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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23.12 부산+쓰시마

2024.2.17. (15) 잘못 찾아갔지만 오히려 더 좋았던 자연 속의 고요, 카이진 신사(海神神社) /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 쓰시마(대마도) 1박2일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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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 쓰시마(대마도) 1박2일 일주

(15) 잘못 찾아갔지만 오히려 더 좋았던 자연 속의 고요, 카이진 신사(海神神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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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참... 또 실수했네;;

나름 여행을 적지 않게는 다녔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행하다 보면 생 초보적인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다.

 

원래 가려 했던 곳은 바다에 토리이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유명한 '와타즈미 신사(和多都美神社)' 라는 곳이었다.

그런데 신사 이름을 사전에 확실히 확인하지 않고 그냥 혼자 '와타즈미... 와다즈미... 와다츠미...?' 이러면서

그 와타즈미 신사를 그만 '와다츠미 신사(海神神社)' 로 완전히 잘못 이해해버린 것이었다.

 

공교롭게 대마도에는 실제 '해신신사(海神神社)' 라는 곳이 있어 나는 여기가 그 신사로군! 하며 내비게이션을 찍었고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이 곳은 당연하게도 내가 생각한 그 와타즈미 신사가 아닌 전혀 엉뚱한 다른 신사였다.

오면서도 뭔가 이상한데... 하는 쎄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끝가지 와서 차 세워놓고 근처를 둘러보았지만

이 근처 어디에도 바다에 솟은 토리이는 보이지 않았고 분명 신사는 있는데 사람의 인기척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바다 방향으로 토리이가 쭉 이어져있다고 하는데, 왜 여긴 갈대밭밖에 안 보이는 건데;;;

 

 

 

안내 표지판은 다 낡아서 글씨도 거의 다 벗겨졌고...

 

 

 

분명 와다츠미 신사가 맞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싶어 토리이 옆 나무 간판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카이진 신사(海神神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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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와타즈미 신사(和多都美神社)

와다츠미 신사(海神神社)로 잘못 이해하고

대마도에 실제로 있는 카이진 신사(海神神社)로 잘못 찾아간 것이다...;;

 

 

 

실제 와타즈미 신사와 여기의 거리는 최단거리로 이동해도 19km... 한창 해질녘이라 거기로 이동하기엔 넘 늦어버렸고;;

그런데 海神을 카이진이라고 읽지 누가 와다츠미(わだつみ)라고 읽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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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접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이런 사람들은 여러분 주위에도 꽤... 많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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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일단 잘못 찾아오긴 했어도 여기도 신사니 입장.

뭔지 내용을 잘 알 수 없는 비석 하나가 해질녘 석양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보니까 대마도의 각 관광 스팟마다 이 지도가 있는 간판을 하나씩 세워놓은 것 같은데...

 

 

 

그런데 내가 잘못 찾아 온 이 카이진 신사가 의외로 대마도에서 가장 큰 신사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엔 따로 써 있지 않았지만 몇 년 전, 대마도에서 신라의 불상이 도난당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게 여기였다고;;

지금은 다시 반환받은 걸로 아는데 대신 예전처럼 공개는 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곳곳에 이렇게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이동하는 게 어렵진 않다.

아니 그냥 길 자체가 단순해서 뭐 길 잃을 일도 없기도 하고...

 

 

 

가끔 일본의 신사를 가면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게 뭘까.

뭔가 절에 기부를 한 사람들의 이름 명패라고 봐야 하나? 우리나라 사찰에서 시주를 한 사람들 이름 적는 것처럼...

 

 

 

이 곳이 사무실인 것 같은데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사람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쪽을 보면 오미쿠지(점괘) 뽑는 곳, 기념품점으로 보이는 것이 있는데 역시 오랫동안 운영을 하지 않은 듯.

 

 

 

날이 아주 춥진 않지만 그래도 황량한 12월의 겨울에 이렇게 사람 없는 산 속의 신사를 보니 좀 을씨년스런 분위기.

 

 

 

곳곳에는 이렇게 외롭게 토리이만이 서 있어 이 곳이 신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카이진 신사에 대한 설명.

