 정도지만
술 자주 즐기는 애주가들에겐 상당히 안타까운 일일듯.
기본찬으로는 락교, 미역무침, 그리고 슬라이스한 마늘과 고추가 제공됩니다.
쌈용 청상추.
생당근.
참기름과 참깨를 넣어 고소하게 만든 쌈장. 여기 쌈장 맛있던...
와사비를 살짝 얹은 간장.
큰 대접에 담겨나온 콩나물국.
족발집 콩나물국처럼 따끈한 게 아닌 차가운 콩나물국으로 나오는데 조금 심심한 감이 있지만 개운하게 마시기 좋은 맛.
앞그릇도 인당 하나씩 줘서 국자로 먹을 만큼 떠다 마시면 됩니다. 당연하겠지만 모자라면 리필도 해 줌.
전어회(50,000원) 등장.
주문 받으면 주방에서 바로 전어를 잡은 뒤 썰어서 회를 떠 내어줍니다. 양은 배 채우는 용도는 아니고 진짜 딱 술안주.
처음에 나오는 양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아 '아니 뭐 이렇게 비싸' 라고 불평했지만 한 점 먹어보니 불평이 녹아드는 맛.
엄청 쫀득하면서 고소하게 씹히더군요. 비린내 하나 없이 기름지게 씹히는 맛이 아 이래서 전어 먹는구나 싶던...
이렇게 쌈장 올려 쌈으로도 즐기고... 어떤 식으로 즐기는 전부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다음 요리는 '전어구이(50,000원)'
철판 위에 총 일곱 마리의 전어가 담겨 나오는데, 사실 회보다도 이 쪽이 더 메인인 것 같았습니다. 다들 보고 탄성.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속담이 있는데 그만큼 구운 향이 좋다는 뜻이겠지요.
적당히 칼집을 내어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외관에서 나는 구운 향이 먹어보지 않아도 맛있을 거란 확신을 가져다 주네요.
한 마리 앞접시에 옮겨담아서...
뼈를 발라먹는 사람도 있지만 뼈가 부드러워 이건 그냥 통째로 들고 씹어먹어도 좋습니다.
와사비간장에 살짝 찍어서 먹으니 처음엔 약간 쌉싸름하면서도 이내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풍미가 그야말로 일품.
쌀밥 생각나게 만드는 맛이던... 역시 '비싸...' 했다가 먹어보고 '아, 비싼 건 이유가 있구나...' 로 생각이 바뀌게 되던...
저는 머리까지 꼭꼭 씹어서...
좋은 것 먹으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저 말고 다른 친구들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가을 전어 체험.
저 혼자였다면 이런 걸 경험할 일이 없었을텐데 입맛 다양한 친구들 덕에 저도 지난 가을 전어를 먹으며
그 맛있는 가을 전어가 이런 맛이구나... 라는 걸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게 맞군...!!
PS : 병오가 아니라 병어조림 아닐까...
. . . . . .
※ 왕십리 전어마을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2번출구 하차, 상왕십리역 삼거리에서 내린 방향대로 직진
2023. 12. 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