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타고 떠난 2023년 9월 당일치기 천안여행
(1) 대학생 때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미지의 장소, 병천순대의 마을 '천안시 병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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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쉬는 날에 당일치기로 천안을 다녀왔다.
뭐 이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는 학교를 천안으로 나와 학교 근처에서 꽤 오랜 기간 자취를 한 적이 있어
이 곳이 고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거주한 오랜 기억 때문에 사실상 천안을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졸업을 한 지 이미 10년이 훌쩍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거주하던 시절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고
가끔 한 번씩 생각날 때 내려가서 예전의 발자취를 둘러보며 한 번 바람 쐬고 기분전환하며 돌아오곤 했다.
이번에 내려간 것도 그 이유. '그냥 한 번 내려가서 바람 쐬고 싶어서'
천안 내려갈 땐 늘 전철을 이용하곤 하는데, 실제 자주 이용하여 익숙한 것도 있고 요금이 저렴한 것도 있어서...
집에서 일반 철도역까지 가려면 서울 시내 중심부까지 가야 해서 빙 돌아가는 루트고, 고속버스를 타자니 그것도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이 있어 터미널이나 철도역으로 이동하는 시간, 가격 고려하면 걍 전철이 낫다.
뭐 전철에서 하릴없이 멍하니 앉아있는 것도 아니고 책 읽거나 혹은 드라마 보며 가면 되니 딱히 시간 버리는 것도 아니고.
천안역 앞에 위치한 원조 천안호두과자 본점.
여기가 천안 명물 호두과자를 처음 시작한 집은 아니지만 '튀김소보로 호두과자' 라는 걸 처음으로 개발하여
지금은 원조집 못지않게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집이다. 앙버터 호두라든가 튀소호두 등 여러 시도를 많이 하는 곳인데
역 바로 앞에 있다는 지리적 입지과 함께 예전에 비해 가게 인지도나 유명세가 꽤 높아진 곳 중 하나.
천안역 동부광장을 나와 역전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버스정류장이 나오는데
오늘은 여기서 버스를 갈아탈 예정.
지금은 수도권 전철과 - 천안시내버스 환승시스템이 구축되어 수도권 전철에서 내린 뒤 천안시내버스를 갈아타면
천안시내버스 기본요금 1,500원에서 수도권 전철 기본요금 1,400원이 빠진 100원의 추가요금만으로 환승을 할 수 있다.
과거 학교다닐 때 버스, 전철간 환승이 안 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 진짜 이거 혜택 보는 사람 많을 것이다.
오늘은 좀 특별한 버스를 탔다.
천안역에서 400번대로 시작하는 노선버스를 타면 천안시 외곽에 위치한 동남구 병천면으로 갈 수 있는데
이번 당일치기 천안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가 바로 이 '병천(竝川)' 이다.
병천은 천안시에서 입장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면으로 우리에겐 '병천순대' 로 잘 알려진 곳.
실제 여긴 순대가 유명하여 병천리 중심가에는 '병천순대거리' 라는 순대전문점이 모여있는 특화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다만 천안의 중심가인 터미널, 혹은 철도역에서 거리가 꽤 떨어져있어 버스로 약 40~45분 정도 소요되는 접근성이 흠.
느린 수도권 버스가 아닌 빠르게 달리는 천안버스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만큼 병천이 천안 시내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생활권도 분리되어 있다고...
여튼 천안시내에서 400번대로 시작하는 버스를 타면 병천으로 갈 수 있다.
수도권 전철에서 환승할 경우 환승요금 100원만 내면 추가요금 없이 갈 수 있으니 충남 통합 환승시스템이 얼마나 좋은지.
내가 내린 버스정류장은 병천우체국.
병천리 중심가의 관문과도 같은 정류장으로 버스를 타고 병천에 오면 이 곳에서부터 읍내 시가지가 펼쳐진다.
시내라고는 해도 행정구역이 동이 아닌 면이라 분위기는 시골 읍내 분위기.
날씨가 흐리고 부슬비까지 약간 내려 더 우중충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맑은 날 주말에 오면 분위기가 또 다르겠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유일한 대형마트는 하나로마트. 농협 ATM도 함께 설치되어 있음.
이 때가 추석 직전이라 밖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마트 안은 손님들로 꽤 바글바글하더라고...
