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박2일 후쿠오카 나들이
(13) 드디어 나도 가 봤어! 돌판 위에 구워먹는 키와미야(極味や) 함바그의 '유리한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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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널시티 하카타를 나와 텐진으로 이동.
지하철이 없던 시절엔 버스를 타거나 그게 아니면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꼼짝없이 걸어가야 했지만
(사실 거리가 절망적으로 먼 건 아니라 짐이 많지 않을 땐 걷는다고 해서 큰 타격은 없음)
지금은 지하철 나나쿠마선 연장 개통 덕에 캐널시티 하카타 바로 앞 '쿠시다진자마에' 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된다.
쿠시다진자마에역의 벽면 조형물. 왠지 우리나라 전통 담벼락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뭘까.
후쿠오카 지하철은 각 역마다 역번호과 별개로 그 역의 고유 문양이 있는데 이 역의 문양은 노란색 은행잎과 밧줄.
지하철 시각표. 왼쪽은 하카타행, 그리고 오른쪽은 하시모토행.
평일 출근시간대는 4분 간격으로 운행, 그 외의 시간대에는 평균 7~8분(실제론 7.5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하시모토행 지하철 도착.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 이동, 과거 나나쿠마선의 종점이었던 '텐진미나미' 역에 도착했다.
단 한 정거장 이동임에도 지하철을 탄 이유는 역시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1일 승차권 때문.
후쿠오카 지하철이 시내를 커버하는 범위가 넓지 않아 1일 승차권이 그렇게까지 유용하지 않다곤 해도 관광객 입장에선
하카타 - 텐진 사이를 편하게 왔다갔다하기에 이것만큼 좋은 게 또 없다.
텐진미나미역과 텐진역 사이를 이어주는 지하상가.
후쿠오카 여행을 한 번이라도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수로 지나갈 수밖에 없는 그 익숙한 풍경.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처음 맛보고 매료되었던 마성의 애플파이 '링고' 의 텐진 지점이 이 곳에 있는데
워낙 인기 있는 애플파이 전문점이라 항상 이렇게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한때 대한민국에도 '라플' 이란 이름으로 백화점에 정식 진출을 했으나 2019 일본 불매의 여파로 지금은 철수한 상태.
지하상가와 이어져 있는 파르코 백화점 지하층엔 식당가가 있고 여기 꽤 유명한 밥집들이 몇 성업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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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와미야 함바그(極味やハンバーグ)'
우리나라에도 있는 체인인 '후쿠오카 함바그' 의 원조집이기도 한(사실 두 가게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건 없지만)
그 키와미야 함바그의 텐진 지점이 바로 이 파르코 백화점 지하 식당가에 위치해 있다.
다른 한 곳은 하카타역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나도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음.
사실 여기를 올 기회가 한 번 있었는데 그 땐 먹어보지 못하고 약 4년만에야 다시 이걸 먹어볼 기회가 이렇게 마련되었다.
(2019년 8월, 후쿠오카 여행 육즙가득 햄버그 스테이크 전문점 사토 : https://ryunan9903.tistory.com/609)
여기 한국 사람들에게 진짜 끝장나게 유명한 곳이다!
아마 후쿠오카에서 한국인들에게 제일 유명한 맛집(?) 두 곳을 꼽으라면 이치란라멘, 그리고 키와미야함바그
이렇게 두 집을 꼽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필수적으로 찾아가는 가게라고 한다.
그래서 가게 앞에 이렇게 영업 시간와 함께 운영 및 대기 안내에 대한 문구가 아예 한글로 적혀 있음.
심지어 일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보다 한글이 더 크다는 것은... 한국 사람의 방문 비율이 훨씬 높다는 뜻이겠지.
운 나쁘면 2시간 이상 기다렸다 들어갈 수도 있다는 불안한 후기를 사전에 여러 곳에서 찾아본 적 있었는데
대충 저녁 식사 시간이 시작되는 오후 5시 정도에 맞춰 오니 내 앞에 저 정도의 대기가 있었다.
이게 진짜... 양호한 게 한 30분 약간 안 되게 기다렸다 들어갔거든. 키와미야 대기 치고는 정말 조금 기다리고 들어간 것.
여튼 가게 앞에 이렇게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여기서 순서대로 앉아 내 차례가 올 때까지 의자를 한 칸씩 가게 쪽으로 땡겨 옮겨가며 기다리면 된다.
직원이 돌아다니며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리 메뉴판을 나눠준다.
아니 그런데 여기 일본 식당이야. 어째서 일본어보다 한글 글씨가 더 큰데...ㅋㅋㅋ 는 이게 한국어 메뉴판이라 그런 것.
