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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23.12 부산+쓰시마

2024.2.14. (13) 신비한 이세계에 온 듯한 비경(祕境), 토요포대 유적지(豊砲台跡) /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 쓰시마(대마도) 1박2일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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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 쓰시마(대마도) 1박2일 일주

(13) 신비한 이세계에 온 듯한 비경(祕境), 토요포대 유적지(豊砲台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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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를 빌려 운전하던 도중 만난 첫 번째 난관.

내비게이션에 안내된 대로만 따라가다 만나게 된 건데 대체 이거 뭐야(...)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뒤에 차가 없는 걸 확실히 확인한 뒤 이 광경을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아니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사고인가? 대체 뭔 일 있었던 거지;;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여기가 차량 많이 몰리는 지역이 아닌 엄청 외진 산길이라 후행으로 따라오는 차가 없었다는 것.

가뜩이나 차로도 좁고 언덕길이라 후진으로 빠지는 것도 빡셌는데 그냥 살살 차량을 돌려 조심스레 빠져나와야 했다.

 

 

 

대마도에서 운전을 하며 느낀건데, 확실히 도서지역의 섬이라 넓은 도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주 간선이라 할 만한 도로도 거의 대부분이 산길이며 왕복 2차선 이상의 도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

물론 그만큼 차량 운행량도 많지 않아 교통체증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고 어떤 길은 마주오는 차조차 만나볼 수 없다.

 

히타카츠항을 빠져나와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사진에 보이는 곳 왼쪽의 '한국 전망대'

사실 찾아오기 전부터 여기가 공사중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온 것.

오른쪽은 '토요포대 유적지(豊砲台跡)' 라고 하는데, 여기도 한국 전망대 옆에 붙어있어 함께 찾아가긴 했다.

 

 

 

전망대까진 상당히 가파른 고갯길을 쭉 올라가야 한다. 거의 이니셜D에 나올법한 코스.

공사중이라 그런가 이 곳을 올라오는 차는 내 차 한 대밖에 없었고 그래서 올라오는 내내 좀 을씨년스런 분위기도...

 

 

 

전망대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

그래도 화장실은 정상 운영중이었음.

 

 

 

혹시라도 살짝 들어가 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아예 출입금지로 막아놨네;;;

그리고 저 안쪽으론 공사 인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들어갈 엄두는 아예 낼 수조차 없었다.

 

뭐 애초에 들어갈 거란 기대도 안 했지만 그래도 살짝 밖에서나마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건 좀 무리였구나.

 

 

 

2024년 2월 22일까지 공사한다고 하니 이제 곧 공사가 끝날 예정.

아마 지금부터 대마도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라면 새롭게 공사를 마친 깔끔한 한국전망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막힌 입구에서 최대한 땡겨서 찍은 한국전망대의 모습.

부산광역시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전망대라 하여 이 이름이 붙은 듯 한데, 그래서인지 전망대도 한옥으로 지어진 게 특징.

 

뭐 언젠가 대마도를 다시 올 일이 있다면 그 땐 제대로 된 한국전망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국전망대를 재빨리 빠져나와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토요포대 유적지(豊砲台跡)'

와 근데 여기는 한국전망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길이 더 험하고 을씨년스럽더라.

 

그래도 한국전망대는 최소한 차나 사람이 오간 흔적이라도 보였는데 여긴 그런 사람의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았음;;

 

 

 

토요포대 유적지 앞엔 현 위치를 알리는 지도와 함께 이 유적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3개 국어로 함께 적혀있다.

참고로 토요포대 유적지는 차로 접근 가능한 대마도의 최북단 지역이기도 하다.

 

 

 

선명하게 한글로도 표시되어 있는 '도요포대 유적지'

 

 

 

토요포대는 1929년 5월에 착공, 1934년 3월에 완공된 포대로 대마도가 갖고 있는 군사요충지의 역할 및

대한해협의 제해권(전시 또는 비상사태하에서 자국이 필요로 하는 해역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국이 자국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정한 해역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능력)

을 다지기 위해 만든 시설이라고 한다.

 

시설이 완공된 후 실제 시험발사도 이 곳에서 개시한 적은 있었으나 그게 실전으로 연결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군이 항복을 한 이후, 1945년 10월에 미군에 의해 폭파, 해체된 이후 계속 방치되어 오다가

1984년이 되어서야 잔해를 제거하고 한때 이런 곳이 있었다는 식의 관광지로 재단장하여 현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그러니까 음... 대한민국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조금 미묘한 감정이 생길 수도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포대 안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두 개가 있다.

어짜피 안에서 하나로 이어지긴 하는데 이 출입구, 그리고 오른편에 또 하나의 출입구가 있다.

 

 

 

어째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통로인데, 실내에 불빛이 단 하나도 없으므로

조심조심 앞에 보이는 빛을 향해 걸어가거나 그게 아니면 핸드폰 조명은 필수.