이 쪽 설명은 일본어로만 되어 있음.

 

 

 

물은 예저녁에 전부 말라 흔적조차 없다.

대신 근처에 공중화장실이 있는데 공중화장실에서는 물 잘 나오고 모든 게 작동을 잘 하긴 했다만...

 

전반적으로 신사의 모든 건물들이 관리... 를 안 하진 않겠지만 그냥 방치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여기가 이즈하라는 말할 것도 없고 히타카츠 항구에서도 한참 떨어진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외진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그런 걸까. 하긴 지도를 보면 일부러 이 신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여길 찾아오긴 쉽지 않다.

 

 

 

그런데 잘 보니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더라고... 한 번 따라 올라가보기로 했다.

어쩐지... 아랫쪽에는 신체를 모시는 건물이 보이지 않더라고. 여기로 올라가면 본 건물이 나오는 것 같았다.

 

 

 

의외로 계단이 꽤 많은 편. 만만하게 보고 올라갔다간 살짝 낭패를 볼 지도...

 

 

 

올라가는 길목에 본 바위.

 

 

 

계단이... 꽤 많다.

그리고 여기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줄 알았는데 올라가던 도중 내려오는 사람 두 명을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 다 한국 관광객. 아마 다들 나와 비슷한 목적으로 여기를 왔으리라 싶다.

 

입구에 내 차 말고도 한 대의 차가 더 세워져 있었는데 아마 그 차의 차주 일행 아닐까 싶던...

 

 

 

야마가라의 길?

 

 

 

토리이를 하나 더 지나 계단을 한 번 더 올라가면...

 

 

 

신체를 모신 카이진 신사의 본당이 나온다.

 

 

 

오, 이렇게 올라와서 보니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괜히 대마도에서 가장 큰 신사라고 하는 게 아니었구나. 이 정도면 뭐 아주 유명한 신사에 비할 바는 못 되어도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신사라고 봐도 되겠는데... 그리고 아래에 비해 관리도 깔끔하게 되는 느낌이고.

 

 

 

하지만 별도로 참배를 하진 않았다.

일본의 신사의 경우엔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으나 참배를 하면 안 되는 문제 되는 신사들도 있는 편이고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어떨 땐 하고 안 하고를 구분짓기보든 그냥 외국인이라 안 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

 

 

 

산 속이라 그런지 어두워지는 속도가 엄청 빨라지는데

이 위에서 고작 몇 분 있었다고 좀 전에 올라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져서 급히 내려가기로...

 

 

 

반듯한 계단이 있다는 차이 뿐, 뭔가 집 뒤에 있는 산 등산하는 기분이네...^^;;

 

 

 

'May Peace Prevail On Earth(지구상에 평화가 깃들기를...)'

문구 자체는 정말 더할나위없이 좋은 문구지만 현재의 국제 정세, 그리고 이 발언을 일본이 꺼냈다는 걸 감안해 보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살짝 애매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문구이긴 하다.

 

 

 

와, 진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졌어... 얼른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실제 밖으로 나가보니 좀 전의 차량도 이미 빠져나간 지 오래, 이 넓은 공간에 오직 나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이 곳의 바다 이름은 '청해(靑海)' 이름 그대로 푸른 바다.

그래도 돌아가기 전 바다는 한 번 보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바닷가 쪽을 잠깐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마침 여기 바다 방향이 서쪽이라 운이 좋으면 일몰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 지역의 마을 이름을 '미네마치' 라고 부르는 듯.

지역에 대한 소개 및 관광 안내 등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는데 뭔가 이것저것 자세하게 써 놓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마도라는 지역 특유의 빈약한 관광 자원을 어떻게든 홍보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는 듯한 분위기가...^^;;

 

 

 

카이진 신사는 내가 방문한 때인 해질녘에 오는 게 멋지긴 했다.