제일 인기 있는 메뉴라고 하는 계란반숙이 올라간 햄버그 스테이크와 스테이크 60g 세트.
스몰, 미디움, 라지 세 가지 세트가 있고 가격은 세금 포함 가격인데 저 사이즈 구분은 햄버그 스테이크의 고기 중량 차이.
오른쪽에는 선택할 수 있는 소스, 그리고 토핑, 그 외의 사이드 메뉴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다.
가장 기본 햄버그 스테이크인 '키와미야 햄버그 스테이크' 는 980엔부터 시작.
저 가격에 소스를 한 가지 선택할 수 있고 50엔 추가시 한 가지의 소스를 더 고를 수 있다.
그 외에 마늘칩과 계란, 20g 단위 햄버그 고기 증량(20g당 170엔) 등의 옵션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밥, 미소된장국, 야채샐러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따로따로 주문할 수 있는 추가 사이드메뉴 옵션이 있는데
마지막 네 가지 사이드를 따로따로 시키면 650엔이지만 네 가지를 한꺼번에 시키면 400엔으로 250엔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저 세트 주문시 거기에 포함된 밥, 미소된장국, 야채샐러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무한 리필!'
저 무한리필 사이드 세트의 경우 예전에 '유리한 세트' 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지금은 그냥 '세트' 라고 이름이 변경.
그래서 이 가게 좋아하는 주변 친구 한 명이 '유리한 세트 먹고싶다' 라고 노래를 불러(...) 약간 일본 자주 간 사람들끼리
'유리한 세트' 밈이 살짝 돈 적이 있었다. 뭐 어쨌든 여기선 저 400엔의 무한리필 사이드 주문은 필수.
맥주와 사와 등을 비롯한 음료 메뉴.
생맥주 한 잔은 590엔,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사와도 선택할 수 있다.
가게 입구에 진열되어 있는 햄버그 스테이크 모형.
그 옆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샐러드, 밥, 된장국 네 가지의 리필 가능한 '유리한 세트'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실제 여기서 식사를 해 보고 느낀 건데 이 '유리한 세트' 진짜 필수임. 몇백엔 아끼자고 건너뛰지 말고 무조건 시키자.
가게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좁고 다닥다닥 붙어앉아 먹는 형태였다.
사실 구워먹는 스테이크 전문점이라고 해서 꽤 넓고 쾌적한 자리를 생각했는데 이건 좀 많이 의외였던 부분.
팁이라고 할 건 없지만 여기 올 때 짐은 진짜 최소한으로 할 것.
무거운 캐리어나 큰 가방 들고 오면 어떻게든 보관이야 해 주겠지만 앉아서 먹기 상당히 불편해진다. 참고하자.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가장 안쪽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세트 시켜서 나눠먹지 말라는 양해 문구. 그래 1인 1식은 식당에서 기본.
젓가락와 소스 접시, 그리고 물.
물은 테이블마다 물병이 비치되어 있어 직접 떠 마시면 된다.
젓가락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돌판 위의 생고기를 집어 굽는 용도, 다른 하나는 식사 용도.
생고기 집은 젓가락으로 식사하지 말라는 의미로 젓가락을 나눠 쓰라는 것 같았다.
햄버그 스테이크와 함께 400엔 사이드 메뉴들이 한데 도착하여 일단 전체샷 한 컷.
양상추와 일반 양배추, 적양배추, 당근 등을 잘게 채썬 양배추 샐러드.
위에 얹은 드레싱은 차조기(시소) 드레싱인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약간 생소할 수 있는 독특한 향미가 있다.
나는 일단 차조기에 상당히 익숙한 상태라 굉장히 향긋하니 좋았는데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 있겠음.
고기는 120g S사이즈(980엔, 세후 1,078엔) 선택.
여기에 계란(150엔, 세후 165엔)과 함께 밥, 된장국, 샐러드, 아이스크림 나오는 리필 코스를 추가(400엔, 세후 440엔)
계란의 경우 노른자와 흰자를 풀어 저렇게 황소 모양 돌판 접시 위에 뿌려주는데 열기로 익혀 고기와 함께 먹으면 된다.
리필 가능한 흰쌀밥.
표면을 아주 살짝 익힌 다진 쇠고기 위엔 채썬 쪽파가 수북히 얹어져 나온다.
생고기 오른편의 돌판. 상당히 뜨겁게 달궈져 있는데 손 데일 수 있으니 절대 손으로 만지지 말 것.
아주 뜨겁게 달군 고기 불판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이건 고기 다 먹기 전 식으면 뜨거운 걸로 교환해준다 하더라.
젓가락으로 다진 생고기를 살짝 떼어낸 뒤 오른편의 뜨겁게 달군 돌판 위에 올린 뒤 구워먹으면 된다.