 

더 골때리는 게(?) 여기... 핸드폰 전파 안 터져...!!

아예 권외지역이라고 어떠한 전파도 잡히지 않는데다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으니 무슨 일 생겼을 때 구조요청도 불가.

뭐 잠깐 구경하는데 무슨 일이 생기겠느냐마는 사람도 없는데 핸드폰까지 안 터지니 살짝 공포스런 기분이 들 정도.

 

 

 

바람 부는 소리 외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음침한 곡선 터널을 쭉 걸어가다보면 저 너머의 빛을 볼 수 있다.

그냥 어떠한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저 빛이 보이는 방향대로만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 말이 쉽지;;

https://www.youtube.com/watch?v=ldmlQlNxK_0

 

영상으로 남겨 본 토요포대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는 길.

발자국 소리와 바람 소리, 새 소리 외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빛을 따라 빠져나오면 포대의 중심지인 포가 설치되어 있던 원형의 넓은 통로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약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지금은 그냥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연 속에 녹아든 구 토요포대의 흔적.

 

 

 

위를 올려다보면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데 시멘트로 쌓은 원형의 외벽 위가 뻥 뚫려있어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줌으로 땡겨 원형의 하늘을 온전히 담은 풍경.

이 곳도 한 때는 살풍경한 분위기를 풍기는 시멘트 포대였을텐데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자연과 동화되어 가며

지금은 이렇게 수목이 어우러져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풍경.

사람의 인기척 없이 들리는 주변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로지 새 소리, 그리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소리 뿐.

그래서인지 더더욱 현실 세계가 아닌 이세계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이 곳. 현실과는 동떨어진 어딘가에 온 듯한 기분이다.

 

 

 

이것은 현실 세계와 연결해주는 문이자 통로라고 봐도 될까?

 

 

 

볼 것이라곤 오로지 이 하나, 원형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것 뿐임에도 상당히 재미있는 장소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온통 어둠 뿐인 통로 속에서 보이는 단 하나의 빛.

이 곳에서는 어떠한 조명의 도움 없이 오로지 저 빛 하나만 바라보며 앞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야만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SOzvUY9GV8

 

환한 대낮임에도 실내는 이 정도로 어둡다고 보면 될 듯.

이게 영상으로 보니 별 감흥이 안 올 수 있겠지만 실제로 안에 들어오면 조금... 많이 섬뜩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

 

 

 

통로 곳곳엔 지금은 열려 있지만 이렇게 방 몇 곳이 있어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방으로 들어갔다고 하여 그 안에 무언가의 시설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여기에 이게 있었다는 흔적만 있지만 말이다.

 

 

 

'유지고(油脂庫)' - 기름을 보관했던 창고. 물론 지금 이 곳에 기름같은 건 없다.

 

 

 

창고 안에 뭔가 심령현상처럼 보이는 글씨 흔적이 남아있는데... 솔직히 이거 보고 좀... 많이 오싹했다;;

100년 전의 사람들이 남겨놓은 게 아닌 어딘가의 관광객이 와서 남긴 낙서... 긴 할텐데 왜 이렇게 섬뜩한 거지;;

어쩌면 여기가 전파도 통하지 않고 단 하나의 사람도 없는 곳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유지실의 바닥은 수많은 자갈들이 깔려 울퉁불퉁.

옛날엔 이 모습이 아니었을텐데 이것도 오랜 세월이 지나 풍화되어 지금 이 모습이 된 걸까.

 

 

 

당시 시설들은 다 사라졌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골조는 그대로 남아 그 당시 모습을 어느정도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오른쪽 위에 조명같아 보이는 시설이 있지만 딱히 작동하는 것 같진 않아보였고 관리가 잘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여길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이 얼마나 있겠어...

대마도를 찾는 대부분의 한국인 관광객은 히타카츠항 근처에서 바로 이즈하라로 내려가지 여기까지 올라오진 않겠지.

 

 

 

밖으로 나가는 통로의 빛을 보니 마치 탈출구를 발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토요포대 유적지 안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통로 쪽으로 빠져나오며 짧은 토요포대 관람은 마무리.

사실 관람이라 해도 될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단순한 시설물이었지만 그 안에서 느껴졌던 신비한 분위기만큼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을 정도로 상당히 묘한 경험이었다.

 

정말 잠깐동안 현실 세계를 떠나 이 세상이 아닌 듯한, 마치 다른 세상, 그래 이세계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었어...

 

 

 

'空かん, 空かん, ゴミは持ち帰りましょう(빈 캔, 빈 캔, 쓰레기를 가져갑시다) - 나가사키현'

여기서 쓰레기를 만들 만한 일이... 있기나 할까 싶긴 하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데서 피크닉을 할 일도 없고

근처에는 마트나 편의점은커녕 일본에서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한 음료자판기 하나 없는 곳이라...;;

 

= Continue =

 

2024. 2. 14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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