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 중 '빅페이스' 라고 하는 채널이 있습니다.
얼마 전 그 채널에서 한 돈까스 전문점이 등장했는데요, 돈까스 좋아하는 저로선 호기심이 안 생길 수 없어 바로 방문했죠.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에 위치한 '돈까르띠에' 라고 하는 수제돈까스 전문점입니다.
가게 위치가 참... 왜 이런 데 가게를 지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참 외진 골목에 위치해 있어요.
뭐 임대료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정말 위치를 보면 '...대체 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치가 나쁩니다.
그래서 장사가 잘 되지 않았고 유튜버에게 의뢰가 간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네요.
(일본 현지로 떠날 수 있는 아무도 모르는 돈까스 맛집! : https://www.youtube.com/watch?v=3dxut8bkpRw)
가게는 생각 이상으로 되게 작았습니다. 오픈된 주방 앞 바 테이블, 그리고 그 바로 뒤의 벽쪽 테이블이 전부.
3~4인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별도의 테이블은 없고 그냥 길쭉한 바 테이블만 쭉 이어져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 작은 규모의 일본라멘 전문점, 대충 그런 분위기라 봐야 할까요. 여튼 오픈 맞춰 온지라 제가 거의 첫 손님인 듯 했고
저는 벽쪽 테이블을 보고 앉았습니다. 식기류라든가 티슈통이 기본 비치되어 있어요.
일단 기본 식기 준비 후 돈까스 주문.
원래는 다른 메뉴들도 있긴 했는데 유튜브 등장 후 손님이 많아져서인지 당분간 돈까스 단일메뉴만 한다고 하더라고요.
벽에 칠판으로 크게 메뉴판을 만들어놓은 게 있는데 너무 사장님 보이는 곳이라 카메라를 차마 꺼낼 순 없어서
메뉴판 사진을 따로 찍진 못했습니다. (협소하거나 가게 직원 있는 곳에서 카메라 잘 못 꺼냄...)
현재 단일메뉴로만 판매하고 있는 '돈까스(12,000원)' 도착.
쪽파를 넣은 맑은 장국.
경양식 스타일의 돈까스임에도 불구하고 소스가 별도의 그릇에 따로 담겨 나옵니다.
그리고 대망의 돈까스는... 뭔가 되게 이것저것 접시에 많이 담겨나왔는데요...
뭐 경양식 돈까스에 사이드로 양배추 비롯해서 콘샐러드, 마카로니 등 올리는 건 많이 봤어도 이런 비주얼은 처음이네요.
왠지 막 돈까스보다 사이드 메뉴에 더 충실한 것 같다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정성스럽게 꾸며내었습니다.
이런 돈까스 비주얼은 음... 제 블로그 옛날부터 보신 분들 중 얼마나 기억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마포구청역 앞에 처음 '정광수의 돈까스 가게' 오픈했을 떄 샐러드 접시 담겨진 것 본 이후 거의 처음 느끼는 것 같아요.
그 때가 2008년인가 그랬으니... 벌써 16년 전 이야기네요. 갑자기 정광수 돈까스 생각나고 막 그러네요.
밥은 일반 쌀밥이 아닌 뭔가 조미가 된 밥인데 위에 후리카케를 뿌려 마무리했습니다.
일반적인 경양식 돈까스집의 스쿱에 담겨나오는 밥에 비해 밥 양도 꽤 많은 편이었고요.
두툼하게 튀겨진 돈까스는 경양식이라기보다는 일식 돈까스에 좀 더 가까운 비주얼입니다.
돈까스가 일단 왕돈까스 수준으로 크기도 한데 튀김옷이 일식 돈까스 같다는 인상이 꽤 크게 들었어요. 그냥 이대로 썰어
체에 받쳐 내어오면 일식 돈까스가 될 것 같단 느낌이랄까... 위에 쪽파를 잘게 썰어 얹어준다는 것이 좀 특이점.
유튜브 상의 후기를 보면 굴소스, 그리고 버터를 넣고 볶아 후리카케를 올려 마무리한 밥이라고 하는데
밥 자체에 간이 잘 되어있고 감칠맛이 돌아 그냥 이것만 먹어도 만족스러울 만큼 맛이 좋았습니다.
