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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3.9 천안

2023.12.28. (6) 추억의 꼬불, 지금은 단 한 곳만 남은 구워먹는 고추장불고기 전문점 '대학로 참새방(천안시 안서동)' / 전철타고 떠난 2023년 9월 당일치기 천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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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타고 떠난 2023년 9월 당일치기 천안여행

(6) 추억의 꼬불, 지금은 단 한 곳만 남은 구워먹는 고추장불고기 전문점 '대학로 참새방(천안시 안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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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교든 간에 학교 다닐 때 자주 이용했던 학교 앞 식당, 혹은 고깃집이 있을 것이다.

내가 나왔던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의 경우 그 당시에도 학교 앞에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저렴한 고깃집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잘 나갔던 품목은 단연 '고추장불고기' 였다. 일명 '꼬불' 이라고 불렀던 음식.

 

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학교 앞 고깃집들은 거의 대부분 고추장불고기를 함께 취급했고 몇몇 가게들은

아예 고추장불고기가 메인인 곳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가게 이름이 '꼬불집' 이었던 곳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그 당시엔 1인분 가격이 2,500원으로 당시 기준으로도 상당히 저렴해서 주머니사정 가벼운 학생들 사랑을 엄청 받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한참동안 잊고 지냈던 이 음식이 떠오르면서 엄청나게 먹고 싶어진 것이었다.

 

...먹고 싶으면 가야지 뭐.

사실 천안 내려와서 굳이 모교가 있는 안서동까지 찾아온 이유는 학교 답사보다는 전적으로 이 고추장 불고기 때문이었다.

내가 방문한 가게는 '대학로 참새방'

아쉽게도 이 곳은 옛날 학교 다닐 때 자주 갔던 집은 아니고 그 당시 있었던 곳도 아니었다. 나중에 생긴 후발주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을 찾은 이유는 2023년 현재 상명대학교 앞 고추장불고기집은 전부 다 폐업하여

다른 가게로 대체되었고 유일하게 이 집 하나만 남아 옛날 '고추장불고기' 의 명맥을 잇고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불이 다 꺼져있어서 처음에 영업 안 하는 줄 알고 살짝 쫄았음;;

그럼에도 출입문은 또 열려있어서 대체 뭐지? 하고 들어갔더니 식당 안엔 이미 먹고 나간 치우지 않은 테이블로 꽉 찼고

그 가운데 주인 아주머니 혼자 입식 방 안에서 덩그러니 누워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업하나요?' 라고 물어보니 아주머니 그 소리에 놀라 화들짝 일어나서 '네 영업해요' 라고 답하며 매장 불을 켜 주었다.

알고보니 아까 오후에 단체손님을 받아서 그거 다 서빙하고 너무 지쳐서 잠시 불 끄고 쉬는 중이었다고 하더라.

금요일 저녁이라 학생들도 거의 다 떠나고 저녁에 올 만한 손님이 없어 그냥 문 열고 불 꺼놓은 채 잠시 쉬었다가

먹고 간 테이블 정리하려고 했던 거라고 하더라. 나 이거땜에 온 건데 영업 안 하는 줄 알고 순간 엄청 쫄았지 뭐야...;;

 

 

 

당연히 학교 다니던 시절의 2,500원은 기대를 안 했는데 가격이 꽤 많이 올랐다. 지금 고추장불고기 가격은 8,000원.

뭐 그런데 지금은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닌 먹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일단 2인 기준 고추장불고기 3인분 주문.

그래도 요즘 삼겹살 1인분 가격이 막 1만원대 후반, 심한 곳은 2만원 넘어가는 걸 감안하면 8,000원은 괜찮은 가격이다.

다만 내 물가 기준이 옛날에 맞춰져 있어 내가 거기에 적응을 못 하는 것 뿐이겠지;;

 

 

 

수많은 대학생 단체손님을 받았을 법한 입식 룸.

나도 이 집은 아니었지만 옛날에 학교 개강총회, 종강총회, 축제회식 같은 것 할 때 이런 곳에서 어울렸었지.

