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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외식)/돈까스

2020.8.26. 주양쇼핑은 사라져도 주양돈까스의 명맥은 이어진다, '주양쇼핑 돈까스 프로젝트 1탄, 미림돈까스(강동구 명일동 주양쇼핑 - 현재 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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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양쇼핑은 사라져도 주양돈까스의 명맥은 이어진다, '주양쇼핑 돈까스 프로젝트' 1탄

(1) 미림돈까스(강동구 명일동 주양쇼핑 - 현재 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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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고덕역에서 내린 뒤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쇼핑센터 '주양쇼핑'

 

주양쇼핑은 비록 정확한 첫 오픈 시기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대략 1980년대부터 약 40년 가까이 쭉 이 자리를 지켜왔던 강동구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쇼핑센터입니다.

만화가 강풀의 '이웃사람'의 배경으로도 등장했던 주양쇼핑은 다른 것보다도 특히 지하1층 식당가가 아주 유명했는데요,

지하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갈 때마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던 빵집, 저녁에 가면 항상 마감할인으로 천원에 팔던 김밥집,

7개 한 판 천원에 팔아 항상 퇴근하고 만두 사 가는 손님들로 붐볐던 '주양만두', 그리고 각종 맛있는 분식집, 반찬집까지...!

 

하지만 주양쇼핑 지하 식당가에서 가장 유명했던, 그리고 가장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음식은 단연 '돈까스' 였습니다.

강동구에서 '주양돈까스'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주양쇼핑 지하 식당가의 돈까스는

강동구 주민들, 특히 이 근처로 학원을 다녔던 학생들이라면 안 먹어본 사람이 없었을 수준의 이 동네만의 소울 푸드였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중학교 때, 돈까스 1인분 3,000원 받던 시절부터 20년 넘게 주양쇼핑의 돈까스를 오랫동안 먹어왔습니다.

주양쇼핑의 돈까스 집은 한 가게가 아니라 여러 가게를 묶어 그냥 '주양쇼핑 돈까스' 라고 퉁쳐 부르는데요,

이 많은 돈까스집 중 다들 저마다 제일 많이 갔던, 단골 돈까스집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제일 선호하는 돈까스집이 있었고요.

 

그런데 그 주양쇼핑이 몇 년 전, 재건축 이야기가 나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건가 했더니

재건축 과정에서 입주한 상인들과 마찰이 생겨 한때 재건축 계획이 완전히 무산, 이대로 계속 영업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만,

얼마 전, 포스코건설로 시공사가 다시 선정되어 이번에야말로 진짜 철거를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건물 외관은 좀 낡아도 멀쩡해 보이지만 40년 가까이 된 건물이라 내부가 많이 노후화되어 그냥 건물을 재활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언젠가 재건축이 될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막상 그 시기가 눈앞에 다가오니 뭔가 굉장한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특히 지하에 한데 몰려있던 돈까스집은 이제 하나 둘 주양쇼핑을 떠나 근처의 다른 곳에 새로운 터전을 잡게 되었고

이제 '주양쇼핑' 이라는 건물 안에 여러 돈까스집이 한데 몰려있는 모습은 추억 속, 혹은 사진 속에서밖에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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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 번 주양쇼핑에서 영업하다 근처로 이전하여 새 터를 잡은 '주양돈까스' 가게들을 전부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본 포스팅을 시작으로 다섯 번에 걸쳐 '주양돈까스' 의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가게들을 순차적으로 소개해보려 합니다.

(사진에는 총 다섯 곳의 돈까스집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여섯 곳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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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가게는 '주양 미림 돈까스'

 

미림돈까스는 주양쇼핑 지하 식당가의 모든 가게들이 다 새 터전을 찾아 떠날 때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으로 주양쇼핑 식당가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최후의 주양쇼핑 돈까스' 집입니다.

주양쇼핑 지하 1층의 모든 식당과 상점이 다 빠져나가고, 전부 문이 닫혀있고 철거된 을씨년스런 폐건물 속에서

오직 이 한 곳, 미림돈까스만 불을 밝히고 아주머니 한 분이 가게를 지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주방과 홀.

