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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4.5 양산,부산,김천,대전

2024.11.20. (20) '맛 하나' 덕에 다른 모든 게 다 용서되는 마성의 만두집, 중국만두(김천시 용두동) / 내일로 패스와 함께한 지난 5월의 짧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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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패스와 함께한 지난 5월의 짧은 여행>

(20) '맛 하나' 덕에 다른 모든 게 다 용서되는 마성의 만두집, 중국만두(김천시 용두동)

 

. . . . . .

 

 

 

경부선 김천역.

 

얼마 전 '김천 김밥축제' 로 유명해진 그 김천 맞다. 구미 바로 옆에 붙어있고 고속철도로 '김천구미역' 을 갖고 있는 그 김천.

이 당시만 해도 '김천 김밥축제' 같은 행사가 없어서 그냥 김천은 구미와 맞닿아있는 경부선상의 작은 도시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수도권으로 돌아가기 전, 이 김천역에 내린 이유는 따로 있다. 여기서 꼭 한 번 가야 할 가게가 있기 때문.

 

 

 

김천시 용두동에 위치한 허름한 만두집 '중국(中國)만두'

 

이 집 만두가 엄청 유명하다고 하여 예전부터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한 번 찾아가보기로 결심,

수도권으로 올라오기 전 내일로 패스를 이용하여 김천역에 한 번 내려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김천역에서 못 걸어갈 정도까진 아닌데 그래도 걸어가기에 살짝 빡센 거리. 도보 편도로 1.4km니 결코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이 만두집, 여러가지로 유명하다. 물론 맛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모든 사람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곳이긴 한데

중요한 건 맛에서만 극찬을 받을 뿐, 그 외의 모든 것에서는 엄청난 악평을 받고 있는 곳.

특히 위생, 불친절에서 심한 악평이 있는 곳인데 과연 어떤 곳일까, 내가 찾아가도 괜찮은 걸까? 하는 기대 반 걱정 반과 함께 방문.

 

 

 

본래 여긴 워낙 인기 있는 가게라 줄 서서 만두 사 갈 정도로 인파가 엄청나다고 하는데

그것도 주말이나 사람 많은 밥 시간대 이야기지, 사람들 별로 안 오는 평일 낮 시간대엔 그 인기가 무색할 정도로 이렇게 한산하다.

 

 

 

부부로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단 둘이 하는 정말 작고 허름한 식당.

오른쪽 주방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열심히 만두를 빚고 있었고 팔뚝만 살짝 보이는 할머니는 만두를 열심히 찌고 있었다.

 

별다른 인사 없이 그냥 조용히 만두 빚는 데 집중하고 있는 노부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이 가게 안에 있는 사람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유일한 손님인 나 하나.

 

 

 

판매하는 메뉴는 오로지 만두 하나 뿐.

살면서 본 가장 심플한 식당 메뉴판이다. 만두 한 개 가격은 700원, 그리고 10개 한 접시 가격은 7,000원.

만두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는 국내산, 이게 끝.

 

만두 한 접시 먹고갈께요~ 할머니에게 이야기했는데, 한 몇 초 동안 대답이 없더니 이내 아주 천천히 '네에에~' 하는 답이 왔다.

여기서 바로 직감했지, '아, 여긴 재촉하면 안 되는 곳이구나... 천천히 기다리자.'

 

 

 

김치냉장고 위 다라이에 야채, 두부, 돼지고기 등을 넣고 곱게 간 만두속이 잔뜩 쌓여있다.

저 많은 만두속을 오늘 하루종일 다 쓸 건가...?

 

 

 

테이블에는 간장종지, 그리고 고추장, 식초, 간장이 젓가락과 함께 놓여있었고...

 

 

 

왠지 만두 빚고 찌는데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 물컵도 직접 꺼내 물을 담아왔다.

 

 

 

고춧가루 살짝 뿌린 간장 세팅해놓고... 이제부터 인내의 시간... 까진 아니어도 '기다림의 미학' 을 즐겨야 하는 시간이다.

절대 재촉하지 말지어다, 절대 조바심내지 말지어다, 때가 되면 나 나오는 것을...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곳에서 느긋하게 기다리자.

 

정말 바깥 시계와 다르게 이 곳만큼은 시간이 멈춰있거나 혹은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곳 같았다.

말 없이 느릿느릿 만두를 빚는 할아버지, 느릿느릿 만두를 쪄내는 할머니, 그리고 조용한 매장에서 나는 소리는 오로지 TV소리 뿐.