 

 

 

매장 안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목에 방울을 달고 있는 치즈냥이었다.

어쩐지 출입문에 도망 못 가도록 얕은 철망 하나가 놓여있더라니 얘 도망 못 가게 하려고 막아놓은 것이었다.

 

사람이 없으니 그 식당 안을 자유롭게 혼자 넘나드는 중. 귀엽네ㅋㅋ

 

 

 

물티슈를 포함한 기본 식기 준비.

 

 

 

쌈채소는 적상추 한 가지만 제공.

 

 

 

기본찬으로 나온 어묵볶음.

 

 

 

파절이.

 

 

 

무초절임.

 

 

 

배추김치와 쌈장, 그리고 슬라이스한 마늘.

 

 

 

된장찌개가 기본으로 함께 나온다.

 

 

 

막 엄청 대단한 건 아니고 무, 애호박, 두부 등을 넣고 구수하고 살짝 얼큰하게 끓여 낸 평범한 고깃집 된장찌개 맛.

 

 

 

고추장불고기용 불판. 가스불을 사용하고 있다.

 

 

 

'고추장불고기 등장! (1인 8,000원)'

 

학생 때 기억하고 있던 꼬불은 저 파채도 없이 그냥 얇게 썬 대패고기에 고추장 소스만 끼얹어 나오는 게 전부였는데

당시 2,500원었던 가격이 3,000원으로 오른 이후부터 저렇게 슬라이스한 파채가 함께 올라가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한다.

은박지 위에 얇게 썬 냉동 돼지고기과 떡, 그 위에 고추장 소스를 붓고 마지막으로 파채를 듬뿍 올린 이것...

이것이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 앞에서만 먹어볼 수 있었던 상명대 학부생들의 소울 푸드, '고추장불고기' 되시겠다.

 

 

 

요즘은 고깃집에서 이렇게 은박지 깔아주는 곳 흔치 않은데, 여기만큼은 옛 감성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무래도 이렇게 은박 까는게 몸에 좋은 건 아니기도 하고 또 외관상 그다지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기도 하니까...

 

이거 생긴게 백종원의 새마을식당 열탄불고기와 닮은 것처럼 보이는데, 열탄불고기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고기가 다 익으면 이렇게 제육볶음처럼 숨이 죽으면서 고추장소스 자작하게 스며든 불고기로 변하는데

이 상태가 되면 이제 한 점씩 집어 쌈을 싸 먹든지 아니면 밥과 함께 즐기든지 좋아하는 방식대로 먹으면 된다.

양념 소스가 은박에 눌어붙을 수 있으니 이 상태로 익을 때까지 여러 번 주걱으로 뒤섞어줘야 한다.

 

 

 

아... 맞아 이거야 이거.

사실 엄청나게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달짝지근하고 매콤한 고추장양념이 배어든 이 불고기의 맛.

거기에 숨이 죽은 파채가 듬뿍 들어가니 더욱 더 술, 그리고 밥이 생각나게 만드는 맛이다. 그땐 이게 진짜 최고였는데...

 

 

 

이렇게 쌈으로도 싸서 즐기고...

 

 

 

돌아갈 땐 일행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돌아가야 해서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라 술 대신 탄산음료 선택.

지금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캔, 페트가 아닌 병음료를 제공하는 곳이다.

요새는 일부러 레트로 컨셉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닌 이상 이렇게 병음료 주는 곳이 많지 않으니까.

 

 

 

맛있어... 확실히 맛있어. 이게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맛있다' 의 범주는 아닐지 몰라도

내게 있어서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맛, 옛날로 돌아가는 타임머신과도 같은 효과와 매력을 가진 맛이다.

 

 

 

적어도 지금 순간만큼은 한우 오마카세 같은 게 부럽지 않더라.

결국 음식이라는 게 다 그런 것 같음. 아주 비싼 음식이 아니더라도 그 음식에 충분한 추억과 애정이 담겨있다면

아주 비싸고 고급스런 음식에 꿀리지 않을 정도로 나한테 딱 맞는 음식이며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음식이다.

