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로 패스와 함께한 지난 5월의 짧은 여행>
(12) 기억 속 다리집 감성을 지켜나가는 곳, 다리집 둘째아들네(2024 현재 휴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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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서 버스를 타고 다소 외곽 지역으로 빠져나왔다.
동해선 오시리아역 근처 부산 롯데월드, 그리고 아울렛 쇼핑몰 등이 몰려있는 지역에 내렸는데 이 곳에 다음 목적지가 있다.

'부산 3대 떡볶이, 다리집 둘째아들네!'
대체 여기에 왜 가게가...? 싶을 정도로 상당히 뜬금없는 곳에 있지만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꼭 가야겠다 생각한 곳이라 일부러 방문.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위치한 상가, '오시리아 스퀘어'

큰길가의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반대편으로 빠져나오면 건물 안쪽에도 이렇게 넓은 야외광장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건물은 아직 입점이 다 안 되어 그런지 부분부분 공실이 꽤 많고 사람의 흔적도 별로 많지 않아 상당히 휑한 분위기인데...

곳곳에 이렇게 다리집을 알리는 배너가 달려 있어 이 배너 따라 쭉 이동하면 가게를 찾을 수 있다.

다리집 도착!
정말 일부러 사전 정보를 알고 찾아오지 않는 한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외진 구석에 위치해 있다.
하필 주변 가게들이 전부 공실이라... 여기 하나만 홀로 외롭게 영업하고 있어 더 쓸쓸해 보이기도...
다리집은 지금으로부터 약 10~12년 전쯤, 부산 여행을 갔을 때 김해 사는 친구 소개를 받아 남천동에 있는 본점을 간 적 있었는데
그 때 그 친구가 어떻게 사장님과 사적 친분이 있어 기본 떡볶이, 오징어튀김 등의 메뉴 외에도' 떡튀김' 이라고 하는
쌀떡을 밀가루옷 입혀 오징어튀김처럼 튀긴 메뉴를 서비스로 받을 수 있었다. 그 때 그 떡튀김이 정말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분명 떡을 튀긴 거였는데 스트링치즈 튀긴 걸 먹는 듯한 고소한 치즈 풍미가 느껴지는 떡튀김으로 여태까지 그보다 더 맛있는
떡튀김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나한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던 곳이었는데...
남천동 다리집 본점이 근처로 가게 이전하면서 간판이 깔끔해지고 더 세련되어지긴 했으나 이후 사람들의 평이 너무 나빠져
가격은 비싸졌는데 맛, 서비스는 그에 한참 못 미치는 형편없는 가게로 전락했다는 악평을 너무 많이 들어
이후 부산 여행을 왔을때도 '여길 가야 하나?' 라는 고민을 계속 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다리집의 분점이기도 한 '둘째아들네' 를
이번에 발견했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본점과 정반대로 사람들 평이 너무 좋은 것이었다.
'진짜 옛날 다리집 감성을 느끼려면 둘째아들네로 가라', '추억의 다리집은 이 집이 맞다' 등등 옛날 다리집의 분위기, 명맥을
잇는 곳으로 다들 이 집을 강력히 꼽길래 대체 얼마나 차이가 나길래 그런 거지? 하며 한 번 찾아가보기로 결심한 것.

실내는 그렇게 넓지 않았고 안에서 먹고갈 수 있는 테이블 네 개 정도, 그리고 바깥 야외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빨간 모자를 쓴 사장님 혼자 장사를 하고 있는데 저 분이 그 다리집 둘째아들 분이신듯.

10년 전에 왔을때도 매장 내 피규어라든가 건프라, 철도모형 등의 소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아, 이 분 그런 쪽에 취미가 많으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오래간만에 찾은 매장에도 똑같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만 매장 공간이 적어서인지 대부분의 것들은 바깥에 나오지 못하고 박스에 담겨 보관만 되어 있는 형태.

각종 방송에 나온 것을 달리는 간판들. 막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이라기보단 그냥 소소하게 나온 것들.

왜 이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인 동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로 이사를 왔는지 알 순 없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지.
여튼 남천동의 그 다리집 떡볶이를 여기서 즐길 수 있다. 나로서는 정말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떡볶이기도 하고...

천장의 메뉴판 모니터를 한 컷. 여러 가지 한꺼번에 먹으려면 세트메뉴 시키면 좋다.

단품 주문도 가능한데, 가격은 대략 이 정도.
일반적인 분식집 가격 생각하면 옛날이면 비싸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요새는 그냥 평범한 가격 같기도 하고 그렇다.
부산은 수도권과 달리 지금도 떡볶이 1인분을 떡 갯수로 세서 주는 집들이 많은데 길쭉하게 뽑은 가래떡을 그냥 소스에 볶아
담아준 뒤 그걸 가위로 잘라 먹는 형식. 물론 수도권 떡볶이처럼 미리 잘라놓고 볶은 것을 주는 집도 있긴 하다.