한 쪽 표면이 익으면 이렇게 한 번 뒤집어주며 속까지 잘 익을 때까지 꾹꾹 눌러주며 구우면 된다.
고기를 올려놓을 때 '치익~' 하는 소리가 크게 나는데 그만큼 돌판이 매우 뜨겁다는 뜻.
다 익은 고기는 이렇게 식사용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면 되는데, 안 익은 부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속까지 익혀서...
저거 다 익은 줄 알고 먹으려 했는데 속이 덜 익은 걸 발견해서 급히 다시 좀 더 익힌 뒤에 먹었다.
함께 나온 소스에 살짝 찍어먹으면 되는데, 햄버그라기보다는 뭔가 떡갈비 먹는 듯한 느낌.
기본 소스가 달짝지근한 맛의 키와미야 전용 소스인데 이 소스에 찍어먹으니 진짜 떡갈비 먹는 기분 느낄 수 있더라.
바로 구워낸 거라 따끈따끈하고 고기도 아주 부드러운... 그런 계열은 아니고 그냥 씹는 맛 있는 밀도 높은 다짐육.
밥과 함께 먹으면 진짜 밥을 끝도없이 밀어넣을 수 있을 정도의 아주 마음에 드는 신선한 고기였다.
이내 계속 조금씩 떼어다 얹어 열심히 굽는 중.
그와중에 밥과 샐러드, 그리고 된장국을 한 번 리필해주고...
고기 진짜 신선해서 좋더라.
사실 대한민국에서 후쿠오카 함바그 체인을 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 이런 식으로 구워먹는 햄버그 스테이크는
이 때 키와미야에서 경험해본 것이 처음인데, 고기 질도 좋고 그냥 다 구워진 햄버그 먹는것과는 색다른
여기서는 야키니쿠라고 하지... '굽는 고기' 즐기는 기분도 만끽할 수 있어 살짝 번거롭지만 꽤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나야 아까 점심에 먹어놓은 게 너무 많아(...) 고기를 많이 시키진 않았지만,
진짜 배고픈 사람들은 고기 큰 거 시켜서 밥, 샐러드, 된장국 열심히 리필해가며 배터지게 먹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하, 정말 맛있게, 그리고 최대한 깔끔하게 잘 먹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식사가 끝난 건 아니지.
식사를 다 마친 후 직원에게 요청하면 이렇게 작은 컵에 든 '소프트 아이스크림' 을 가져다 준다.
계속 뜨거운 불판 위에서 고기를 구워야 하기 때문에 그 열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아도 얼굴이 다소 빨개지면서
몸도 살짝 뜨겁게 달아오르게 되는데, 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그 뜨거운 열기를 식혀줌은 물론
은은한 우유의 달콤함이 입 안 가득 퍼져 식사 이후 뒷마무리로 입 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이 양이 좀 적긴 함. 맥도날드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콘의 70% 정도는 되는 적은 양.
물론 이것 하나만으로 입가심을 하기엔 충분하긴 하지만...
어딘가 아쉬움이 남아 아이스크림을 한 번 더 리필!
아이스크림 또한 밥, 된장국, 샐러드와 함께 원하는 만큼 리필이 가능하니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맘껏 즐기도록 하자.
다만 기본 나오는 양이 이 정도라 막 여러 번 리필하기엔 살짝 미안한 감이 있고(뒤에 기다리는 대기손님도 많아서)
내 기준으로는 한 번 리필 요청해서 두 번 정도 먹으면 딱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스크림까지 해서 디저트도 아주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먹고 나온 금액은 총 1,628엔.
이번에 나갈 때 처음으로 현금 대신 '라인페이' 라는 것을 처음으로 써 봤다.
네이버페이와 연동이 되어 네이버페이 앱을 연 뒤 라인페이 결제를 설정한 뒤 바코드를 보여주면 바로 결제가 되며
그 날의 환율 기준으로 내 한국 계좌에서 한화(한국돈)가 빠져나가는데, 카드수수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주 미세한 금액의 수수료만 나가는 정도에다 1엔짜리 잔돈도 안 생겨 이거 진짜 편하다...!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 당시 1박 2일 여행 다니면서 라인페이 결제를 정말 많이 했는데 이 때만 해도 트래블월렛 카드가 없었던 때.
하지만 트래블로그, 트래블월렛 카드가 없더라도 라인페이, 카카오페이 결제가 되면 그걸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결제 수수료가 거의 없는것이나 마찬가지 수준으로 아주 낮고 잔돈 찰랑찰랑 안 생기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이득이니까...
(키와미야 함바그 후쿠오카 텐진 파르코점 : https://maps.app.goo.gl/4wgdBYwRYgwREWjU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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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1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