이거 그대로 둥글게 뭉쳐 김에 감싸놓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주먹밥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여튼 처음 먹어보는 느낌의 밥이라 상당히 깊은 인상이 남게 되더군요. 그냥 쌀밥만 내도 좋은데 이런 정성들인 밥이라니...
콘샐러드도 잘게 다진 당근, 파 등의 속재료가 넉넉히 들어가 상당히 맛있었어요.
그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콘샐러드보다 당연히 훨씬 맛있습니다. 다만 산미가 강하진 않고 고소한 맛이 강한 편.
피클도 직접 만들어 담그는 듯 한데 오이, 무 이외에 셀러리가 들어간다는 게 특이점. 그래서 향이 꽤 독특하고
신맛이 너무 강하지 않아 부담없이 먹기 좋았습니다. 단무지라든가 깍두기가 없는 대신 이걸로 대체하는 것 같았어요.
메인 돈까스 두께 상당히 좋습니다.
아까 그냥 이대로 썰어 체에 받쳐 내면 일식돈까스 될 것 같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통할 듯한 두께의 돈까스로
요즘 유행하는 지방, 비계가 붙어있는 아주 두껍고 선홍색 핏빛이 감도는 돈까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기에서 육즙과 함께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질 법한 촉촉함이 전달되고 새하얗게 될 정도로 잘 익힌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도 소스가 되게 특이해요. 일단 산미가 별로 강하지 않은 데미그라스 베이스의 소스인 것 같은데
마냥 데미그라스의 맛만 느껴지는 게 아닌 약간 카레, 혹은 하이라이스 같은 밥 비벼먹기 좋은 소스의 맛이 전해져서
바로 직전에 소개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할아버지 돈까스' 못지않게 독창적인 맛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일단 소스는 상당히 제 취향이었고요, 고기 또한 딱딱하지 않고 속살까지 촉촉하게 잘 튀겨져 만족도가 꽤 높았습니다.
함께 나온 건 직접 만들어 튀긴 듯한 수제 고구마 튀김입니다.
튀김옷 입혀 튀긴 게 아닌 그냥 고구마 속살을 얇게 썰어내어 그대로 튀긴 듯 한데 바삭바삭 과자 먹는 것 같아 좋더군요.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았는데 서비스라며 제로콜라 하나를 주셨습니다. 덕택에 입가심으로 아주 잘 마셨어요.
이게 지금도 서비스를 주는 건진 잘 모르겠는데 어쩌면 제가 이 날 첫 손님이라 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여튼 서비스로 뭔가 주는 건 언제나 반갑고 또 절대로 마다하지 않는 저.
여기 돈까스 맛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맛이 받쳐주는 것도 한 몫 하지만
무엇보다 음식에 엄청난 정성을 기울였다는 게 돈까스는 물론 사이드 메뉴에서도 하나하나 솔직하게 잘 전해져서
그 쪽에 강한 인상이 남았던 곳이었어요. 양도 넉넉해서 포만감 또한 남달랐고 정말 만족도 높은 돈까스 잘 먹고 나옵니다.
제 자리 바로 위에 빅페이스의 사인(...이걸 사인이라고 해야 하나...?)이 남아있더군요.
아쉽게도(?) 빅페이스가 앉았던 자리는 아니고 그 맞은편 자리긴 한데, 여튼 유명 유튜버가 왔다 간 흔적을 이렇게 보다니...
확실히 이런 거 보면 요샌 맛집 방송이나 유명 연예인, 정치인 못지않게 유튜버의 힘이 커졌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계산 마치고 나올 때 입가심하라면서 사탕도 서비스로 받았습니다. 나갈 때까지 애프터 서비스까지 아주 좋았어요.
이 가게는 정말 위치 하나 빼고 모든 게 다 만족스러웠던 곳.
다음에 기회가 되면 돈까스 좋아하는 친구 데리고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은 가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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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까르띠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하남시청역 4번출구 하차, 하남시 하남대로777번길 49 1층(신장동 450-3)
2024. 4. 29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