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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0.08 남해

2020.9.2. (20) 차가운 뱅쇼 한 잔 들고 순천만 습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 / 아름다운 남해(南海), 2020년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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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남해(南海), 2020년 여름휴가

(20) 차가운 뱅쇼 한 잔 들고 순천만 습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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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큐브(SkyCube) 문학관역' 역명판.

문학관역은 계단 위로 올라가면 바로 대합실이 나오고 대합실과 큐브 승강장이 연결되어 있는 심플한 구조입니다.

 

 

문학관역 밖으로 나가는 통로에 있던 순천만습지 종합안내지도.

현 위치는 한참 북쪽에 떨어져있는 문학관역이고 순천만습지는 꼭 스카이큐브를 타지 않더라도 차로 접근 가능합니다.

 

 

대한민국 제1호 람사르 연안습지로 등록된 순천만 습지.

사실 어찌보면 이번 순천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이 습지 일대가 아닐까 합니다. 다들 크게 기대했고요.

 

 

다만 문학관역과 순천만 습지와는 어느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약 1.2km 정도의 거리인데, 이 사이의 길은 차가 다닐 수 없는 인도 뿐이라 오직 걸어서 이동해야 합니다.

스카이큐브가 순천만 습지 앞까지 뻗어오지 않고 여기서 끊어진 이유는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냥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아마 순천만 습지 일대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문학관역 근방의 초원을 운행하고 있는 스카이큐브를 한 컷.

 

 

역 근방엔 정말 역세권이라 할 만한(...?!)게 아무것도 없는데, 갈대밭과 함께 유유히 흐르는 작은 개천.

그리고 순천만 습지를 향해 이어져있는 작은 길 하나가 전부입니다.

 

 

습지를 향해 조금 걸어가다 보니 '순천문학관' 이 나왔습니다.

스카이큐브의 역 이름이 '순천만 습지' 가 아닌 문학관역이라 붙은 이유는 아마 문학관이 더 가깝기 때문...

 

 

순천문학관 일대는 초가집을 비롯한 전통 가옥 몇 채와 함께 작은 테마 마을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소설가 김승옥, 그리고 정채봉의 기념 테마관을 조성해놓은 곳으로 정채봉 소설가의 태어난 곳이 이 순천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많지 않아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던 곳.

 

 

문학관 입구에 세 가지 색의 봉숭아꽃이 예쁘게 피어 있더군요.

어릴 땐 자주 보았던 꽃인데 꽤 오래간만에 보는 거라 반가운 마음에 한 컷.

 

 

한 건물 앞에 '문학관'을 주제고 한 삼행시가 붙어있는 걸 봤는데, 뭔가 좀 실없는 농담 같은 느낌이군요...ㅋㅋ

 

 

돌담으로 지어 초가 지붕을 올린 '문학해설사의 방'

 

 

이 곳은 도서관으로 방문객 누구나 자유롭게 안에 들어가 책을 열람하고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통 초가집 안에 책이 보관되어있다는 게 되게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신발 벗고 들어가는 실내에는 소설가 김승옥, 그리고 정채봉의 문학 작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문학 서적들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아무 책이나 꺼내 의자에 앉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 책도 좋지만 저 양쪽으로 열린 문 사이로 맞바람이 불면서 시원한 실내 분위기가 너무 좋더군요.

 

 

순천문학관을 나와 보행자 통로를 따라 다시 순천만 습지를 향해 걷는 길.

 

 

문학관역 앞은 수풀에 가려진 좁은 길 하나가 전부였는데,

순천문학관을 지나고부터는 잔디밭과 함께 길이 꽤 넓게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도 꽤 있는 편이었고요.

 

 

사진으로는 별로 안 느껴지지만, 이 날 진짜 엄청 습하고 더웠거든요.

구름이 껴서 햇살이 보이지 않는다 뿐이지 거의 습식 사우나를 걷는 듯한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1km 정도 걸어야 한다는 것에 망연자실해 있었는데(...) 걸어가던 와중에 카페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차와 음료를 판매하는 '낭트 쉼터'

 

 

연한 청록색의 목조 건물로 지어진 쉼터 겸 카페, '낭트 쉼터'

날이 좀 선선했더라면 그냥 '카페구나' 하고 지나쳤을텐데, 이 날은 그럴 날씨가 아니라 일단 좀 쉬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순천만 습지와 문학관역 사이 길목에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는 이 곳 하나뿐입니다.

 

 

뭔가 이렇게 놓고 보니 이국적인 미국 교외의 주택 같은 느낌도 들고 그러네요.

 

 

건물 지붕부터 외벽, 바닥까지, 온통 목조로만 지어진 카페 내부는 매우 넓고 또 결정적으로 시원했습니다.

일단 다른 것보다도 시원하다는 거 하나만으로 이후엔 뭐가 어찌되었든 상관없다는 느낌.

