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구시가지에서 살짝 벗어난 광주(경기도) 가는 길목에 위치한 '동경주' 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식당으로
예전, 어릴적에 한 번 가본 적 있었던 곳입니다. 옛날엔 다른 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산채 정식을 판매하는 한식당으로 바뀌어 꽤 오래 운영하고 있는 곳.
주차장은 건물 뒷편에 꽤 넓게 마련되어 있어 차 타고 올 경우엔 뒷쪽 주차장에 차 대놓은 뒤 들어가면 됩니다.
대중교통은... 예전에 이 앞에 버스가 참 많이 다녔는데, 지금은 크게 줄어 조금 가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굳이 버스가 있다면 경기광주 버스 13번, 혹은 남양주 버스 112-1번을 이용하면 됩니다.
한옥으로 지어진 매장 내부는 좌식 테이블과 입식 테이블이 한데 섞여있습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와 아무데나 편한 곳에 앉으면 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땐 한창 코로나 2.5단계가 수도권에 발표되기 직전, 그러니까 815시위 직후라 분위기가 좀 많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들 밖에 나가는 걸 꺼려서인지 저녁 시간인데도 식당이 썰렁...
이런 거 보면 진짜 최근 자영업 하는 분들의 어려움이 극한까지 치달았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ㅡㅜ
식사 메뉴는 산채나물 돌솥밥상과 공기밥상. 돌솥과 공기는 돌솥밥과 공기밥의 차이고 나머지 구성은 동일합니다.
여기에 사이드 메뉴로 석쇠구이 돼지고기 또는 더덕구이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메뉴판 오른편엔 동경주 산채집의 유래에 대해 주인이 직접 쓴 손글씨가 프린팅되어 있습니다.
생생정보통에도 한 번 소개된 적 있었던 가게인 듯. 저는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요.
그리고 반찬류는 버려지는 걸 막기 위해 소량으로 제공되지만 더 달라고 하면 원하는 만큼 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과 함께 쌈채류는 이렇게 제공된다고 하는군요.
전부 직접 재배한 유기농 쌈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저희가 본 적 없는 특이한 이름의 나물들이 많습니다.
숟가락과 물, 기본 식기 세팅.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가 나오는데, 나중에 돌솥밥의 밥을 뜨고 남은 누룽지 위에 붓는 용도입니다.
밥을 다 뜨고난 뒤 뜨거운 물을 돌솥 위에 부어 숭늉을 만들어먹을 수 있습니다.
소쿠리에 담겨 나온 쌈채. 상추 이외에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제공되었습니다.
하얀 길쭉한 뿌리의 정체는 삼채뿌리입니다. 살짝 쌉싸름한 삼 특유의 맛이 느껴집니다.
쌈된장은 직접 만들었는지 상당히 구수하고 또 짠맛이 덜해 이거 어른들이 좋아할 것 같은 맛이더군요.
커다란 쟁반에 열 네가지의 나물이 조금씩 담겨 나왔습니다.
나물의 양은 적은데, 추가로 더 달라고 하면 더 먹을 수 있으니 부담없이 즐기면 될 것 같습니다.
산채나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상당히 반길 듯. 많이 본 익숙한 나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생소한 나물도 있습니다.
음식 나온 거 보고 여기는 채식하는 비건들이 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다만 나물들 무치는 양념에 동물성 식재료가 들어갈지 확인해봐야겠지만요. 나물의 염도도 대체적으로 낮은 편이라
상당히 건강하게 즐기는 맛입니다. 재료 본연의 맛도 비교적 잘 살아있고요.
나물 이외에도 이런저런 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하나씩 깔렸습니다.
사진의 반찬은 묵은김치.
무를 얇게 썰어 담근 국물 있는 나박김치.
무생채.
이건 무슨 생선의 젓갈이었는데, 어떤 생선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고추장아찌.
깻잎이 아닌 케일장아찌. 케일은 쌈으로도 많이 싸먹는데 장아찌로는 처음 먹어봅니다.
단호박 샐러드. 이건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거라 한 번 더 리필.
먹었던 반찬 중 제일 특이했던 이것은 '초석잠 장아찌' 입니다.
초석잠은 '석잠풀' 이라고 하는 식물의 뿌리로 골뱅이처럼 동글동글한 모양이 특징인데, 이 뿌리로 장아찌를 담궈먹는다고...
