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 마시고 싶다' 는 모 동생의 말에 이끌려 다녀오게 된 수원.
수원 영통에서도 도보로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소 외진 원천동 외곽의 '펀더멘탈 브루잉' 이란 곳을 다녀왔습니다.
진짜 이 동생 소개가 아니었다면 일부러라도 제가 알아서 찾아가지 못했을 곳이라 이런 가게는 언제든 환영이고 반가워요.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근처에는 온통 적막한 어둠만이 짙게 깔린 산 뿐.
그 안에 저렇게 불빛을 밝히고 있는 건물 하나가 있는데 저기가 바로 양조장을 함께 겸하고 있는 맥주집입니다.
앞에 주차 공간이 매우 넓어 차로 오기 참 좋긴 하지만... 맥주 마신 상태로 운전이 어려우니 차로 오려면
술 안 마시는 사람 한 명을 운전기사로(?) 따로 데려오거나 혹은 대리기사를 불러야 되겠지요.
양조장에서 자체 제작한 맥주잔, 모자 등의 굿즈도 따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게 브루어리의 로고인가봐요.
또한 자체 제작한 맥주를 병입하여 따로 판매하고 있으니 맘에 드는 맥주는 나갈 때 사 갈 수도 있습니다.
맥주 마시는 공간이 있는 홀 옆에 저렇게 투명 유리로 양조장을 공개해놓아 맥주 제조 공정을 밖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홀을 겸하고 있는 양조장에서 어렵지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긴 한데 그만큼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을 공개한다는 뜻이랄까.
홀 자체는 꽤 넓고 쾌적한데 약간 소리가 울리는 편이라 사람들이 많으니 조금 시끌벅적하긴 하더군요.
조용한 분위기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나눌 만한 공간은 아닙니다.
주문 카운터 위에 걸려있는 주류 메뉴판.
다양한 종류의 주류도 있긴 하지만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 메뉴도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차 끌고 온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한 메뉴 같기도 하고요.
벽에 걸려있는 액자들.
주류와 요리 메뉴판을 한 컷. 대부분의 주류는 S, M, L 세 가지 규격의 잔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적은 양으로 다양한 맥주를 즐기고 싶다면 S를 여러 개 시키는 걸 추천.
간략한 설명이 알콜 도수와 함께 곁들여져 있어 대략 어떤 맥주인지에 대해 이해하고 또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어요.
일단 물 한 잔과...
기본 식기를 포함한 앞접시.
펀더멘탈 브루잉 로고가 새겨진 코스터.
첫 번째 잔은 '스타피쉬(S사이즈 200ml 5,000원)'
열대과일의 시트러스, 핵과류의 향, 풍미가 가득한 가장 클래식한 느낌의 페일 에일로 향기롭고 깔끔히 즐기기 좋습니다.
일단 만났으니 가볍게 건배~
할라피뇨 고추 피클과 함께...
첫 번째 요리로 나온 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인 '그라나파다노 시금치 볶음(9,500원)'
볶은 시금치를 파마산 치즈와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얹은 뒤 호박씨, 아몬드, 크루통을 뿌려 마무리한
'시금치나물' 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면서도 또 독특한 형태의 시금치 요리입니다.
우왓! 근데 이거 엄청 맛있잖아...!! 이거 정말 그 시금치 맞아?!
진짜 놀랄 정도로 맛있었는데요, 보들보들하게 씹히는 시금치잎에 치즈의 진한 풍미가 더해지니 이거 완전 맥주안주용.
일반적인 샐러드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엄청 농후하고 진한 치즈와 시금치의 조화가 웬만한 고기요리보다도
훨씬 더 존재감이 세고 농후하고 깊은 맛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같이 간 친구들 모두 완전히 반했던 요리였습니다.
시금치 하면 그냥 한국식 나물요리밖에 생각 안 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버릴만한 진짜 훌륭한 발상이었습니다.
두 번째 요리는 '베를린 커리 소시지(13,500원)'
베를린 스타일의 커리 소스를 얹은 독일 소시지에 사워 크라우트를 곁들인 정통 독일식 소시지 요리입니다.
일단 먹기 좋은 크기로 칼로 슥슥 썰어 함께 뿌려진 소스에 듬뿍 찍어먹으면 되는데요...
맥주집에서 마시는 독일 소시지가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아니 소시지라는 메뉴 자체가 실패할 일 없는 메뉴.
함께 제공된 사워 크라우트와 곁들이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알기로 독일 사람들은 소시지를 식사용으로도 즐긴다고 하는데 이런 조합이면 진짜 몇 개든 먹을 것 같은...
세 번째 요리는 '메이플 피칸 치킨 윙 & 봉(23,000원)'
튀긴 치킨 윙과 봉을 메이플 시럽과 피칸을 넣고 버무린 요리로 약간...아니 꽤 달콤한 맛의 단짠단짠 치킨입니다.
얼핏 간장치킨과 비슷할 듯 하지만 간장치킨에 비해 짠맛은 훨씬 덜하고 단맛이 꽤 강한 편.
중간중간 씹히는 피칸의 고소함이 기름진 치킨에 꽤 좋은 자극을 주는 이것 역시 맥주안주로 최고의 조합.
두 번째 맥주는 '지니(S 사이즈 200ml 5,000원)'
커피, 다크초콜릿의 풍미가 가득한 스타우트 맥주로 부드러운 질감, 은은한 산미, 달콤한 마무리가 특징인 맥주입니다.
무엇보다도 특유의 풍미가 인상적이었던 맥주.
뭔가 앞의 세 개로 끝나기엔 살짝 모자라 추가 주문한 네 번째 요리는 '버터갈릭 감자칩(8,500원)'
사워크림 소스가 함께 제공됩니다.
쉽게 말하면 수제로 만든 허니버터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물론 진짜 허니버터칩과 100% 동일한 건 아니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버터향과 달콤한 맛이 꽤 중독적인 감자칩이던...
거기에 마늘의 풍미가 더해져 더한 향긋함을 느낄 수 있었던 가볍게 즐기기 좋은 요리였습니다.
이날 비록 많이 마시진 못했지만 맥주도 매우 좋았고...
요리는 정말 맥주집이 아닌 그냥 요리로 밀고 나가도 충분히 통할 것 같다고 느꼈던 '펀더멘탈 브루잉'
맥주, 그리고 꽤 이색적인 요리를 즐기고 싶은 분들은 꼭 한 번 찾아가볼 만한 귀중한 장소란 걸 느꼈던 방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 시금치 요리, 그라나파다노 시금치볶음은 꼭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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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더멘탈 브루잉 찾아가는 길 :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영로269번길 61 펀더멘탈 브루잉(원천동 421)
2024. 5. 2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