바깥의 다른 가게들은 전부 철거되었지만, 이 곳은 다행히 철거되지 않고 식당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미림돈까스의 메뉴판. 돈까스 이외에도 다른 찌개류와 덮밥, 그리고 생선구이 메뉴가 있긴 합니다만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돈까스를 주문.

가장 기본돈까스인 미림돈까스의 가격은 7,000원으로 가장 비싼 돈까스도 8천원이 넘지 않습니다.

 

지금 물가 생각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지만, 20년 전 중학교 때 3,000원에 돈까스 먹던 거 생각하면...시간이 많이 흘렀지요.

참고로 미림돈까스는 2인이 방문해서 돈까스 주문시 부대찌개나 순두부찌개를 서비스로 내줍니다.

 

 

돈까스를 먹기 위한 기본 식기 세팅.

돈까스를 썰어먹기 위한 칼과 나이프는 필수입니다.

 

 

시원하게 얼린 물은 2L 생수병을 씻어서 재활용.

오래 된 식당들 보면 물병 이렇게 활용하는 곳이 많지요.

 

 

반찬은 셀프로 직접 가져다먹으면 됩니다.

돈까스집마다 기본적으로 준비되는 반찬이 다 조금씩 다른데, 여기 기본반찬은 백반집 반찬 느낌이 강해서 좋네요.

 

 

맛살을 넣은 어묵 볶음.

사실 대단한 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밑반찬에 이런 거 있으면 정말 든든하고 사랑스럽지요.

특별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ㅋㅋ

 

 

콩자반.

 

 

배추김치.

 

 

그리고 푹 익은 열무김치까지 총 네 가지의 반찬이 나옵니다.

돈까스가 나올 때까지 반찬을 조금씩 집어먹으면서 음식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서비스로 나온 순두부찌개.

주양돈까스의 모든 가게가 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니지만, 몇몇 가게들이 시범적으로 시행했던 훌륭한 서비스지요.

서비스 찌개라고는 하지만 단품으로 주문한 것과 큰 차이 없을 정도로 순두부가 넉넉하게 들어있습니다.

 

 

순두부에는 계란을 하나 풀어넣고 끓였는데요,

미림돈까스의 순두부찌개는... 사실 순두부보다는 라면국물 맛이 많이 납니다...^^;;

나쁘게 얘기하면 그렇지만, 좋게 말하면 아주 익숙한 맛이라 나쁘지 않아요. 돈까스랑 같이 먹으면 적당히 얼큰한 게 좋고요.

 

 

가장 기본 돈까스인 '미림돈까스(7,000원)'

커다란 접시에 돈까스와 함께 각종 사이드 메뉴, 그리고 밥이 한데 담겨나오는 한국식으로 어레인지한 경양식 돈까스입니다.

 

 

사이드로는 단무지 한 조각과 양배추 채썬 것 약간, 그리고 마카로니 샐러드와 콘샐러드 통조림이 나옵니다.

사이드는 모자라다 싶으면 언제든 추가할 수 있으니 부담없이 더 달라 이야기하면 되고요.

 

 

돈까스 양도 아주 푸짐한데요, 기본 돈까스가 총 세 덩어리가 나옵니다.

가게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지마는 제가 즐겨갔던 가게들은 보통 세 덩어리가 기본으로 나오는 집이었어요.

그리고 튀긴 돈까스 위에 직접 만든 소스를 듬뿍 뿌려주는 경양식 스타일로 나오는 게 기본.

 

특히 주양돈까스는 '돈까스 리필' 이 가능해서, 돈까스를 먹고 난 뒤 더 튀겨달라 하면 추가요금 없이 더 내주기로 유명합니다.

것도 한때 유행했던 돈까스 무한리필집처럼 미리 튀겨놓은 거 가져가는 게 아닌 주문 받고 바로 튀긴 걸로요.