 

 

 

흠, 충분히 기다렸다... 싶은 기분이 들었을 때, 주방에서 할머니가 접시에 무언가를 담아 내 자리에 놓고 가셨다.

찜통에서 갓 쪄나온 김천 중국만두의 대표메뉴이자 유일한 메뉴, '찐만두(10개 1접시 7,000원)'

 

반찬으로는 단무지 단 하나만 제공.

 

 

 

와, 이런 만두 진짜 오래간만에 봐...!!

어릴 적 동네 재래시장 찐빵, 만두, 떡볶이 파는 분식집에서 꽤 많이 보던 스타일의 찐만두였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자취를 감추고

만두 하면 칼국수, 냉면집에서 파는 왕만두 혹은 중화요리, 일식집에서 파는 교자만두, 군만두만 남게 되었다.

 

둥글게 말아 빚어 찜통에 푹 쪄낸 만두는 만두피가 꽤 두꺼운 편인데 그럼에도 안에 들어있는 만두속이 투명하게 비춰보이고

또 모양 또한 울퉁불퉁해서 딱 봐도 예쁜 만두는 아니다. 울퉁불퉁하고 제각각인 게 외관은 솔직히 볼품없게 비쳐질 수도 있다.

 

 

 

만두피에 찰기가 꽤 있어 젓가락으로 집어올리면 젓가락에 찰싹 하고 달라붙는 느낌이 있다.

찜기에서 갓 꺼낸 거라지만 엄청 뜨겁지는 않아 먹는데 크게 조심하지 않아도 되고. 일단 간장 없이 그냥 한 번 먹어볼까나.

 

 

 

......???

 

 

 

와 뭐지 이 만두...?!

그냥 적당히 '맛있다' 수준이 아니라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맛있다'

만두 안에서 육즙이 주륵 하고 흘러내리는 느낌이 있는데, 문제는 이 육즙, 일반적인 샤오롱바오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육즙이 아닌

그냥 '기름' 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상당히 기름진 만두다. 그런데 그 기름이 느끼하거나 거슬리지 않고

만두 속과 어우러지며 말도 안 될 수준의 기름진 감칠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거 있지. 진짜 하나 먹어보고 순간 '???' 했다니까...

 

와, 이거 진짜다. 이 만두, 다른 데서 못 먹어보는 맛이다...!!

찰기 넘치는 쫀득쫀득한 만두피, 그 안에 들어있는 돼지고기 다진 속, 그런데 거기에 감칠맛나는 기름으로 한 겹 코팅되어 있어

이 기름에서 나오는 진한 맛이 진짜 사람 진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맛이더라. 이래서 사람들이 여기 만두에 환장하는 거구나...

왜 그렇게 불친절하다, 느리다 욕하면서 이 만두를 찾는지 그 이유를 단번에 알 것 같았다.

 

 

 

진짜 순식간에 먹어치웠음. 한 접시 더 시킬까 싶었는데, 슬슬 포장하러 온 손님들이 오기 시작해서 그냥 여기서 끝.

 

 

 

계산을 마치고(당연 현금으로) '잘 먹었습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매장 밖으로 나서는데 별다른 응답이 없었다.

그런갑다 하고 나가려고 하니 할머니께서 몇 템포 늦게 아주 느릿느릿 느긋한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해 주시더라.

그 인사를 듣고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가게는 불친절한 집이 아니라 그냥 모든 게 느린 집이구나...' 라는 것.

 

직원 없이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만두 가게.

 

나이가 있다보니 젊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본인들의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음식이 너무 맛있다보니 사람들이 몰리게 되는데, 사람이 몰려도 노부부가 만들 수 있는 만두의 양과 속도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기다림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왜 만두가 빨리 안 나오냐고

재촉할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 느릿하게 응대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불친절함이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가게의 악평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느릿느릿한 속도와 응대가 답답해서 사람들이 불친절하다고 오해한 것이 아니었을까?

실제 바쁠 때 매장에 오지 않아 그 때의 분위기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손님이 없는 한적한 가게를 방문했을 때의 나는

좀 느렸을지언정,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과 응대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없었다.

 

어쩄든 나는 이 만두를 다시 먹고 싶다. 이거 하나를 위해 일부러 김천을 찾아가라면 충분히 그럴 용의가 있다.

 

 

 

※ 중국만두 찾아가는 길 : 경상북도 김천시 용머리5길 5(용두동 163-2),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

https://naver.me/5D8PV1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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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20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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