 

 

 

어묵볼 이게 뭐라고 맛있어서 한 번 추가.

 

 

 

요새 이런 볼어묵 기본찬으로 내어주는 곳도 흔치 않은데(보통 사각어묵을 쓰니까) 여기서 이런 걸 다 먹어보네...

적당히 달짝지근하게 조린 것이 딱 옛날 도시락 반찬 감성이라 이것도 역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중간에 서비스라고 햄부침도 하나 부쳐주셨다.

 

 

 

안에 들어있는 건 추억의 소시지라 불리는 어육소시지... 가 아닌 그냥 일반 햄인데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갓 부친 거 먹으니 맛있더라. 딱 그런 거, 별 거 아니고 무슨 맛인지도 아는 흔해빠진 건데 그래서 더 가치있는 맛.

 

 

 

콜라 한 병 추가.

 

 

 

고기 어느 정도 건져먹고 난 뒤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려고 밥 두 개 추가.

원래 밥을 하나만 할까 했다가 '그래, 뭐 사람이 두 명인데 인원수 맞춰서 배부르게 먹어야지' 생각해서 두 개를 했다.

 

 

 

남은 고기와 양념을 가위로 잘게 자른 뒤 그 위에 공기밥 두 개를 넣고 마지막으로 고추장 소스를 부어 슥슥 비빈 뒤...

 

 

 

이렇게 은박지로 꽁꽁 감싸 그 위에 공기밥 주발을 거꾸로 뒤집어 뚜껑처럼 덮어놓은 뒤 몇 분 기다리면...

 

 

 

짜잔, 불판 열기로 잘 데워진 마무리용 고추장불고기 볶음밥이 나온다!

 

 

 

이걸 이렇게 얇게 펴서 살짝 눌어붙을 정도로 조금 더 익힌 뒤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된다.

 

 

 

고추장불고기의 매콤달콤한 소스와 다진 돼지고기, 거기에 김가루가 들어가 한껏 고소해진 볶음밥.

고깃집이든 전골집이든 마무리 볶음밥은 한국인의 국룰이라 할 정도로 어딜 가나 꼭 먹어야 하고 사랑받는 음식인데

역시 이거 먹으면서 '고기 먹는 도중 공기밥 따로 안 시키고 참길 잘 했다' 라는 생각을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고기와 함께 먹는 흰쌀밥 아주 좋긴 하지... 하지만 이렇게 볶음밥으로 먹을 수 있다면 그 흰쌀밥은 참아야 하는 게 맞다.

 

 

 

정말 맛있었어...

 

맛도 맛이지만 옛날에 먹었던 추억을 그대로 상기시켜줄 수 있어 그 점이 더 값졌던 저녁식사였다.

이번 천안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학교 앞 고추장불고기 맛보기, 그 고추장불고기 체험은 이렇게 별 탈 없이 대성공!

 

 

 

고기 먹으면서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옛날에 비해 학생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실제 예전엔 그래도 저녁시간대 이 앞에 서울 번화가만큼은 아니어도 학생들로 꽤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는데

아무리 금요일 저녁인 걸 감안해도 너무 거리가 썰렁해서 '여기도 더 이상 옛 분위기는 아니구나'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과거의 왁자지껄한 학교 앞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 활기찬 거리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는데

글쎄...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은 이미 까마득한 먼 옛날의 이야기이고 그 때의 분위기와 지금 세대의 분위기는 또 다르니

너무 그 쪽을 그리워하면서 그게 좋았다고 말하는 것이 마냥 낭만적인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현재 세대를 사는 학생들에게는 또 지금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가 있고 이 친구들만의 분위기가 있을테니까...

 

= Continue =

 

. . . . . .

 

 

 

※ 대학로 참새방 찾아가는 길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상명대길 30(안서동 318-46), 상명대 천안캠퍼스 정문 바로 앞

https://naver.me/xBsX0H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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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28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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