신사의 입구가 정확히 서쪽 방향에 있어 떨어지는 태양을 그대로 받아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석양에 물든 낡은 신사의 모습이 썰렁하면서도 한편으론 은근히 신비한 공간이란 인상을 남겨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와타즈미 신사를 찾아가려다 실패하고 비록 엉뚱한 곳으로 왔지만 생각보다 꽤 괜찮은 신사여서

짧지만 나름 의미있게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실수 아니었음 여길 언제 또 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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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흐렸던 날씨는 다시 좋아져서 수평선 너머 해 지는 노을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바닷가에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직 잔잔하게 파도 치는 소리만 들리는데 그 가운데 서서 홀로 노을을 보고 있자니

뭔가 사색에 잠기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뭐 그런 철학적인 건 없고 그냥 기분이 좋았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기분.

 

 

 

이 주변의 해안은 모래가 아닌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

다만 대한민국 거제의 그런 몽돌해변과는 다른 그냥 투박한 돌들로만 이루어진 해변이다. 돌 굴러가는 소리는 안 난다.

 

 

 

파도는 매우 잔잔하긴 했지만 딱히 수영하거나 물에 들어가기 좋은 바다는 아닌 것 같았다.

실제 여름에 오더라도 이 곳에서 수영을 하진 않을 것 같다는 느낌. 솔직히 그렇게 예쁜 바다는 아니었어...

 

 

 

이 수평선을 따라 직선으로 쭉 가면 대략 고흥군 남단이나 완도 쪽과 만나게 될 것이다.

지도상으로 보니 위도가 그 쪽과 얼추 비슷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예쁜 바다는 아니었지만 그와 별개로 서서히 해가 지는 노을은 꽤 아름다웠고

무엇보다도 이 넓은 바다에 다른 사람 없이 오로지 나 혼자만 있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나 혼자만을 위해 이루어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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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째 해안가에 쓰레기가 꽤 많다...??

 

 

 

게다가 이 쓰레기들, 전부 우리나라 거잖아.

아니 대마도 놀러 온 한국 관광객들이 여기까지 와서 바닷가에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니... 이거 좀 너무한데...

 

 

 

...아니, 신안 천일염 포대를 대마도까지 갖고 와서 버리다니...!!!!

 

이 쪽 해안가에는 이렇게 쓰레기들이 은근히 몰려있고 개중엔 우리나라 상품의 쓰레기 비중이 꽤 높은 편이었는데

이 쓰레기들의 정체는 대마도 관광객들이 여기 와서 일부러 버리고 간 게 아니라 바로 '해양 쓰레기'

 

해양 쓰레기는 바다에서 떠다니던 쓰레기들이 파도에 밀려 해안가로 밀려 들어온 표착 쓰레기를 부르는 말.

대개 이런 바다를 떠다니는 쓰레기들이 생기는 이유는 무단 폐기, 혹은 폭우 등으로 인해 의도치않게 물에 휩쓸려

버려진 것들로 바람, 해수 흐름의 영향을 받아 바다를 표류하다가 가벼운 것들이 해안가로 떠밀려 온 것이라고 한다.

이런 류의 해양 쓰레기들은 어딜 가나 볼 수 있는데 유독 여기서 한국 쓰레기가 많은 이유는

한국인이 유달리 많이 버려서라기보다는 걍 대마도와 인접해있는 가장 가까운 국가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에서 건너 온 쓰레기들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한국은 워낙 가까우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 쓰레기들은 대체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참이슬병까지...ㅋㅋ

이렇게 바다를 떠돌며 해안으로 표류한 대부분의 쓰레기는 병이나 우유곽 같은 물에 뜨는 가벼운 것들 뿐이다.

 

아마 여기도 주기적으로 한 번씩 모아서 치우곤 하겠지. 그냥 지금 치울 정도로 쌓인 것 뿐일테고...

뭔가 인접 국가로서 약간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행 와서 일부러 투기하고 가는 건 아니니 뭐... 오해는 맙시다.

 

 

 

오늘 차 끌고 돌아다니는 일정은 이제 호텔을 예약한 '이즈하라 시내' 로 돌아가는 것 하나만 남았다.

와, 근데 진짜 이러다 한순간에 깜깜해지는데... 좀 서둘러야겠음;;

 

여기서 이즈하라까지의 거리는 무려 49km... 것도 산길로 다녀야 해서 1시간이 넘게 걸림. 진짜 서둘러야겠다.

 

= Continue =

 

2024. 2. 17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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