떡튀김... 을 먹고 싶지만 그건 정규메뉴가 아니라 불가능. 그래서 간판메뉴인 오징어튀김과 떡볶이를 각 3개씩 주문.
가격은 총 8,200원.
둘째아들 사장님 혼자 운영하고 있는데 주문이 꽤 많이 밀린 상태라 하나씩 쳐내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원래는 버스 내린 뒤 30분 환승텀 이용해서 잽싸게 먹고 빠져나가려 했는데 주문 밀린 거 보니 불가능한 것 같아 깔끔히 포기하고
그냥 느긋하게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음식 도착!
셀프 서비스로 직접 가서 받아오면 되는데 쟁반에 받쳐 1인분 단위로 딱 맞춰 준비해주신다. 뭔가 되게 정갈하게 담겨나왔음.

간장, 그리고 어묵 국물.

다리집 오징어튀김은 매우 큼직하고 또 튀김옷이 아주 두껍게 붙어 튀겨나오는 것이 특징.
튀김옷을 최대한 얇게 입혀 일식튀김처럼 바삭하게 튀겨내는 미학을 정면으로 반박하듯 보란듯이 엄청 두껍고 또 통통하다.

튀김 꽤 크지. 갓 튀겨낸 건데 불구하고 바삭함보다는 튀김옷의 두께 때문인가 '포실포실하다' 라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

큼직한 오징어튀김 세 개를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놓으면 어우, 이렇게 놓고 보니 꽤 푸짐해졌다.
자르기 전엔 양이 그렇게 안 많아보였는데 잘라서 헤쳐놓고 나니 이거 양이 꽤 되네. 이 정도면 거의 떡이랑 해서 2인분 아닌가.

포실포실한 튀김옷 안에는 쫀득한 오징어 몸통이 통째로 들어있어 떡을 씹는 것 같은 쫄깃함이 느껴지는 오징어튀김.
오징어 튀김옷에 은은하게 간이 되어있어 간장을 찍어먹지 않아도 그 자체로 고소하게 즐길 수 있다.
오징어 쫄깃한 것도 쫄깃한 거지만 이 집의 생명은 단연 튀김옷에 있다고 보는데, 진짜 이 튀김옷은 다른 분식집에선 못 접하는 맛.
튀김옷이 갓 튀겼음에도 불구하고 바삭함보다는 포실포실하고 되게 폭신한 질감인데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진짜 오징어 떼고 튀김옷만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조건 얇고 바삭한 튀김만이 정석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음.

쌀떡을 크게 썰어 다리집만의 전용 고추장 소스를 듬뿍 넣고 볶은 다리집떡볶이.
떡 위에 올라간 가늘게 썬 야채의 정체는 채썬 당근.

역시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잘라놓고 나면 대충 시판 떡볶이집 1인분 정도 되는 분량이 나오는 걸 알 수 있음.

다리집의 떡볶이 소스는 주로 '찐득, 달콤, 그 와중에 느껴지는 강하지 않은 매콤' 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국물떡볶이가 아닌 옛날 만두랑 찐빵 파는 시장 분식집에서 함께 파는 찐득한 소스의 쌀떡볶이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찐득하면서도 매콤달콤한 소스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식욕을 자극할 맛. 떡도 일반 쌀떡보다 훨씬 쫄깃한 것이 특징.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떡볶이. 서울에서 진짜 좋아하는 악어떡볶이나 나누미떡볶이보다도 이 쪽의 간이 좀 더 센 편.

떡볶이 소스는 따로 판매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은 다리집만의 시그니처엔데 그 소스에 오징어튀김 찍어먹어도 좋고...

이렇게 떡볶이와 오징어튀김을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
진짜 10여 년 전에 먹었던 기억이 다시 한 번에 떠오를 정도로 맛있었다. 현재의 본점 다리집이 어떤 상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집에서 먹은 오징어튀김과 떡볶이는 내가 10년 전 와서 먹었던 것과 동일한 맛이라는 걸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떡볶이 국물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은 거 보소... 여튼 정말 만족스럽게 먹었음.

다만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다리집 둘째아들네는 이후 남포동 쪽으로 자리를 옮겨 좀 더 장사를 하다
현재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어떤 일인지 모르겠지만) 무기한 휴무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당분간 둘째아들네 집 방문은 불가.
부산에 내려와 다리집 떡볶이를 먹고 싶다면 현재는 남천동 본점을 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는데
어떤 사유에서 가게를 폐업도 아니고 무기한 임시휴업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다시 영업이 재개되길 희망해 본다.

※ 다리집 둘째아들네(현재는 남포동으로 옮겨 무기휴업중) 방문 당시 위치 : 부산 기장군 기장해안로 98(기장읍 시랑리 725) 1층
다리집 둘째아들네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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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19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