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로 패스와 함께한 지난 5월의 짧은 여행>
(10) 이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최고의 한 그릇, 거대곰탕 본점(해운대구 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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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토요코인 체크아웃 시각에 아슬아슬하게 딱 맞춰 체크아웃 준비.
프라이빗 오피스룸은 방이 아주 넓어 여유있게 묵을 수 있는 건 좋았으나 어짜피 침대 넓이는 똑같았기 때문에
침대에서 자는 건 일반 싱글룸에서 자는 것과 그렇게 유의미하게 큰 차이는 없었다. 그래도 뭐 넓으면 좋은 거라
서면 토요코인에서 혼자 숙박할 일 있을 때 이 프라이빗 오피스룸이 예약 가능하면 한 번 묵어보는 걸 추천. 가격도 싱글과 같다!

다만 층수가 낮고 뷰가 아주 나쁘다는 건 유일한 단점. 창문 밖 풍경에 민감하다면 크게 추천하진 않지만 뭐 나는 상관없었으니까...

날은 어느덧 완전히 개어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어제 세찬 비가 내렸던 풍경과 달리 이제서야 제대로 된 호텔 전경을 찍어본다.
뭐 토요코인이 특정 지점이 좋고 나쁘고 가르는 건 의미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숙박이었음.
만약 나중에 중앙선 KTX가 연장되어 부전 종착이 될 경우 청량리-부전 계통의 KTX를 타고 온다면 여기 숙박하는 것도 좋을 듯.
여기서 부전역까지 도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곳을 거점으로 두고 부산 여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토요코인 바로 길 건너편엔 전포 카페거리가 있다. 조형물 생긴 건 카페거리가 아니라 어째 공구거리 같긴 하지만 뭐 그렇다.

한 때 SNS에서 소소한 화제가 되었던 '김전일 탐정사무소' 가 토요코인 서면점 가는 8번 출구에 있어 한 컷.
다만 인터넷 짤에서 돌아다니던 김전일 일러스트는 없고 그냥 상호명만 써 놓은 간판으로 바뀜. 아마 저작권 때문 아니었을까...

서면역에서 이번엔 2호선을 타고...

해운대 바로 전 역인 '동백역' 에서 내린다.

동백역 1번 출구를 나와 가로수가 우거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저 멀리 엘시티가 보이는데 해운대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
하지만 엘시티는 예전 여행에서 한 번 올라가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찾아갈 일은 없다.

동백섬의 웨스턴 조선 호텔이 저 너머로 보이는 이 장소는...

바로 '거대곰탕' 이라는 곰탕전문점.
아니 부산에 왔으면 돼지국밥을 먹어야지 부산까지 와서 무슨 곰탕이야, 할 수 있는데 이번에 되게 기대하고 찾아간 집이다.
부산 여행을 다녀오신 지인분께서 이 집 곰탕 정말 최고라고 극찬을 하신 적이 있어 내려오면 꼭 먹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거든.
곰탕 가격이 한 그릇 거의 2만원에 호가할 정도로 상당히 비싼 편인데, 대체 그렇게 비싼데도 불구 왜 극찬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을 드디어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몇 군데 지점이 있는데 여기가 본점이라고...
사실 서면삼정타워에도 지점이 있어 호텔에서 걸어서 거기로 갈 수도 있었지만 기왕 먹는 거 일부러 이동해서 본점서 먹기로 했다.

아직 식사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대기손님이 있더라고.
그만큼 인기 있는 가게라는 반증. 여튼 입구에서 대기번호표를 받고 살짝 기다렸다. 여기 혼밥하는 데 어떠한 문제도 없음.

기다리는 도중 메뉴판을 봤는데 가격 왜 이래...;;
가장 저렴한 곰탕 가격이 16,000원부터 시작... 게다가 농후하고 더 진한 뽀얀곰탕 주문시 특으로 가면 25,000원까지 올라간다.
아니, 아무리 곰탕이라도 그냥 국밥일 뿐인데 국밥 한 그릇 먹는데 25,000원을 태운다고...? 나로선 이게 맞나 의심할 수밖에 없다.