병천에는 '병천순대거리' 라고 하는 특화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고 하지만, 막 뭔가 테마파크처럼 꾸며진 건 아니고
그냥 순대 파는 가게들이 몰려있는 거리를 뭉뚱그려 '병천순대거리' 라고 이름을 붙인 것 같았다.
시내 중심가에는 순대집들이 꽤 많았고 그 중 가장 인지도 높고 유명한 '박순자 아우내 순대' 가게도 발견.
이 지역을 부르는 또다른 명칭으로 '아우내' 라는 것이 있다던데
과거 3.1운동의 아우내 만세운동이 이 곳 5일장에서 열렸다고 한다. 또한 우리에게 유명한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가
바로 천안 출신이라고 하니 여러모로 독립운동과 연이 많이 엮여있는 지역.
대한민국 최초의 호두과자 전문점인 심복순 할머니의 '원조 학화 호도과자' 지점이 병천면에 한 곳 존재한다.
간판에 있는 하늘색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최초로 호두과자를 개발한 심복순 할머니.
천안에 수많은 호두과자 전문점이 있지만 유일하게 이 학화에서만 호두과자를 '호도과자' 라고 표기하는 게 특징.
학화 호도과자는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천안역 본점, 시외버스터미널 근방 등 여기저기 지점이 있으니
천안 내려올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 가는 것이 좋다. 사실 몇 군데에서 사 먹어봤는데 굳이 본점 안 가도 맛 똑같더라.
과거엔 본점에는 흰팥, 터미널점에서는 검은팥을 쓴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뭐 그런 구분이 다 없어져서...
흐린 날씨 때문에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5일장 근처 읍내. 그래도 건물들은 꽤 많은 편.
천안역 앞에 있는 '원조 천안옛날호두과자' 의 지점이 이 곳에 또 하나 있다. 여기서도 튀김소보로 호두과자 판매중.
튀김소보로 호두과자는 개당 900원으로 꽤 저렴한데다 크기도 큼직하고 또 낱개 판매도 하고 있어
근처에서 순대로 식사하고 난 뒤 디저트로 하나 사서 먹어도 꽤 괜찮을 것이다.
박순자 아우내순대, 충남집순대와 더불어 병천 순대거리에서 매우 인지도 높고 오래 된 노포인 '청화집'
이번 병천에서는 이 '청화집' 을 방문했는데, 청화집의 방문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서 할 예정이다.
병천우체국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위치한 '엘림 베이커리'
그냥 평범한 시골 동네 빵집인데 순대 먹으러 찾아오는 외지 관광객들을 노렸는지 엄청 열정적인 마케팅을 하더라.
여기선 호두과자를 팔지 않지만 호두과자 이외의 다른 주력빵들을 내세우며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여기는 '충남집 순대'
사실 앞에 언급한 세 가게들은 도보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서로 붙어있다.
이번에 어느 집을 가야하나 고민을 꽤 많이 했는데, 이번에만 청화집을 고른 거지 다음에 오게 되면 다른 집을 갈 듯.
딱히 청화집이 별로여서 그런 건 아니고 매우 맛있긴 했지만 다른 가게들도 한 번 체험해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
순대 먹고 난 뒤 천안 시내로 다시 되돌아갈 땐 '병천3리 정류장' 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이 곳이 병천면의 버스 기점인 듯, 다른 버스정류장과 달리 지붕 있는 대기의자도 만들어놓고 공간이 꽤 넓은게
시골 버스정류장 대합실을 보는 느낌이었다. 실제 동네 어르신들 와서 버스 타려고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더라.
어르신들 저기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나누는 걸 보니 시골 중심가의 마실 같은 역할을 함께하는 것 같았다.
400번과 500번, 이 두 버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버스는 배차간격이 매우 긴 편이므로 시각표를 보고 타야 한다.
특히 하루에 2~3번밖에 안 다니는 버스도 있으니 시각표 확인 필수.
이따 내가 탈 버스는 천안아산역으로 가는 493번 버스.
이게 중간 정류장을 여럿 통과하는 급행버스가 천안아산역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버스다. 10시 40분 출발 체크.
순대 먹고 난 뒤 다시 버스정류장 돌아와서 493번 버스 기다리는 중.
저 멀리 들어오고 있는 녹색 도색의 버스가 천안아산역으로 가는 급행버스다. 하루 세 번밖에 안 다니는 매우 귀한 버스.
= Continue =
2023. 12. 2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