대체 무슨 맛일지 감이 안 잡혔는데, 아삭아삭하면서 살짝 쌉싸름한, 거기에 새콤한 양념맛이 더해져
묘하게 끌리는 맛이 있더군요. 밥반찬보다는 이건 술안주 같은 걸로 가볍게 먹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파로 담근 김치도 한 접시 나왔습니다.
두부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
생선구이도 인당 하나씩 제공.
일단 여기까지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산채밥상의 반찬.
추가로 주문한 '솔잎 참숯 더덕구이(9,000원)'
익히 생각하기 쉬운 그 익숙한 더덕고추장구이 맛입니다. 이거 밥반찬으로 먹으면 정말 좋지요.
'솔잎 참숯 석쇠구이' 라는 이름처럼 접시 위에 솔잎을 듬뿍 깔고 그 위에 더덕을 얹어 내었습니다.
역시 추가로 주문한 '솔잎 참숯 돼지고기 구이(10,000원)'
고추장 양념이 된 돼지고기 구이는 잘게 다진 돼지고기를 얇게 펴서 구운 석쇠불고기, 떡갈비 같은 느낌입니다.
너무 나물과 야채 위주의 반찬이라 조금 허전하다 - 라고 느껴지는 분들이 추가로 시키면 좋을 듯.
각종 쌈채를 여러 겹 겹친 뒤 그 위에 돼지고기 석쇠구이 한 점, 그리고 각종 나물을 얹어 쌈으로 싸먹으면
상당히 건강하고(?) 맛있는 한 쌈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는 이런저런 야채 먹는 재미로 즐기는 곳.
돌솥밥은 직원이 직접 가져와서 밥을 대전에 담아주고 밥을 덜어내고 난 뚝배기엔 뜨거운 물을 담아줍니다.
돌솥에 담겨있는 밥을 내심 하나 찍어보고 싶었으나(...!) 너무 능숙하게 밥을 바로 퍼 주셔서 찍지 못했어요.
돌솥 하나하나에 따로 지은 밥 안엔 흑미, 해바가리씨, 호박씨, 대추, 다시마 등이 추가로 들어있습니다.
테이블에 고추장과 참기름이 있어 각종 나물을 밥 위에 얹고 그 위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끼얹으면
아주 훌륭한 산채비빔밥이 완성됩니다. 고추장 대신 된장을 넣으면 좀 더 구수한 비빔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열 다섯 가지는 족히 되는 나물들을 한데 넣고 밥과 함께 비벼먹으면 됩니다.
비빔밥이라는 게 원래 맛없게 만들기 힘든 거라지만, 이렇게 재료 많이 들어간 비빔밥이 맛 없을 리 없습니다.
그냥 밥과 함께 나물을 따로 즐기는 것도 좋긴 하지만, 역시 이렇게 비벼먹는 게 최고인 듯.
두부와 애호박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도 구수하니 비빔밥과 아주 조합이 좋습니다.
요즘 수해로 인해 애호박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싸진 걸로 아는데, 이런 기회 있을 때 많이 먹어줘야 합니다.
나물의 양이 적기 때문에 추가로 더 달라 요청했는데, 이렇게 한 접시에 이것저것 담아 듬뿍 내주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나물을 정말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나물류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좋아하실 듯.
밥을 다 먹고 난 뒤 마무리로 좀 전에 뜨거운 물 부어놓은 숭늉으로 입가심을 할 수 있습니다.
밥을 너무 싹싹 긁어내지 않고 약간 남겨놓아 적당히 떠먹을 것이 있어 구수하게 마무리하기 좋더군요.
육류 반찬이 없기 때문에, 자극적인 양념이 있는 육류, 혹은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은 조금 아쉬울 수 있겠으나
산채류, 혹은 야채들을 좋아하면서 토속적인 한식 밥상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곳.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나물들은 평소에 접해보기 힘든 것들이니만큼 여기서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상당히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또 야채 위주이기 때문에 배부르게 마음껏 먹어도 속이 부대끼거나 더부룩하지 않다는 점도 좋았고요.
다음에 또 방문하게 되면 그 때도 산채 위주로 한번 집중 공략(?)을 해 보아야겠습니다.
※ 동경주산채집 찾아가는 길 : 하남시 천현사거리 근방 위치, 경기도 하남시 신장로 37(천현동 169-15)
2020. 9. 2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