워낙 유명한 곰탕이어서인지 이렇게 선물세트로도 판매한다고 한다. 4팩이 들어간 선물세트 가격은 57,000원.
결코 저렴하지 않다.

대신 거대곰탕 로고가 인쇄된 전용 보냉팩에 담아주는 듯 한데, 포장 하나는 확실히 고급지게 하는 듯.
택배로 발송할 경우 택배 비용 5,000원이 추가된다는데 수도권에서 맛보려면 택배로 받는 것밖에 방법이 없긴 하지.

분명 밥 시간도 아니고 오전 11시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실내는 식사하는 손님들로 한 가득.
여기 밥 시간 비껴서 와도 이 정도인데 식사시간대 맞춰서 오면 대기가 얼마나 나올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구내식당처럼 테이블이 사실상 하나로 이어져있어 적당히 간격을 두고 앉아야하는데 이 때문에 합석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듯.
여튼 자리에 앉으면 일단 차가 담긴 주전자가 제공된다. 따끈한 차 한 잔 마시고 메뉴판을 본다.

곰탕은 크게 '맑은곰탕' 과 '뽀얀곰탕',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보통 뽀얀곰탕 쪽을 더 추천한다고 한다.
고기곰탕은 말 그대로 고기만 들어간 곰탕이고 사리곰탕은 국수면이 들어간 곰탕, 그리고 농후하고 더 진한 뽀얀곰탕은
기본 뽀얀곰탕보다도 더 진하고 농후한 국물을 자랑한다고 하는데 기본으로 시켜고 가격이 2만원이 넘어간다...
뭐 먹을까 고민하다 결국 '사리곰탕' 의 뽀얀국물 버전 선택. 농후하고 더 진한 곰탕이 궁금하긴 했는데 한 그릇에 2만원 넘는 건
내 마지막 양심이 차마 용납이 안 되어서...

메뉴판 뒷장에는 '거대곰탕 고객님 전상서' 라는 이름의 거대곰탕에 대한 소개가 되어있다.
진짜 자신이 있다는 건데 과연 어떤 맛일지 한 번 직접 경험해봐야겠다.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소금과 후추.

물티슈와 함께 수저는 놋수저가 제공된다. 여기 진짜 본격적인 집이구나.

뽀얀 사리곰탕 등장.
사실 김치랑 밑반찬이 먼저 나오긴 했지만 이거 전체샷 찍으려고 밑반찬 손도 안 대고 곰탕 나오길 계속 기다렸지...
사람 많은 식당에서 이렇게 세팅해놓고 항공샷을 찍고 있었으니 다른 사람 중 누가 봤으면 좀 이상하게 봤을지도...

고기 찍어먹는 양념간장, 그리고 곱게 썬 파, 뒤에 있는 덩어리의 정체는...?

다진마늘이었다. 국물에 취향껏 넣어먹으면 된다고 하는데 바로 넣는것보단 국물을 충분히 즐긴 뒤 중간쯤에 넣는 게 좋을 듯.

여기 김치가 배추김치, 그리고 깍두기를 한 접시에 섞어 내어오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푹 익힌 김치임.
그래서 익은 김치보다 날김치, 겉절이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렇게 취향이 아닐 것 같았으나...

뭔가 희안하게 계속 끌리는 맛.
확실히 일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평범한 김치 깍두기는 전혀 아니었다. 신김치에 좀 더 가까운 맛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산미가 기분 나쁜 쿰쿰한 산미라기보다는 묘하게 국밥 국물과 잘 어울릴 듯한 그런 산미여서 참 묘하구나 싶더라.

밥 한 번 정성스럽게도 담았네.
공기 위에 스쿱으로 떠서 담은 건지 동글동글한 모양새를 아주 잘 잡아놨다. 그렇다고 꾹꾹 눌러담은 것도 아니었음.

밥에 뭐 특별한 게 있을까 궁금해서 밥만 살짝 먹어봤는데, 사실 특별한 건 모르겠고 그냥 평범한 쌀밥이었음.
다만 국물에 말아먹는 걸 감안했던 걸까, 찰기가 일반 밥에 비해 살짝 덜한 편인데 국물에서 잘 퍼지기 위한 것 아닐까 싶다.