 

 

오크통 모양의 선반 위 거대한 시계.

왼편엔 카운터가 있어 이 곳에서 음료 또는 먹을거리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 두 분이 운영 중이시던...

 

 

손글씨 메뉴판. 조금 특이하게도 '뱅쇼' 를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뱅쇼는 와인에 시나몬, 과일 등을 첨가하여 따뜻하게 끓인 음료로 유럽 지역에서 즐겨 마시는 겨울 음료라고 합니다.

 

 

음료 가격은 관광지에 있는 카페 치고는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에요.

빙수류는 판매하다가 지금은 잠시 중단한 것 같아요. 커피와 가격차가 별로 없어 뱅쇼를 주문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간단한 스낵류라든가 빵 같은 먹을거리도 같이 취급하고 있는데, 먹을거리는 시제품을 판매중입니다.

 

 

뱅쇼(아이스 - 1잔 5,000원) 세 잔 도착.

혹시 알콜이 들어가는 건지 물어보니 다행히도 알콜 성분은 없다고 합니다. 걱정 않고 마셔도 될 듯.

 

 

레드와인의 풍미와 함께 뒷맛에 은은한 달콤함이 감도는 시원한 음료.

너무 강하지 않은 고급스런 단맛이 마음에 드는군요. 원래 뜨겁게 마시는 음료라지만,

지금 뜨겁게 마시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고(...) 얼음 넣어 차게 식혀 마시는 뱅쇼도 꽤 괜찮았습니다.

에어컨 나오는 카페에 앉아 달콤한 뱅쇼를 마시니 진빠지는 기운이 회복되는 기분.

 

 

쉼터에서의 잠시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순천만 습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순천만 습지를 보기 위해 한가로이 걸어가는 관광객들.

여름 휴가 시즌이라 북적이는 것까진 아니지만, 휴가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넓은 초원 위에 계속 이어지는 길.

약간 이 길을 걸으면서 작년 여름에 다녀왔던 홋카이도 생각이 잠깐 나더군요. 공교롭게 딱 1년 전이네요.

 

 

길가에 피어있는 수국.

 

 

자연의 순천 갈대밭을 배경으로 한 사계절마다 그림이 바뀌게 될 액자.

 

 

순천만의 갈대군락지 중심으로 동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있었던 꿈의 다리가 있는 그 동천이 이 곳으로 쭉 이어져 흐르고 있는 것.

조금 더 내려가면 바다를 만날 수 있지요.

 

 

넓은 갈대 군락 사이에 유유히 흐르는 동천의 모습 또한

작년 여름, 홋카이도 최북단 올라가는 길에 봤던 철길 옆 강이 흐르는 풍경과 비슷하더군요.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뷰를 느꼈습니다.

 

 

갈대 군락과 동천 반대편에는 넓은 들판과 함께 멀리 작은 마을이 보입니다.

 

 

1.2k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도심이 아닌 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들판을 쭉 걷고 있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가 꽤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막 다리 아프고 짜증난다기보다는 이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고 또 느끼면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이제 절반 조금 넘게 왔네요.

순천만 습지까지는 500m를 더 걸어가야 합니다.

 

 

중간에 '삼거리안내소' 라는 직원이 근무하는 작은 초소가 하나 있는데요,

이 초소에서 좀 전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발매한 티켓 확인을 한 번 합니다.

순천만국가정원 입장 티켓으로 당일에 한해 순천만 습지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순천만 국가정원 입장권' 을 제시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역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 군락은 생각 이상으로 엄청 멋진 풍경이었는데요,

뭔가 도시에 살면서 느꼈던 가슴 속이 답답해지는 그런 느낌? 그런 게 탁 풀리는 듯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 습도가 엄청 높고 덥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에요.

 

 

바람도 불어오고 있어 좀 습하긴 해도 바람을 맞는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계속 걸어가던 도중,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한 번 돌아보았는데, 정말 많이 걸었군요.

근처에 같이 걷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이 넓은 공간에 오직 우리 세 명만 남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난간 위로 게 한 마리가 올라왔더라고요.

이 게는 '뻘게' 라는 게로 짱뚱어라는 물고기와 함께 순천만 습지에 넓게 서식하고 있는 생물이라고 합니다.

뻘게와 짱뚱어 외에도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등 국제적으로 보호종에 있는 새들이 이 곳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순천만 습지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잘 보존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군요.

 

 

갈대밭의 바닥은 진흙투성이 뻘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그냥 들어가도 될 것 같지만 아마 발이 푹푹 빠져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 갈대밭 아래는 뻘게와 짱뚱어가 서식하는 주요 서식지라 절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마침내 순천만 습지의 갈대 군락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스카이큐브 열차 한 대가 우릴 맞아주고 있군요.

목적지에 도착하니 좀 전까지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다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 Continue =

 

. . . . . .

 

 

2020. 9. 2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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