 

 

일본식 돈까스처럼 두껍고 지방이 살아있는 돈카츠와는 다른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로 어레인지한 경양식 풍 돈까스.

갓 튀긴 바삭바삭한 튀김과 그 위에 듬뿍 끼얹은 달콤하고 진한 소스가 정말 잘 어울립니다.

 

 

특히 주양쇼핑 돈까스의 소스는 일반적인 경양식 돈까스 소스와 다른 독특한 여기만의 맛이 있고

튀김 역시 보통 경양식 돈까스나 분식집 돈까스에 비해 두꺼운 편이라 주양쇼핑만의 개성이 확연히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한 가게 뿐 아니라 여기서 장사했던 모든 가게들이 다 겉은 비슷하지만 저마다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어요.

고급스럽진 않지만, 어딘가 집에서 튀겨먹는 듯한 편안한 감성이 느껴지는 그런 맛.

 

 

돈까스를 다 먹고 난 뒤에 리필 한 장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리필 돈까스는 미리 만들어놓은 게 아니라 주문하면 바로 튀겨서 내어주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지 않고 먹으려면 돈까스를 어느 정도 먹은 시점에서(다 먹기 전에) 요청을 하면 되고요.

이렇게 접시에 바로 튀긴 돈까스 한 덩어리를 내 주는데, 보통 앞에 세 덩어리 먹고 한 덩어리 더 먹으면 배가 든든하게 꽉 차요.

 

 

특별하진 않아도 오랜 시간 먹어 익숙한 맛,

그래서 더 부담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던 돈까스.

 

다만 다른 장소가 아닌 주양쇼핑 지하1층 식당가에서 먹는 돈까스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방문 당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추석 때까지는 계속 영업을 할 거라 하셨지만, 최근 들은 정보로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지난 주 토요일 조기 영업 종료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안타깝게도 이제 주양쇼핑 지하 식당가에서 돈까스를 다시는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이 가게 앞에 보이는 곳들도 전부 돈까스집이라 늘 사람들로 북적북적하고 활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가게들이 다 빠져나가 텅 비어있고 미림돈까스 안에 있는 손님도 저희 팀밖에 없었습니다.

활기 넘쳤던 분위기는 전부 사라지고, 넓은 공간에 혼자만 남아 적막감 속에 가게를 지키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반찬 냄새와 분식 냄새, 빵 냄새가 진동했던 에스컬레이터 근처의 가게들도 다 빠져나가고

지금은 어둑어둑해진 폐허 속 적막감만 남아 있는 지하 식당가.

밥 먹으러 올 때마다 냄새 맡으며 잔뜩 기대감에 탔던 에스컬레이터도 다시는 운행할 일이 없겠지요.

 

 

식당가 가장 안쪽엔 GS슈퍼마켓이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슈퍼마켓도 전부 빠져나간 지 오래.

저 현수막 맞은편 가게에 옛날에 자주 갔던 틈시맛 돈까스(지금은 건대로 이전), 그리고 주양만두가 있었습니다.

 

 

주양쇼핑을 떠난 가게들의 빈 자리에는 '가게 이전 알림' 안내가 붙어있습니다.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주양쇼핑을 마지막까지 지키고 있던 '미림돈까스'

현재 어디로 이전할 계획인지 이야기를 들은 게 없습니다. 아마 이대로 폐업을 하진 않을 것 같고

어디론가 이전을 해서 다시 오픈하게 될 것 같은데, 꼭 폐점하지 않고 다시 근처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양을 떠나 새로 터를 잡은 다른 가게들처럼 이 곳도 '주양' 이라는 이름을 계속 달고 있었으면 좋겠고요.

 

이 포스팅을 시작으로, 오랜 역사의 주양쇼핑을 떠나 새 터전을 잡고

'주양돈까스' 라는 이름의 명맥을 계속 잇는 가게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변변찮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주양 미림돈까스(현재 폐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고덕역 4,5번출구 하차, 주양쇼핑 지하 1층에 위치

http://naver.me/GwaMS7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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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돈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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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6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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