'사리곰탕(뽀얀국물 - 18,000원)'
당연히 그 농심 사리곰탕은 아니고(...) 이 거대곰탕의 시그니처 메뉴인 뽀얀 국물의 곰탕 되시겠다.
곰탕 국물이 이 정도로 진하다고...? 많이는 아니어도 여기저기서 설렁탕, 곰탕은 몇 번 즐겨봤는데 이런 진한 국물은 처음 봄.
게다가 기본 곰탕이 이 정도로 진한데 더 농후하고 진한 뽀얀곰탕은 대체 국물이 어떻게 나온다는 걸까?

일단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냥 국물만 살짝 떠먹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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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거...??

일단 안에 들어있는 100% 한우라는 차돌양지 고명도 한 번 보고...
고기를 일부러 한데 모아 한 젓가락으로 전부 집어보았는데 한 그릇에 이만큼의 고기 고명이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면은 소면이 아니라 좀 굵고 탄력있는 중면.
양은 일반적인 설렁탕이나 돼지국밥에 서비스로 담겨나오는 소면에 비해 좀 더 많은 편.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사리면을 따로 추가 주문할 수 있는데 따로 주문하면 3,000원이라 면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처음부터 사리곰탕 시키는 게 낫다.

자, 이제 따로 준 파 썰은 것도 듬뿍 집어넣고 소금, 후추로 살짝 간도 맞춘 다음에 제대로 한 번 먹어보자.

쇠고기는 살짝 매콤한 맛이 나는 양념장에 찍어서 이렇게 따로 꺼내 먹으면 국밥과 함께 수육도 즐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이렇게 밥 말은 숟가락 위에 한 점 듬뿍 얹어서 한 입 가득 입 안에 넣은 뒤 깍두기 한 점으로 새콤하고 상쾌하게 씻어주는 것도 좋다.

다 먹을 때까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여태껏 먹었던 곰탕, 설렁탕 계열의 뽀얀 국물요리 중 압도적 원탑. 아니 이 정도면 압도를 넘어 충격, 쇼크, 경악에 더 가까운 수준.
더해 그동안 먹었던 모든 한식, 일식, 중식 계열의 국물음식 중 세 손가락에 들어갈 만한 맛이었다. 진짜 이 국물은 충격 그 자체다.
그냥 뽀얗기만 한 게 아니라 그 뽀얀 국물 안에 진짜 날 수 있는 모든 맛이 전부 다 응축되어 입 안에서 한 방에 폭발하는 느낌인데
나 이렇게 국물에서 응축된 맛이 폭발하는 감정을 느낀 거 정말 처음이라 먹는 내내 얼떨떨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진짜 맛있다는 말 따위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고깃국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맛에 침착할 수 없다.
처음에 곰탕 한 그릇에 2만원 가까이 태우는 게 무슨 미친 짓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
이건 그만한 돈을 낼 가치가 있는 국물이야. 아니 오히려 이런 충격적인 국물을 2만원 밑에 먹을 수 있다는 게 싸게 느껴질 정도.
...여기는 다음에 부산 오면 또 한 번 가 봐야겠다.
그 때도 이 뽀얀 곰탕을 먹어야하는 게 맞는데, 뽀얀 걸 먹고나니 맑은곰탕도 또 궁금해진다. 아 둘 다 먹어봐야 하나;;;
아니 짬짜면처럼 여기도 그릇 반으로 갈라서 반반곰탕 같은 거 만들어 팔아주면 안 되나...ㅋㅋ

그리고 아무리 고급 곰탕집이라도 디저트 사탕만큼은 박하, 그리고 누룽지.
누룽지사탕 하나 집어 입 안에 물고 돌려가며 계산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왜 그 분이 부산 내려가서 돼지국밥 말고 곰탕을 드셨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 덕택에 새로운 맛에 눈을 뜨게 되었음.
부산 사는 분은 말할것도 없고 타 지역 사람들도 부산에 내려온다면 돼지국밥 말고 이 국물 맛을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이건 필수다.

※ 거대곰탕 본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동백역 1번 출구 하차 후 직진, 현대베네시티아파트 상가동 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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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1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